올봄에 개최된 하이서울패션쇼와 패션코드 연합패션쇼에서 가장 주목받은 패션 디자이너 중 한 명이 바로 자신의 이름에서 브랜드명을 따온 한나신(HANNAH SHIN) 브랜드의 신한나 디자이너이다.
신한나 디자이너는 지난해 산업통산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패션산업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패션대전의 ‘k패션오디션’ 대회에서 학생 부문 1위를 거쳐 최종 심사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패션 업계의 높은 관심 속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그녀는 이처럼 지난해 홍익대학교 패션디자인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 신분으로 k패션오디션에 지원해 당당히 최종 10인을 뽑는 수상자 대열에 올랐다. 현재는 같은 대학에서 패션디자인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디자이너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컬렉션 중에 가장 대표하는 아이템을 뽑으라면 바로 k패션오디션에 응모해 최종 장려상을 수상했던 ‘옵티컬 DTP 벌룬 실루엣 셔츠 드레스’입니다. 바로크의 미학을 담은 벌룬 실루엣에 최신 기술을 적용해 생산한 ‘100%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단’으로 만들었죠. 중세 유럽의 감성과 최신 기술의 퓨처리즘이 융합된 제품으로, 디자이너로서 제 자신의 철학을 담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현재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 한나신은 국내는 자사몰과 W컨셉에 입점돼 있고, 해외는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플랫폼으로 유명한 ‘낫저스트어라벨(Not Just A Label)’에 ‘Black Sheep’이라는 최고 등급을 받고 입점돼 있다. NJAL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인기스타, 스타일리스트, 패션 매거진 등에서 주로 방문하는 유럽에서는 꽤 유명한 플랫폼이다.
지난 6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류박람회에도 참가했다. 이곳에서 신한나 디자이너는 다양한 글로벌 바이어와 눈코 틀 새 없이 바쁘게 상담을 진행하는 등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신한나 디자이너가 올해 데뷔 2년 차의 신인인데도 짧은 기간 국내외 패션 업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이유는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화된 소재와 트렌디한 실루엣, 여기에 무엇보다 그녀가 가진 패션 디자인에 대한 세계관이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 한나신 슬로건, ‘Glamorous, sustainable Fashion with technology’
“한나신 브랜드의 슬로건은 ‘Glamorous, Sustainable Fashion with Technology’ 입니다. 한글로 풀어 쓰면 ‘기술이 융합된 매혹적인 지속가능한 패션’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서 글래머러스는 바로 제가 좋아하는 바로크 감성을 담은 과감하고, 과장된 실루엣을 표현한 것을 말하고요. 서스테이너블은 정제되고, 단순화하고, 덜어내는 생산 활동을 통해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활동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테크놀러지는 글래머러스하고 서스테이너블한 패션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지원하는 최신 기술을 뜻합니다.”

이처럼 한나신 브랜드의 슬로건인 ‘Glamorous, Sustainable Fashion with Technology’는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컬렉션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아이덴티티이면서 패션 디자인을 통해 추구하는 자신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
여기서 글래머러스와 서스테이너블이 서로 상충되는 의미로 느껴질 수 있는데 과거의 기술이 아닌 현재와 미래의 기술을 뜻하기에 그렇지 않다. 즉, 과거의 기술은 대량 생산, 파괴 등 환경을 해치는 역할의 의미가 컸다면 현재의 기술은 재생, 리사이클, 융합 등 오히려 환경을 지키고 보호하는데 쓰이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슬로건은 지난 3월 서울 동대문 DDP패션몰 5층에서 열린 하이서울패션쇼에서 선보인 컬렉션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당시 보여준 한나신의 ‘2023 FW 컬렉션’은 ‘공간의 빛(Light of Space)’을 주제로 건축가인 노먼포스터의 하이테크 아키텍처의 형식에서 받은 영감으로 디자인했다. 특히 하이 테크와 퓨처리즘을 친환경적으로 재해석한 허스트 드래핑듈 드레스, 가죽 재킷, 가죽 트림 미니 드레스 등의 지속가능한 패션은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올해 3월 하이서울패션쇼에서 주제 ‘공간의 빛’에 맞게 클레어보이언트, 첨단 건축재의 경량성, 공간의 다양한 변화를 컬렉션을 통해 표현했어요. 노먼포스터 건축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친환경, 즉 지속 가능성이라서 저의 컬렉션과 자연스러운 협업이 이루어졌죠. 재활용폴리에스터와 업사이클 가죽을 주요 원단으로 사용했고, 패턴 제작 과정에서도 3D CLO와 3D PRINT 기술을 활용해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 오는 9월 하이서울패션쇼, 10월 패션코드서 뉴컬렉션 선보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한나 디자이너는 패션 관련 단체와 기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8월 서울365패션쇼, 9월 하이서울패션쇼, 10월 패션코드에 모두 참가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지난 8월 13일 독립문에서 열린 서울365패션쇼는 신한나 디자이너를 비롯해 뮤젯즈의 유선희 디자이너, 한복 명장 김정아 디자이너가 함께 참여했다.
서울365패션쇼는 2016년부터 서울시와 아시아모델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패션쇼로 지금까지 서울역사, 청계천, 동대문, 박물관, 세운상가 등 서울의 다양한 문화공간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로써 인기를 얻어왔다. 이번 패션쇼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간 멈췄던 서울365패션쇼가 4년 만에 다시 재개돼 의미있는 행사로 해당 무대에서 신한나 디자이너는 자신의 슬로건을 반영한 컬렉션 패션쇼를 선보여 많은 박수갈채 속에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번 서울365패션쇼는 과거 광복 이후 70~80년대를 보여주는 패션쇼와 이후 2000년 이후 현재와 미래를 담은 뉴제너레이션 패션쇼, 그리고 한복 패션쇼로 나눠 열렸어요. 여기서 뉴제너레이션 패션쇼를 제가 맡았죠. 이번에도 글래머러스한 실루엣의 바로크적 미학과 레이저 커팅, 3D프린팅, DTP 등의 기술에 의한 퓨처리즘의 미학이 융합된 컬렉션을 선보여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뜻깊은 패션쇼였어요.”
그녀는 9월에 열리는 하이서울패션쇼와 10월에 열리는 패션코드에서도 변함없이 자신의 아이덴티티인 ‘Glamorous, Sustainable Fashion with Technology’를 반영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컬렉션의 주제는 ‘퓨처트레인(미래지형)’으로 변경하고, 이에 맞는 컬렉션을 준비해 뉴(NEW)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한나 디자이너는 “과거, 현재, 미래의 지형이 하나의 지형 안에 모두 남아 있다.”면서 “이 지형들이 가진 충돌하고, 파괴하고, 재생되는 것을 컬렉션을 통해 구현하고 미래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형의 특성인 풍화, 퇴적을 아이템 위에 표현하기 위해 그녀는 먼저 풍화의 경우 원단의 표피를 벗겨내는 방법으로 표현했고, 퇴적은 다시 벗겨낸 원단에 무엇을 얹어 놓은 것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방법으로 표현하는 등 실제감을 한층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컬렉션 주제인 퓨처트레인에 맞게 오는 9월 하이서울패션쇼에서는 미래 지형의 모습을 디자인에 담을 계획입니다. 그래픽 요소로 지형 모양, 등고선 등을 사용하고, 컬러도 지형에 있는 나무, 흙, 풀 등의 컬러를 사용합니다. 또 퓨처리즘을 강조하기 위해 발광원단, LED 등도 활용할 계획이어서 화려하고, 신선하고, 미래지향적인 컬렉션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신한나 디자이너는 이번 하이서울패션쇼와 패션코드 패션쇼에서는 리얼 가죽을 크게 활용한다. 여기에 전통적인 의상 제작 기법인 드레이핑, 가죽몰딩 등을 적용해 최종 제작할 방침이다.
리얼 가죽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신한나 디자이너는 “동물보호, 친환경 활동에 앞장서서 지지하는 사람 중에 한명이예요. 하지만 동물보호와 리얼 가죽을 사용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생각해요. 패션에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동물 도축을 하지 않는 게 아니더라고요. 가죽을 활용하지 않고 버려질 때 오히려 발생되는 쓰레기가 환경을 더 오염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리얼 가죽을 활용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드레이핑, 가죽 몰딩 등의 전통적인 의류 제작 기법뿐만이 아니라, 레어저 커팅, 3D프린팅, DTP 등의 최신 기술도 함께 사용함으로써 옛 기술과 최신 기술을 융합해 의상을 제작하고 있다.”면서 “전통적인 기법이라고 무조건 버리는 게 아니라, 환경에 도움이 되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할 수 있다면 보완해서 재사용하는 것이 한나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