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0월 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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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충격에도 ‘K-뷰티’ 더 커질 수 있는 이유!

수출 다변화·ODM 전략까지…체질 개선 가속화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사상 처음 2,00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열풍을 비롯한 K-컬처의 위상이 여행 수요를 견인했다. 이들은 지갑도 크게 열었다. 올 2분기 외국인의 국내 카드 사용액은 5조원을 돌파해 내수 판매액의 3%를 넘어섰다. 단순한 쇼핑객을 넘어 한국 유통·화장품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외국인의 쇼핑 목록 1순위는 단연 화장품이다. 과거 단체 관광객은 시내 면세점에 몰렸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20~30대 여성 자유여행객이 늘면서 올리브영, 다이소, 뷰티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가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랐다.

K-뷰티가 인기인 미국에서 ‘케데헌’이 유행인만큼 한국 화장품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자료=넷플릭스 캡처)

명동·홍대·성수에 자리한 올리브영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이미 30%에 달한다. 성수점은 개점 넉 달 만에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넘겼다. 매출의 70%가 외국인에게서 발생했다. 한국에서 경험한 K-뷰티는 귀국 후 역직구몰이나 현지 유통망으로 이어지며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다양한 국가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브랜드사들의 글로벌 전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리미엄부터 인디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로 H&B 채널과 서구권 시장을 동시에 공략 중이다.

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 1위 기업인 코스맥스는 인디 브랜드의 성장세를 타고 국내 수주가 견조하다. 하반기에는 미국 법인의 적자 폭 축소도 기대된다. 한국콜마 역시 경쟁 심화를 체감하지만, 대형 ODM으로서 인디 뷰티 성장의 수혜를 꾸준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피알은 올해 들어 주가가 200% 이상 뛰며 화장품 업종 시총 1위에 올랐다.
(사진=에이피알)

에이피알은 올해 들어 주가가 200% 이상 뛰며 화장품 업종 시총 1위에 올랐다. 또한 미국 매출이 사업계획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아마존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틱톡, 자사몰, 오프라인 울타 뷰티 매장으로 채널이 다변화 됐다. 미국 외에도 유럽, 중동에서의 확장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마케팅비 확대도 불가피하지만, 글로벌 영향력 있는 셀러브리티 마케팅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경험한 K-뷰티는 귀국 후에도 현지 유통망에서 사들이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사진=CJ올리브영)

◇ K-뷰티, 외국인 소비 폭발적 증가… 화장품 산업 새로운 도약 이끌어
유통업체도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여의도 더현대서울, 명동 본점을 외국인 관광 코스로 안착시켰다.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 수준까지 치솟은 점포도 있다. 일본이 그랬듯, 외국인 소비가 내수 성장률을 웃도는 효과를 낳으며 국내 유통사의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도 커졌다.

K-뷰티는 여행 기념품을 넘어 팬덤 기반의 소비재로 자리매김했다. 유통 채널은 면세점 중심에서 로드숍, H&B, 온라인으로 분산됐다. ODM 기업은 글로벌 인디 브랜드의 성장을 발판 삼아 몸집을 불리고 있다. 외국인 소비의 폭발적 증가가 한국 유통·화장품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고 있다.

이렇듯 호재만 쏟아지는 K-뷰티 산업이 악재를 맞았다. 지난 8월부터 미국이 한국산 화장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사실상 무관세로 누리던 혜택이 사라진 것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1억 8,382만 6,000달러(약 2,536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대미 화장품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23년 1월(-15.0%) 이후 처음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관세에 대한 부담으로 현지에서의 수입 물량이 감소한 데다 본격적인 상호관세 발효를 앞둔 6~7월 미리 물량을 늘렸던 것이 수출액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미국 ICE 홈페이지 캡처)

여기에 미국 조지아주에서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가 벌어졌고, 총 3,500억달러(486조원)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화 방안을 두고 양국이 갈등을 벌이면서 15%로 낮춰둔 상호관세가 25%로 복귀할 가능성까지 생겼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되면서 한국 화장품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사진=픽사베이)

◇ 관세가 부과돼도 미국·유럽 브랜드보다 저렴…경쟁력 뚜렷
이처럼 중차대한 위기 국면을 맞았지만, 정작 K-뷰티 업계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버틸만하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 업계는 수출액 감소는 일시적 현상일 뿐, K뷰티의 인기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높은 마진 구조다. 화장품은 원가율이 낮다. 브랜드사가 15% 관세를 모두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고도 흡수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소매가로 환산하면 3% 남짓”이라는 계산이 나오고 있다. 관세 부담을 전부 떠안더라도 가격 경쟁력은 크게 훼손되지 않을 거란 얘기다.

관세가 부과돼도 수요가 꺼질 조짐은 없다. 글로벌 리서치 하우스의 애널리스트들은 K뷰티를 ‘관세 탄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마진이 두텁고, 원가 구조가 유연해서다. 한국 제품은 이미 같은 카테고리의 미국·유럽 브랜드보다 저렴했다. 인상 여지가 있어도 경쟁력이 뚜렷하다.

한국 화장품은 마진이 높기 때문에 관세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K뷰티엑스포코리아)

두 번째 이유는 현지 벤더들의 태도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미국 주요 유통사들은 ‘관세는 우리가 감당할 테니 물량만 확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만큼 K-뷰티에 대한 확신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아마존, 틱톡, 울타 뷰티 등에서 K-뷰티가 소비자 유입을 견인하는 ‘트래픽 키워드’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세포라와 코스트코, 타깃은 티르티르, 달바, 뷰티오브조선 같은 국내 인디 브랜드와 입점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국면에서도 오히려 K-뷰티 브랜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관세 충격은 시간차를 두고 나타난다. 3분기부터 수출 물량이 미국 법인 재고로 잡히면서 매출원가에 반영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인보이스 밸류(수출 신고금액)’를 낮춰 신고하거나, 현지 마케팅비를 늘려 세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따라서 비용은 늘겠지만, 매출 성장률이 이를 상쇄해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개선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인디 브랜드들도 기회…벤더가 관세 떠안는 구조서 현지 입점 강화
흥미로운 점은 관세가 오히려 시장 재편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대 경쟁 국가인 중국 화장품은 가격대가 애매하다. 초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뷰티가 힘을 발휘하지만, 10~20달러 구간에서는 K-뷰티와 정면 승부가 어렵다. 이번 관세로 중국산 제품 입지는 더 좁아졌다. 결과적으로 미국 MZ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K-뷰티가 더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대형 뷰티회사들은 ‘선수출’로 리스크를 줄였다. 7월에 물량을 대거 보내며 재고를 쌓아뒀다. 인디 브랜드들도 기회를 잡았다. 벤더가 관세를 떠안는 구조에서, 현지 입점과 협상력이 오히려 강화된 것이다.

ODM 기업들은 생산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등은 미국·유럽 현지 법인을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일부는 현지 포장·라벨링 단계만 맡아 관세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실험 중이다.

물론 관세 변수는 15%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부터 800달러 이하 소액 소포에도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직구 천국’이 가능했던 제도가 사라지는 셈이다. 구매 금액이 800달러(약 111만 원) 이하라도 15% 혹은 80달러 중 하나를 반드시 내야 한다.

이는 K-뷰티의 주요 유통채널인 역직구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한국의 온라인 역직구 규모는 1조 7,225억원, 이 중 미국이 20%를 차지했다. 특히 K-뷰티는 미국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카테고리였다. 가격 장벽이 생기면 수요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업계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몰 전용 상품과 프로모션을 내놨다. 올리브영 역시 9월 말~10월 초 글로벌 세일을 예고했다. 직구몰은 배송비 할인, 사은품 증정으로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다만 아마존·구매대행 플랫폼에 올라온 물량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가격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치명적인 변수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뷰티 브랜드 대표는 “팬덤이 강한 K-뷰티 특성상 수요가 급격히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소비량이 줄고 단품 위주의 구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관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다변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 미국 관세 변화로 불확실성…K-뷰티, 유럽과 중동서 새로운 기회
미국에서는 조금 주춤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나쁘진 않다. 미국 시장이 관세와 제도 변화로 불확실성을 안게 된 사이, K-뷰티는 유럽과 중동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 화장품은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했고, 색조는 폴란드, 영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단순히 미국을 대체하는 시장이 아니다. 유럽·중동 소비자는 K-뷰티를 단순히 가성비 제품이 아니라 ‘한국적 감각’을 담은 프리미엄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독일 브랜드 ‘예쁘다(Yepoda)’, 핀란드의 ‘화랑품(Hwarang)’처럼 현지형 K-뷰티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뷰티 플랫폼 실리콘투 역시 규제 대응과 물류 인프라를 통해 유럽·중동 진출을 돕고 있다.

국내 ODM 역시 이 흐름을 발판으로 확장 중이다. 한국콜마는 인디 브랜드들이 동남아·중동 시장을 겨냥한 할랄 인증 제품을 늘리고 있다. 코스맥스는 뉴저지·중국·유럽 법인을 연결해 멀티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당분간 K-뷰티 열풍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CJ올리브영)

국내 유통 생태계도 든든하다. 올리브영의 분기 매출은 2분기에 1조 4,620억원으로 21% 성장했다. 점포당 매출은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끌어올렸다. 7월 외국인 입국자는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출의 외국인 비중은 25%를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방한객 80%가 올리브영을 방문한다는 내부 추정도 있다. ‘케데헌’ 열풍과 인바운드가 결합한 효과다. 다이소는 화장품 매대를 숍인숍 수준으로 키우며 인디 브랜드에 문호를 열었다. 이마트는 4,950원 전용 라인으로 중저가 셸프를 확장했다. 이렇듯 관세와 면세 폐지, 수출 다변화는 K-뷰티 산업에 분명 도전이지만 동시에 체질 개선의 기회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변화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자와 브랜드가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선 가성비와 한류라는 단순한 무기로는 계속 성장하기 어렵다”며 “지금의 충격을 산업 구조를 내실화할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4 두바이 뷰티 월드에 참여한 에이피알.
(사진=에이피알)

◇ 관세는 리스크가 아니라 레버리지…산업의 체질은 더 단단해질 것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제는 뚜렷하다. 첫째, 중저가 라인의 확장이다. 팬덤은 강하지만 가격 저항선은 존재한다. 10~20달러대 핵심 제품군을 지키고, 10달러 미만 입문 라인을 열어야 한다. ODM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빅2(코스맥스·한국콜마)의 안정성과 중견 ODM의 기동성을 병행해야 한다. 현지 생산·포장 단계 분산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벤더와의 파트너십 강화도 필수다. 세포라·울타·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망은 K-뷰티를 찾고 있지만, 관세 분담을 나누고 판촉 협업을 정례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인바운드-리테일-역직구의 선순환을 고도화해야 한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올리브영에서 경험한 브랜드를 귀국 후 직구몰에서 이어가는 루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관세 충격을 정면 돌파 중인 K-뷰티는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미국의 15% 관세, 소액 면세 제도의 폐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모두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산업의 체질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관세는 비용이다. 하지만 모든 비용이 악재는 아니다. 이번 조치는 시장의 ‘재배치’를 불러왔다. 중국 화장품의 입지는 좁아졌다.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는 가격대가 높아 여전히 접근 장벽이 있다. 그 사이, 합리적 가격과 차별화된 사용감을 갖춘 K-뷰티가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업계의 대응도 달라졌다. 과거라면 단기 매출 방어에 급급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대형사는 선수출로 충격을 흡수했고, 인디 브랜드는 벤더와의 협력으로 기회를 넓혔다. ODM 기업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고도화하며 변동성에 대응했다.

국내 유통사들은 인바운드 소비와 결합해 새로운 선순환 구조를 짰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실전 전략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글로벌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겹이 쌓여 있다. 하지만 K-뷰티는 이미 위기 속에서 성장을 경험한 산업이다.

한국 화장품은 한한령의 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다. (사진=CJ올리브영)

한한령, 팬데믹, 물류난을 모두 뚫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이번 관세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브랜드력, 제품력, 유통력의 내실을 다질 계기가 될 것이다.

결국 관세는 리스크가 아니다. 레버리지다. 지금 한국 뷰티 산업은 가격·제품·채널·지역의 네 축을 다시 맞추고 있다. 여기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만이 ‘넥스트 K-뷰티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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