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성공 이끈 브랜드숍…이제는 계륵같은 존재(?)

온라인서 동일 제품 파격 할인, 오프라인 ‘테스터’공간으로 변질... 폐업 사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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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브랜드 가맹점들이 온오프라인 불공정한 가격 등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19년 3월 ‘전국화장품가맹점주연합회’ 발족식이 열렸다. (사진=을지로위원회)

K-뷰티 중흥을 이끌던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위기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은 후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들의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으로 한국 화장품 기업과의 개별 교역의 기회가 줄어들었고, 이는 곧 브랜드숍의 위기로 다가왔다. 중국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서울 명동과 제주 바오젠 거리의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매출은 확 줄었고,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해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때부터 브랜드숍의 하락세는 시작됐고,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사드 문제가 터지기 전 서울 명동 거리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자주 방문했다. 특히 일명 보따리상이라고 하는 ‘다이공’들은 명동 화장품 시장에서 큰 손으로 통했다. (사진=웹이미지)

하지만 무엇보다 브랜드숍 점주들을 힘들게 하는 부분은 회사 가맹본부의 태도이다. 아모레퍼시픽 계열 아리따움·이니스프리·에뛰드 가맹점주들은 한동안 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본사가 온·오프라인 공급가를 다르게 책정해 가맹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온라인 마켓에서 가맹점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고, 이는 본사에서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일부 제품들은 가맹점주들이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가격보다 낮게 책정돼 놀라움을 안겨줬다.

온오프라인의 가격차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 (사진=SBSCNBC 방송 화면)

최근 소비 트렌드는 급격하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상황이고, 이는 화장품 브랜드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과거에 비해 현저히 오프라인 숍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방문한 사람 중에서는 제품을 구입하는 이들보다 테스트만 하고 가는 이들이 많았다. 화장품 브랜드숍이 일종의 ‘테스터’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소비자들은 숍에서 제품만 테스트하고, 정작 구매는 밖에서 모바일을 통해 진행했다. 같은 제품이지만 가격과 편리성 측면에서 훨씬 온라인 쇼핑이 낫기 때문이다. 더구나 집 앞까지 배송된다는 편의성까지 더해져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이들은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아모레퍼시픽 계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 토니모리 브랜드숍 등도 비슷한 경우로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가맹점주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2019년 6월 멀티 편집숍인 ‘눙크’(NUNC)를 런칭해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눙크는 미샤와 어퓨, 부르조아, 스틸라 등 에이블씨엔씨 관계 브랜드 외에도 시세이도, 하다라보, 캔메이크, 지베르니 등 전 세계 150여 유명 브랜드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멀티 편집숍이다. 미샤 가맹점주 A씨는 “미샤 브랜드숍 가맹점주들의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숍을 오픈했다는 것은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며 “미샤의 성장을 같이 한 브랜드숍인데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쿠팡에 올려져 있는 토니모리 제품 설명. 상단에 토니모리로부터 공급 받는 상품이라고 명시돼 있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토니모리의 경우도 기본 틀은 비슷하다. 하지만, 토니모리는 온라인 쇼핑 가격이 무너지는 것이 본사의 책임이 아닌 중간 밴더들의 ‘가격 파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쿠팡 ‘로켓배송’ 상품에 대해 파격적인 할인을 하고 있다. 이 가격 중에는 아모레퍼시픽 계열 브랜드숍처럼 가맹점이 받는 가격보다 낮은 금액에 올라간 제품들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토니모리는 본사 책임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쿠팡 로켓배송 상품들의 상세 설명에는 ‘이 상품은 토니모리로부터 공급받는 상품입니다’라는 문구가 버젓이 표시돼 있다. 쿠팡 측에 확인한 결과 토니모리 본사 측과 직접 거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니모리는 온라인 쇼핑과 직거래를 하고 있음에도 자신들이 밴더들로부터 피해를 보는 것처럼 설명했다.

토니모리 점주 B씨는 “이런 형태의 판매가 지속되면 가맹점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본사가 성의 있는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잘나갈 때는 ‘우리 식구’이고 못 나갈 때는 내팽개치는 것이 본사의 모습인가”라고 반문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사진=국회방송)

한편, 이와 관련 10월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가맹점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에이블씨엔씨 조정열 대표와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서경배 회장이 발열과 고열로 불출석해 논란을 일으켰다. 서 회장의 증상은 코로나19 증상과 유사함에도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불출석 사유로 제출한 진단서를 발급한 곳이 정형외과여서 의문을 샀다.

이에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10월 22일 열린 종합국감에 서 회장의 출석을 요구했고, 결국 서회장은 건강이 회복했다며 국감장에 나왔다. 서 회장이 이날 국감장에 나와 가맹점 상생 등에 대한 답변을 했지만 사전에 발언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었다는 눈길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0월 16일 아리따움 가맹점 협의체인 전국아리따움경영주협의회(전경협, 회장 남효철), 전국아리따움점주협의회(전아협, 회장 김익수)와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진행된 협약식에서 가맹본부와 전경협, 전아협 등 3개 주체는 60억원 규모의 지원을 포함한 7개 시행안에 합의했다.

시행안에는 각 가맹점에 대한 임대료 특별 지원과 재고 특별 환입, 폐점 부담 완화, 전용 상품 확대, 온라인 직영몰 수익 공유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협약을 맺은 아리따움 외 이니스프리, 에뛰드 가맹점주 협의회와도 상생 협약 체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국감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크다. 국감장에서 할 말을 만들어야 하는 서 회장의 입장에서 가맹점과의 상생안은 가장 시급한 부분이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가맹점과의 상생안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에이블씨엔씨는 국감장에서 가맹점주와 치열한 공방이 이뤄졌다. 에이블씨엔씨 조정열 대표는 미샤가맹점주협의회 권태용 회장과 서로 이견을 보이며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권 협의회장은 “본사의 가맹점과 온라인몰에 대한 차별적 정책으로 가맹점의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9월 한 달 매출이 120만원인데 월세가 260만원이었던 한 가맹점이 도저히 버틸 수 없다며 폐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도 있겠지만, 본사 이익만을 추구하는 온라인몰과 가맹점 간의 차별적 정책과 무리한 판매경로 확장이 (가맹점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미샤 주력 제품 7종이 올리브영에 입점하면서 오프라인 단독 브랜드 숍의 경쟁력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샤는 최근 공식 온라인몰인 눙크몰을 열고 올리브영 등에 주력 제품을 입점시키는 등 오프라인 판매 채널까지 확장해 가맹점의 타격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올리브영에 입점한 제품은 같은 가격에 가맹점보다 용량이 큰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이와 관련 “올리브영 입점은 벤더를 통해 진행되고 있어 본사의 권한은 없는 상태”라며 “거대 유통사에 진입하기 어려워 벤더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변 환경의 어려움을 거론한 조 대표는 “국감에 오기 전 가맹점주와 상생 노력을 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안타깝게도 좌절됐다. 돌아가 가맹점과의 상생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며 “K뷰티와 위기를 겪는 국내 화장품 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의원님들도 도와 달라”고 전했다.

현재 오프라인 단독 숍을 위주로 성장한 화장품 기업들은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대적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탓이 크다. 하지만, 그에 대한 어려움을 ‘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맹점주에만 안긴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