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져다 준 유통가 변화… 2021년도 험난한 도전

유통업계 올 한해, 유통법 개정 배송 전쟁•비대면 사업 개발 등 숙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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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유통가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겪어야만 했다. 연초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로 대형마트 등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들을 반복되는 셧다운을 겪어야 했고, 이는 곧 매출 타격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회에서는 대형 유통기업의 입지를 좁히려는 법안을 준비하는 등 올해 전망도 그다지 녹록치 않다.

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극복하려 하고 있다. 특히 유통 대기업들은 온라인 부문, 배송 시스템 강화 등 업그레이드를 통한 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편집자 주>

◇ 유통법 개정 추진ㆍㆍㆍ유통 대기업 “해도해도 너무해”

여당 중심 규제 일변도 법안 추진, 업계 “규제한다고 전통 소상공인 나아지지 않아”
대형마트, 강력 구조조정 추진… 일자리 사라질까 우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 시장을 방문한다는 사람은 전체의 5.81%로 조사됐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실시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목적대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진=이마트

지난해 유통 대기업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유통산업 규제 강화 법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은 정부와 여당이 규제 강화의 끈을 더욱 강하게 매는 것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 유통기업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여당의 규제 강화가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국회에 따르면 유통법 개정안 15개 중 소관 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소위 심사를 통과해 가결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의안 1개뿐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1월 23일부로 만료되는 전통상업보존구역 및 준대규모점포에 대한 현행 규제 존속기한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이다. 나머지 14개 의안은 소위 심사가 진행 중이거나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현재 심사를 앞둔 유통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전통시장 보호와 지역 소상공인 상생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대규모점포 출점 제한 대상에 대형마트 외 복합쇼핑몰 추가 및 백화점과 면세점의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대상 포함 △대규모점포 출점 제한 범위인 전통상업보존구역을 기존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반경 1km에서 20km 이내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다.

해당 법안은 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내용이다. 여당의 규제 강화 의지가 강력하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법안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지난해 9월 한국유통학회가 발표한 ‘유통규제 10년의 평가 및 대중소유통 상생방안’연구 결과에 따르면 8년간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기간 동안 소비자들은 주로 이커머스, 편의점, 식자재마트 등을 주로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형 슈퍼마켓과 전통시장을 이용하게 한다는 애초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결과이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통시장을 이용한다고 대답한 소비자 역시 전체 설문자수 465명 중 27명(5.81%)에 그쳤다. 또, 해당 조사 내용 중에는 대형마트 폐점 시 대형마트 반경 1km 이내 슈퍼마켓과 음식점, 소매업체들을 포함한 주변 점포에서는 1616명의 고용이 감소된다는 것도 있었다. 특히, 3km 내로 반경 확대 시 감소폭은 7898명으로 더 커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형마트 등에 규제를 가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사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과 이커머스의 급격한 성장으로 현재 대형마트는 위기의 연속이다. 이마트는 2019년 말 세일즈앤리스백 형태로 10개 점포, 지난 연말 가양점을 매각했다. 롯데마트는 롯데쇼핑 차원에서 마트뿐만 아니라 백화점까지 비효율 오프라인 매장 30%(약 200여개)를 구조조정하는 강도높은 쇄신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배 의원, “대형마트도 새벽배송 가능하게 하자”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영업제한 시간대에도 온라인 배송 제한을 풀어주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 기준에는 대형마트는 비영업시간에 배송을 할 수 없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형마트도 휴일배송과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법안 발의 이유와 관련해 이종배 의원은 “유통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온라인 쇼핑으로 급격히 쇼핑 트렌드가 넘어간 상황에서 의무휴업일에 온라인쇼핑 영업까지 제한하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특히 “의무휴업일 영업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이중소유통에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다른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소매업에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돼 기존 법안이 입법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실 이 법안이 통과되어도 당장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쿠팡, 쓱닷컴 등 이미 배송경쟁에서 앞선 기업들을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대형마트를 주변 지역 정도는 수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법 추진이 가시적인 성과보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난 법안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 중소상권이 침체되는 문제는 단순히 대형마트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현재의 유통구조와 흐름을 명확히 진단해 그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 배송에 사활 거는 유통업계

코로나로 비대면 소비 늘어나며 배송 중요성 높아져
롯데온·쿠팡·쓱닷컴 등 빠른 배송 위해 다양한 노력

지난 한해 유통업계는 코로나 확산 등으로 비대면 사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이러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배송 경쟁력이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고객니즈 충족을 위해 더 빠른 배송을 위한 물류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지난해 주요 업체들은 배송 역량 강화를 위해 물류 인프라 구축과 배송 서비스 차별화에 나섰다. 먼저 롯데쇼핑은 지난해 4월 말 7개 계열사인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하이마트의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한 ‘롯데온’을 출범시켰다.

유통업계의 배송 시스템 확충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각 업체들은 물류센터 구축 등 더 빠른 배송을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쓱닷컴

롯데온은 자사 통합 쇼핑몰을 통해 초개인화의 맞춤형 쇼핑을 강조했지만 배송 시스템 개편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롯데백화점을 중심축으로 한 ‘바로배송’, 롯데슈퍼의 인프라를 활용한 ‘새벽배송’ 등 롯데그룹 내 기존 7000여 개 매장을 적극 활용하는 내용의 계획은 ‘배송이 경쟁력’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특히 바로배송에 중점을 두고 ‘신선식품 2시간 내 배송’을 도입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와 함께 롯데는 그룹 물류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통해 배송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2년 완공 예정인 중부권 메가 허브 터미널을 비롯해 2021년 영남권 물류통합센터, 2022년 여주의류통합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3곳 센터 투자비만 약 5,500억 원에 달한다.

쓱닷컴의 물류 창고인 쓱닷컴 네오 전경.
사진=쓱닷컴

신세계 계열사 쓱닷컴은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콜드체인이 가능한 전기배송차를 도입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그 동안 온도에 민감하지 않은 일반 택배 화물차 등이 전기차로 운영된 경우는 있었지만 전기 소모량이 높은 냉장·냉동 차량은 기술력의 한계로 구현하지 못했다.

특히 전기 배송차는 기존 경유차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하루 약 56% 가량 줄일 수 있어 필환경 트렌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새벽배송 역량 강화를 위해 현재 경기권에만 3곳이 있는 물류센터를 2023년까지 전국 11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루 배송량도 현재 2만 건에서 26만 건까지 늘린다는 복안이다.

쿠팡은 기존 로켓배송, 당일배송 서비스에 오픈마켓 서비스 입점 판매자들의 배송 역량까지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쿠팡은 배송 규모가 작은 영세 판매자를 지원하기 위한 ‘파트너 캐리어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였다. 프로그램을 신청한 쿠팡의 오픈마켓 ‘마켓플레이스’ 판매자는 매월 500건까지 최저 수준 비용으로 ‘한진원클릭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쿠팡은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최근 2년간 물류 인프라에 약 5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지난해 대전, 충북 음성, 전남 광주, 경북 김천, 충북 제천 등에 첨단 물류센터를 건립했다. 물류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업체들은 물류 회사와 협업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새벽배송 서비스 ‘투홈’을 론칭하며 범 현대가인 현대글로비스와 배송 위탁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약점으로 평가받던 물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백화점의 새벽 배송을 위해 구축한 경기 김포 전용 물류센터를 현대글로비스가 맡아 운영하고 배송까지 담당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배달 붐이 일자 주요 업체들도 시장 진입에 적극적이다.

롯데슈퍼는 잠실점에서 최근 신규 배달서비스 ‘퇴근길 1시간 배송’을 선보였다. 시범운영 지역인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프리미엄슈퍼를 거점으로 반경 2㎞ 내 고객에게 간편식, 생필품 등 500여 종을 즉시 배달한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은 물류 스타트업 ‘고고엑스’와 손잡고 배송망을 확보했다. 고고엑스는 이륜차와 자전거 등을 이용하는 일반인 배달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1시간 배달 서비스에 고고엑스의 배송기사를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백화점투홈’을 통해 백화점 전문 식당가나 델리 브랜드매장에서 즉석 조리한 식품을 집으로 직접 배달하는 ‘바로투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점포 인근 3㎞ 내 지역을 배달 장소로 지정해 상품을 주문하면 1시간 내로 배달해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언택트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배송은 유통업계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유통업계의 배송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 코로나19가 바꾼 풍경… 식품街, 건강함에 간편함 추구

코로나19 영향, 내식 수요 늘어 간편식, 밀키트 시장 확대
건강관리 수요 늘어… 건강식 시장 확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건강을 생각하는 식단이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식품업계도 다양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내식 문화가 활발해지면서 HMR(가정 간편식) 제품과 밀키트(반조리 식재료)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외식업계는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HMR 시장진출을 모색하고, 식품업계도 적극적인 HMR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집밥족들이 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도 성장하는 추세이다. 사진은 CJ제일제당의 간편식 더비비고. 사진=CJ제일제당

업계에 따르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밀키트 제품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2017년 기준 15억에 불과했던 시장규모에 비해 급격하게 성장한 규모이다. 이마트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피코크 밀키트 전체 매출 신장률은 24%를 차지했다.

반조리 식재료인 밀키트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사진=이마트

밀키트의 최대 강점은 손질된 식자재로 요리 시간을 대폭 줄이고, 추가 조리과정 없이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완성할 수 있는 점이다. 또한 가격 경쟁력도 장점으로 꼽힌다. 밀키트 제품과 식자재를 구입해 만드는 비용을 단순 비교하면 밀키트 제품의 단가가 높지만 남는 식자재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경제적일 수 있다.밀키트 시장이 차세대 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식품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4월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론칭하고 이색 제품을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하반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CJ제일제당은 쿡킷 밀키트 센터를 신설을 검토하는 등 점유율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동원홈푸드가 2019년 런칭한 맘스키트도 2020년 1분기 밀키트 관련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0% 성장하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SSG닷컴도 지난해 말 밀키트 매출 구성비를 현재보다 2배 이상 늘리고, 맞춤형 신규 상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롯데마트(요리하다), 이마트(피코크 밀키트), 한국야쿠르트(잇츠온), 현대백화점(셰프박스) 등 업계 전반에서 HMR 시장에 진출하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지속… 건강식 찾는 이들 늘어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건강을 강조한 ‘헬스 푸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다. 1인 가구와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해 ‘사서 먹는 음식’에서도 건강한 음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단백질 강화’식품이 최근 식품업계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오리온의 뉴트리션 바 2종은 최근 1년간 누적 판매량 3,200만 개를 돌파했다. 50g 바 1개에 달걀 2개 분량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건강’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에도 출시, 4개월여 만에 1200만 개를 판매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건강을 강조한 ‘헬스푸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은 매일유업의 셀렉스. 사진=매일유업

매일유업도 ‘마시는 프로틴’셀렉스 시리즈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동후디스와 파스퇴르 등 다른 유업체들도 단백질 강화 제품을 선보였다. 일동후디스는 산양유 단백질 등 5가지 동·식물성 단백질을 담은 보충제 ‘하이뮨’을 런칭했다. 롯데푸드 파스퇴르도 케어푸드연구회와 손잡고 성인용 단백질 강화 영양식 ‘닥터 액티브’를 출시했다.

남양유업의 하루근력

남양유업은 고령친화식품 ‘하루 근력’을 선보이며 단백질 강화식품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비혼과 딩크족 등으로 인해 출산율이 낮아지며 유아용 분유를 제조하던 업체들이 ‘단백질 강화’파우더를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다.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단백질 강화식품을 내놓는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 등 변화하는 인구 분포와도 무관하지 않다. 인구 고령화 현상이 눈에 띄면서 고령층의 영양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시니어푸드’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가정간편식 제품도 맛뿐만 아니라 고단백, 저지방, 저탄수화물, 글루텐프리 등 소비자들의 건강 기호를 고려한 프리미엄 HMR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더 비비고’를 선보였다. 기존 제품 대비 나트륨 함량을 25% 이상 낮추고 단백질·식이섬유 등은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