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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리테일의 생존 병기, ‘AI 인프라’가 결정하는 수익의 질

구매 확신과 제조 효율을 관통하는 실무형 테크 시스템 구축 가속화

국내외 패션 유통 시장은 AI를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재정의하고 있다. 과거의 AI가 마케팅용 전시성 기술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리테일러들은 이를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영업 인프라’이자 재고 리스크를 줄이는 ‘공급망 통제 도구’로 활용하며 수익 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소비자의 디지털 경험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유통사의 전략 역시 파편화된 기술 도입이 아닌, 시스템 전반의 디지털 전환(DX)으로 수렴되는 양상이다.

(사진=LF)

프리미엄 라인의 ‘데이터 기반 확신’ 전략
온라인 패션 유통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최대 요인은 낮은 구매 전환율과 높은 반품률이다. 특히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소비자가 느끼는 ‘실착 불확실성’은 구매의 결정적 장애물이 된다. LF가 전개하는 영국 헤리티지 브랜드 바버(Barbour)는 이러한 리테일의 본질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가상 착장 솔루션 ‘옷똑 VTON’을 전격 도입했다.

해당 서비스는 단순히 옷을 입혀보는 흥미 위주의 기능을 넘어, 의류의 패턴, 질감, 실루엣을 AI가 정교하게 계산해 실측에 가까운 결과물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아우터 구매 전 소비자가 겪는 심리적 저항선을 기술로 제거함으로써, 플랫폼 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최종 결제까지의 리드타임을 단축시키는 실질적인 리테일 운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 재정의…콘텐츠가 주도하는 통합 판매 모델
리테일의 또 다른 축인 오프라인 매장 역시 AI를 통해 운영 문법을 바꾸고 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진행된 골프 고객 초대회는 전통적인 물리적 연출 방식에서 탈피해 AI 기반 콘텐츠가 판매를 견인하는 새로운 리테일 모델을 입증했다. 패션 AI 플랫폼 빔스튜디오(VIIMstudio)는 지포어, PXG 등 8개 프리미엄 브랜드의 신상품을 AI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현장에 공급했다.

(사진=신세계)

이 사례는 전통적인 패션쇼가 가졌던 막대한 제작비와 시공간적 제약을 AI로 상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 방문 고객은 AI 영상을 통해 브랜드의 감성을 집약적으로 경험한 뒤 실물 제품을 확인하는 ‘콘텐츠-경험-구매’의 유기적 흐름을 경험했다. 백화점과 브랜드 입장에서는 단기간 내 다수 브랜드의 고품질 마케팅 소스를 확보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 판매처가 아닌 기술 기반의 미디어 커머스 공간으로 진화시킨 셈이다.

국가 주도 디지털 공급망의 실질적 가동
리테일 테크의 종착지는 결국 제조와 수요의 간극을 줄이는 공급망 최적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KOIA)가 추진하는 ‘2026 섬유패션 수요-제조간 AI 활용 디지털 공급망 구축’ 사업은 이러한 산업적 요구를 반영한다. 연간 20억 원 규모의 국고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비전 AI 기술을 봉제 및 제조 현장에 이식하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원 사업은 수요 기업과 봉제 기업을 연결하는 컨소시엄형부터 OBM, ODM 성장 유망 기업까지 체계적으로 설계되었다. 이는 개별 기업의 파편화된 기술 도입을 넘어, 기획-제조-납품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전체를 AI로 연결하려는 구조적 변화다. 유통사는 이를 통해 정교한 수요 예측 데이터를 확보하고 과잉 생산에 따른 재고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운영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현재 패션 산업이 마주한 변화는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리테일 운영 체제(OS)의 교체로 해석되어야 한다. 향후 유통사와 브랜드의 경쟁력은 기술 도입 그 자체보다,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리테일 현장의 문제 해결에 얼마나 정교하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구축한 디지털 공급망과 초개인화된 구매 경험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패션 리테일은 비로소 저성장 기조를 극복할 실질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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