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3월 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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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들 담합…외식·식료품 물가 천정부지

담합 규모 무려 10조 원대, 멍들어가는 서민 식탁

잠시 주춤하나 싶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고개를 들었고, 그 중에서도 외식 물가와 식료품 물가는 서민들이 체감하기에 공포 수준에 이르렀다. 점심 한 끼에 1만 원은 기본이고, 국민 간식이라 불리던 김밥 한 줄마저 5000원을 넘는 시대다. 이러한 ‘고물가’의 파고 속에서 서민들은 지갑을 닫았다.

이른바 ‘서바이벌 다이닝(Survival Dining)’이라는 서글픈 생존형 소비 트렌드에 내몰리고 있다. 한끼 외식을 할 때도 마치 ‘서바이벌 게임’을 하듯 따져보는 소비행태가 확산하면서 식당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고통의 배후에 거대 기업들의 ‘담합’이 있었다는 사실이 하나 둘 드러나며 전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설탕과 밀가루, 우리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기초적인 원재료를 두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수년간 가격을 조작해온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원재료 가격이 내렸는데도 설탕 가격 인하를 미루는 등 가격을 짬짜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CJ제일제당)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사 결과, 이들의 담합 규모는 무려 10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히 기업 간의 이익 다툼이 아니라, 국가 구성원 전체의 주머니를 털어 자신들의 배를 불린 ‘민생 범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월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설탕 시장을 장악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이른바 ‘제당 3사’에 대해 총 4083억 1300만 원이라는 유례없는 과징금 폭탄을 투하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약 4년간 국민의 필수 감미료인 설탕 가격을 두고 추악한 거래를 이어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제당 3사는 원재료인 국제 원당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상승분을 한 시라도 빨리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해 실행에 옮겼다. 놀랍게도 이들은 총 8차례의 가격 변경 과정에 서 6차례의 인상을 단 한 번의 오차도 없이 미리 짬짜미 했다. 반대로 국제 원당 가격이 하락 하는 시기에는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철저히 방어벽을 쳤다.

제당 3사가 임원들이 주고받은 문자.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제당 3사가 담합을 통해 올린 관련 매출액만…3조 2884억
인하 폭을 실제 하락 분보다 훨씬 적게 잡거나, 인하 시기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당 3사가 담합을 통해 올린 관련 매출액만 3조 2884억 원에 달한다. 이들의 담합은 우발적인 합의가 아니라 매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은 대표이사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심지어 실무 영업팀장급까지 직급별로 촘촘한 ‘짬짜미 연락망’을 가동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영업팀장들은 한 달에 많게는 9차례나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각 거래처에 통지할 가격 인상안을 조율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거래처 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대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나머지 회사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식을 취했다. 만약 어떤 수요처가 가격 인상에 강력히 저항할 경우, 제당 3사는 공동으로 공급을 압박하며 가격 인상을 수용하게 만드는 등 시장의 경쟁 원리를 무시했다.

이에 공정위는 통상적인 담합 사건에 적용되는 10%의 부과 기준율을 넘어, 법정 최고 수준에 가까운 15%의 기준율을 적용해 총 4083억 1300만 원이란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2010년 LPG 담합 사건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개별 기업당 평균 과징금은 1361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당 3사’에 대해 총 4083억1300만원이라는 유례없는 과징금 폭탄을 투하했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곧이어 드러난 밀가루 담합 사건은 그 수법의 대담함과 파렴치함 면에서 국민들에게 더 큰 허탈감을 안겼다.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국내 주요 제분업체 6곳은 202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밀가루 가격 변동 여부와 시기를 서로 협의해 결정했다.

이들이 담합한 규모는 설탕보다 훨씬 큰 5조 9913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가격 인상 순서를 정할 때 ‘사다리 타기’식의 행태를 보였다. 특정 업체가 먼저 가격을 올리면 마치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 업체가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함이었다.

내부적으로는 “공선생(공정위)에게 들키면 안 되니 당분간 연락을 자제하자”거나 “비밀 방을 만들어 대화하자” 등 범죄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은밀한 지령을 주고받았다. 이런 조직적 짬짜미의 결과, 밀가루 가격은 담합 전보다 최고 42.4%나 폭등했다. 빵, 라면, 국수 등 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음식들의 기초 원재료값이 이렇게 왜곡됐으니,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지 않을 재간이 없었던 셈이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 제분업체 대표이사를 포함한 20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총 52명을 재판에 넘겼다.

설탕은 식품의 맛과 식감을 향상하고 보존성을 높이는 핵심 식자재 중 하나다. (사진 픽사베이)

◇ 빵값, 최근 3년 새 40% 넘어…아시아 국가 중에서 1위라는 불명예
담합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된 행위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 40조 제1항 제9호는 다른 사업자(그 행위를 한 사업자를 포함)와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 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부당한 공동행위금지 조항’이다. 금지한 이유가 있다. 어떤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가 다수 존재하더라도 이들이 상호 공모하여 공동행위를 하게 되면, 가격·품질 등 에서 상호 경쟁할 필요도 없이 시장을 자기들의 의사에 따라 지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한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과 동일한 효과로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공정한 경제질서를 저해할 수 있는 효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이번 설탕·밀가루 기업들의 담합은 단순한 숫자의 놀음이 아니었다. 서민들의 실생활을 파괴하는 직접적인 흉기다. 두 기초 식자재 시장이 담합으로 오염되면서 그 여파는 식품업계 전반으로 들 불처럼 번져나갔다.

일명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빵값은 최근 3년 새 40% 넘게 올랐고, 한국의 빵 가격은 전 세계 11위,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1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취약계층에게는 그야말로 생존의 위협이 된 것이다.

설탕은 식품의 맛과 식감을 향상하고 보존성을 높이는 핵심 식자재 중 하나다. (사진 픽사베이)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의 67.2%가 재정 상황이 악화할 경우 가장 먼저 줄일 항목으로 ‘외식비’를 꼽았다. 의류비나 문화·여가비보다도 외식비를 먼저 줄이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이라는 건 국민들이 느끼는 먹거리 물가 부담이 한계치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외식물가지수 상승률은 최근 5년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2022년 7.6%, 2023년 6.0% 등 폭등세를 기록한 외식 물가는 2024년 3.1% 상승하며 한 풀 꺾였지만, 3년 연속 3% 이상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 2025년에도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약 3.0%~3.2% 수준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2.4%)보다 높게 상승하며 먹거리 체감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의 고통도 극에 달해 있다. 끝도 없이 오르는 재료비와 임대료,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직원들을 내보내고 나홀로 영업을 하거나, 결국 은행 빚을 갚지 못해 폐업하는 가게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재료를 공급하는 대기업이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했다는 사실은 자영업자에게 배신감을 넘어선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업체들이 뒤늦게 설탕· 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인하하긴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곰표로 유명한 대한제분은 밀가루 담합 이슈에 적발됐다. (사진 현대백화점)

◇ 적발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뒤돌아서면 또다시 ‘짬짜미’ 유혹
문제는 대한민국의 유통업계 담합 역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란 점이다. 라면, 우유, 치킨, 아이스크림부터 아파트 가구와 교복에 이르기까지 서민 생활과 밀접한 거의 모든 품목에서 담합은 독버섯처럼 피어올랐다.

지난 2012년,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 4사가 10년간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135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1위 업체인 농심이 가격 인상률을 결정하면 나머지 업체들이 순차적으로 뒤를 따르는 구조였다. 그런데 2015년 12월, 대법원은 10년간 담합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과징금 정당)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농심을 비롯한 라면업체의 담합을 적발했다. (사진 농심)

법원은 업체 간 유사한 가격 인상이 단순한 ‘정보교환’이나 시장 선도자(농심)를 따르는 ‘가격 모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결국 과징금 취소 판결이 내려지는 반전이 있었으나, 소수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 구조가 얼마나 담합에 취약한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빙그레, 롯데제과, 롯데푸드, 해태제과식품 등 빙과업계 4사는 2016년부터 4년간 아이스크림 가격과 편의점 ‘2+1 행사’까지 담합했다.

이들은 서로의 거래처를 뺏지 않기로 약속하고, 콘과 컵 등 유형별로 가격 인상을 합의했다. 공정위는 135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최근 2025년 11월 대법원은 이들의 유죄를 최종 확정했다. 하림을 비롯한 16개 육계 업체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45차례나 담합을 저질렀다.

신선육의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병아리를 폐기하거나 출고량을 조절하는 등 수법도 악랄했다. 치킨 가격이 2만 원을 훌쩍 넘게 된 배경에는 이런 10년 이상의 장기 담합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이들에게는 총 1758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우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남양유업, 서울우유, 매일유업 등 12개 업체는 지난 2008년 원유가가 오르자 일제히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하림도 과거 닭고기 값 담합을 벌여 논란이 됐다. (사진 하림)

심지어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덤 증정’ 행사까지 중단하기로 합의하는 등 시장 경쟁을 원천 봉쇄했다. 당시 188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으나, 이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랐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먹거리뿐만이 아니다.

한샘 등 가구업체들은 아파트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10년간 담합해 온 사실이2024년 대규모로 적발됐으며, 광주 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교복 대리점들은 학교 입찰에서 ‘사다리 타기’ 등으로 낙찰자를 정해 학부모들의 허리를 휘게 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인당 약 6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적발될 때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이지만, 뒤돌아서면 또다시 ‘짬짜미’의 유혹에 빠지는 기업들. 왜 우리 경제에서 담합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왜 매번 그들에게 ‘솜방망이 처벌’만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국내 주요 우유업체 12개사가 우유 가격을 담합해 인상하고 덤 증정 행사를 중단한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사진 남양유업)

◇ 설탕·밀가루 담합 사건…‘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 위력 발휘
가장 큰 문제는 담합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담합이 극도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탓이 크다. 이메일, 메신저, 비밀 회동 등을 통해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애쓰기 때문에 외부에서 이를 포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도입된 게 바로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다.

담합에 가담한 기업 중 가장 먼저 자백한 업체에게 과징금을 100% 면제해 주는 이 제도는 담합을 깨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런데 완전 무결한 제도는 아니다. 동시에 거대 기업들의 ‘면죄부’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이번 설탕·밀가루 담합 사건에서도 리니언시는 위력을 발휘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과 대한제당 등은 리니언시를 통해 구속 기소를 피하거나 추후 과징금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을 주도하며 가장 큰 이익을 챙긴 업체가 정작 처벌은 가장 가볍게 받는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리니언시 제도가 담합 적발 건수를 늘리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CJ제일제당 등 이른바 주요 제당회사가 담합을 벌였단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 CJ제일제당)

1999~2004년 연평균 13건이던 과징금 부과 건수는 제도 개선 이후 27.5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를 보험처럼 활용하며, 담합으로 수천억 원의 수익을 올린 뒤 적발될 것 같으면 자수하여 과징금을 면제받는 행태가 반복 되면서 “정의롭지 못하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담합 과징금 수준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최근 5년간 담합으로 거둔 부당 매출액은 91조원을 넘었지만, 실제 부과된 과징금은 2조 원대에 불과하다.

매출 대비 과징금 부과율이 겨우 2.5% 수준인 것이다. 실제 법은 담합으로 인한 매출의 10~20%를 과징금으로 매기기로 돼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이는 기업들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으면 곧바로 대형 로펌을 앞세워 ‘불복 소송’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 지루한 법정 공방은 보통 대법원까지 3~5년씩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온갖 논리를 동원해 과징금을 깎아낸다.

“담합으로 인한 매출액 산정이 너무 넓게 잡혔다”거나 “담합 기간이 모호하다” 심지어 “업황이 나빠 회사가 어려우니 봐달라”는 식의 읍소 전략이 법원에서 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처음 공정위가 발표했던 서슬 퍼런 금액은 최종 판결에서 반토막 나기 일쑤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싼 수임료를 주고 로펌을 선임하더라도,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깎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일종의 ‘수지맞는 투자’가 돼버린 셈이다.

결국 담합으로 얻는 부당 이익은 천문학적인데 반해, 소송 끝에 내는 최종 벌금은 ‘껌값’ 수준에 머물다 보니 기업들이 담합의 유혹을 뿌리칠 이유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라면업계의 담합 사건은 대법원 최종 판결로 없던 일이 됐다. (사진 오뚜기)

◇ 반복되는 담합 끊어 내기 위해서는…근본적인 ‘체질 개선’ 필요
미국과 유럽은 다르다. 미국은 담합으로 인한 부당 이득이나 피해액의 최대 2배를 과징금으로 매기며, 가담한 기업인은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해당 기업의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정을 두고 있다.

아예 해당 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회사가 문을 닫을 정도로 가혹한 처벌을 내리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담합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기준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에 불과하다. 10조 원 규모의 담합을 저지르고도 벌금이 2억 원이라는 것은 시장 질서를 수호해야할 법률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바꿔야 할 부분도 많다. 일단 법원의 태도가 문제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정위가 어렵게 부과한 과징금도 법원 소송을 거치며 깎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18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돼 실제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 판결에서 상한선이 적용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경직되고 온정적인 사법적 판단이 기업들의 ‘배짱 담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기업들의 담합이 극도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탓에 적발이 쉽지 않다.(사진 픽사베이)

반복되는 담합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처벌의 실효성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과징금 부과율을 지금보다 더 상향하고, 담합을 주도한 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담합이 ‘남는 장사’가 아니라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자살 행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리니언시 제도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1순위 자진신고자라 하더라도 상습범이거나 시장 지배적 사업자일 경우에는 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하거나 제외하는 ‘삼진아웃제’ 도입이 시급하다. 이번 설탕·밀가루 사건처럼 반복적으로 담합을 저지르는 기업들에게 리니언시는 더 이상 방패가 돼서는 안 된다.

리니언시 제도가 담합을 적발하는 ‘고육지책’임을 감안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담합을 저지르는 상습범들에게까지 무분별하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구조의 개혁도 병행돼야 한다. 담합이 빈번한 품목들의 공통점은 소수 대기업이 시장의 80~90%를 장악한 독과점 구조라는 점이다. 설탕 시장의 경우 30%에 달하는 높은 관세 장벽이 경쟁사의 진입을 막아 결과적으로 담합의 토양을 제공했다.

유통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진입 장벽을 낮춰 실질적인 경쟁이 일어나도록 유도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도 활성화해야 한다.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한 천문학적인 배상액이다.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를 보다 쉽게 입증하고 배상받을 수 있도록 입증 책임의 전환이나 집단 소송 절차의 간소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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