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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4월 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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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시간을 입은 ‘힙’ 인천 개항로 ‘뉴트로 성지’로 부활

‘올드 앤 뉴’, 노포와 청년이 만든 경험형 상권의 탄생

인천 중구 경동, 과거 ‘싸리재’라 불리던 개항로에 들어서면 묘한 감각의 충돌을 경험하게 된다. 빛이 바랜 간판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건물들 사이로, 최신 유행을 입은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기 때문이다.

마치 서로 다른 시대가 한 공간 위에 겹쳐진 듯한 이 풍경은 개항로가 가진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은 한때 ‘인천의 명동’으로 불리던 핵심 상권이었다. 웨딩드레스 거리와 가구 거리로 대표되며 지역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했지만, 2000년대 들어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상권의 무게 중심은 빠르게 이동했다.

남겨진 원도심은 점차 활력을 잃었고, 개항로 역시 비어 있는 점포들이 늘어나며 한동안 ‘죽은 거리’로 불렸다. 그러나 지금의 개항로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배다리 사거리와 경동 사거리 사이 약 600m 구간의 직선 도로와 인근 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상권은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전면에 내세운 ‘로컬 브랜딩’의 대표 사례로 떠올랐다.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 목적지형 상권으로 성장하며 인천을 대표하는 ‘뉴트로 성지’로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인천 개항로 상권은 배다리 사거리와 경동 사거리 사이 약 600m 구간의 직선 도로와 인근 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 ‘재개발’이 아닌 ‘재생’…개항로가 선택한 해법
개항로의 변화는 일반적인 상권 개발 공식과는 결이 다르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시설을 들이는 방식보단 오래된 공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덧입히는 ‘재생’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이 거리 곳곳에는 과거의 용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비인후과로 사용되던 건물은 카페로, 서점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여관은 감각적인 LP바로 변신했다. 하지만 외관과 구조는 크게 손대지 않았다.

낡은 벽면과 간판, 공간의 비율까지도 그대로 살려두며 시간의 흔적을 하나의 자산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개항로 프로젝트’가 있다. 지역의 가능성에 주목한 기획자들이 모여, 단순한 상권 활성화가 아닌 ‘로컬의 재해석’을 목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 브라운핸즈 카페 오픈을 시작으로 하나둘 공간을 확장해 나갔다.

현재는 수십여 개 매장이 이곳 일대에 자리 잡으며 개항로는 이전과 다르게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로컬 크리에이터. 이들이 주목한 것은 ‘새로움’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공간의 맥락, 지역 장인의 기술, 그리고 인천이라는 도시가 가진 스토리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개항로는 오랜 기간 슬럼화된 지역에서 예쁜 공간이 모인 거리를 넘어, 이야기와 경험을 소비하는 콘텐츠형 상권으로 변화하게 됐다.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와 이창길 대표가 협업해 만든 개항로 맥주는 인천의 대표 맥주이자 현재 인천 일대 300여 곳에 공급되고 있다.

◇ 노포와 청년, ‘올드 앤 뉴’가 만든 경쟁력
개항로 상권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존’이다.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노포와 새로운 감각을 가진 청년 기획자들이 대립하는 대신 협업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 상권에는 4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점포들이 60곳 이상 존재한다. 한때는 낡고 오래됐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공간들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개항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항로 맥주’다. 이 제품은 단순한 지역 특산 맥주가 아니라, 상권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다. 맥주 포스터 광고에는 연예인 대신 이 거리에서 오랜 시간 일해온 장인이 모델로 등장한다. 과거 인천 개항로에서 극장 간판을 그리고, 현재 페인트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명선 장인이 그 주인공이다. 지역의 역사와 진정성을 담기 위해 유명 연예인 대신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로컬 장인을 모델로 기용한 것이다.

또 목간판을 제작해온 ‘전원공예사’ 전종원 장인의 글씨를 개항로 맥주의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는 등 지역에서 활동해온 인물들의 인생 서사를 브랜드 스토리로 확장했다. 이러한 방식은 복제 불가능성을 만들어낸다.

단순히 공간을 꾸미는 것만으로는 따라 할 수 없는, 지역에 축적된 시간과 사람의 이야기가 결합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쫄면의 발상지로 알려진 광신제면소와 협업해 탄생한 ‘개항면’은 지역의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담아낸 사례다. 개항로가 ‘로컬 기반 콘텐츠’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공간 연출을 넘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상권의 경쟁력을 만든다.

지난 2018년 브라운핸즈 카페 오픈을 시작으로, 개항로는 ‘뉴트로 성지’로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 세대와 취향의 교차…‘힙함’을 넘어선 로컬 생태계
개항로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방문객의 구성이다. 특정 연령대나 취향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 다른 세대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독특한 소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의 향수를 찾는 중장년층은 이곳에서 익숙한 연령층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개항로가 지향하는 공존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한 풍경과 맛을 발견하고, 20~30대는 ‘뉴트로’ 감성을 경험하기 위해 개항로를 찾는다. 노포에서 식사를 하는 가족 단위 방문객 옆으로 감각적인 카페를 찾은 젊은 층이 줄을 서는 풍경은 이 상권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최근에는 20대 여성과 커플 방문객의 유입이 늘어나며 소비층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중장년층 중심의 상권이었다면, 현재는 전 세대가 함께 소비하는 ‘혼합형 상권’으로 변화한 것이다.

개항로통닭은 지역의 기억과 정서를 공간으로 풀어내며 세대 간 경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개항로는 힙한 거리로 변화하는 동시에 공간 자체가 하나의 경험으로 작동하는 상권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항로통닭’이다. 이곳은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지역의 기억과 정서를 공간으로 풀어낸다.

매장 내부에는 인천의 과거 모습을 담은 사진과 소품들이 배치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지역의 시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러한 공간 연출은 세대 간 경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한 기억을 환기시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콘텐츠로 소비된다. 실제로 이곳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게 어우러진다.

이처럼 개항로는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사람과 경험이 축적되는 구조로 작동한다. 상권 내부에서는 브랜딩, 공간 기획, 콘텐츠 제작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로컬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단순히 점포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확장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개항로 상권에는 4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점포들이 60곳 이상 존재한다.

◇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개항로, 남은 과제는 ‘지속 가능성’
이 같은 흐름은 개항로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확장시킨다. 개별 매장이 아닌 거리 전체가 브랜드로 기능하며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특정 상품이 아니라 경험과 서사를 소비하게 된다.

개항로의 성장은 분명 인상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과제도 남아 있다.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상권이 빠르게 주목받을수록 유행으로 소비되고 사라질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또한, 이곳은 지속적으로 재개발 이슈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개항로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다행히 이곳은 복제 불가능한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오랜 시간 축적된 노포와 지역 장인, 그리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기획자들의 협업 구조는 쉽게 따라하기 어렵다. 또한, 인천이라는 도시가 가진 잠재력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풍부한 근대 문화유산과 높은 젊은 인구 비중, 공항을 기반으로 한 외부 유입, 여기에 개항로는 신포동, 차이나타운과 연결돼 있어 확장형 상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개항로의 미래는 ‘얼마나 오래 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단순한 공간이 아닌, 사람과 시간, 지역의 맥락이 축적된 콘텐츠로 기능할 때 그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시간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자산으로 전환한 개항로, 이곳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개항로 프로젝트’를 이끈 이창길 대표를 비롯해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지역 장인들과 새로운 감각을 더한 로컬 브랜드들이 있다.

아래는 개항로 상권을 대표하는 지역 장인과 새로운 감각을 더한 로컬 브랜드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창길 대표, 인천맥주 호랑이, 파랑새방앗간, 개항로 맥주의 모델이 된 삼화페인트 사장, 메콩사롱 등 이 거리를 구성하는 핵심 인물과 공간을 조명했다.

마계인천 이창길 대표

◇ ‘카피되지 않는 상권’을 설계하다… 이창길 대표의 ‘개항로프로젝트’
인천 중구 개항로 일대를 젊은이들의 활기로 가득 채운 주인공이 있다. 마계인천 이창길 대표. 그는 인천을 ‘매력이 있지만 매력이 없는 동네’로 정의하며 서울과 경쟁하지 않고 인천만의 독보적인 색깔을 살려 젊은이들을 불러모았다.

2018년 봄, 이창길 대표의 ‘개항로프로젝트’가 시작이었다. 카페 ‘브라운 핸즈’를 시작으로 ‘메콩사롱, 오노고로, 탁스코 마켓, 개항로 통닭’ 등 개항로 일대 인기 매장들은 전부 이창길 대표의 손을 거쳐갔다. 그렇게 약 7년 동안 26개의 공간을 조성하고 31개의 사업체를 구축했다. 외부에서 유입된 약 50여 개 팀이 개항로에 자리 잡고 상권의 밀도를 높여 쇠퇴했던 거리에 다시 유동과 활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창길 대표가 개항로에서 풀어낸 해법은 명확하다. 서울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는 대신, ‘카피되지 않는 것’을 상권의 핵심 자산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름하여 ‘올드 앤 뉴’ 상권 브랜딩. 이 중심에는 지역의 오래된 가게, 즉 노포가 있었다.

‘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신해철 음감회’, ‘마계 노포 달리기’, ‘개항로이웃사람 전시’ 등 개항로에서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다채롭게 구성했다.

인천 일대에 노포가 가진 시간과 서사, 장인성은 어떤 방식으로도 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바라본 것이다. 대표 사례인 ‘개항로맥주’는 이러한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와 협업해 만든 개항로맥주는 1980년대부터 영화 간판을 그리던 ‘최명선 장인’이 브랜드 모델로 참여하고, 1960년대부터 목간판을 제작해온 ‘전종원 장인’의 글씨가 디자인에 반영됐다.

개항로맥주는 론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랜드 하얏트 호텔,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 입점하며 성과를 입증했고, 현재까지도 동인천 일대 인기 맥주로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마계인천’ 프로젝트로 확장된다.

마계인천은 개항로를 포함한 인천 구도심 전반을 무대로, 로컬 자산을 체험형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실험이다. 대표 프로그램인 ‘마계인천 페스티벌’은 이창길 대표의 개인적인 취향과 재미가 오롯이 담긴 행사다.

‘마계 노포 달리기’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동인천 일대 노포를 방문해 인증하는 방식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신해철 음감회’, ‘마계 노포 달리기’, ‘개항로이웃사람 전시’ 등 개항로에서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다채롭게 구성했다. 이중 ‘마계 노포 달리기’는 동인천·인천역 일대 지정된 노포를 방문해 사진을 찍고 인증하는 순서대로 순위가 정해지는 프로그램이다.

자연스럽게 개항로 일대를 순환하며 노포와 지역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독보적인 콘텐츠로 자리한다. 이창길 대표는 현재 개항로를 넘어 인천 전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프로젝트로 2023년 ‘마계대학’을 설립했다.

총장으로서 활동 중인 이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법’을 누구보다 실천해온 인물로, 능력 있는 교수진과 함께 그간 축적해온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청년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게 가장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에게 그 방법과 경험을 전달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 ‘인천맥주 호랑이’, 로컬·공연·맥주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다
인천역 부근, 토요일 밤만 되면 노랫소리와 환호 소리로 가득한 곳이 있다. 박지훈 대표의 ‘인천맥주 호랑이’가 맥주와 음악, 로컬과 뮤지션들의 서사를 결합해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풀어내고 있다.

2024년 오픈한 ‘인천맥주 호랑이’는 체계적인 기반 아래 탄생한 공연형 펍이다. 2016년 수제맥주 펍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운영하던 박지훈 대표는 초기에 자체 양조시설 없이 OEM 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점차 인지도가 오르자 가맹사업까지 전개하면서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2017년, 양조장 설립을 계기로 ‘인천맥주’라는 브랜드의 방향성이 확장됐다.

현재 인천맥주는 ‘개항로 맥주’를 비롯해 ‘파도’, ‘사브작’, ‘바나나 화이트’, ‘몽유병’, ‘마계인천’ 등 6종의 상시 라인업을 생산하고 있고, 계절 한정 제품과 이벤트성 맥주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인천맥주 호랑이’ 외부 전경

특히 ‘개항로 맥주’는 마계인천 이창길 대표의 브랜딩과 결합돼 독창적인 디자인과 서사를 나타내는 인천 대표 맥주로 떠올랐다. 인천에서만 유통하는 전략을 통해 지역성을 강화하고, 관광객 유입을 유도하는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해당 제품은 인천 내 300여 개 매장에 공급되고 있고, 인천맥주의 생산품 중 판매수 1위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인천맥주의 특징은 단순한 양조장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항로 일대에는 브랜드를 다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함께 구축돼 있다. 대표적으로 공연형 펍 ‘인천맥주 호랑이’는 맥주와 라이브 음악을 결합한 복합 공간이다. 이 공간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아티스트를 위한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인천맥주 호랑이’는 인디 뮤지션들과 아티스트가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지훈 대표는 인천맥주 호랑이를 통해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연을 직접 촬영·편집해 아티스트에게 제공하며 콘텐츠 제작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려는 박지훈 대표의 마음에서 비롯됐다. ‘인천맥주 호랑이’가 무엇보다 뮤지션들의 좋은 놀이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박지훈 대표다.

그는 뮤지션들에게 최적화된 공연 세팅과 사운드 조율을 돕고 진행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완성도 높은 라이브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간 운영을 넘어 ‘공연의 질’에 집중하고, 공연하는 뮤지션들과 관람하는 방문객 모두에게 최상의 경험과 추억을 제공하기 위한 과정에 가깝다.

박지훈 대표는 “앞으로도 아티스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에 더 집중해 나갈 것입니다”라며, “공연 기회뿐만 아니라 인디 뮤지션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실질적인 수익까지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파랑새 방앗간’ 함승상 사장

◇ ‘파랑새방앗간’, 좋은 품질의 참기름으로 완성하는 건강한 한 그릇
개항로 골목을 걷다 보면 이른 새벽부터 고소한 향기가 길목을 채우는 가게가 있다. 매일 아침 정성껏 짜낸 참기름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이곳은 ‘파랑새방앗간’이다.

1층 방앗간에서 갓 짜낸 참기름의 고소함은 계단을 따라 2층 식당의 식탁 위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재료가 만들어지는 현장과 이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 한 건물 안에 맞닿아 있어, 손님들은 참기름의 가장 신선한 상태를 비빔밥 한 그릇에서 곧장 경험하게 된다.

함승상 사장의 장인과 장모가 오랜 세월 묵묵히 이어온 ‘서산기름집’의 시간을 이어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 공간은, ‘좋은 품질의 참기름을 더 많은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하고 싶다’는 함승상 사장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파랑새 방앗간’ 외부 전경

함승상 사장은 파랑새방앗간에서 장인·장모님이 이어온 전통의 시간을 소중히 지키며, 온 가족이 둘러앉아 편안하게 한 끼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식당을 만들고자 했다. 그는 수많은 한식 중에서도 ‘비빔밥’을 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연령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비빔밥이야말로, 정성껏 짜낸 참기름 본연의 풍미를 가장 완벽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파랑새방앗간의 시그니처 메뉴는 ‘파랑새비빔밥’과 ‘육회비빔밥’, 그리고 ‘보리새우미나리전’이다. 이곳에는 여느 한식당과는 다른 특별한 풍경이 하나 있는데, 2층으로 올라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개인용 참기름병’이다.

함 사장은 방문하는 고객들이 가장 신선한 참기름을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개별 참기름을 제공하고 있다. 매일 아침 1층 방앗간에서 2시간에 걸쳐 참깨를 볶고 정성껏 짜낸 기름을 온전히 대접하려는 그의 섬세한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1층 방앗간의 고소한 향기를 뒤로하고 계단을 오르면, 정갈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이 깃든 한식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식재료의 위생 상태와 상급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집하며, 기름의 산화 속도를 고려해 가능한 한 빨리 소비하기를 권하는 모습에서 식재료를 대하는 함 대표의 깐깐한 장인 정신이 엿보인다.

함 사장은 참기름의 향이 강한 것보다,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산뜻한 균형감에 초점을 맞췄다. 과하게 볶지 않아 신선한 고소함이 살아있는 그의 참기름은 전통적인 향의 결은 간직하되 질감이 무겁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파랑새방앗간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육회비빔밥’. 매일 새벽 갓 짜낸 참기름이 더해져 재료 본연의 감칠맛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진정성은 곧 폭넓은 고객층의 확보로 이어졌다. 파랑새방앗간에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 고객층인 30~40대 여성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어르신을 모시고 3세대가 함께 찾는 가족 단위 손님의 비중이 부쩍 늘었다.

실제 방문객들 사이에서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머물기 좋은 식당’이라는 호평이 리뷰로 이어지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쾌적한 공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전통주와 페어링할 수 있는 새로운 메뉴도 선보일 계획이다.

함 사장은 “개항로 안에 전시관, 갤러리, 예술 작업을 하는 분들이 더 많이 유입되어 동네의 문화적 인프라가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란다”며 지역에 대한 애정 어린 바람을 전했다.

삼화페인트 최명선 사장님

◇ 극장 간판에서 벽화와 전시까지, 낡은 골목에 색채를 덧입히는 ‘삼화페인트’
개항로 일대를 다니다 보면 ‘삼화페인트’라는 낡은 페인트 가게를 마주하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동인천의 굴곡진 역사를 몸으로 기억해 온 최명선 사장의 손때 묻은 세월의 흔적이 펼쳐진다.

2002년부터 이곳을 지켜온 가게 안에는 극장 간판부터 골목 벽화, 전시 작업에 이르기까지 그가 인천 곳곳을 누비며 남긴 수많은 기록과 사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 사장이 처음 붓을 쥔 것은 18세 무렵이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동인천 극장가 현장으로 직접 뛰어든 그는 낮에는 잔심부름을 하며 어깨너머로 데생을 익혔고, 밤에는 홀로 간판을 그리며 그림을 독학했다. 정식으로 미술을 배울 수는 없었지만, 손으로 익힌 감각과 꾸준함은 지금까지 그가 붓을 놓지 않게 한 가장 큰 힘이 됐다.

삼화페인트 매장 곳곳에는 최명선 사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페인트통과 벽에 걸린 그의 청춘이 담긴 영화 간판 그림 사진들에는 그림을 향한 그의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그렇게 영화 간판 그림을 그리며 1970~1980년대 수많은 극장이 몰려 있던 인천 원도심의 전성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의 작업은 극장가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후 해외에서도 풍경화와 초상화, 업무용 작품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손으로 그리고 칠하는 일을 현장에서 오래 익혀온 경험은 이후 극장 간판은 물론 벽화와 안내도, 전시 작업으로까지 이어지는 바탕이 됐다. 귀국 뒤에는 다시 인천 일대 극장 간판 작업에 참여했지만, 신도시 개발로 상권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대형 영화관이 들어서며 단관 극장의 시대도 저물었다.

영화관이 어려워지자 스스로 그림 부장의 일을 그만둔 그는 극장 대신 인천 곳곳을 자신의 그림으로 채워 나가는 작업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끊이지 않는 열정으로 그림을 그려온 그의 작업은 개항로 골목을 넘어, 인천의 주요 관광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제물포구의 새 출발을 기념하며 최명선 사장이 직접 그린 그림.

월미도와 차이나타운, 인천대공원의 안내도부터 동화마을의 벽화 조성까지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며 꾸준히 붓을 들어왔다. 세월이 흘러 상권이 변하고 점포 주인이 바뀌면서 과거에 그렸던 간판이 대다수 사라지며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아직도 개항로 곳곳엔 그의 손길이 묻어있다.

한평생 붓을 들고 거리를 아름답게 물들여온 그는 어느 날, 인천맥주의 ‘개항로 맥주’ 메인 모델로 발탁되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의 전시회 팸플릿 한편에는 ‘중구는 나를 조그마한 스타로 만든 곳’이라고 소개하며, 개항로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중구의 로컬 스타인 그는 꾸준한 전시 활동으로 예술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첫 개인전 ‘부모님의 얼굴’에 이어, 지난 1월에는 제물포구 통합을 앞두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아듀 중구!’ 전시를 열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중구’의 이름과 옛 동네가 품은 서사를 관람객에게 고스란히 전한 자리였다. 유행처럼 번졌다 사라지는 핫플레이스들 사이에서 진정성 있는 자산으로 자리 잡은 최명선 사장.

그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5년 뒤에 ‘아듀 전시’를 한 번 더 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림을 통해 계속 행복을 담아가겠다는 그의 말에서는 한평생 붓을 쥐어온 삶과 중구를 향한 애정 어린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메콩사롱의 김기창 대표

◇ 공간마다 달라지는 동남아의 색채, 이국적 패밀리 다이닝 ‘메콩사롱’
개항로 일대에서 이색적인 동남아풍 인테리어로 시선을 사로잡는 식당이 있다.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의 분위기를 공간별로 다채롭게 구현해 낸 ‘메콩사롱’이다.

이곳은 개항로에서 8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며,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호불호 없는 맛으로 꾸준히 발길을 이끌고 있다. 메콩사롱은 특정 현지의 맛을 강하게 재현하기보다, 방문객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경험과 대중적인 메뉴 구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감각적인 공간은 김기창 대표의 이력에서 출발한다. 디자인과 공간 기획 분야에서 활동해 온 그는 동남아와 유럽을 오가며 빈티지 가구 및 공간 관련 작업을 진행했다. 연남동에서 바(Bar)를 운영하며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한 그는 2018년 메콩사롱의 문을 열었고, 현재도 식당 운영과 공간 기획 및 디자인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낯선 여행지에 온 듯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메콩사롱의 외관

특히 ‘마계인천’ 페스티벌에서의 다방 이벤트나 ‘자화상 그리기’ 프로그램처럼 사람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기획 활동을 이어가며, 식당의 틀을 넘어선 감각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중이다. 식당 이름인 ‘메콩사롱’은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의 인상을 한곳에 담아내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과 동남아 전역의 전통 의복인 ‘사롱’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이러한 기획 의도는 공간 구성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1층은 태국과 발리를 모티프로 삼아 묵직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중심을 잡았고, 2층은 태국 무드의 온실 공간과 화사한 색감을 조화롭게 채워 베트남 호이안을 떠올리게 하는 홀 공간으로 나뉜다.

한 도시의 풍경을 단편적으로 옮기기보다 동남아 각지의 인상을 층별, 공간별로 세심하게 나눠 담은 구성이다. 인테리어 과정에서 김 대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화려한 콘셉트에만 치우치지 않는 것이었다.

‘메콩사롱’ 내부. 태국의 정취를 담은 1층 파사드와 2층 온실, 발리의 평온함을 담은 1층 내부, 그리고 베트남 호이안을 재현한 2층 홀까지. 메콩사롱은 공간마다 각기 다른 동남아시아의 미감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현지 길거리 식당과 파인다이닝의 중간 지점을 목표로, 오래 운영해도 쉽게 질리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색감과 소품은 물론 조명과 동선까지 세밀하게 설계한 바탕에는 ‘머무는 공간이 좋아야 다시 찾는 식당이 된다’는 그의 운영 철학이 깔려 있다.

메뉴 구성 역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대중적인 맛에 무게를 실었다. 강한 향신료나 낯선 현지의 맛을 고집하기보다 반미, 쌀국수처럼 익숙한 음식으로 맛의 균형을 맞췄다.

덕분에 특정 메뉴에 치우치지 않고 주문이 고르게 들어오는 편이다. 김 대표는 “메콩사롱이 누구나 편하게 찾는 ‘동네형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오래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의 바람처럼 이곳은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부터 어르신들까지 폭넓은 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김 대표는 ‘개항로 서프라이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내 10개 브랜드의 디자인 작업을 지원하는 등 상권 전체의 활력을 돕는 일에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로컬 브랜드의 교육과 성장을 돕는 일은 그가 개항로에서 준비하는 다음 단계이기도 하다. 이처럼 메콩사롱은 세심하게 설계된 공간과 안정적인 맛을 바탕으로, 개항로를 찾는 이들에게 진정성 있는 이국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건물을 사고 시간을 기획하다’…
개항로가 증명한 ‘로컬의 찐 모습’

신지혜 /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플레이어들]’ 저자(작가)

한때 인천의 중심지였으나 신도시 개발로 시간이 멈춰버렸던 원도심. 하지만 지금 이곳은 서울의 어떤 핫플레이스보다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 ‘체류형 상권’으로 부활했다. 이 변화의 뒤에는 건물을 사고 공간을 기획하며, 노포와 청년 플레이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 치밀한 설계가 있었다. 개항로 프로젝트가 여타 사례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시작점이다.

이창길 대표는 치솟는 서울의 임대료 대신 저평가된 개항로의 부동산 가치에 주목했다. 서울의 점포 임대 비용으로 이곳의 건물 자체를 매입할 수 있다는 자산 경쟁력을 꿰뚫어 본 것이다. 이러한 ‘매입’ 전략은 상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건물주의 눈치를 보는 단기 운영이 아니라, 거리 전체의 시간을 기획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간의 쓰임을 결정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개항로 프로젝트는 단순히 매장을 여는 행위를 넘어, 거리의 생태계를 직접 조성해 로컬의 찐 모습을 보여주는 ‘판 짜기’였다.

◇ 낡은 병원의 흔적, 개항로의 상징이 되다
개항로의 공간들은 ‘익숙한 것의 재해석’에 집중한다. 대표 사례인 ‘브라운핸즈 개항로’는 16년 동안 비어 있던 1960년대 이비인후과 건물을 개조한 카페다.

병원 시절의 대기실 의자와 진료기록부 등을 그대로 남겨 건물이 살아온 시간을 콘텐츠로 치환했다. 이러한 방식은 갤러리 ‘플레이스막’과 프로젝트의 산실인 ‘개항로본부’로 이어진다.

특히 개항로본부는 지역 플레이어들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강연과 전시를 여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개항면’, ‘개항로통닭’, ‘개항로맥주’ 등 지역 서사를 담은 브랜드들을 배치했다.

이는 방문객들이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개항로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노포(老鋪)’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프로젝트팀은 지역을 젊은 감각으로 갈아엎는 대신, 원래 자리를 지켜온 상점들을 핵심 자산으로 인정했다.

노포를 발굴해 소개하고, 새로 들어온 공간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한 것이다. 낡은 병원은 카페가 되고 그 옆 노포에서 장인이 국수를 뽑으며, 젊은 플레이어들이 그 위에서 새로운 문화를 꽃피운다.

이질적인 것들이 촘촘하게 얽힌 이 밀도 높은 경험은 자본만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개항로만의 독보적인 가치다. 결국 신지혜 작가가 분석한 개항로의 핵심은 세 가지다.

원도심의 가치를 발견한 안목, 매입을 통한 장기적 기획, 노포와 자체 콘텐츠를 결합한 생태계 설계다. 개항로는 단순히 ‘멋진 장소’가 아니라 사람, 공간, 시간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 드문 상권 실험이다.낡은 것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내일을 설계한 이들의 방식은 우리 시대 상권의 정의에 대한 해답을 잔잔히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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