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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 시대, 법이 간판을 지운다 ‘복약지도 약화 vs 소비자 선택권’

약사법 개정안 국회 의결…기존 약국 6개월 유예, 위반 시 최대 벌금 1천만 원

대형 약국이 ‘창고형’, ‘공장형’ 콘셉트를 내세우며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이러한 명칭을 법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본격화되면서 유통 혁신과 의약품 공공성 사이의 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약국 명칭에 의약품 오남용을 유도할 수 있는 표현을 금지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창고’, ‘공장’, ‘팩토리’ 등 대량 유통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약국 명칭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법도 의약품 도매상으로 오인될 수 있는 명칭이나 특정 질병 전문 취급을 암시하는 표현 등은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창고형 약국’과 같은 상업적 이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어, ‘메가팩토리 약국’처럼 일부 약국이 ‘팩토리’ 등의 명칭으로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대량 구매하도록 유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수정안은 기존 제47조 체계와 별도로 ‘약국개설자’를 직접 규율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금지 명칭 유형은 도매상으로 오인될 수 있는 명칭, 특정 의약품·질병 전문 취급을 암시하는 명칭, 의료기관과 혼동될 수 있는 명칭, 인근 의료기관과 특수 관계를 암시하는 명칭, 의약품 과다 소비를 유도하는 명칭 등이다.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국회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유통 트렌드 변화와 공공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법 시행 시점은 당초 공포 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됐으며, 이미 해당 명칭으로 영업 중인 약국에는 간판 교체와 등록 변경 등을 고려해 시행 후 6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는 개정 취지에 대체로 찬성 입장이다. 대형 유통형 약국이 의약품을 일반 상품처럼 인식하게 만들어 복약지도 기능을 약화시키고 오남용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복약지도와 안전관리가 수반되어야 하는 만큼, ‘창고형’ 이미지가 이를 희석시킨다는 주장이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명칭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명칭과 의약품 오남용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으며, 명칭보다는 복약지도 의무 이행 여부나 판매 관리 체계가 본질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미 해당 명칭으로 브랜드 자산을 쌓아온 약국에 사후적으로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며,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가 대형 유통형 약국의 가격 접근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창고형 약국은 다양한 제품을 한 공간에서 비교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권 확대와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규제 강화가 이러한 유통 구조를 위축시켜 가격 접근성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단순한 상호 규제 문제를 넘어, 의약품 유통 구조 전반의 방향성을 묻는 문제라고 본다.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명칭 규제에 그치기보다 복약지도 강화, 판매 기준 정비 등 실질적인 안전관리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이번 입법 논의는 대형 유통형 약국이라는 새로운 시장 흐름을 제도권 안에서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그리고 의약품의 공공성과 소비자 편익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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