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 신호가 뚜렷해지며 유통 현장인 백화점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수출 실적 개선과 코스피·코스닥 지수의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갑을 열게 했다면, 이제는 금융 자산을 기반으로 한 가처분 소득 증대가 백화점 집객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성장은 단순한 방문객 수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입점 브랜드들의 실적 반등으로 직결되고 있다. 증시 호황으로 인한 소비 여력 증대는 고가 제품군에 대한 저항감을 낮췄고, 이는 리테일 브랜드들이 고성장 궤도에 다시 진입하는 발판이 되었다.
2026년 1분기 국내 주요 백화점 3사가 나란히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신세계백화점 부문은 총매출 2조 257억 원, 영업이익 1,4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0%, 30.7% 증가했다.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는 매출 8,723억 원(+8.2%), 영업이익 1,912억 원(+47.1%)을 기록하며 전사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현대백화점 백화점 부문은 매출 6,325억 원(+7.4%), 영업이익 1,358억 원(+39.7%)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백화점 각사 2026년 1분기 실적 공시 자료
| 백화점 | 매출 증감률 | 영업이익 증감률 | 특징 |
|---|---|---|---|
| 신세계 | +13.0% (7,409억) | +30.7% (1,410억) | 강남점·본점 리모델링 효과, 외국인 매출 급증 |
| 롯데 | +8.2% (8,723억) | +47.1% (1,912억) | 잠실점·본점 시너지, 외국인 매출 92% 증가 |
| 현대 | +7.4% (6,325억) | +39.7% (1,358억) | ‘더 현대 서울’ 외국인 매출 121% 증가 |
성장의 두 엔진, 외국인 관광객 + 자산 증대
업계 공통으로 꼽는 가장 큰 성장 동인은 외국인 관광객 급증이다. 신세계 본점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40% 급증했으며, 백화점 전체 외국인 매출도 두 배 가까이 늘어 연간 1조 원 돌파가 점쳐지고 있다. 더현대 서울의 1분기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1%, 롯데쇼핑 외국인 매출은 92% 증가했으며 롯데 본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3%까지 확대됐다.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47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으며, K-콘텐츠 확산과 원화 약세가 방한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외국인 효과와 함께 국내 고소득층의 소비 심리 회복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증시 활황으로 자산가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명품·럭셔리 워치·주얼리 등 고가 상품군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고 전한다. 실제로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매출 1조 8,543억 원을, 샤넬코리아는 처음으로 연매출 2조 원을 돌파했으며, 에르메스코리아도 매출 1조 1,251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이 같은 ‘자산 효과’ 소비는 내수 전반의 회복이라기보다 자산 보유층에 집중된 구조적 양극화의 결과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골프 브랜드의 귀환, 스포츠·아웃도어 성장 지속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반등 신호는 골프 브랜드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한동안 ‘골프 버블’ 논란과 함께 긴 조정기를 거쳤던 이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과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이번 반등은 팬데믹 시기처럼 ‘누구나 골프’를 외치던 외연 확장이 아니라, 진짜 필드를 즐기는 ‘진성 골퍼’ 중심의 프리미엄화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이다.
지포어(G/FORE), 사우스케이프, 던롭 등 퍼포먼스와 디자인을 동시에 갖춘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백화점 골프 조닝의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소비층은 증시 활황으로 자산 증식에 성공한 3040 고소득층이다. 한차례 골프를 멀리했던 이들이 다시 필드로 돌아오면서, 과거처럼 저가·입문용 제품이 아닌 프리미엄 장비와 의류에 과감히 지갑을 열고 있다. 거품이 빠진 자리에 ‘제대로 즐기는 골퍼’들이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스포츠·아웃도어 카테고리는 러닝 열풍과 기능성 라이프스타일 수요에 힘입어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노스페이스, 아크테릭스, 살로몬, 아디다스 등 기술 중심 브랜드들이 백화점 내 위상을 높이고 있으며, 한정판 마케팅과 러닝 크루 문화 확산이 젊은 소비층의 오프라인 방문을 유도하는 앵커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강세는 단순한 트렌드 소비를 넘어, 운동이 일상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소비 구조의 변화를 반영한다.
패션·잡화 카테고리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발표 기준(2026년 2월), 여성캐주얼(+25.1%)과 해외유명브랜드(+22.6%)가 설 특수를 맞아 큰 폭으로 성장했으며, 소비심리 개선에 따른 광범위한 상품군 성장이 확인됐다.

성장의 이면, 점포 간 양극화… 지속 가능성이 관건
호실적의 이면에는 점포 간 양극화라는 구조적 과제가 있다. 2025년 백화점 5사 65개 점포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40조 1,891억 원을 기록했지만, 성장의 과실은 상위 점포에 집중됐다. 신세계 강남점은 전년 대비 10.8% 성장한 3조 5,800억 원으로 3년 연속 단독 1위를 지켰고, 롯데 잠실점(3조 2,891억 원, +7.6%)과 함께 연매출 3조 원대를 유지했다.
반면 68개 점포 중 48곳이 역신장할 정도로 지방 중소형 점포의 부진이 뚜렷하다. 매출 1,000억 원 미만 하위 16개 점포의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7.7% 줄었다. 결국 백화점 업계의 회복은 ‘전반적 내수 회복’이 아닌 ‘핵심 점포 + 외국인 소비 집중’이라는 좁은 구조 위에 놓인 셈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외국인 소비와 고소득층 수요를 중심으로 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를 붙인다. 일각에서는 호실적이 내수의 구조적 회복보다 외국인 특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백화점 업계는 집객력 강화를 위해 하반기 대규모 MD 개편을 준비 중이다. 단순 판매를 넘어 F&B·팝업스토어·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한 복합 공간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부산’ 출점 등 복합몰 형태의 신규 점포 확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리테일의 승패는 ‘얼마나 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고 싶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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