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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셰프 협업…F&B업계, ‘셰프 IP’가 미식 트렌드 이끈다

'흑백요리사' 이후 달라진 외식 시장… 스타 셰프가 브랜드 경쟁력으로 자리 잡아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종영한 지 시간이 흘렀지만, 프로그램이 외식업계에 남긴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방송은 셰프를 단순한 요리 전문가가 아닌 하나의 콘텐츠이자 브랜드로 끌어올렸고, 대중의 미식 관심도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과거 일부 미식가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셰프의 철학과 조리 방식, 식재료 이야기가 대중 문화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외식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셰프 개인의 인지도를 활용한 협업이 외식업계의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과거 유명 셰프와의 협업이 한정판 이벤트나 화제성 확보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브랜드의 메뉴 경쟁력과 정체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방송 이후 외식·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출연 셰프들과의 협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버거 브랜드부터 프리미엄 다이닝, 편의점과 식품기업에 이르기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셰프 IP 확보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자들의 달라진 미식 기준과도 맞물린다. 과거에는 맛과 가격이 메뉴 선택의 핵심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는지까지 중요한 소비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과 SNS를 통해 셰프 개인의 개성과 전문성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유명 셰프의 레시피를 보다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메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후덕죽 통새우버거 제품 이미지(제공 맘스터치앤컴퍼니)

맘스터치는 지난해 에드워드 리 셰프와 협업한 메뉴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흑백요리사’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중식 셰프 후덕죽과 손잡고 ‘후덕죽 셰프 컬렉션’을 출시했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메뉴 출시 이후 새우버거 카테고리 매출은 183% 증가했으며 전체 방문객 수와 매출도 각각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협업 효과가 특정 메뉴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에드워드 리 셰프 협업이 비프버거 판매 확대에 기여했다면, 올해 후덕죽 셰프 협업은 새우버거 카테고리 성장으로 이어졌다. 셰프 협업이 단순 화제성을 넘어 기존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메뉴 영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맘스터치는 셰프 컬렉션을 일회성 마케팅으로 보기보다 제품 개발 역량을 높이는 과정으로 활용하고 있다. 협업 과정에서 확보한 레시피와 소스 개발 노하우를 향후 메뉴 개발에 반영하며 브랜드만의 자산으로 축적하겠다는 전략이다.

에드워드 리 K 싸이버거, K 비프버거(제공 맘스터치앤컴퍼니)

프리미엄 외식 시장에서도 셰프 협업은 이어지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한우 다이닝 브랜드 창고43은 최근 조서형 셰프와 첫 협업 메뉴를 선보였다. 조서형 셰프는 방송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인물로, 이번 협업에서는 여름철 계절감을 살린 ‘여름나물과 차돌박이 밀쌈’과 ‘깻순이 들깨 갈비탕’을 출시했다.

창고43은 이번 메뉴를 시작으로 계절별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히 셰프 이름을 내건 메뉴를 선보이는 수준을 넘어, 제철 식재료와 한우를 결합한 계절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브랜드의 미식 경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최근 셰프 협업은 단발성 프로모션보다 장기 프로젝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외식업계는 셰프가 보유한 전문성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브랜드의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창고43, 조서형 셰프 협업 신메뉴 포스터(제공 다이닝브랜즈그룹)

업계가 셰프 IP에 주목하는 이유는 소비자 접점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 출연과 SNS 활동을 통해 팬덤을 형성한 셰프들은 이미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이름 자체가 신뢰와 기대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셰프의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는 비교적 접근하기 어려운 파인다이닝 셰프의 메뉴와 아이디어를 보다 일상적인 가격대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실제 협업 메뉴 상당수는 셰프의 대표 요리나 시그니처 소스를 대중적인 메뉴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단순히 유명인을 내세우는 마케팅보다 음식 자체의 완성도와 스토리를 함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식 소비가 경험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맛뿐 아니라 그 메뉴가 만들어진 배경과 셰프의 철학까지 함께 소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명 셰프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화제가 됐다면 지금은 셰프가 브랜드와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실제 제품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단계로 발전했다”며 “셰프 IP는 외식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 자산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흑백요리사’가 만든 셰프 열풍은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방송이 조명한 셰프들은 이제 외식업계의 핵심 파트너이자 소비자의 선택을 움직이는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셰프 IP를 둘러싼 협업 경쟁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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