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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3세 신유열, 위기 돌파해 성과 낼 수 있을까

4년 만에 초고속 승진…경영 능력 시험대 올라

데그룹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또 하나의 타이틀을 얻었다. 오는 8월 초 싱가포르에서 출범하는 한·일 롯데 식품 합작법인의 이사회 의장이다. 한국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의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로, 신 부사장이 롯데 계열사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겉으로만 보면 거칠 없는 초고속 승진이다.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한 불과 6년 만에 그룹의 모태이자 신동빈 회장이 가장 공을 들여온 ‘원롯데’ 식품 사업의 조타수 자리에 앉았다. 한·일 식품 합작법인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서의 존재감도 한층 뚜렷해졌다.

하지만 이 화려한 영전을 순항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재계 안팎에서 이번 인사를 두고 “올라간 직함의 무게만큼 가혹한 시험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신 부사장 앞에 놓인 과제는 단발성 성과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리스크가 겹겹이 쌓인 복합 과제에 가깝다.

당장 이번에 맡은 식품 합작법인에서는 한·일 시너지의 가시적인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동시에 먼저 대표이사를 맡은 바이오 사업에서는 깊은 적자의 늪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여기에 지분 승계의 우회로를 마련하기 위해 일본 광윤사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해야 하고, 잠복해 있는 국적 및 정체성 논란이라는 국민 정서적 과제도 풀어야 한다.

결국 신 부사장이 맡게 된 식품 합작법인 의장직은 영전의 결과물이 아니라 본격적인 경영 능력 검증의 출발점이다. 사업 성과 입증과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라는 다층적인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비로소 안정적인 3세 승계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유열 부사장이 롯데 계열사 중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 한·일 식품 합작법인 출범식 모습. (제공 롯데지주)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로 경험 쌓아… 6년 만에 부장서 이사회 의장까지
부사장의 이력을 시계열로 보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그룹 핵심 요직을 거쳐 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 산하 ㈜롯데 영업본부장(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2022년 초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승진했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12월 상무로 다시 승진했다. 이 시기 그는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와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를 잇달아 맡으며 일본에서 투자·금융 분야 경험을 쌓았다.

커리어의 전환점은 2023년 12월이었다. 전무로 승진하며 롯데지주에 새로 만들어진 미래성장실장에 올랐고, 동시에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했다. 미래성장실은 신 부사장을 위해 롯데지주가 신설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부터 그는 한국 경영 전면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2024년 2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한국 롯데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등기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같은 해 6월에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에도 선임됐다.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일본 지주사에 입성한 것이다. 이 안건은 백부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의 반대에도 무난히 통과됐다.

이후 승진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2024년 1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말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이사에 선임되며 처음으로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 타이틀을 달았다. 입사 4년여 만에 부장에서 부사장까지 오른 셈이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롯데백화점·호텔이 입점한 롯데월드몰.(제공 롯데쇼핑)

◇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리되지 않아… 승계, 롯데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
신 부사장 개인의 경력 관리를 넘어 안정적인 3세 승계는 롯데그룹 전체로 봐도 매우 중요한 과업이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호텔롯데의 나머지 지분 대부분도 일본 투자사와 일본 패밀리 몫이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를 통해 광윤사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희석했지만, 그룹 전체를 보면 여전히 정점에는 일본 광윤사가 있는 구조다.

문제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라는 점이다. 신 전 회장은 광윤사 지분 50%+1주(50.28%)를 보유한 절대적 대주주다. 그는 2015년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이후에도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마다 자신의 이사 선임안과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안을 꾸준히 상정하며 경영권 흔들기를 이어왔다.

이 같은 공세는 3세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신유열 부사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될 당시에도 신 전 회장은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표 대결을 벌였다. 신동빈 회장이 이사회와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매번 방어에 성공하고 있지만, 취약한 지분 구조와 신 전 회장의 잠재적 공세는 여전히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해외 사업이 실적 개선을 이끈 유통 부문 중 하나인 베트남 현지 롯데마트 매장. (제공 롯데쇼핑)

한국 롯데 매출이 그룹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데도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일본이 있다는 ‘국적 논란’ 역시 해묵은 숙제다.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으로 오래전부터 호텔롯데 상장이 거론돼 왔다. 공모를 통해 일본 계열 지분율을 낮출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으로 꼽히지만, 면세업 부진 등을 이유로 수년째 미뤄지고 있다.

지분 정리가 지지부진한 사이 신동빈 회장이 택한 우회로는 ‘사업적 결합’이다. 지분으로 단번에 해결할 수 없다면 한·일 롯데를 먼저 사업으로 묶고, 그 중심에 다음 세대를 세워 승계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분만으로 장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신동빈 회장이 과거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단순한 지분 싸움이 아니라 이사회 장악력과 종업원지주회·임원지주회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 부사장 역시 지분을 물려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한·일 양국 임직원과 이사회로부터 스스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번 식품 합작법인 의장직은 그 신뢰를 쌓아가는 첫 시험대라고 볼 수 있다.

비용 효율화와 판매관리비 절감으로 반등에 성공한 국내 롯데마트 매장.(제공 롯데쇼핑)

몇 년 전 큰 위기였던 롯데…’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
승계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배경에는 롯데그룹이 최근 몇 년간 겪은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실적이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2024년 말만 해도 재계와 금융권이 바라보는 롯데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냉혹했다. 당시에는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루머 자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만큼 설득력을 얻으며 확산됐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 롯데의 취약한 상황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위기의 실체는 복합적이었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롯데케미칼은 수천억 원대 손실을 냈고, 회사채 재무 특약을 지키지 못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며 롯데건설의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그룹 전체 유동성을 압박했다.

오프라인 유통 침체와 이커머스 부문의 누적 적자도 위기설에 힘을 보탰다. 계열사 주가는 줄줄이 하락했고 시장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롯데는 당시의 암운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 롯데그룹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8조 6000억, 영업이익 787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81% 늘었다.

저효율 자산을 과감히 정리하고 화학 부문 포트폴리오를 스페셜티 소재 중심으로 재편하는 등 외형 확장보다 내실과 현금 확보를 택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 온 정치·경제·사회·기술(PEST)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경영 방식도 효과를 냈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설명이다.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인 플라스틱 원료(펠릿).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중국발 공급과잉이라는 근본 문제는 풀지 못했다.(제공 롯데케미칼)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베트남 하노이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도 개점 3년 만에 누적 방문객 3000만 명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롯데케미칼 역시 반등의 상징으로 꼽힌다.

실제로 롯데의 재무와 신용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는 여전히 롯데케미칼이다. 최근 3개년 평균 기준 롯데지주 계열 총자산의 43%, 매출의 49%, 총차입금의 34%를 롯데케미칼이 차지하고 있다.

롯데는 이러한 진단에 맞춰 의사결정 구조도 손봤다. 2026년 정기인사를 계기로 기존 ‘계열사→사업군(HQ)→지주’ 체제에서 중간 조직인 HQ를 없애고 계열사와 지주 간 의사소통 단계를 줄였다. 권한을 현장에 위임해 실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자회사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AI 데이터센터용 회로박, 반도체용 초극박 등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재투자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화학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지만, 아직은 ‘전환기’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실적 개선이 더딘 상황이다. 사진은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제공 롯데바이오로)

◇ 신유열의 바이오는 여전히 지지부진… 기대 높았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
신 부사장이 미래성장실장으로서 그룹의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가운데, 그가 가장 먼저 직접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책임경영을 시작한 곳이 바로 롯데바이오로직스다. 그만큼 이 회사의 실적은 신 부사장의 경영 역량을 가늠할 가장 직접적인 지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정작 성적표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출범 당시 2030년까지 매출 1조 5000억 원, 영업이익률 30%, 기업가치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롯데지주의 기업설명회(IR)에서는 목표를 ‘2030년 매출 1조원 이상’으로 낮춘 사실이 확인됐다.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준공 일정이 당초보다 약 6개월 늦춰진 데다 미국 시러큐스 공장의 대형 수주 계약 물량도 재계약 과정에서 줄어든 영향이다.

숫자로 보면 상황은 더욱 뚜렷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미국 법인의 올해 1분기 생산 실적은 3배치에 그쳤다. 지난해와 재작년 연간 생산량이 각각 67배치, 73배치였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급감한 수준이다. 시러큐스 공장 가동률도 2024년 81%, 2025년 74%에서 올해 1분기에는 14%까지 떨어졌다.

2023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으로부터 공장을 인수하면서 함께 승계받은 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의 물량이 올해 초 재계약 과정에서 축소된 영향이 컸다. 이는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24억~125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고, 순손실과 영업손실은 560억~600억 원대로 오히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신동빈 롯데 회장,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1공장서 현장경영을 하고 있다.(제공 롯데지주)

부사장 입장에서 더욱 곤혹스러운 점은 바이오와 식품 사업의 ‘성과가 나타나는 속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바이오는 공장을 짓고 임상과 인허가를 거친 뒤 대형 고객사의 신뢰를 확보해 상업생산 계약을 따내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롯데그룹이 2022년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한 지 4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뚜렷한 흑자 전환 시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다.

면 식품 합작법인은 이미 궤도에 오른 사업에서 한·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구조다. 롯데웰푸드의 빼빼로만 봐도 지난해 해외 매출 900억 원을 기록했고, 국내외 총매출은 역대 최대인 2415억 원에 달했다. 2024년 이후 해외 매출 증가율은 매 분기 2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인도 하리아나 공장에서 첫 해외 현지 생산도 시작했다.

롯데그룹이 바이오를 화학 의존도를 낮출 핵심 성장축으로 꼽아온 만큼, 신 부사장이 이 사업에서 의미 있는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식품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정작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에서는 역량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와 지주 간 소통 단계를 줄이는 거버넌스 개편의 한 축을 담당하는 롯데이노베이트. (제공 롯데이노베이트)

◇ 시간은 있지만, 걸림돌도 많다… 시간 두고 차근차근 풀어야 할 과제
부사장의 나이는 이제 마흔 살(1986년생)이다. 부친인 신동빈 회장이 여전히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만큼 실제 승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마냥 여유롭다고 보기도 어렵다.

앞서 짚었듯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일본 광윤사 → 롯데홀딩스 → 호텔롯데 → 롯데지주’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풀 해법으로 꼽혀온 호텔롯데 상장도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경영권 흔들기 시도 역시 매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마다 반복되는 변수다. 국적과 언어를 둘러싼 정체성 논란도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모든 걸림돌은 신 부사장이 실적으로 존재감을 입증하는 것과는 별개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풀어야 할 과제다. 더욱이 이 과제들은 서로 맞물려 있다. 지분 구조 정리가 지연되는 한 신 부사장은 결국 이사회와 종업원지주회, 임원지주회 등 구성원의 신뢰를 얻는 방식으로 승계 기반을 다질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자신이 맡은 사업에서 분명한 성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렛대가 된다.

반대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배구조 리스크나 정체성 논란 같은 약한 고리는 언제든 다시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결국 신 부사장에게는 지배구조라는 구조적 과제와 사업 실적이라는 성과 증명이 서로를 떠받치는 관계인 셈이다.

다행히 그는 지금까지 보여준 학습 속도와 실행력만큼은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다. 노무라증권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컬럼비아대 MBA를 마친 뒤 롯데에 합류해 금융·투자부터 화학, 바이오, 그리고 식품까지 그룹 핵심 사업을 두루 거치며 6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글로벌 바이오 행사에 직접 나서 대규모 CMO 계약을 성사시켰고, 미래성장실장으로서 인공지능(AI), 로봇, 헬스케어, 수소 등 신사업 발굴도 총괄해왔다.

신 부사장이 미래성장실장으로서 총괄하는 AI 신사업의 한 축, 롯데온의 가상 피팅 서비스.(제공 롯데지주)

다만 이러한 개인의 역량이 조직 전체의 신뢰로, 나아가 신사업의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비교 대상을 찾자면 다른 국내 대기업 오너 3세들 역시 대부분 신사업에서 먼저 존재감을 입증한 뒤 주력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다만 신 부사장의 경우는 신사업인 바이오에서의 검증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력 사업인 식품의 지휘봉까지 함께 쥐게 됐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다.

이는 신동빈 회장이 더 이상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다릴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지배구조 리스크와 국적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승계 시계가 계속 돌아가고 있는 만큼, 신 부사장으로서는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성과를 쌓아 승계 정당성의 ‘방어선’을 더욱 두텁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롯데그룹은 2년 전 존폐를 걱정할 정도의 위기를 겪었고, 지금은 주력 사업 반등으로 한숨을 돌린 상태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직접 인정했듯 지난 10년간의 성장 정체를 끊어낼 새로운 성장 동력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그 동력을 찾아내는 임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승계의 정당성까지 함께 입증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부담이 이제 마흔 살 3세 경영자의 어깨 위에 놓여 있다.

지분 정리는 더디고 국적 논란은 잠복해 있으며 바이오의 반등 시점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식품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상징적인 무대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신 부사장에게 남은 가장 현실적인 카드일지 모른다. 신 부사장이 이 겹겹의 과제를 풀어내고 롯데의 다음 10년을 그려낼 수 있을지, 이번 식품 합작법인에서의 행보가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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