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캐주얼 브랜드 전성시대다. 지난해 ‘커버낫’ ‘널디’ ‘아크메드라비’와 같은 매출 규모 1000억원을 웃도는 대형 브랜드들이 등장했고, 기존 리딩 브랜드들의 세컨 브랜드 전략과 다시 하늘길이 열리며 재개된 홀세일 비즈니스로 감도 높은 MZ 세대를 타깃으로 한 캐주얼 브랜드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전히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강조되는 부분이다.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경쟁력과 콘셉트에 공감하는 팬덤을 형성하고 이들과 소통하며 브랜드를 진화시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 캐주얼 브랜드 관계자는 “몇 해전부터 MZ세대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소비층이 재편되면서 패션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브랜드는 온라인 시장을 통해 빠르게 이름을 알리고 성장세도 가파르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1~2세대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성장과 볼륨화로 지루함을 느낀 젊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적극 찾으면서 신규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하위 문화, 일명 서브컬처 아래 팬덤들에게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했던 것과 달리 신규 브랜드들은 시장에 신선함을 더해주고, 트렌드와 감도를 앞세워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 중 성장가능성 높은 브랜드들은 일찍이 유통기업들의 지원과 투자로 자본력이 더해지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된 무신사와 대명화학, 오픈런프로젝트의 MZ 타깃의 캐주얼 브랜드 투자 전략이 신규 브랜드 발굴로 진화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파트너스를 통해 매년 성장가능성 높은 브랜드에 투자한다. 초기 투자 규모는 브랜드 밸류의기본 20% 내외이며, 브랜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획, 생산, 회계 등에 컨설팅을 지원하되, 브랜드 방향성은 디렉터에게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 방침이다.
무신사가 지난 2021년 투자한 ‘코드그라피’는 2년여만에 MZ 대세 브랜드로 떠올랐다. 트렌드와 디자인에 강점을 보이는 것은 물론 비효율적인 생산 프로세스에서 탈피해 가격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지난해 350억원 규모 매출을 달성했다. 이 브랜드의 올해 목표는 500억원이다.

대명화학의 투자 전략은 제2의 컴퍼니빌더를 만드는 것이다. 빌더 저마다의 전략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육성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대명화학의 대표적 컴퍼니빌더는 레시피그룹, 모던웍스, 월드와이드브랜즈, 하고엘앤에프, 하이라이트브랜즈 등이 있다.
특히 하고는 지난해 브랜드 엑셀러레이터로조직 세팅을 완료했다. 하고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브랜드 중 단연 돋보이는 브랜드는 ‘마뗑킴’이다. ‘마뗑킴’은 하고엘엔에프의 투자 이후 매출이 170억원으로 수직상승했으며, 이에 힘입어 지난해 5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오픈런프로젝트 또한 투자와 인수를 통해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어 내고 있다.대표적인 브랜드가 미니멀 컨템포러리 브랜드 ‘쿠어’와 ‘드로우핏’, 감각적인 디자이너브랜드 ‘노이어’이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시작해 백화점 중심으로 오프라인 유통에도 진출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이 10년 이상 헤리티지를 쌓으면서 패션시장의 주류 콘텐츠로 떠올랐다. 이제 스트리트를 넘어 매년 새로운 캐주얼 브랜드들의 등장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들의 양질의 콘텐츠 수급 니즈와 맞물려 다양한 채널로 확장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 무신사 PICK ‘코드그라피’, MZ 타깃 캐주얼 강자로 등극

‘코드그라피’는 지난 2020년 첫 런칭한 브랜드로, 다품종 소량생산에 기반한 한정판 전략으로 일찍이 이름을 알렸다. 특히 ‘코드그라피’ 채명석 대표와 정대권 이사는 동대문의 발빠른 생산 시스템을 터득했고 SNS를 활용해 발빠르게 브랜드를 알리는 전략을 구사해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코드그라피’는 런칭한 해 무신사에 입점했는데, 이 때 가장 우선 순위로 둔 것이 무신사 판매 랭킹 상위권 진입이었다. 무신사에서의 성공이 브랜딩이자 마케팅이라는 생각에서다. 2020년 겨울 무신사 판매 랭킹에서 패딩 아이템으로 1위를 찍은 바 있으며, 몇몇 아이템은 완판을 기록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데 이어 매 시즌 컬렉션 시그니처 아이템들도 매번 판매 랭킹에 등재되며 인기 브랜드 반열에 올라섰다.
올해는 흐름에 탄력을 줄 수 있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한다. ‘코드그라피’는 지난해 인기 보이그룹 세븐틴 멤버인 호시를 모델로 발탁했고, 지난 겨울 시즌 호시를 앞세워 판매한 푸파 숏패딩은 누적 판매 6만장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매출은 35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세터’, 2021년 주목받은 신인에서 패션시장 주류로
‘세터’는 2020년 와디즈펀딩을 거쳐 2021년 정식 런칭했다. 런칭 초기 펀딩에 참여한 팬덤과 다양한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SNS를 적극 활용한 SNS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인스타그램은 물론 정기적인 뉴스레터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알림, 유튜브 동영상까지 다방면으로 SNS를 활용한 소통으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면서 지난해 15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세터’는 미니멀&컨템포러리 콘셉트로 폭넓은 소비자들을 타겟팅한다. 그 덕에 다양한 유통채널에도 잘 녹아들면서 자연스럽게 채널 확장이 가능했다. 특히 지난해 오프라인 채널 확장이 두드러졌다. 더현대서울과 롯데 부산점에서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으며, 성수동에서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면서 소비자들과 접점을 확대했다.
올해는 카테고리 확장을 통한 볼륨화를 꾀한다. 이를 위해 올해 여성 라인인 ‘세터 우먼’을 런칭했다. 최근 남성적 디자인을 소비하는 여성 소비자들이 확대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해 이들을 위한 실루엣과 디테일,사이즈 등을 기획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 ‘마뗑킴’, 개인 블로그에서 MZ 스타 브랜드로 떠오르다
203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마뗑킴’이 대세다. 캐주얼 브랜드 관계자들도 ‘마뗑킴’ 성장세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500억원 매출성과를 냈을 만큼 패션시장 강자로 떠올랐다.
김다인 대표가 운영하는 ‘마뗑킴’은 2015년 소소하게 옷을 팔던 개인 블로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15만명 팔로워를 확보한 SNS 스타 브랜드다. 지난해 하고엘앤에프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다방면으로 확장세가 가파르다. 또한 지난해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과 협업으로 이슈를 만들어내며 브랜딩 작업도 탁월했다.


올해는 오프라인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지난해 8월 더현대 대구 지하 2층에 국내 1호 매장 개점하고 이어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두 번째 단독 매장을 오픈했으며, 하고엘앤에프의 오프라인 채널인 하고하우스3개 매장(인천점, 롯데월드몰,부산본점)에 메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마뗑킴’의 오프라인 매장은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한 희소성 높은 아이템들을 만나볼 수 있는 핫플레이스로 꾸며 더 많은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기대된다.
◇ ‘하로킨’ 크리에이티브 브랜드로 본격 스타트
박서원오리콤(두산그룹 계열 광고사) 전 부사장과 레이어 출신 소민호 디렉터가 손잡고 새롭게 선보이는 브랜드 ‘하로킨’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는 배우 이제훈도 크리에이티브 그룹 ‘하로킨’에 참여하면서 파급력도 갖췄다.
먼저 ‘하로킨’은 박서원 전 부사장이 직접 브랜딩 기획부터 디자인 실무 전반에 함께 참여했다. 특히 지난번 이슈가 된 미스치프와 콜라보레이션도 주도했고, 콜라보 컬렉션 메시지인 ‘This Girl Can’이라는 메시지도 직접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로킨’의 계획은 브랜딩 강화다. 소민호 ‘하로킨’ 디렉터는 “‘하로킨’이 도대체 무슨 브랜드야? 라는 의구심이 든다면 우리의 방향성이 맞아 들어간 것이다. 매시즌 다양한 시도와 스토리텔링으로 변화를 가져가는 신선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 ‘하로킨’의 방향성”이라고 설명했다.
◇ 오프라인 오픈런하면‘쿠어’, 백화점 러브콜 쇄도
미니멀 콘셉트의 ‘쿠어’는 지난 2021년부터 오프라인 확장을 시도하면서 매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첫 오프라인 매장은 더현대서울이다.
‘쿠어’는 더현대서울 오픈 이후 2021년 10월에 처음으로 월 매출 3억원을 기록했으며, 최근까지도 이와 같은 수준의 높은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 판교점도 오픈해 인기를 끌고 있다. 쿠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30% 대 증가한 약 270억원을 기록했다. ‘쿠어’는 겨울 시즌 강자다.

지난 겨울은 한파가 늦게 찾아오면서 코트 수요가 증가해 더 성장에 탄력도 받고 있다. 특히 MTR 오버핏 더블코트는 겨울 시즌마다 무신사 판매 랭킹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누적 판매량 3만장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삼성물산과 협업해 높은 퀄리티의 캐시미어 소재를 개발했는데, 해당 소재를 활용한 니트 아이템 등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지난해까지 누적 19만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다. 올해는 카테고리 확장을 통한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