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뉴욕패션위크에 이어 9월 뉴욕 코트리 국제 의류 박람회에 참가한 일은 글로벌한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더 큰 발걸음이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더 큰 새로운 시장으로 발돋음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다음 무대로 파리패션위크를 목표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김아영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까이에’가 지난 2월 뉴욕패션위크에 이어 9월 코트리 전시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간 국내외 시장을 겨냥해 전개해 왔지만, 올해 뉴욕패션위크와 코트리 참여는 ‘까이에’가 글로벌 브랜드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자, 해외 바이어들을 사로잡는 비즈니스의 장소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서울패션위크와 뉴욕 코트리 전시회를 모두 마친 김아영 디자이너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서울 넘어 뉴욕으로…파리패션위크까지 도전 나서

‘까이에’는 9월 서울패션위크에서 다가올 2024 SS 컬렉션으로 ‘미스틱 인디아’를 테마로 잡고 강렬한 컬러와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아이템들을 선보였다. 평소 새로운 문화에 관심이 많은 김 디자이너인데, 이번 컬렉션은 이슬람 문화권의 독특한 전통 양식에서 영감을 따왔다. 특히 인도의 ‘자이푸르’라는 도시를 다녀온 후 인도만의 고유한 컬러와 화려한 디테일에 매료되어 이번 컬렉션에 담았다는 설명이다.
김 디자이너는 “자연에서 만들어진 사암에 입혀진 핑크빛 햇살로 물든 자이푸르라는 도시는 신비한 자연의 컬러에 화려하고 정교한 인도 특유의 장식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인도의 화려한 직물 패턴과 자이푸르의 신비하고 오묘한 컬러를 재해석하고 인도 전통의상 사리(Saree)나 도티(Dhoti)에서 보여지는 매듭, 언밸런스한 드레이프, 레이어드 등의 디테일을 담은 보헤미안 룩으로 재탄생시켰죠”라고 설명했다.
관심도가 낮은 인도를 배경으로 해 우려한 것과 달리 이번 컬렉션은 국내외 팬들은 물론 해외 바이어들까지 사로잡았다. 이어 뉴욕 코트리 무대에서는 여러 쇼룸과 스타일리스트들로부터 다양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김 디자이너는 뉴욕에서 컬렉션과 전시 경험을 다수 쌓은 만큼 다음 무대는 파리패션위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꺼내 보였다.
김 디자이너는 “쇼를 마치고 인도 측 바이어들이 찾아와 그동안 인도를 테마로 한 컬렉션들을 많이 봐왔지만 까이에 쇼는 이전과 다른 차별화된 컬렉션이었다고 전했습니다”라며 “보통 자수나 비딩 트리밍과 같은 장식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춘 컬렉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컬렉션에서는 인도 전통의상의 쉐잎을 새롭게 재해석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아닌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요”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뉴욕패션위크와 코트리 참가 이후 국내에서 오히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뉴욕패션위크 참가 이후 한국을 찾는 해외 바이어들과 유통 채널에서 많은 러브콜이 오고 있고, 아랍권에서 많은 관심을 주셔서 세일즈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생긴다면 그때마다 참여할 생각입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 무대로 생각하고 있는 파리는 제가 어릴 적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어서 인지 그 곳에서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강한 희망이 있어요. 그러기 위해 전시회나 패션쇼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외부 활동과 SNS 등을 통해서도 해외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작은 활동들이 모여서 해외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 감동들이 모여 글로벌한 무대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담은 컬랙션 패션쇼를 개최했다.
◇ 브랜드 아이덴티티 중요해…하이엔드 무드로 마니아 형성
최근 스트리트 캐주얼이 전세계 패션 시장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스트리트가 아니더라도 탄탄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는 언제나 바이어들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김아영 디자이너의 ‘까이에’는 브랜드 런칭 이후부터 줄곧 하이엔드 무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김 디자이너의 하이엔드 감성은 ‘파리’에서 패션 디자인 공부를 했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가치를 담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맵시를 보다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여주기 위해 입체적인 패턴을 연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 디자이너는 “비즈나 트리밍, 아플리케 등 작은 디테일과 철저한 봉제 등의 섬세함을 담아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입체적인 패턴의 차이, 우아한 곡선의 차이 그리고 작은 디테일의 차이를 고민하고 또 구현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그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성장 방향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단번에 아이템만 봐도 ‘까이에’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디자이너는 “저희 ‘까이에’는 스트리트와 패스트 패션이 주를 이루는 패션 시장 속에서 끝까지 하이엔드 감성의 제품들로 마니아 층을 형성하는데 주력하고 있죠. 그래서 왜 이 금액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하는지 설명하기에 앞서 상품의 가치와 신뢰도를 높이는 브랜딩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장의 매출 때문에 방향을 바꾸는 브랜드들이 많은데, 끝까지 브랜드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글로벌한 브랜드로 키워가려고 합니다”고 설명했다.
◇ 컬렉션 라인과 커머셜 라인의 조화…‘까이지엔느’ 런칭


이번 서울패션위크에 방문한 3NY 바이어는 “바잉하기 앞서 무대에서 컬렉션 라인 의상이 어떻게 연출되는지, 얼마나 브랜드 철학을 담고 있는지를 먼저 살피고, 이후 커머셜 라인을 바잉하면서 거래를 확장시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까이에’도 컬렉션 라인과 커머셜 라인에 대한 고민이 깊다. 김 디자이너에 따르면 자사몰 페이스북 픽셀에서 ‘까이에’ 브랜드뷰 수를 살펴본 결과, 73만건에 달했지만, 장바구니 담기는 500건, 실질 구매는 120건으로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저희 자사몰에 방문한 고객들이 많은데 ‘왜 주문하지 않았을까?’하고 깊은 고민을 하곤 했습니다. 먼저 가격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고, 또 디자인 역시 너무 눈에 띄어서 ‘보기엔 이쁘지만 실생활에서 입기에는 조심스럽다’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이로 인해 탄생한 것이 세컨브랜드 ‘까이지엔느’다. 대중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이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하면서 결국에는 ‘까이에’ 컬렉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이 담겨 있다.
김 디자이너는 “까이에 제품들을 선뜻 구매하기 어려워하는 고객들에게 쉽고 편하게 경험을 할 수 있는 브랜드가 ‘까이지엔느’입니다. 하지만, 기존 까이에 마니아층은 더 많은 디테일의 더 까이에스러운 상품들을 찾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결국은 하이엔드 브랜드 ‘까이에’의 고객으로 만들고자 먼저 경험하게 되는 관문이 ‘까이지엔느’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