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Exclusive하림의 승부수 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하림의 승부수 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신선식품 배송 위한 도심형 물류 거점 활용에 주목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며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홈플러스가 결국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에 성공했다. 당초 인수전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메가 MGC커피가 본입찰 직전 돌연 발을 빼면서 거래는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듯했지만, 막판 예상 밖의 인수 주체가 등장했다. 닭고기 전문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신을 추진 중인 하림그룹이다.

하림그룹 계열사 엔에스쇼핑(NS쇼핑)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수 금액은 약 1206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두고 “하림이 전국 단위 오프라인 유통망을 사실상 저가에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과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는 최소 7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 수준까지 거론됐지만,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와 유통업 침체가 맞물리며 몸값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림 익산공장 현장 직원들이 부분육 정선발골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하림)

자금 동원력 측면에서도 하림의 부담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인수를 추진하는 엔에스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모회사인 하림지주가 1조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재무적 뒷받침이 가능하다. 업계는 이번 인수를 단순한 유통업 진출이 아니라 하림 특유의 ‘수직계열화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하림은 병아리 부화부터 사료 생산, 축산, 도축, 가공,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그룹 내부에 편입시키며 국내 최대 육계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돼지고기와 오리고기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축산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이 같은 전략의 상징적 사례가 2015년 팬오션 인수다.

당시 하림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가격에 팬오션을 인수하며 ‘승자의 저주’ 우려를 낳았지만, 결과적으로 곡물 수입과 해상 운송망을 그룹 내부로 편입하면서 사료 원가 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 팬오션은 이후 하림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이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한다. 곡물·사료·축산·가공으로 이어지는 업스트림(Up-stream) 구조를 완성한 하림이 이제 소비자 접점인 다운스트림(Downstream) 유통망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더미식 즉석밥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더미식 브랜드를 연매출 1조 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혀왔다.

◇ 근거리 슈퍼마켓 넘어 물류 배송…복합 유통 거점으로 활용 의도
실제 하림의 고민은 명확하다. 그룹은 최근 몇 년간 ‘더미식’을 중심으로 라면, 즉석밥, HMR(가정간편식) 등 종합식품 사업 확대에 공을 들여왔지만 시장 존재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채널에서는 CJ제일제당·오뚜기·풀무원 등 기존 강자들과 경쟁해야 했고, 매대 확보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반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전국 점포를 확보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자체 유통망을 기반으로 더미식 제품과 HMR 상품을 전략적으로 배치할 수 있고, 신제품 테스트와 소비자 반응 확인도 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매대의 자사화’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하림이 최근 설립한 ‘주식회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사업 목적 역시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정관에는 일반적인 SSM 운영뿐 아니라 부동산 개발·임대업, 화물자동차터미널 운영업, 문화센터 및 생활체육시설 운영업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미식의 국물요리 라인업. 소고기 개장, 닭개장, 설렁탕, 부대찌개, 한우사골곰탕 등 다양한 제품으로 라인을 확장했다.(사진=하림)

단순 근거리 슈퍼마켓을 넘어 물류와 배송, 생활 플랫폼 기능까지 결합한 복합 유통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업계는 하림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를 퀵커머스와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림은 이미 전북 익산에 대규모 물류센터 ‘풀필먼트 바이 하림’을 구축했고, 신선식품 직배송 플랫폼 ‘오드그로서’를 운영하며 물류 경쟁력 강화에 투자해왔다.

다만 시장의 시선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SSM 시장 자체의 구조적 침체다. 이커머스 새벽배송 확대와 편의점 대형화, 다이소 등 오프라인 대체 채널 성장 속에서 SSM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SSM 채널의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림의 닭가슴살과 치킨스톡 등 신선 및 가공 식품 라인업. 하림은 닭고기 사업을 기반으로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사진=하림)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하림의 종합식품기업 전략 가늠할 시험대
하림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지나치게 자사가공식품 중심 채널로 운영할 경우 기존 고객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쟁력은 근거리 신선식품 구매 채널이라는 점에 있는데, 상품 구색이 제한될 경우 소비자들이 경쟁 SSM이나 대형 편의점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다. 노사 문제 역시 부담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는 약 20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매각 과정에서 이미 희망퇴직이 진행됐다.

노조 측은 인수 이후 고용 안정성과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유통업 특성상 현장 운영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초기노사 갈등은 영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결국 핵심은 ‘유통 운영 역량’이라고 지적한다. 하림은 축산과 식품 제조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SSM 운영 경험은 제한적이다.

2025년 컬리푸드페스타에 참가한 하림 부스 현장. 하림은 오드그로서·더미식 등 신선식품과 프리미엄 HMR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미 GS더프레시·이마트에브리데이·롯데슈퍼 등 기존 사업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장에서 차별화된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하림은 과거 유통사업에서 뚜렷한 성공 경험을 만들지 못했다. NS마트는 사업 확장 이후 수년 만에 철수 수순을 밟았고, 더미식 역시 대규모 투자에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가 단순한 점포 확보를 넘어 하림의 종합식품기업 전략 전체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의 핵심은 단순히 점포를 운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물류와 배송 거점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하림의 유통 실험 결과가 그룹 신사업 전반의 방향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206억 원 규모의 이번 베팅이 또 하나의 성공적인 수직계열화 사례로 남을지, 혹은 하림의 새로운 부담으로 돌아올지는 향후 전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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