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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용 벗은 프리미엄 호텔 김치, 글로벌 리테일 지형 바꾼다

워커힐·조선호텔, 현지화 레시피와 특수 패키징으로 글로벌 유통망·면세 채널 정조준

한국 전통 식품의 상징인 김치가 글로벌 리테일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상품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 한인 마트나 아시안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유통되던 저가형 대량 생산 김치와 달리, 최근에는 특급호텔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해외 현지 유통망과 면세 채널을 직접 공략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는 단순한 K-푸드 열풍을 넘어, 소비자 취향 세분화에 따른 유통 전략의 변화이자 내수 한계를 극복하려는 기업들의 구조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프리미엄 발효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품질 유지와 물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인프라 개선에 집중해 왔다. 특히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수펙스 김치를 미국 시장에 수출하며 현지화와 기술 혁신을 동시에 적용한 전략을 선보였다.

미국 현지에 송출되고 있는 ‘워커힐호텔 김치’ TV 광고 영상 캡쳐본(제공 워커힐호텔앤리조트)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존 한우 양지 육수 대신 상황버섯, 표고버섯, 잎새버섯 등 3종의 버섯과 채소를 우려낸 비법 채수로 레시피를 전면 개편했다. 이는 글로벌 식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은 채식 위주의 소비 구조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춘 결과다.

물류 과정에서의 변질을 막기 위한 패키징 기술 도입도 핵심적인 변화다.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인해 포장이 팽창하는 기존 파우치 형태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캔시머(Can Seamer) 용기를 새롭게 적용했다.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발효 가스를 자연스럽게 배출하는 이 특수 용기는 해외 유통 과정에서의 품질 유지라는 치명적인 물류 리스크를 해소했다.

워커힐은 이러한 기술적 보완을 거쳐 지난해 세컨드 브랜드 워커힐호텔 김치 7톤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데 이어, 최근 1톤 규모의 프리미엄 수펙스 김치 3종을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을 통해 미국 유통망에 진입시켰다. 미국 내 방송 광고 송출과 호주 시장 진출 등 공격적인 판로 확장을 통해 7월 기준 누적 수출량 70톤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1·2터미널점 식품존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에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프리미엄 김치 브랜드 ‘조선호텔 김치’를 새롭게 선보였다. 사진은 조선호텔 셰프가 파우치형 김치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제공 신세계면세점)

글로벌 소비자와 만나는 오프라인 접점 형태도 리테일 구조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식품존에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자체 브랜드 조선호텔 김치를 입점시키며 프리미엄 식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는 뷰티와 패션 카테고리에 집중됐던 면세점 주력 상품군이 고부가가치 신선식품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세계면세점은 여행객의 구매 특성과 운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1킬로그램 단위의 파우치형 상품과 650그램 용기형 등 휴대성을 높인 맞춤형 규격을 선별해 매장에 배치했다. 면세 채널을 단순한 출국장 판매처가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K-푸드 프리미엄 브랜드의 쇼룸이자 거점 채널로 활용하려는 유통 구조의 변화다.

특급호텔 김치의 글로벌 진출은 한정된 내수 시장을 벗어나 자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려는 기업들의 전략적 승부수다. 현지 식문화에 맞춘 레시피 변형과 장거리 유통이 가능한 패키징 기술의 결합은 향후 국내 신선식품 수출의 새로운 표준 모델이 될 것이다. 리테일 업계와 유통 플랫폼은 이러한 흐름을 주시하며, 프리미엄 식음료 브랜드를 앵커 테넌트로 유치해 글로벌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공간 기획 전략을 한층 고도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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