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9월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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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 입점 업체의 눈물, ‘미니멈의 덫’에 걸렸다

코로나 쇼크에도 상생(相生) 외면하는 복합쇼핑몰 운영 대기업들

롯데월드타워는 미니멈캐런티를 비롯해 보증금과 관리비가 별도로 부과된다. 관리비는 동일업계 가운데 가장 높게 책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스타필드 쇼핑몰도 마찬가지 입점업체에게 미니멈개런티와 보증금, 관리비를 부과하고 있다.
여의도 IFC몰과 미니멈개런티와 보증금, 관리비 기준에 맞춰 입점이 이뤄진다. 브랜드 파워과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복합쇼핑몰이 유통 채널의 주류로 떠올랐다.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소비 형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사진 위부터 롯데월드타워, 신세계 스타필드고양, 서울 여의도 IFC몰, 서울 영동포 타임스퀘어 순. 타임스퀘어 쇼핑몰의 입점 조건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해 처음과 달리 현재는 입점 시 미니멈개런티 등의 조건이 따로 제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 망하고 버티면 다행이다.” 코로나19의 칼바람을 맞은 복합쇼핑몰 입점 브랜드 본사 A씨의 한탄이다. 그는 제법 규모 있는 브랜드를 운영 관리하고 있다. 전국 곳곳의 대형 복합쇼핑몰에도 매장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요즘 오랜 경기침체와 코로나19가 할퀸 상처는 컸다. 이전엔 사람들이 돈이 없어 소비를 안 했다면, 지금은 돈이 있어도 소비를 못한다.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부터 국내 경제는 ‘소비 절벽’에 부딪혔다.

2020년 1분기 민간소비는 직전 분기(지난해 4분기) 대비 6.4% 감소했다. 외환위기(1998년 1분기 -13.8%)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었다. 경제성장률은 -1.4%였는데, 소비 절벽이 갉아먹은 성장률만 3.1%포인트였다.

2분기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1.5%로 반등하긴 했지만, ‘반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소진된 8월 이후엔 별다른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3분기 소비 지표를 긍정적으로 점치기 어려운 이유다. 8월 29일 0시부터 수도권에 선포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는 소비 지표를 더 옭아맸을 게 뻔하다. 그 기간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에 앉아 있을 수 없게 됐고, 오후 9시 이후에는 식당과 주점에서 밥이나 술을 먹을 수 없게 됐다. 학원·노래방·헬스장·당구장도 문을 닫았다.

늦은 밤 시내버스의 배차 간격은 길어졌다. 수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일상화했고, 언택트(비대면) 생활 방식을 점차 늘렸다. 잠잠해 진줄 알았던 바이러스가 장마가 끝난 뒤 다시 기승을 부린 것이다.

대면 접촉을 금기시하는 방역정책은 오프라인 상권에 특히 치명타였다. 사람이 몰리는 거리를 휑하게 만들었고 시민들의 지갑은 자연스럽게 굳게 닫혔다. 직원을 내보내고 나홀로 버티다가 폐업을 신청하는 자영업자가 부쩍 늘어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추경호(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점포 철거 지원비 신청자는 4526명에 달했다. 6개월 만에 작년 한 해 전체 신청자 수(6503명)의 69.5%에 육박한 셈이다.

상권 공실률도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국 중대형 상가(3층 이상,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12.0%로 전기(11.7%)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중대형상가 공실률이 12.0%에 도달한 건 2002년 통계 작성 후 처음이다. 예전엔 인파에 떠밀려 걸어가던 유명 상권 마저도 이제 손쉽게 ‘점포 정리’ ‘폐업’ 등을 붙인 가게들과 마주하게 됐다.

◇ 예상 못한 코로나19가 치명타 됐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업체들이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상태에서 미니멈개런티 등 입점 조건에 발 목이 잡혀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 스타필드쇼핑몰.)

이처럼 여느 업태 가릴 것 없이 코로나 쇼크에 노출돼 있긴 하지만, 복합쇼핑몰 입점 브랜드 A씨의 표정은 유독 어두웠다.

“오히려 폐업하는 업체들은 사정이 나을 지도 모른다. 아예 퇴로가 없어서 고통 속에 마냥 버티고 있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부류 중에 복합쇼핑몰 입점 업체들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도 집객력 좋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인데 ‘엄살을 부리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도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복합쇼핑몰과 맺은 입점 계약서의 내용을 보면 어느 곳보다 절망스럽다는 것을 알고 놀랄 것이다.”

복합쇼핑몰은 주변 상권과의 상생을 꾀하는 일이 많다. 복합쇼핑몰을 둘러싼 나쁜 여론을 타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입점시킨 후 입점업체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

언뜻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업체들은 유통 대기업의 테두리 안에서 나름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전혀 얘기가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의 경우 일반 임대차 방식으로 계약한 매장 비율이 90% 이상이고, 이 가운데 중소·중견기업 매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스타필드 쇼핑몰의 경우 중소·중견기업 브랜드 매장이 80%에 육박한다는 게 운영사 신세계프라퍼티의 설명이다. 롯데몰의 경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파트너사가 전체 점포의 약 67%에 달한다. 명품과 고급 의류 브랜드 매장이 비중이 높은 백화점과는 다르다. 이들 중소·중견기업 입점 업체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에 유별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업체들은 백화점과 달리 수수료 외에 미니멈캐런티, 관리비, 카드수수료, 보증금 등의 별도 항목이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에 고통은 더욱 심각하다. (사진 스타필드)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가 높아질 때마다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더운 여름은 더위를 피하는 소비자가 몰려 다른 유통시설 보다 매출이 높게 나오는 시기다. 하지만 올 여름은 이런 복합쇼핑몰의 장점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매출이 떨어졌는데도 고정비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도한 ‘착한 임대인’ 운동도 복합쇼핑몰 내에선 무용지물처럼 느껴진다. 매출이 크게 하락해도 이와 별개로 일정 수준의 임대료를 무조건 내야 하는 복합쇼핑몰 업계의 특수한 계약 조건이 주범이다. 바로 ‘미니멈개런티’라는 항목으로 인해 더욱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미니멈개런티’는 어떤 계약 내용일까. 일단 이 계약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선 복합쇼핑몰의 정의부터 살펴봐야 한다. 복합쇼핑몰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한 대규모 점포의 6가지 업태 중 하나다. 매장 면적의 합계가 3000㎡ 이상이고, 쇼핑·오락·업무 기능 등이 한곳에 모여 있고, 1개의 업체가 개발·관리·운영하는 대형 점포를 말한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복합쇼핑몰의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2000년 개장한 강남의 코엑스몰이 한국 복합쇼핑몰의 시초로 꼽힌다. 쾌적하고 널찍한 공간에서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몰링’ 개념이 확산하기 시작한 건 2006년 용산 민자역사 ‘스페이스9’을 리뉴얼한 아이파크몰과 2009년 9월 영등포 타임스퀘어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후 김포공항에 오픈한 ‘롯데몰’이 국내 복합쇼핑몰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11년 오픈한 김포 롯데몰의 경우 롤 모델로 일본의 유명 복합쇼핑몰인 이온몰을 삼았고 국내 최초의 라이프스타일형 복합쇼핑몰을 표방했다”면서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이때 롯데가 이온몰의 계약 방식인 미니멈개런티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미니멈개런티’를 우리말로 옮기면 ‘최저 보장액’이다. 이 계약의 구조는 단순하다. 복합쇼핑몰과 입점 업체는 ‘임대을‘이라는 계약 조건을 통해 입점한다. 임대을은 매출에 따른 수수료를 임대료로 지급하면서, 이와 별개로 보증금, 관리비, 카드수수료 등을 입점 업체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되는 부분이 미니멈개런티다. 장사가 안 되더라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미니멈) 금액’이 바로 미니멈개런티다. 초기 입점 시 정한 예상 매출액 또는 재계약 시 전년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통상 70%선이다.

예를 들어 복합쇼핑몰이 한 매장의 미니멈개런티를 적용하는 매출을 월 5000만원(예상 매출의 70%)으로 책정하고, 지급 수수료율을 20%로 계약했다고 가정해 보면 이 매장이 장사가 잘 돼 매출 월 7000만원을 일으키면, 매장은 7000 x 20% = 1400만원을 복합쇼핑몰 측에 임대료로 내면 된다. 1억원을 달성했다면, 1억원 x 20% = 2000만원이 임대료가 된다.

이렇게 장사가 잘 될 때는 문제가 없다. 복합쇼핑몰과 입점 매장 모두 윈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출이 급감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요즘 같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매출이 10분의 1 토막이 나 월 1000만원으로 떨어질 경우 애초 계약 시 정한 수수료율 20%를 그대로 적용하면, 1000 x 20% = 200만원만 임대료로 내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 매장은 그 다섯 배인 1000만원을 낸다. 바로 미니멈개런티 5000만원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매출이 미니멈개런티 5000만원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그대로 5000만원을 적용한다는 것이 미니멈개런티다. 따라서 무조건 5000 x 20% = 1000만원을 내는 것이다. 이 경우 한 달 매출 전체를 고스란히 임대료로 내는 셈이다. 이로 인해 결국 미니멈개런티는 복합쇼핑몰에는 리스크가 없는 반면 입점 업체에는 리스크가 큰 불합리한 구조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의 롯데몰과 신세계프라퍼티의 스타필드 쇼핑몰 등에 입점한 업체들이 주로 미니멈개런티가 들어간 계약을 맺는다. 또한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영등포의 ‘타임스퀘어’, 여의도 ‘IFC몰’ 등의 복합쇼핑몰도 이런 구조의 매장이 다반사다. 그동안은 이 미니멈개런티 이슈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장기 불황에도 복합쇼핑몰 분야는 새 유통 트렌드로 떠올라 모두가 성장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비나 눈·미세먼지 등을 피할 수 있고, 넓고 쾌적한 공간이란 점이 매력적이었다.

쇼핑시설과 맛집, 문화시설, 오락시설 등을 한곳에 구성해 그 안에서 모든 소비활동을 일으키도록 복합화해 집객효과가 컸다.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미니멈개런티 조건에만 걸리는 않는 수준이면 그럭저럭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오프라인 유통 위기를 더 앞당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심으로 한 방역 조치는 이들에게 치명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닥친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감염 위험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업체 대부분이 ‘미니멈의 덫’에 걸린 것이다. 매출은 이전에 비해 한참 떨어졌는데도, 계약할 때 정한 매출 하한선 보장 조건, 즉 미니멈개런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은 판매 수수료율이 높지만 미니멈개런티 조건은 없다. 사진은 갤러리아 광교.

매출의 등락과 상관없이 일정 비율의 판매수수료만 임대료로 내는 백화점 입점 매장과는 상황이 오히려 역전됐다. 백화점 계약 방식은 ‘특정매입’이다. 백화점이 공간을 제공하고 그 공간에서 브랜드 매장이 상품을 판매해 미리 계약한 매출에 따른 수수료율을 적용한 금액만 사용료(임대료)로 내면 된다. 백화점은 미니멈개런티가 없다. 극단적으로 설명하면 백화점에선 매출이 ‘제로(0)’면 수수료도 ‘제로(0)’다. 30% 중후반대의 백화점의 수수료는 20%대 수준의 복합쇼핑몰의 수수료보다 높긴 하지만, 매출 하한선 보장 조건인 미니멈개런티는 없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에 동시에 입점한 한 브랜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이 효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백화점 매장이 나은 편이다. 미니멈개런티가 있는 복합쇼핑몰과 달리 백화점은 매출이 떨어지면 똑같이 임대료 비용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면서 “복합쇼핑몰에 입점할 때 이렇게 미니멈개런티가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몰랐다”고 한탄했다.

◇ ‘설마 미니멈개런티에 걸릴까’라는 판단이 결국 덫이 됐다

실제로 입점 업체들에게 유통 대기업이 설명한 복합쇼핑몰의 청사진은 밝았다. 당시에 넓은 공간이 내부를 구성하고, 다양한 여가·문화시설 등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복합쇼핑몰의 미래전망을 부정적으로 비춰지긴 어려웠다. 이미 일본·홍콩·싱가폴 같은 유통 선진국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은 터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복합쇼핑몰 입점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미니멈개런티란 계약 조간이 낯설긴 했지만, 금세 안심할 수 있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매출이 떨어지겠느냐’는 쇼핑몰 본사 관계자의 설명때문이었다. 실제로도 그럴 것 같았다. 천재지변이라도 나지 않는 이상 유통 대기업이 몇 천억원부터 1조원대까지 투자한 이 혁신적인 쇼핑 시설에 손님이 끊길 일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천재지변보다 더 끔찍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이 터졌다. 최저 매출 보장 기준으로 정한 미니멈개런티 이하로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니멈개런티는 결국 장사가 잘 될 때의 과실은 나눠 갖고, 장사가 안 될 때의 리스크는 모두 입점 업체에게 떠넘기는 불합리한 계약 형태”라면서 “계약을 해지하고 떠나려 해도 해지 위약금을 내야 하는 악조건이 또 있다. 결국 복합쇼핑몰 운영사에게 발목이 잡혀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 지면서 입점 업체들은 철저하게 ‘을’의 지위로 전락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입점 업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게 미니멈개런티뿐만이 아니다. 백화점과 비교하면 복합쇼핑몰 상인들의 어깨를 짓누른 요소는 또 있다. 바로 관리비 항목이다.

다시 백화점 입점 매장과 비교해 보면 백화점은 관리비, 카드수수료 등의 비용이 모두 계약 시정한 수수료율 안에 포함돼 있다. 30% 중후반의 고율의 수수료지만 백화점 입점 업체들은 이에 적응해 나름 생존의 방법을 찾아 비즈니스를 펼친지 오래다.

반면 복합쇼핑몰 입점 업체에게 관리비는 수수료율과는 별개로 따로 내야한다. 공공 시설 관리비, 통합방송실, 의무실, 고객상담실 비용뿐만 아니라 실내조경, 실외조경, 안내데스크, 콜센터 운영비, 유아 휴게실비, 유지보수비, 주차 관리비, 보안요원 고용비 등의 막대한 비용이 입점 업체에 평당 기준에 맞춰 관리비라는 항목으로 청구된다.

복합쇼핑몰 입점 업체 관계자는 “서울의 중심에 자리잡은 글로벌 톱 수준의 한 복합쇼핑몰의 경우 관리비가 평당 10만원이다. 위치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100평이면 1000만원이 관리비로 나오는 셈이다. 입점 시 당시 평당 10만원정도가 실비로 들어간다고 안내 받았지만, 한 번도 실비 내역을 본적은 없다.”면서 “임대료 외에 월 1000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정말 이 정도 실비가 나오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지방의 매장 임대료 수준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이 뿐만 아니다. 전기·가스·수도비 등 유틸리티 사용 비용과 카드수수료 또한 별도로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비용만 월 수백만원 가량이 된다. 관계자는 때론 복합쇼핑몰에서 해야 하는 매장 설비투자 마저도 입점 업체에게 떠넘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덧붙여 말했다.

또한 복합쇼핑몰에 입점할 때 매장 공사를 하는 설비 업체를 입점 업체가 정할 수 없다. 복합쇼핑몰 대부분이 등록된 설비 업체 리스트를 갖고 있다. 한 입점 업체 관계자는 “저희 회사 브랜드를 담당하는 설비업체보다 더 비싼 복합쇼핑몰에서 지정한 업체를 써야 했다”면서 “강요한 건 아니지만, 나중에 설비 문제가 생겼을 때 괜히 뒷말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소개한 업체를 결국 쓰게 됐다.”고 토로했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하는 업체가 내야하는 비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복합쇼핑몰 운영사가 임대 사업자란 이유로 보증금도 따로 받고 있다.

복합쇼핑몰 업계 리싱 부문 관계자는 “20%대의 복합쇼핑몰 수수료 비율만 보면 백화점보다 낮아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이는 착시효과에 불과 하다”면서 “이런저런 비용을 더하면 결국 쇼핑몰 측이 취해가는 비용은 애초부터 백화점 고율의 수수료를 기준으로 설계했다”고 털어놨다.

지금처럼 장사가 안될 때 입점 업체들은 출구 전략을 세우기도 힘들다. 입점 계약서에 중간 퇴점 시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 발목을 잡는다.

이 때 위약금은 보통 미니멈개런티의 3~6개월치를 내야 하는 조건이다. 당장 한 달의 미니멈 개런티를 내기도 어려운데 입점업체들에겐 모든 게 가혹한 족쇄 같은 계약 조건이다.

이 같이 계약도 불합리한데 의욕을 떨어뜨리는 공평하지 않는 조건이 또 있다. 가령 명품 브랜드나 글로벌 톱 브랜드의 경우는 미니멈개런티도 없고, 수수료율도 현저히 낮고, 각종 비용도 내지 않는 등의 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브랜드를 유치할 때 미니멈개런티 조건을 내밀었다가는 도리어 입점 거절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명품과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입점 업체로서 불합리한 조건인 미니멈개런티, 계약 해지시 위약금 등은 없다. 여기에 국내 업체와 비교 시 입점 수수료가 월등히 낮고, 때론 인테리어까지 지원받는 등 형평성까지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사진 루이뷔통(위)과 자라 매장)

브랜드 관계자는 “대형 유통사가 명품 브랜드와 일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치할 때 조건을 보면 국내 브랜드와 비교 시 특혜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니멈개런티도 없고, 수수료도 낮고, 때론 인테리어도 지원한다.”면서 “국내 중소·중견 기업을 대할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국내 업체들을 볼모로 고열을 짜 이익을 내고 해외 브랜드에게 이를 지원하는 꼴과 같다”고 꼬집어 말했다.

◇ 복합쇼핑몰 운영사, 유통 회사가 아닌 부동산 개발 및 자산관리 회사

당초 9월 22일 개점 예정이었던 스타필드 안성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해 전체 오픈 일정이 10월 7일로 연기됐다. 그만큼 코로나19가 복합쇼핑몰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처럼 여러모로 입점 업체에게만 불리한 계약이 진행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 대기업들은 복합쇼핑몰을 기존의 유통 채널의 관점에서 판단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가령 국내 복합쇼핑몰의 맞수로 꼽히는 신세계 프라퍼티(스타필드), 롯데자산개발(롯데몰)을 살펴보자. 신세계프라퍼티는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비전을 밝히고 있다.

‘신세계 프라퍼티는 현재 쇼핑센터 개발 및 부대시설 운영을 중심으로 향후 호텔·리조트, 레져 그리고 해외 쇼핑센터와 엔터테인먼트까지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롯데자산개발이 밝힌 비전 역시 비슷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종합자산개발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들 기업은 ‘유통’을 비즈니스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임차인에게 쇼핑몰의 일정 구역을 임대해주는 ‘부동산 개발·투자’가 주요 사업이다. 사실상 주요 수익원이 임대료이다 보니 ‘미니멈개런티’를 정해 적자를 볼 위험을 최소화한 것이다.

더구나 복합쇼핑몰은 일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복합쇼핑몰 대부분의 부지가 넓은 데다 외관도 고급화를 지향해야 해서다. 가령 하남 스타필드의 경우 1조400억원의 비용이 투자됐다.

실제로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두 회사의 실적은 신통치 못하다. 입점 업체들을 울리는 ‘미니멈개런티’라는 안전장치를 뒀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롯데자산개발은 2017년 12억원, 2018년 113억원, 지난해 151억원으로 영업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차입금 역시 지난해 말 1500억원으로 증가했다. 2016년 말 700억원에 그쳤던 차입금이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부터는 완전 자본잠식 상황에도 놓여있다. 지난해 자본총계가 -103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자본금을 까먹을 정도로 손실이 쌓이고 쌓였다는 얘기다.

신세계프라퍼티 또한 설립 이후 2016년(-110억원), 2017년(-109억원), 2018년(-164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내다 지난해 겨우 112억원의 영업흑자를 냈을 정도로 재무상황도 썩 좋지는 않다. 여전히 당기순손실은 적자(-61억원)인데다, 부채가 1조원에 육박한다. 향후 안성 스타필드 오픈 및 안착, 송산그린시티 테마마크 개발사업, 스타필드 청라점 등 굵직한 사업을 현실화하려면 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 복합쇼핑몰 운영사가 빠르게 흑자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매출이 올라야 한다. 따라서 입점 업체의 고통을 외면하는 게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입점 계약의 기본 골자는 매출에 따른 수수료 연동 구조다. 입점업체의 매출이 높으면 복합쇼핑몰 운영사의 거둬들이는 수익도 그만큼 함께 증가하는 것이다.

양쪽이 서로 잘 될 때가 가장 이상적인 구조다. 미니멈개런티를 계속 고집하다가 만약 입점 업체의 이탈이 본격화된다면 쇼핑몰의 경쟁력도 그만큼 떨어진다. 불 켜진 점포보다 빈 곳이 많은 쇼핑몰이 계속해서 운영되기는 쉽지 않다. 당장은 불 꺼진 복합쇼핑몰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먼 미래가 아닐 수도 있다. 소비 회복이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 회복 시기를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소비 회복에 2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무서운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의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민간소비 제약요인 점검’ 보고서를 보면 “향후 민간소비 회복은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지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도달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코로나19에 따른 서비스 업황 부진이 취약계층의 고용과 소득여건을 악화시켜 소비 부진을 고착화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민간소비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또 외환위기 당시에는 인력 구조조정과 소득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민간소비가 과거 수준을 회복하는데 2년 이상이 소요됐다. 한은의 분석대로라면 코로나19는 외환위기만큼의 짙은 불황이 소비시장을 덮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대기업인 신세계와 롯데는 최악의 경기 상황을 초래한 ‘코로나19 쇼크’에 입점 업체들을 나몰라라 하지는 않았다. 신세계프라퍼티가 먼저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했었다. 중소 입점업체의 3, 4월 임대료를 최대 30%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는 이 운동은 올해 초 전국적으로 벌어졌고, 정부도 이런 임대인에게 세액 감면 혜택을 줬다.

‘3~4월 임대료를 3개월간 납부 유예’를 결정했던 롯데자산개발 역시 최대 임대료 30% 인하를 내걸고 합류했다. 하지만 ‘미니멈개런티’의 설정 금액 자체가 높기 때문에 일시적 인하로는  여전히 입점 업체들에겐 버거운 수준이다. 더구나 임대료 인하 혜택이 3월과 4월에만 적용돼 일시적인 효과로 끝난 것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생색만 냈던 착한 임대인 운동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8월 중순, 여기에 또다시 엎친데 겹친 격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됐다. 코로나19가 최고조였던 3~4월의 피해보다 8월 이후의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게 입점 업체들의 주장이다.

◇ 미니멈개런티 중단 등 획기적인 구제책 요구 목소리 커져

복합쇼핑몰은 대부분 고급화·대형화를 꾀한다. 그만큼 투자비용이 막대하다는 얘기다. 복합쇼핑몰이 입점 업체들에게 불리한 ‘미니멈개런티’를 적용하는 이유는 자사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롯데몰과 스타필드.)

더구나 반짝 경기 진작이 이뤄졌던 5~6월 재난지원금 특수도 누리지 못한 입점업체들도 있다. 카드 매출이 유통 대기업으로 잡히는 매장에선 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개별 매장으로 등록해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일부 매장에서만 쓸 수 있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데도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유통 대기업들은 눈치만 보고 있는 듯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장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입점 업체들에게 당분간 미니멈개런티를 중단하는 등 획기적인 구제책이 필요하다”면서 “이들 입점 업체의 폐점이 본격화할 경우 복합쇼핑몰 또한 슬럼화가 진행될 수 있고, 그 이전에 먼저 입점업체 폐점을 둘러싼 여론이 좋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복합쇼핑몰을 향한 정치권의 시선은 따갑다. 9월 22일 기준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11개에 이른다. 대부분 규제의 범위를 확대하고 규제 강도는 더 세게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가령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영업시간 제한을 복합쇼핑몰에도 두자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전통시장과 중소상권을 침해하는 거대자본의 ‘골목 침투’라는 명분이 입법화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복합쇼핑몰 내엔 중소업체와 종소상인들도 상당수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합쇼핑몰이 입점 당사자들과의 상생을 외면하는 처사를 보이면 정치권의 입법 행보도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쇼크에 영업 규제까지 덮친다면 복합쇼핑몰마저 미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입점 업체들이 찍힐 까봐 눈치를 보면서도 계속해서 복합쇼핑몰 운영 측에 과감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쩌면 지금이 모두의 숨통을 틔워줄 마지막 골든타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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