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계의 빅2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이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LG생활건강은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021년 5조 3,261억원의 매출과 3,5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0%, 영업이익은 136.4% 증가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온라인 매출 비중 증가 및 사업 체질 개선의 효과로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국내의 경우 온라인과 면세 채널이 전체 매출 성장세를 주도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럭셔리 브랜드 개선 및 매장 효율화로 인해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주요 자회사들은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며 온라인 채널에서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 나갔다. 2021년 그룹 전체의 화장품 부문만의 매출은 4조 9,237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한 4조 8,63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0.1% 성장한 3,43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온라인 매출이 약 40% 성장하고 면세 채널에서 선전하며 전체 매출이 증가했다. 채널 믹스 및 전통 채널 영업이익의 개선으로 인해 전체 영업이익이 156%나 높아졌다.
고급 럭셔리 브랜드는 온라인 채널의 성장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설화수 ‘자음생’ 라인 및 헤라 ‘블랙쿠션’ 리뉴얼 출시 등 핵심 카테고리 중심의 제품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설화수가 ‘아름다움은 자란다’ 캠페인을 전개하고 프리메라가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하며 지속가능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이어갔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는 라네즈와 온라인 채널에서의 선전으로 인해 전체 매출이 성장했다. 라네즈의 ‘네오쿠션 X 메종 키츠네’, 마몽드의 ‘레드 에너지 리커버리 세럼 X 마르디 메크르디’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시도가 이어졌다. 배우 안소희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라이프스타일 뷰티 브랜드 ‘온호프’의 런칭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으며, 아이오페의 ‘슈퍼바이탈 크림 바이오 포텐셜’, 바이탈뷰티의 ‘슈퍼콜라겐 에센스’ 등 대표 상품 라인업도 확장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데일리뷰티 브랜드는 각 브랜드 별 기능성 라롱 사업 집중을 위한 면세 매장 축소 및 마케팅 비용 확대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오설록은 선물하기 시장의 입지 강화로 온라인 매출이 크게 성장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등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매력도 강화에도 성공했다.
올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Winning Together’의 경영 방침 아래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의 3대 추진 전략을 실행 중이다. 강한 브랜드의 완성을 위해서는 엔진 상품 육성, 시장분석 및 고객 대응 강화, 뉴 뷰티 비즈니스 확장 등을 시도한다.
디지털 대전환과 관련해서는 콘텐츠 역량 강화, 커뮤니티 팬덤 구축,디지털 기반의 사업 모델 혁신을 진행한다. 사업체질 혁신을 목표로 공감 기반의 ESG 경영 강화,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 새로운 경영 체계 도입도 추진한다.

◇ LG생활건강,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7년 연속 성장
또 다른 빅2인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엔 감소된 실적을 올렸지만 연간 전체 실적으로 따지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 전년동기 대비 3.4% 감소한 2조 2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9% 감소한 2,410억원에 머물렀다.
코로나 장기화와 치열해진 중국 화장품 시장 경쟁 과열로 화장품 사업이 주춤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은 성장세를 유지하며 전체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분기 매출은 뒷걸음질쳤지만 연간 전체 매출에서는 역대 최대를 찍은 것이다. LG생활건강의 2021년 전체 매출은 8조 915억원으로 전년대비 3.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1조 2,896억원으로 5.6% 상승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7년 연속 성장이다. 또한 국내 화장품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8조원 벽을 넘었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뷰티(Beauty/화장품)사업의 연간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4조 4,414억원, 영업이익은 6.5% 증가한 8,761억원을 달성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지속되는 펜데믹으로 위축된 시장 환경에서도 럭셔리 화장품이 견고한 브랜드력을 기반으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대표 브랜드 ‘후’는 글로벌 뷰티 시장 내 럭셔리 포지셔닝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천율단’, ‘환유’ 등 초고가 라인업을 탄탄하게 보강하며 전년 대비 12% 성장세를 보였다. 오휘와 CNP 등도 8% 이상 성장했다.
에이치디비(HDB-Home Care & Daily Beauty/생활용품)사업의 연간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9.9% 증가한 2조 582억원, 영업이익은 1.7% 증가한 2,089억원을 달성하며 연간 기준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전략적으로 육성한 데일리 뷰티의 ‘닥터그루트’, ‘히말라야 핑크솔트’, ‘피지오겔’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리프레시먼트(Refreshment/음료)사업 역시 연간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2% 증가한 1조 5,919억원, 영업이익은 6.2% 증가한 2,047억원의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공급 이슈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알루미늄캔 공장 화재로 인한 수급 불안정, 코로나 확산 등으로 제품 생산과 판매에 모두 우호적이지 않은 사업 환경이었지만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몬스터 에너지’ 등 주요 브랜드가 다양화된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저당/저칼로리 라인업을 강화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2021년 실적과 관련 LG생활건강은 “연 이은 변이 바이러스의 출연과 확산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불안정한 사업 환경이 지속되었다”면서 “주요 시장에서의 소비 둔화와 경쟁 심화로 어려웠던 상황에서도 브랜드 포지셔닝 강화 원칙에 기반한 사업을 전개하며 뷰티, 에이치디비(HDB), 리프레쉬먼트의 견고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코로나 이전 수준을 뛰어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 프리미엄 제품군 성장, K-뷰티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최근 실적에서 보듯 럭셔리 화장품군의 성장이 실적 견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과거 K-뷰티가 가성비를 내세운 ‘박리다매’ 전략이 먹혔다면, 이제는 제품력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이 프리미엄 화장품으로 고성장을 이룬 반면 그동안 K-뷰티를 전 세계에 알려온 중저가의 중소 브랜드는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프리미엄 화장품의 주요 판매처로 떠오르고 있는 백화점들이 올해 고성장을 이룬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물론 해외 명품 잡화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화장품군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품목 중 하나이다.
특히, 명품 잡화의 유효기간이 짧지 않은데 반해 화장품은 소모성 소비재로 충성 고객으로 확보할 경우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 준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리뉴얼을 하며 1층에 화장품 브랜드만 50여개 모은 국내 최대 럭셔리 화장품 전문관을 구성했다. 명품 잡화 브랜드는 2층과 3층을 차지한다.

경기점은 전 점포를 리뉴얼하며 두 개 층을 하나로 뚫어 명품 및 화장품 전문관을 꾸몄다. 신세계백화점의 전체 매출 중 명품 비중은 2019년 16.7%에서 지난해 25.7%까지 커졌다. 롯데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품에 약하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하는 백화점이지만 세계적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이른바‘에·루·샤’를 동시에 입점시킨 점포가 서울 잠실점 하나뿐이다.
이는 롯데백화점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8%와 6.4% 성장하는 데 그쳤다. 같은 해에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2배로 늘었고, 현대백화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롯데쇼핑의 새로운 수장으로 앉은 정준호 대표이사는 이미지 변신에 많은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이미지에서 명품 위주의 백화점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브랜드 확보와 매장 증대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올해 하반기쯤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향수 부문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 향수 매출로만 1천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지난해 ‘니치 향수존‘을 구성해 다양한 프리미엄 향수를 새롭게 선보인 잠실점의 향수 매출은 리뉴얼 이후(2021년 5월~2022년 1월)‘전년 대비 약 2배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향수 브랜드들은 하나의 특색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60년간 최상급 원료와 전통 제작 방식만을 고수해 유럽 왕실이 인증한 향수 브랜드 ‘크리드’, 이탈리아의 니치 향수 브랜드인 ‘아쿠아 디 파르마’,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인 ‘트루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 롯데, 프리미엄 향수 성장세, 현대백화점 럭셔리 ‘오에라’ 출시
현대백화점 역시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계열사인 한섬은 지난해 첫 화장품 브랜드인 ‘오에라(oera)’를 출시했다. 최상위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로 출시된 오에라는 대한민국 패션 1번지 현대백화점 본점(압구정점) 1층에 매장을 열었다.
‘메이드 인 스위스’로 최상위 VIP 고객을 겨냥해 선보인 오에라는 아직 매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나 향후 중국 법인(한섬상해)를 통해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으며 국내외 백화점·면세점에도 공격적인 입점을 추진할 예정이다.

오에라는 런칭 당시부터 가격에서 큰 이목을 끈 브랜드이다. 기본 스킨케어 제품이 20~50만원을 호가하고, 크림 제품 중 하나는 12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초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를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섬의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섬은 최근 프랑스 유명 향수 유통업체 ‘디퍼런트 래티튜드(Différentes Latitudes)’와 향수 편집숍인 ‘리퀴드 퍼퓸 바(Liquides Perfume Bar)’의 한국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리퀴드 퍼퓸 바는 지난 2013년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 런칭한 향수 편집숍으로 소량으로 생산되는 니치 향수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브랜드다. 프랑스 최고 향수 유통·수출 전문가 중 한명인 다비드 프로사드와 유명 공병 디자이너 필립 디 메오가 공동 창업했다. 프랑스 파리의 봉마르셰 백화점에 입점한 세계 최고 수준의 니치향수 편집숍이다. 한섬은 화장품 사업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이 같이 향수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섬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 확대를 통해 기존 패션사업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며 “한섬의 고품격 이미지를 접목한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과는 별도로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의 부문은 ‘비디비치’와 ‘연작’을 내세울 수 있다. ‘비디비치’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부문에서의 ‘희망’으로 자리잡아줬다면 ‘연작’은 안착에 큰 도움을 준 브랜드이다. 특히 ‘연작’은 가격에서 중고가 수준으로 형성되며 프리미엄 라인을 이끌었다. 현재 ‘연작’은 중국에서 어느 정도 안착하며 K-뷰티를 이끌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최근 발표한 실적을 보면 지난해 매출액 1조4508억원, 영업이익 9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9.5%, 영업이익은 172.4% 각각 증가한 수치이다.
전 사업부문이 고른 실적을 보인 가운데 명품 수요 증가로 수입패션과 수입화장품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며, 자체 패션브랜드의 약진이 돋보였다. 수입화장품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4.5% 증가했다.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은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고, 브랜드들 역시 이윤이 많이 남는 프리미엄에 지속적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뷰티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화장품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도 이제는 국내 중저가 보다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중국 내 로컬 브랜드가 제품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게 된 것이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서 “앞으로 국내 프리미엄 화장품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품력 외에도 마케팅을 어떻게 잡고 갈 것이냐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