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S 서울패션위크가 지난 10월 15일 5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K패션의 초대, 서울’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된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열린 전면 오프라인 패션쇼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폐막식 역시 디제이 공연과 이희문X까데오 밴드의 화려한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로 대미를 장식했다.

단연 돋보인 것은 디자이너들의 런웨이 무대다. 이번 시즌에서 돋보이는 키워드는 극과 극. 즉, 강렬한 대비 효과다. S/S 시즌에 걸맞은 화려한 색채감과 패턴 플레이로 만연한 봄을 느낄 수 있는 컬러감이 돋보인 브랜드와 그와 대비되는 모노톤의 컬러감에 재질감과 과감한 컷아웃 디테일로 엣지를 살린 세련된 무드의 의상 등 색의 대조로 대비 효과를 표현했다.
이외에도 몸의 곡선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슬림한 실루엣의 의상으로 페미닌한 무드를 선보인 브랜드와 인체의 곡선을 드러내지 않고 오버핏의 의상으로 독창적인 실루엣을 선보인 브랜드까지 상반되는 두 가지의 의상으로 브랜드의 특색을 살리며 런웨이를 물들였다.
특히 이번 서울패션위크 런웨이는 앞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트라노이 트레이드쇼와 서울패션위크 기간 동안 함께 열린 트레이드쇼 바이어들을 초대해 K-패션의 경쟁력을 알리고 실질적인 수주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으며 현장에서 성과를 낸 브랜드도 있다. ‘까이에’는 초청한 두바이 바이어가 런웨이 직후 현장에서 바잉을 진행했으며, ‘그라피스트 만지’ 역시 미국 3NY와 이탈리아 MIHT 바이어가 관심을 보여 바로 바잉과 편집숍 입점을 제안받았다. 이외에도 다른 브랜드들 또한 바이어들의 관심 속에서 구체적인 홀세일 및 입점 제안 등을 논의해 K-패션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김아영 ‘까이에’ 디렉터는 “초청한 두바이에서 방문한 바이어가 패션쇼를 마치고 바로 부스로 달려와 4시간에 걸쳐 피팅과 바잉을 진행했다. 오랜만의 오프라인 행사여서 바이어들이 바라보는 시선 중심으로 쇼를 준비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만 ‘그라피스트 만지’ 디렉터는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재개되는 이번 패션위크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었던 디자이너들에게 재도약의 의미를 갖게 한 것 같다. ‘만지’에 관심을 가져준 바이어들 역시 커머셜 라인 이상으로 ‘만지’의 강점인 쇼 피스들을 매력적으로 봐준 것 같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 주목받은 디자이너 7인, 화려한 런웨이 무대 시선강탈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백미는 디자이너들이 그간 야심차게 준비한 컬렉션을 볼 수 있는 패션쇼다. 3년만에 오프라인 완전체로 돌아온 만큼 신규 시즌 컬렉션은 물론 무대 구성까지 풍성한 볼거리로 시선을 끌었다.
서울컬렉션 무대에 참여한 33개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런웨이 모두 호평을 받았지만, 베테랑 명유석 디자이너의 ‘세인트밀’과 임선옥 디자이너의 ‘파츠파츠’를 비롯해 김지만 디렉터의 ‘그라피스트 만지’, 김아영 디렉터의 ‘까이에’, 최경호, 송현희 디자이너의 ‘홀리넘버세븐’, 조은애 디자이너의 ‘티백’, 마지막으로 신인 박현 디자이너의 ‘므아므’까지 7인 디자이너들의 런웨이 무대는 단연 주목받았다.
최경호, 송현희 디자이너의 ‘홀리넘버세븐’은 서울컬렉션 첫날인 10월 11일 오후 8시30분 DDP알림 2관에서 패션쇼를 펼쳤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랑’ (WAVE of LOVE)을 주제로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절대 변하지 않는 파도처럼 사랑하길 원하는 진정한 사랑을 표현했다.
13일에는 김아영 디렉터의 ‘까이에’와 김지만 디렉터의 ‘그라피스트 만지’ 서울컬렉션 런웨이가 진행됐다. ‘까이에’는 스페인의 옛 도시인 ‘똘레도’에서 영감을 받아 중세 유럽 문화의 다양한 요소들과 현재가 공존하는 로맨틱한 판타지를 선사했다. 이어 ‘그라피스트 만지’는 과거 디자이너 본인이 패션에 관심을 갖고 디자이너의 꿈을 꾸게 된 과거를 회상하는 무대를 연출하며 찬사를 받았다.
베테랑 디자이너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명유석 디자이너의 ‘세인트밀’은 찬란한 광채(MOMENTS OF RAY)라는 콘셉트로 동방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한국 전통복식과 동아시아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서구적 패션으로 재해석했다. 오프닝 공연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향 콰르텟’의 임가진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영 차석 바이올리니스트, 김대일 비올리스트, 이호찬 첼리스트의 Debussy의 현악 4중주 공연을 시작으로 무대를 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임선옥 디자이너의 ‘파츠파츠’는 ‘WEAR IT WITH A TAYLOR JACKET THINGS FOR CLASSY
ATTIRE’이라는 콘셉트 아래 TPO, 클래식함과 캐주얼함의 공존, 아우터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의상들을 심플하지만 스타일리시함이 있는 디자인과 선명한 컬러로 구성했다. 특히 ‘제로웨이스트’라는 슬로건 아래 비효율을 줄이고 실용성 위주로 디자인과 기획을 진행한 것이 돋보인다.
K-패션 대표하는 디자이너 7인, 서울컬렉션 성과는?
홀리넘버세븐
최경호, 송현희 디자이너
최경호, 송현희 디자이너의 ‘홀리넘버세븐’은 2023 SS 서울패션위크가 시작된 첫 날인 10월 11일 오후 8시 30분 DDP 알림 2관에서 패션쇼를 진행했다. 이번 시즌 컬렉션은 성경 요한일서에 기록된 문구인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랑’ (WAVE of LOVE)을 주제로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절대 변하지 않는 파도처럼 사랑하길 원하는 진정한 사랑을 표현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가 친환경과 지속가능패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큼 ‘홀리넘버세븐’도 천연 소재와 리사이클 소재를 활용했다. 리사이클 코튼·레더·폴리·울을 사용했고, 모달·페이퍼 얀·쥬라실·뱀부와 같은 천연소재 비중을 높였다. 특히 수명이 다 된 웨딩드레스를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드레스와 액세사리 등으로 재창조한 것도 돋보였다.
쇼 이후 바이어들의 반응도 좋다. 뉴욕,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각국 바이어들이 쇼를 참관한 후 10만 달러(한화 약 1억 4380만원)규모의 수주를 받았다. 더불어 한 중국 기업과도 대규모 수주 계약을 논의 중인데, 아직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단계다.
까이에
김아영 디자이너
김아영 디자이너의 ‘까이에’는 지난달 13일 오후 3시 30분 DDP SC2관에서 서울패션위크 컬렉션 무대를 가졌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컨셉코리아 2023 봄/여름 컬렉션’ 을 통해 현지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받아 이번 컬렉션 무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이번 무대를 선보인 2023 SS 컬렉션은 스페인의 옛 도시인 ‘똘레도’에서 영감을 받아 중세 유럽 문화의 다양한 요소들과 현재가 공존하는 로맨틱한 판타지를 선사했다는 평가다. 이번 컬렉션은 지난 6월 스페인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스페인에서 2022 SS 컬렉션 전시회를 가졌던 김아영 디렉터가 ‘똘레도’라는 도시에서 느낀 점들을 패션으로 승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김아영 디자이너는 “여러 유럽 국가들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스페인 ‘똘레도’는 그간 알던 유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수세기 걸쳐 침략과 지배, 저항 등이 역사적인 아픔을 간직한 도시인 만큼 이슬람, 카톨릭, 유대교 등 다양한 종교와 문화들이 융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요소들을 녹여내면서 두바이 바이어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두바이 바이어들은 이번 ‘까이에’ 컬렉션에서 이슬람의 문화적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런웨이 무대 이후 4시간에 걸쳐 피팅 이후 사입을 결정했다.
그라피스트 만지
김지만 디자이너
김지만 디자이너의 ‘그라피스트 만지’의 런웨이는 10월 13일 오후 8시 30분 DDP S2관에서 열렸다. 이번 컬렉션은 김지만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컬렉션 무대를 엿볼 수 있다.
김지만 디자이너는 “과거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고, 패션에 관심도 갖게 됐다. 과거의 나를 상징하는 어린이 모델과 키다리 아저씨 모델을 런웨이 오프닝에 교차시키면서 내가 여태 느껴온 복잡한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서울패션위크가 3년만에 전면 오프라인 콘텐츠로 되돌아오면서 ‘만지’는 이번 서울컬렉션 무대를 열며 바이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집중했다. 그간 ‘만지’가 자랑하던 경쾌하고 화려한 올드스쿨 그래픽의 스트리트무드를 강조한 쇼 피스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커머셜 라인들도 함께 선보이며 바이어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그 결과 미국 편집숍 3NY와 이탈리아 편집숍 MIHT의 수주 및 입점 제안을 받았고, 현장에서 일부 아이템에 대한 현장 사입도 이뤄졌다. 특히 3NY는 미국 셀럽들이 자주 찾는 하이엔드 편집숍으로, 커머셜 라인보다 쇼 피스들을 주로 사입하면서 ‘만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더불어 오는 11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이태원에서 김지만 디자이너의 아트웍을 한 데 모아 선보이는 전시회도 기획하고 있다.
티백
조은애 디자이너
조은애 디자이너의 2023 SS 컬렉션이 지난 10월 14일 1시 DDP 알림 2관에서 공개됐다. 이번 컬렉션은 권지안 작가의 작품을 활용해 패턴 배치와 컬러를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면서 소장가치가 있는 아이템들을 주로 기획해 선보였다. 권지안 작가의 작품이 갖는 스토리텔링 요소와 ‘티백’의 실루엣이 만나 여성의 라인을 잘 살려주는 매력적인 패션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앞서 파리패션위크 기간 파리 브롱니아(Palais Brongnirat) 궁에서 열린 트라노이(Tranoi) 전시에서도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었다. 자연에서 온 모티브와 색감의 활용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패션에 대한 메시지도 던졌다. ‘티백’은 19SS시즌부터 사용해온 리사이클 원단을 한층 발전시켜 브랜드 시그니처로 확립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리사이클 폴리미카도 소재는 웨딩드레스의 우아한 광택감과 단단함을 유지하되 가볍고 관리가 용이한 장점으로 승화시켜 업그레이드 한다. 여기에 친환경 인증받은 리젠원사를 사용한 리사이클 소재로 다양한 피스를 선보여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파츠파츠
임선옥 디자이너
임선옥 디자이너의 ‘파츠파츠’의 서울컬렉션 무대가 지난 10월 15일 3시 30분 DDP 알림2관에서 진행됐다.
이번 ‘파츠파츠’ 컬렉션 무대는 ‘WEAR IT WITH A TAYLOR JACKET THINGS FOR CLASSY ATTIRE’이라는 콘셉트 아래 제로웨이스트 패션을 선보였다. TPO에 맞춘 클래식함과 캐주얼함의 공존, 아우터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의상 기획이 돋보였으며,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선명한 컬러가 눈에 띄었다.
‘파츠파츠’는 필요 이상으로 과잉 생산된 재고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디자인 단계부터 생산 방식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프로세스를 기획,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패턴을 디자인하는 단계에서부터 소매, 옷깃 등 각 부분(PARTs)을 레고 블록처럼 딱 맞게 그려 옷감 낭비를 최소화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하고 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여러 바이어들의 쇼 이후 현장 방문과 수주 문의도 이어졌다.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패션시장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른 #지속가능패션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메시지에 많은 바이어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므아므
박현 디자이너
‘므아므’는 지난해 GENERATION NEXT로 서울패션위크에 데뷔한 후 이번에 서울컬렉션 본 무대에 처음 오른 브랜드다. 시메트리한 구조를 자유롭게 변화시켜 표현되는 요소들을 상호관계성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조화를 이뤄내는 ‘시메트리’를 제안하는 콘셉트로 지난 10월 14일 오전 10시 30분 DDP 알림2관에서 서울컬렉션 첫 무대를 진행했다.
‘므아므’는 앞서 9월에 열린 파리 트라노이 수주전시회에서 이미 글로벌 바이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트라노이 수주전시회에서 ‘므아므’에 깊은 인상을 받은 바이어들은 이번 2023 SS 서울패션위크 ‘므아므’ 서울컬렉션 무대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으며, 쇼가 끝나자마자 글로벌 패션매거진 MADAME FIGARO(마담 피가로)와 인터뷰도 진행하며 글로벌 마켓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박현 ‘므아므’ 디자이너는 “3년만에 오프라인 완전체로 열린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첫 데뷔를 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 바이어들과 VIP들에게 우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피스들을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더 없이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패션위크 세인트밀 컬렉션, 주제 _‘찬란한 광채’는 사람들의 빛나고 싶은 욕망을 의미합니다.”
명유석 | 디자이너(한국디자이너연합회 회장), 햄펠ㆍ밀앤아이 대표
“이번 세인트밀(SAINT MILL) ‘23SS’ 서울패션위크 컬렉션 무대에서 선보인 의상들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부직포와 MB(멜트블로운)입니다. 부직포와 MB는 모두 위사와 경사를 통해 제직하는 것이 아니어서, 일반적인 의상과 다른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이번에 활용한 대표적인 소재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명유석 디자이너는 지난달 15일 DDP에서 연 ‘23SS’ 서울패션위크 패션쇼의 의상들은 지금까지 개최한 패션쇼와는 또 다른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부직포와 MB 등 차별화된 소재를 사용해 제작했다고 말했다.

명유석 디자이너의 이번 켈렉션은 그동안 10여차례 개최한 지금까지 컬렉션과 달리 보다 엄숙하고, 미래지향적 이미지로 신비감을 주는 등 한층 완성도 있는 컬렉션 패션쇼를 선보여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의 타고난 예술적 감각과 소재의 차별화를 통해 패션계 인사들, 프레스, 바이어 등으로부터 성공적인 컬렉션 무대로 평가받은 것이다.
명유석 디자이너는 대학 때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후 섬유공학을 대학원에서 이수했고, 한국의 전통복식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패션 분야에 대한 풍부한 학식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전통복식에 대해 연구하면서 우리나라 복식의 전통에 대해 장단점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전통복식은 중국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결국 독창적인 복식을 추구해 한복 등 지금의 복식 양식이 우리의 아름다운 역사적 산물로 남게 된 것이죠. 따라서 전통복식은 빼 놓을 수 없는우리의 가치있는 문화와 역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패션쇼에서 전통복식 의상을 가장 앞순서에 두고 컬렉션 패션쇼를 시작했습니다.”
◇ 세인트밀, 지속가능패션 추구하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명유석 디자이너가 선보인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한 이번 서울패션위크 세인트밀 컬렉션의 콘셉트는 ‘찬란한 광채(MOMENTS OF RAY)’이다. 또한 컬렉션은 동방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한국 전통복식과 동아시아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서구적 패션으로 완성했다.
“찬란한 광채-브라이트 레이(Bright Ray), 광채의 순간-모먼츠 레이(Moments of Ray)’가 이번 컬렉션의 주제입니다. 광선이 가진 순간의 찬란함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까지 컬렉션 의상이 이렇게 요란한 적이 없었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라, 내면을 보여 주는 옷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빛나고 싶고, 찬란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살아가는데, 그것을 컬렉션에 담아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을 했습니다.”
그의 이번 컬렉션은 한껏 과장된 어깨 라인, 비대칭 실루엣, 부풀어 오른 벌륜 소매 등이 유독 강하게 전해진 의상들이었다. 또한 메탈릭 소재와 반짝이는 PU소재는 멀리서도 눈부신 하나의 작품으로 비춰졌다. 이렇듯 이번 컬렉션은 각자 가진 빛나고 찬란해지고 싶은 욕구를 디자인, 실루엣, 소재 등을 통해 표현해 관람하는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세인트밀은 친환경적인 패션과 지속 가능한 패션, 그리고 윤리적 패션을 기본 마인드로 전개하는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브랜드입니다. 따라서 이번 컬렉션 의상들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지속가능한 패션입니다. 천연소재,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지속 가능한 패션의 한 부분이지만 옷이 만들어지는 전체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도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천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해외 비즈니스를 진행해 글로벌한 마인드를 가진 명유석 디자이너는 일찌감치 지속가능한 패션을 기본 마인드로 옷을 디자인하고 회사를 경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번 컬렉션에 주요 소재로 사용한 부직포와 MB는 다이마루, 니트 등의 소재에 비해 옷이 만들어지는 공정 과정이 적다. 바로 획기적 공정 과정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인력과 전기,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어 지속가능한패션을 실천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세인트밀 서울패션위크 패션쇼의 오프닝으로 ‘현악4중주’연주 순서를 가져 이 또한 신선하고, 수준 높은 컬렉션을 상징하는 특별 이벤트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한국 패션디자이너 산업 발전에 패션박물관 필요성 강조

명유석 디자이너는 한국 패션 디자이너를 대표하는 (사)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의 6대 회장이다. 지난 5대에 이어 6대까지 연임하게 돼 어깨가 무거운 위치에 있다. 따라서 그는 디자이너 연합회를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를 만나고, 지자체장도 만나고, 또 시간을 쪼개 후배 디자이너들을 만나 고민을 들어주고, 선배 디자이너에게는 조언을 구하고 있다.
“연합회 소속 디자이너들을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원분들을 위해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놓고 늘 고민합니다. 최근에는 외국에 다들 있는 패션박물관이 우리나라에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1세대 유명 디자이너 선생님들의 가치있는 의상들도 어느 창고 구석에 방치돼 있을지 모릅니다. 패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없으면 우리나라 패션 역사는 곰팡이 묻어 있는 몇몇 의상만
남게 될 겁니다. K팝에 이어 K패션이 제대로 인기를 얻으려면 의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록하고, 남기고, 보존하고, 스토리를 전하는 아카이빙하는 패션박물관이 꼭 필요합니다.”
그는 패션박물관이 만들어지는 꿈 같은 일이 이뤄진다면 이곳에는 체험장소, 교육장소, 디자이너별 아카이빙 장소가 필요하고, 아예 패션과 연관이 깊은 뷰티와 모델 업계도 함께 참여하는 패션박물관이었으면 더 없이 좋겠다고 말했다.
명유석 회장은 한국 패션시장이 젊은 디자이너들이 자립하기에 어려운 환경이지만 자신도 어려움을 겪고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된 것처럼 포기하지 말고 꿋꿋하고 소신있게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두 개의 패션 브랜드 법인, 비즈니스 성과 안정적
명유석 디자이너는 한국디자이너연합회 회장직 외에 두개의 패션 법인 대표로서 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어 탁월한 사업가로도 높게 인정받고 있다.
햄펠 법인에서는 밀스튜디오를, 밀앤아이 법인에서는 스튜디오화이트, 밀바이스튜디오화이트, 올스튜디오스를 전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밀스튜디오는 가두 대리점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브랜드이고, 스튜디오화이트는 복합쇼핑몰 등의 대형 유통시설에 45평 이하 크기의 매장 면적에 맞고, 밀바이스튜디오화이트 45평 이상 크기의 매장에 맞는 브랜드이다. 그리고 올스튜디오스는 신진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전개해 70평 이상일 때 오픈이 가능한 브랜드이다.

“패션 브랜드 비즈니스는 내실있게 해야 합니다. 뷰티가 뜨고, 남성복이 뜬다고 그쪽 사업에 뛰어 드는 것은 반대합니다. 경험이 없는 분야는 하지 말고 여성복이 자신이 있으면 여성복만 해야죠. 브랜드가 여러 개 있지만 크게 욕심내지 않고 모두 여성복으로만 안정적인 매출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리하지 않아서인지 코로나팬데믹 기간도 잘 견디고 넘긴 것 같습니다.”
현재 스튜디오화이트, 밀바이스튜디오화이트, 올스튜디오스는 스팟 기획으로 월간 기준 98% 소진율을 보여 거의 완판 수준을 보이고 있고, 밀스튜디오는 시즌 기획을 하다 보니 일정 부분 재고가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9월 오픈한 용산의 아이파크몰 밀스튜디오 매장은 첫 20일간 1억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매출을 보여 업무 개선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