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업계의 격전지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고객의 세분화된 취향을 공략하는 ‘식품관의 고급화’로 옮겨붙고 있다.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오프라인 백화점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식 경험과 압도적인 신선도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롯데백화점(대표 정현석) 노원점이 3월 31일, 지하 1층에 550평 규모의 프리미엄 식료품 전문관 ‘레피세리(L’épicerie)’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오픈은 단순한 매장 리뉴얼을 넘어 서울 동북 상권의 장보기 문화를 재편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노원점 레피세리의 가장 큰 특징은 약 50만 명에 달하는 배후 인구의 구매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해 공간을 재설계했다는 점이다. 기존 식품관들이 카테고리별 단순 나열 방식을 취했다면, 이곳은 고객의 ‘장보기 여정’에 최적화된 동선을 구현했다.

가장 구매 빈도가 높은 초신선 제철 과일과 소포장 상품을 매장 입구 전면에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으며, 즉석 취식이 가능한 반찬 코너 등은 쇼핑을 마무리하는 출구 쪽에 배치해 고객 편의를 극대화했다. 인테리어 역시 우드 톤과 대리석 마감재를 활용해 ‘감성적인 품격’을 강조하며,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선 미식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신선 버라이어티’를 키워드로 내걸었다. 특히 축산 부문에서는 국내 백화점 최초로 ‘프리미엄 돈육 셀렉샵’을 도입했다. 순종 듀록, 제주 흑돼지 등 산지별 특화 품종은 물론 돈육 전용 숙성고까지 갖춰 매니아층을 공략한다. 한우 역시 맛의 등급에 따라 ‘엘프르미에’, ‘레피세리’, ‘로컬’ 등 3단계로 세분화해 제안한다.
청과 부문에서는 산지가 아닌 ‘우수 생산자’를 브랜드화한 ‘위드 파머(With Farmer)’를 론칭했다. 김성훈 대추방울토마토, 석홍수 참외 등 검증된 명인들의 상품 12종을 전면에 내세워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또한, 외형은 미흡하지만 맛은 우수한 과일을 ‘보조개 과일’로 명명해 30% 저렴하게 판매하며 가치 소비 트렌드도 반영했다.

현장의 생동감을 높이는 ‘다이내믹 프레시’ 전략도 눈에 띈다. 수산 코너에서는 사조와 협업한 ‘라이브 스시바’를 통해 셰프의 오마카세를 운영하며, 반찬 전문점 ‘맛있는 찬’과 손잡고 170여 종의 메뉴를 갖춘 ‘한식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만큼 담아가는 셀프바와 현장에서 직접 제조하는 두부, 콩물 등은 오프라인 매장만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최근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건강지능(HQ)’ 트렌드에 맞춰 ‘베러 푸드존’도 최초로 구성했다. 고단백 제품(UP), 저당·저칼로리(DOWN), 유기농(Organic) 등 세 가지 테마로 조닝을 세분화해 고객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직관적으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통업계에서는 백화점 식품관의 진화가 단순히 매출 증대를 넘어 집객(集客)을 위한 핵심 앵커 시설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노원점의 경우 지난해 주류 특화 공간 ‘엘비노’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 레피세리 오픈과 하반기 예정된 프리미엄 푸드홀 조성까지 더해져 동북권의 ‘미식 랜드마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뚜렷해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취향이 파편화됨에 따라 ‘누구나 사는 식품’이 아닌 ‘나만을 위한 미식’을 제안하는 큐레이션 역량이 향후 백화점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이번 시도는 온라인 플랫폼이 대체할 수 없는 ‘신선함의 경험’과 ‘맞춤형 제안’이라는 오프라인의 본질적 가치를 극대화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결국 핵심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나 정교하게 매장 구성에 녹여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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