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유통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온라인 커머스와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 유통 기업들이 지방자치단체와의 밀착 행보를 다각도로 넓히고 있다.
과거 유통사의 지자체 협력이 일회성 성금 전달이나 단순 지역 농산물 바자회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전용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통한 단독 식재료 수급망 구축과 조 단위 대규모 복합 개발 인허가를 위한 핵심 명분으로 상생 카드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지자체는 지역 농가 소득 증대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유통사는 독점적 원물 공급망과 친환경 ESG 경영 실적, 나아가 지역 랜드마크 개발 권한을 확보하는 정교한 B2B 상생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유통업계가 지자체와의 업무협약(MOU)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원인은 오프라인 신규 출점의 난항과 차별화된 식음료 및 친환경 콘텐츠 확보의 필요성 때문이다. 지자체는 경쟁력 있는 지역 농특산물과 개발 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나 전국 단위 판로와 물류망이 부족한 반면, 홈쇼핑과 백화점 등 유통 기업은 강력한 유통 플랫폼과 마케팅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지자체와의 협력은 유통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핵심 사업 카드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홈쇼핑과 백화점은 지자체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단독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신선식품과 프리미엄 농특산물은 단순 가격 비교가 어려워 높은 마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오프라인 매장 및 모바일 라이브 방송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유용한 집객 요인이 된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행정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업체의 성장을 돕고 지속 가능한 경제 활성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 상호 간의 제휴 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농특산물 독점 공급망부터 3조원 대형 복합 개발까지 거점 확보
실제 유통 대기업들은 지자체와의 협력을 구체적인 사업 성과로 연결짓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경상북도 영주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역 농특산물의 전국 단위 판로 확대에 나섰다. 현대홈쇼핑은 보유한 TV홈쇼핑 채널과 온라인몰,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쇼라’를 가동해 영주 지역의 별사과 생산 농가를 비롯해 도라지 가공업체, 사과 취급 농업회사법인 등 지역 우수 업체의 특별 방송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앞서 2023년 12월 경북 안동시와 맺은 협약에 이어 영주시까지 공급망을 확충하며, 지방 농가에는 판로를 제공하고 자사 채널에는 독점적 신선식품 라인업을 확보하는 유통 선순환 체계를 강화했다.
백화점업계 역시 대규모 오프라인 토지 개발과 친환경 ESG 경영을 연계해 지자체와의 협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역상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세계는 2년간 2억원의 사업 재원을 지원해 큰고니 서식지인 탐진강 하류 일대의 생태계 복원에 나서는 한편, 자사 유통망을 활용해 지역 친환경 농수산물의 판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지역 밀착형 생태 보전 행보는 광주 광천터미널 부지를 복합 개발하는 3조원 규모의 ‘더 그레이트 광주’ 프로젝트와 맞물려 있다. 오는 2029년 백화점 확장을 시작으로 2033년까지 특급호텔, 공연장, 주거·의료 시설을 조성하는 초대형 사업에서 지역사회와 행정 당국의 신뢰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지자체와의 제휴를 통한 유통 영토 확대는 단기적인 판촉 이벤트를 넘어 기업의 중장기 오프라인 거점 확보와 직결되고 있다. 농특산물 판로 지원으로 확보한 지역 사회의 긍정적 평판은 향후 대규모 상업시설 출점 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상인과의 마찰을 줄여주고 행정 절차를 원활하게 만드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향후 유통 시장에서 지자체 연계 전략은 단순한 기부나 봉사를 넘어 상권 개발권과 독점 유통권을 주고받는 차원 높은 B2B 협력 모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리테일 기업들은 지자체와의 네트워크를 정교하게 다듬어 오프라인 상권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단독 신선식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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