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 도시 비엘라(biella)가 요즘 주목받고 있다. 비엘라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는 휠라가 1911년 처음 탄생한 곳으로 이곳에 위치한 휠라뮤지엄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엘라를 대표하는 건물로는 시청과 시청 옆에 위치한 1000년 이상된 성당, 그리고 바로 300년 넘은 건물에 자리잡은 휠라뮤지엄이다.
휠라뮤지엄은 전체 2270㎡(687평) 면적에 비교적 규모가 큰 단독 건물로 내부에는 여러 방으로 만들어진 전시장, 그리고 제품 연구실과 회의장 등이 구성돼 있다.

전시장은 지금까지 휠라를 대표했던 의류와 신발, 가방, 모자 등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는 제품 아카이브, 각종 스포츠 종목을 지원하고 함께한 자료, 여기에 휠라 모델로 활약한 유명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 등이 실물과 영상, 사진 등으로 총망라돼 있어 휠라의 108년 역사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휠라뮤지엄에 현재 보관과 전시물 모습으로 돼 있는 제품 아카이브는 신발이 4만5000종, 의류 1만5000장, 기타 액세서리가 2000여 개에 이른다. 휠라는 향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관련 자료들을 수집, 보관하고, 기록하는 일들을 꾸준히 진행해 이곳 박물관의 가치를 더욱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얼마 전부터는 박물관의 방대한 자료를 용이하게 보관 및 관리하기 위해 자료 하나하나를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최근 들어 휠라뮤지엄이 박물관 역할을 넘어 또 다른 기능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주목된다.
바로 이곳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휠라를 이끌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영감을 얻는 장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휠라 그룹은 앞으로 휠라뮤지엄에 전시 및 보관돼 있는 다양한 제품 아카이브, 그리고 각종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활용해 제품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을 위한 마케팅 포인트, 크리에이티브한 감성 등을 불러일으키는 데 적극 활용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에 요즘 들어 비즈니스 차원에서 휠라뮤지엄을 찾는 휠라 본사와 글로벌 파트너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휠라의 최근 베스트셀러 슈즈 아이템들이 모두 이곳 휠라뮤지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기를 휩쓴 디스트럽터2, 레이, 바리케이트 등이 이곳 휠라뮤지엄에 보관된 수많은 신발관련 정보와 아카이브를 통해 재탄생한 대표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특히 휠라뮤지엄은 휠라 창업 초기 모습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더욱 시선을 끈다. 휠라는 1911년 이곳 시골 마을 비엘라에서 9명의 형제가 함께 세운 섬유와 페브릭 회사로 출발했다. 이후 섬유와 원단 사업을 넘어 완제품 사업에 도전하게 된 휠라는 제일 먼저 그 당시 가장 진입이 수월했던 언더웨어 분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테니스복, 스키복, 수영복, 마운틴 등의 완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했고 지금의 토탈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휠라를 런칭한 9명의 형제 가운데 ‘Giansevero fila’가 대표를 맡아 회사 경영을 이끌었고, ‘Frachey’는 휠라 글로벌화에 앞장선 인물로 이곳 전시장에 소개돼 있다. ‘Frachey’는 세계 최초로 스포츠마케팅을 도입해 휠라의 인지도 상승에도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인 ‘Sergio privitera’는 1930년대 휠라의 F박스로고를 최초로 디자인해 브랜드 정립에 힘쓴 주인공이다. 휠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체계화하고 성장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데 공헌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휠라뮤지엄에는 이처럼 주요 인물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인기 절정을 보냈던 휠라 브랜드의 과거 모습뿐만 아니라, 한때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의 휠라 모습, 제 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현재의 모습까지 연도별로 여러 방에 나눠 전시돼 있다.
휠라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스포츠 종목이 바로 테니스다. 이곳 휠라뮤지엄에는 테니스복에 처음으로 휠라가 카라(옷깃)를 만들어 출시한 초기 휠라의 테니스 의류들이 전시돼 있고,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비외른보리가 직접 입고 활동했던 낡은 옷도 함께 전시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근 휠라의 성장은 신발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 휠라 매출의 60%가 신발애서 나오기 때문이다. 휠라의 신발 즉, 풋웨어는 1980년대 미국 마켓을 겨냥해 첫 출발했다. 하지만 초기 신발 비즈니스는 그리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킨 인물이 휠라가 지금의 세계적인 브랜드 대열에 오를 수 있게끔 힘쓴 윤윤수 회장이다.
휠라의 풋웨어가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 1980년대 후반에 윤 회장은 당시 회사원 입장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신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제안한 신발이 다수 성공하면서 결국 신발분야의 중요한 자료로써 가치가 만들어졌고, 또다시 이 자료들이 풋웨어 아카이브를 하나씩 쌓게 만드는 계기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브랜드가 어렵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제품 허들이 바로 신발분야다. 수많은 스포츠 브랜드가 신발 부문에서 실패의 고배를 맛보고 있다. 윤 회장은 이 같은 성공 가능성이 낮고, 많은 투자가 이뤄져도 안착하기 힘든 신발 사업 부문을 처음 본 궤도에 올린 주인공이다. 이 같은 다양한 성공스토리를 지닌 윤 회장의 평소 경영 철학도 이곳에 소개돼 있다. 윤 회장이 강조하는 4가지 키워드는 Honesty, Trust, Hardworking, Fair play다.
휠라를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대열에 올린 뛰어난 신발 제품들의 과거부터 현재 모습, 소재와 기능, 디자인과 컬러 등 신발의 A부터 Z까지의 방대한 자료들이 모두 이곳 휠라뮤지엄에 전시 및 보관돼 있다.
요즘 한창인 복고풍의 레트로 트렌드를 반영한 의류 상품 개발도 휠라뮤지엄에 있는 자료를 활용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의 커먼그라운드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화제가 됐던 휠라 익스프롤러 제품의 초기 모습이 이곳 휠라뮤지엄에 전시돼 있다.

휠라의 대표 슬로건 중 하나인 ‘스타일리시 퍼포먼스 스포츠웨어’를 처음 적용한 제품라인이 바로 휠라 익스플로러 라인이다. 휠라 익스플로러는 과거 휠라 마운틴웨어에서 출발했다.
휠라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익스프롤러 의류가 바로 1976 년도 에베레스트 산에 산소호흡기 없이 최초로 오를 때 입었던 휠라 마운틴웨어인 것이다.

이처럼 현재 휠라뮤지엄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고, 미래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토론의 장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톱 브랜드 자리에 올라서기 위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혁신적인 씽크탱크 역할을 바로 휠라뮤지엄이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휠라뮤지엄의 행보에 세계 패션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편 현재 휠라뮤지엄에는 지난해 첫 밀라노패션위크 무대에 올랐던 컬렉션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조만간 이번 9월 22일 열린 사상 두 번째 20SS밀란패션위크 무대에 올랐던 컬렉션 제품들도 휠라뮤지엄에 전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