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해안으로 둘러 쌓인 동해안의 긴 해변길을 요즘 해파랑길이라 부른다. 지도상에 있는 동해안의 맨 위 강원도 고성부터 맨 아래 부산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을 칭하며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과 푸른 바다를 친구 삼아 걷는 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의 인구리와 남애리 사이의 아름다운 해파랑길 위에 하나의 작품과 같은 건물 ‘광경원’이 자리한다.
광경원은 건축가 임광일 소장이 직접 자신이 머물면서 사람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기 위해 지은 복합공간이다. 건물 두개로 된 광경원은 하나는 호텔(펜션) 큰방으로 전체를 사용하고, 나머지 하나는 와인 레스토랑, 커피숍, 미니 도서관, 호텔 작은방으로 사용한다. 광경원은 임광일 소장 자신의 이름 ‘광(光)’자와 아내의 이름 가운데 경(京)을 합해 만든 이름이다.
광경원은 조그만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어 시야를 조금만 올리면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다. 건물 디자인은 모던과 클래식의 조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현대건축에 건물 곳곳에 한옥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디테일이 눈에 띄며, 창과 문, 면을 활용해 한층 감도를 높인 공간 디자인이 특징이다. 광경원의 구성 요소 중 호텔 부문은 큰방 3개와 작은방 2개로 나눠진다. 큰방은 복층 구조로 최대 4명까지 수용이 가능하고 작은방은 최대 수용 인원이 2명이다.
와인 레스토랑은 손님들의 이야기가 피어나는 곳이다. 작은 도서관 가운데 자리한 테이블을 사용하는 와인 레스토랑은 임 소장과 손님이 만나 이야기하는 곳, 손님과 손님의 이야기가 피어나는 곳이다. 와인은 임 소장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와이너리에서 공급한다. 와인 마니아이기도한 임소장은 의정부와 이곳 광경원 두 곳에 와이너리를 직접 소유하고 있다. 천여 병의 와인이 저장된 와이너리에서 잘 관리된 와인을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커피숍은 와인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의 2층에 있다. 작은 창으로 바다가 보이고, 의자와 테이블 외에 좌석으로 된 방이 따로 있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해 커피와 차를 즐길 수 있다. 미니 도서관은 건축 소재를 다룬 서적을 비롯해 작은 소품을 함께 비치하고 있어 둘러보는 즐거움까지 안겨준다. 이 외에 야외 바비큐 시설과 글램핑장이 함께 갖춰져 있다.
임 소장은 자신을 호텔지기, 풍류가, 서퍼라고 소개한다. 호텔지기는 직접 광경원 전체를 지키고 관리하기 때문이고, 풍류가는 손님들에게 때론 시를 읽어주고,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필요하면 함께 놀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곳 양양군에 온 것은 무엇보다 이곳이 서핑의 명소이기 때문이라는 것. 임 소장은 바다와 파도를 좋아하는 서퍼다.
광경원은 인구리와 남애리에 서핑숍과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사장들이 자주 찾는다. 서로 만나 회의도 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지역 전체를 보호하고 가꾸는 일에 대한 고민도 이곳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이처럼 광경원은 서핑을 중심으로 두 지역을 이끄는 숍의 사장들이 만나 회의하고, 고민과 의견을 나누는 장소라는 뜻으로 ‘마을의 판문점’으로도 불린다.
임 소장은 자신이 서울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소하기 광경원을 만든 것처럼 사람들도 이곳 광경원을 통해 힐링하고, 회복하고, 건강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한다.
양양군이 서핑의 핫플레이스로 빠르게 변하면서 환경이 오염되고, 자연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되고 있다. 이에 임 소장은 함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남애3리서핑문화연합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환경 지키기에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광경원이 사람들이 만나고, 마음을 나누고, 힐링하는 곳으로, 또 마을과 마을을 잇는 판문점 역할을 계속하려면 임 소장은 이 일대의 자연 환경이 보존돼야 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임 소장은 광경원과 바다, 서핑이 좋아 당장은 다시 건축가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광경원에서 손님들과 함께 지내다가 언제 일지는 모르지만 가슴 뛰는 새로운 건축일이 생기면 모를까 그 이전에는 전혀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하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