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9월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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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현대·신세계’, 반전 꾀하는 유통 대기업 빅3!

오프라인 위기 가속화… 2024년 백화점 다시 살아날까

전통의 유통 오프라인 업체들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예상보다 앞당겨진 유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이들을 덮치면서 업계 전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온라인 대표 유통 플랫폼인 쿠팡은 이미 지난해 매출이 30조원을 넘었다. 영업이익도 2010년 창사한 이래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기점으로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했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디지털 전환만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물가·고환율·고금리에 소비 위축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체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이미 지방 곳곳에선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상징으로 꼽히는 백화점이 폐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현대백화점 부산점이다. 오는 7월 말까지만 영업한다. 지난 1995년 개점 이후 약 29년 만이다. 한때는 부산 지역의 대표 랜드마크로 꼽혔지만, 지난 2009년 국내 최대 규모의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부산 해운대구에 오픈하면서 영향력이 크게 떨어졌다. 2013년엔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가 철수하면서 명품 백화점으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내수 부진으로 침체에 빠졌다.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폐점 이후 대규모 리뉴얼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백화점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유통 채널로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엔 대구 동성로 한복판에서 52년간 자리를 지켜온 대구백화점 본점이 문을 닫으면서 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런 위기감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유통업계 ‘빅3’ 중 하나로 꼽히는 신세계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매출이 6조3571억원으로 전년 대비(7조8128억원) 1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454억원에서 6398억원으로 0.9% 소폭 줄어들었다.

순이익은 44.8% 감소한 3025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의 경우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와 건설 경기 악화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신세계 건설, 적자 늪에 빠진 SSG닷컴·G마켓 등 이커머스 계열사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또다른 빅3 중 하나인 현대백화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3년 매출 4조2075억원, 영업이익 303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보다 16.1%, 5.4% 감소한 수준이다. 연간 순손실은 40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기록한 실적은 부진했다.

그렇다고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완전히 쇠락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개선된 기업도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롯데쇼핑이다. 매출 14조 5559억원, 영업이익 5084억원, 당기순이익 179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5.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1.6%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으로 플러스 실적을 낸 건 2016년 이후 7년 만에 일이다. 본업인 백화점 사업에서 영업이익이 늘어났고, 마트와 슈퍼는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 결과다. KB증권은 롯데쇼핑 기업 보고서를 통해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에 힘입어, 2024년에도 영업이익의 두 자릿수 성장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미래 실적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 현대부산점 종료 등 오프라인 주춤? 반등 노린다
롯데쇼핑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는 업황이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실적 반등을 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 대형마트 등의 유통 채널은 올해도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지만, 백화점은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 ‘현대백화점 부산점 영업 종료’ 로 인해 고객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VIP를 공략해 프리미엄 점포로 탈바꿈하고 MZ세대가 즐길 만한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매출 신기록을 써내고 있는 점포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신세계 강남점이다. 이 매장은 2023년 연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롯데쇼핑이 지난해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단일 점포로 매출 3조원을 달성한 것은 국내 백화점 중 처음이다. 단일 점포 기준으로 연 매출이 3조원을 넘긴 백화점은 해외에도 많지 않다. 영국 해러즈 런던, 일본 이세탄 신주쿠점 등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2000년 개점한 신세계 강남점은 2010년 매출 1조원을 기록하고, 지난 2019년 국내 첫 2조원 점포가 됐다. 이어 4년 만인 지난해 3조원의 벽을 넘었다. 백화점 하루 영업시간 10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1초에 23만원어치씩 판매해야 가능한 수치다.

영업 면적 3.3㎡(평)당 매출은 1억800만원에 달한다. 신세계 측은 “소비 한파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탄탄한 우수고객층(VIP)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왔다”면서 “20·30세대와 외국인 고객을 끌어안은 덕에 3조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강남점 구매 고객 중 VIP 비중은 절반(49.9%)에 달해 신세계의 다른 매장 평균(35.3%)보다 월등히 높았다. 국내 최다 수준인 1000여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 매장을 대거 갖추는 등 상품 기획 역량이 뒷받침한 덕분이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총괄부회장의 회장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20·30세대로 주요 고객층을 확장한 점도 신기록 달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강남점 구매객 중 30대 이하가 40%, 20대는 10%로 올해 신규 고객 매출의 절반이 20·30 세대에서 나왔다. 신세계는 지난해부터 MZ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강남점 리뉴얼을 진행해 영패션 수요를 끌어 모았다.

올해는 매출 3조원 클럽에 입성한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실적 반등을 꿈꾼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이 강남점에서 운영을 시작한 디저트 관 ‘스위트 파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스위트 파크에 국내 최초로 벨기에 유명 초콜릿 ‘피에르 마르콜리니’와 프랑스 파리 인기 빵집 ‘밀레앙’ 등을 들여왔으며 그 외 40여 개 디저트 매장을 도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강남점 식품관 리뉴얼 프로젝트 중 처음 공개된 스위트 파크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방문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신세계의 혁신은 앞으로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는 최근 정용진 총괄부회장의 회장 승진 인사를 단행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기민한 의사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3조 클럽에 입성했다.

여의도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1조 클럽’ 반열에 올랐다. 개점 2년 9개월 만에 거둔 성적으로,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이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 서울은 단순 쇼핑 공간에 머물던 백화점에 대한 인식을 깨고 ‘오프라인의 재발견’, ‘공간 경험의 가치 극대화’ 등 리테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며 “글로벌 수준의 MD 역량과 더현대 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K패션 브랜드 등 참신한 콘텐츠 발굴 노력, 이로 인한 객단가 상승 등이 최단기간 1조원 돌파 기록에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매장이 입점하지 않은 점포에서 달성한 실적이라 더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최단기간 ‘1조’ 더현대 서울…외국 관광객 핫 스폿으로

백화점 업계가 다양한 콘텐츠로 젊은 세대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이 ‘1조 클럽’에 입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더현대 서울은 꼭 방문해야 하는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실제 더현대 서울 지난해(1~11월)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891.7%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전체 외국인 매출 평균 신장률(305.2%)의 3배에 육박한다. 아울러 서울 외국인 구매고객 중 20~30대 비중이 72.8%에 달해 ‘글로벌 MZ 성지’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외국인 집객의 비결은 ‘K-컬처’다. 지난해에만 더현대 서울에서는 BTS(3월), 르세라핌(5월), 아이브(6월), ITZY(8월), 블랙핑크(9월) 등 최정상 아이돌 그룹 관련 팝업스토어가 꾸준히 열렸다.

최근에는 오픈 3주년을 맞아 유통업계 최초로 가상 캐릭터 그룹 ‘버추얼 아이돌’의 콘서트를 여는 등 MZ 세대를 유혹할 만한 콘텐츠를 끊임 없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1일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여성 매장을 오픈하면서 ‘최단기간 매출 2조원’ 신기록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북 상권을 대표하는 유통시설로 자리매김해 온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도 지난해 매출 2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더현대 서울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롯데는 2019년부터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해 본점의 상품군을 강화해왔다. 남성해외패션관, 여성해외패션관에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고 뷰티전문관을 별도로 마련해 국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한 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2조8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올해 3조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백화점만이 만들 수 있는 넓은 공간, 명품 라인업, MZ세대를 유혹하는 맛집과 편집숍 등을 내세워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럭셔리 쇼핑의 대명사로 2000년대 초반까지 승승장구했지만 2012년부터 가성비 좋은 다른 유통채널을 이용하거나 온라인을 택하기 시작하면서 굴욕을 맛봤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전통 유통 공룡들의 체면을 살려주는 유일한 채널로 발전해 올해도 다양한 변신과 확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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