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똑같은 옷을 입고, 한국인이 줄 서는 맛집에서 웨이팅을 하며,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한옥에 머무는 외국인들, 단순히 보고 가는 관광(Sightseeing)을 넘어, 한국인의 일상을 그대로 살아보는 ‘데일리케이션(Dailycation)’이 인기다.
2025년 1~11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42만 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했다. 2019년 팬데믹 직전 수준을 이미 8.6% 상회한 수치다.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1870만 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는 종전 최고치였던 2019년 1750만 명을 훌쩍 넘어서는 기록이다.

(사진 픽사베이)
국가별로는 중국(509만 명), 일본(335만 명), 대만(173만 명), 미국(138만 명), 필리핀(56만 명) 순으로 많았다. 특히 일본 시장은 2019년 대비 140.4%라는 경이로운 회복률을 보였으며, 미국(161.3%)과 대만(154.9%) 등 핵심 시장 역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문화와 경제, 그리고 시스템이라는 3가지 축에서 터져 나온 강력한 호재들이 정교하게 맞물린 결과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와 같은 강력한 콘텐츠는 외국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단순한 방문지가 아닌,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부의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는 2000만 명으로 정부는 2030년엔 3000만 명을 ‘조기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도 밝혔다.

이러한 숫자의 기록보다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질적 대전환’이다. 일명 데일리케이션(Dailycation) 트렌드다. 이 단어는 매일(Daily)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현지인의 일상을 체험하는 여행 트렌드를 뜻한다.
실제로 지금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거창한 유적지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K-라이프스타일 관광콘텐츠(데일리케이션)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은 전통 명소 관광보다는 ‘한국 식도락(62.2%)’, ‘K-뷰티 체험(49.7%)’, ‘PC방·노래방 등 이색 공간 경험(48.9%)’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한국인이 즐기는 것이 곧 외국인에게도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가 된 셈이다.
K-푸드, K-뷰티, K-컬처 주요 업종에서 외국인의 소비 순위가 내국인 순위와 90%에 가까운 일치도를 보였다는 분석도 있다.

◇ 한국인처럼 꾸며볼까…뷰티숍·미용실 35.5%로 선호도 압도적
가장 뜨거운 분야는 단연 ‘의(衣)’ 영역이다. 단순히 화장품을 사는 것을 넘어, 전문가의 손길을 직접 경험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한국관광공사 설문조사 결과, 뷰티숍·미용실(35.5%)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 중심에는 ‘퍼스널 컬러 진단’과 ‘메이크업 체험’이 있다. 과거에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화장법을 단순히 ‘보는’ 것에 만족했다면, 이제 외국인 MZ세대에게 한국 여행은 나만의 개성을 찾는 여정이다. 전문가와 상담하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찾고, 그에 맞춘 메이크업 루틴을 배우는 과정은 하나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반 전문 기기를 통해 자신의 피부 상태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CJ올리브영의 체험형 서비스 ‘스킨스캔’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서비스를 받으면 소비자는 피부 상태에 맞춘 관리 루틴, 추천 상품, 성분 등을 안내 받을 수 있다.

(사진 CJ올리브영)
에이피알이 지난해 12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개점한 플래그십 스토어 ‘메디큐브 성수’가 오픈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 1만 5000명을 돌파한 것 역시 이러한 트렌드 덕분이 크다.
헤어 디자인과 두피 스파 역시 SNS와 숏폼 콘텐츠를 타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최근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서 대유행한 ‘헤어 스파(Head Spa)’ 서비스는 성수동과 홍대 일대 미용실의 풍경을 바꿔놨다.
패션의 흐름 또한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아닌 한국의 ‘로컬 감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명 브랜드보다는 무신사, 에이블리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한국형 데일리룩(K-Daily Look)’을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 MZ세대들이 즐겨 찾는 로컬 디자이너 브랜드나 편집숍을 직접 찾아다니며, 한국인의 일상복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스트리트 패션’을 소비한다.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동화되려는 데일리케이션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진 에이피알)
◇ ‘한강 라면’ 등 K-푸드, 외국인 MZ세대 취향 정확히 관통
‘식(食)’ 영역에서는 K-콘텐츠의 위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먹던 그 음식을 ‘그 환경’에서 즐기는 것이 핵심이다. 데일리케이션의 핵심인 ‘식(食)’ 영역은 단순한 끼니 해결을 넘어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통로다. 가장 눈에 띄는 주인공은 단연 K-BBQ(삼겹살)다. 소셜 데이터 분석 결과 20.2%를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킨 이 문화는 외국인들에게 단순한 육류 섭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근 가장 뜨거운 ‘성지’로 떠오른 곳은 의외로 우리 곁의 편의점이다. 특히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한강 변에서 즉석 조리기를 이용해 즐기는 ‘한강 라면’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놓칠 수 없는 필수 코스(언급량 23.9%)로 자리 잡았다. 바나나맛 우유와 커피를 섞는 등 SNS에서 유행하는 ‘편의점 꿀조합 레시피(마크정식 등)’를 직접 실험해보는 행위는 그들에게 하나의 놀이문화가 됐다.
이에 발맞춰 GS25나 CU 등 주요 편의점은 외국인 밀집 지역 점포의 시식 공간을 대폭 확장하고 영문 안내를 강화하는 등 단순한 소매점을 넘어 ‘K-푸드 체험관’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장 특유의 활기찬 에너지 속에서 빈대떡과 육회를 맛보는 경험은 가장 한국적인 생명력을 선사한다. 동시에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독특한 인테리어와 개성 있는 메뉴를 갖춘 로컬 카페를 방문하는 비율(45.3%)도 매우 높은데, 이는 ‘오래된 전통’과 ‘세련된 현대’를 동시에 소비하려는 외국인 MZ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열기는 유통업계의 지형도 바꿔놓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전체 매출 중 외국인 비중이 약 40%에 달하는 이곳은 외국인 전용 무료 짐 보관 서비스와 무인 환급기(Tax Refund) 등 맞춤형 인프라를 구축해 쇼핑의 문턱을 낮췄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마트를 넘어 한국 여행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물류 및 쇼핑 허브’로서 데일리케이션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취미와 여가’의 영역…PC방의 화려한 부활과 셀프 사진관
데일리케이션의 흐름이 가장 놀라운 결과로 나타난 지점은 바로 ‘취미와 여가’ 영역이다. 과거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놀이 문화가 노래방이나 클럽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한국인의 일상적인 여가 공간인 PC방과 셀프 사진관이 그들의 새로운 ‘성지’로 재발견되고 있다.
특히 PC방의 진화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작년 상반기 외국인의 PC방 소비는 전년 대비 81.5% 급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T1 베이스캠프’의 외국인 소비 성장률은 무려 1528.6%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찍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PC방은 이제 단순히 게임만 하는 곳이 아니다. 최고 사양의 컴퓨터로 게임을 즐기면서 삼겹살, 짜파게티, 소떡소떡 같은 고퀄리티 식사까지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Z세대형 복합 놀이터’로 인식된다. 한국인 특유의 효율적인 ‘갓생(God-saeng)’ 문화가 투영된 이 공간은 외국인들에게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혁신적인 휴식 공간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른바 ‘인생네컷’으로 대변되는 셀프 사진관 체험 역시 외국인 관광객의 42%가 참여 의사를 밝힐 만큼 필수 코스가 됐다.
이러한 데일리케이션 트렌드는 서울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경주다. 경주시는 지난해 관광객 5020만 명 시대를 열었으며, 외국인 관광객 또한 2024년 대비 17% 늘어난 138만 명을 기록했다.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진행된 도로 정비와 숙박 시설 리모델링, 그리고 천년고도의 역사적 공간에 입힌 야간 미디어 아트 등 현대적 콘텐츠가 시너지를 낸 결과다. 특히 황리단길과 대릉원 일대에는 872만 명이 방문하며 지역 경제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보고서는 경주 외에도 제주(48.8%), 부산(41.9%), 전주(4.7%) 등 지역 고유의 색깔이 강한 도시들이 데일리케이션의 주요 거점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집중할 7가지 핵심 테마를 도출했다. 한국인의 일상 루틴을 발견하는 ‘K-DAILY’, 한국인처럼 미식을 즐기는 ‘Krunch Like Koreans’, 특정 관심사에 몰입하는 덕질 투어 ‘Dive in Like Koreans’, 한국식 뷰티와 패션으로 꾸미는 ‘Adorn Like Koreans’, 한강과 숲길에서 휴식하는 ‘Inhale Like Koreans’, 한국 특유의 밤 문화를 즐기는 ‘Lounge Like Koreans’, 그리고 축제와 스포츠에 열광하는 ‘Yell Like Koreans’가 그것이다.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보면 1870만 명의 방한 관광객이 창출하는 직접적인 관광 수입은 약 160억 달러(약 2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한민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 수출에 버금가는 막대한 파급 효과다.
관광객 수는 역대 최대를 경신했으나,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 역시 폭발하면서 관광수지는 여전히 적자(작년 10월 누적 85억 달러)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단순히 방문객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외국인 1인당 소비액을 높이고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고부가가치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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