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시리즈] Tech Article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발명됐다. 아니, 안경에 카메라와 AI가 결합됐다. 언젠가 올 미래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메타코리아 김진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컴퓨팅은 메인프레임에서 데스크톱, 스마트폰을 거쳐 사용자에게 점점 가까워졌고, 이제 AI는 우리의 시선 높이에서 함께하는 시대가 됐다고. 13년 전 구글이 먼저 꺼냈다 접은 그 미래가, 레이밴과 오클리의 이름으로 다시 얼굴 위에 올라왔다.

메타와 에실로룩소티카가 함께 만든 레이밴 메타와 오클리 메타가 5월 25일 국내에 정식 출시됐다. 레이밴 메타 젠2는 웨이페어러·스카일러·헤드라이너 같은 레이밴의 익숙한 얼굴을 그대로 두고, 오클리 메타는 운동용 뱅가드와 일상용 HSTN으로 갈라졌다. 둘 다 화면이 없다.

렌즈에 무언가를 띄우는 대신 카메라와 스피커, AI만 프레임 안에 숨겼다. 부르면 사진을 찍고, 음악을 틀고, 눈앞의 것을 묻는다. 안경은 그대로 안경처럼 보인다. 스펙은 거들 뿐이다. 1200만 화소 카메라로 3K 영상을 담고, 한 번 충전으로 여덟 시간을 버틴다. 뱅가드는 오클리의 프리즘 렌즈에 바람 소리를 걸러내는 기능, IP67 방수·방진을 더해 달리고 타는 사람을 겨냥했다. 권장가는 69만 원부터. 백화점과 면세점은 물론 안경원에서도 판다는 점이, 이 물건이 결국 ‘안경’의 자리에서 팔린다는 걸 말해준다.

13년 전은 그렇지 않았다. 구글 글라스는 렌즈 위에 작은 화면을 띄우는, 머리에 쓰는 컴퓨터에 가까웠다. 길에서 그것을 쓴 사람은 곧 ‘글래스홀’이라 조롱받았고, 카메라가 누구를 향하는지 모른다는 불안에 일부 술집과 공공장소는 착용을 막았다. 비싼 가격과 투박한 생김새, 무엇보다 굳이 쓸 이유가 없다는 점이 겹쳤다. 결국 구글은 그 안경을 거뒀다.

빈자리에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스냅은 카메라를 단 선글라스를, 아마존은 말을 알아듣는 안경을 내놨고, 메타와 에실로룩소티카는 일반 안경에 카메라를 합쳤다. 거기에 음성으로 부르는 AI가 더해졌다. 지금의 안경은 그 시도들이 천천히 다다른 자리다. 달라진 건 사양이 아니라 순서다.

구글은 기술을 얼굴에 올리려 했고, 이번엔 안경에 기술을 숨겼다. 거부감의 핵심이던 화면을 빼고, 진짜 레이밴과 오클리의 프레임 안에 기능을 감췄다. 촬영 중에는 작은 불빛이 켜져 주변에 알린다. 레이밴 메타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제니가 선 것도 우연이 아니다. 기술 제품이 아니라, 패션이 쓰는 물건의 자리에 안경을 돌려놓은 것이다. 시장은 이미 그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화면 없는 스마트 안경 출하량은 225만 대로, 한 해 전보다 167퍼센트 늘었다. 그중 69.2퍼센트가 메타의 몫이다. 레이밴에 이어 오클리까지, 메타는 아이웨어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을 넓히는 중이다. 한때 조롱받던 형태가, 이제 거대 기업들이 다음 인터페이스를 두고 겨루는 자리가 됐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사양표가 답하지 못한다. 이 특집의 앞선 두 시선, 안경사와 디자이너는 안경을 시력을 고치는 물건이자 시대를 입는 물건으로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카메라와 AI를 품은 이 안경은 또 어떤 도구일까. 패션 아이템과 의료기기 사이에서 안경을 정의해 온 업계의 언어를 지나, 이것은 웨어러블 기기로서 사람들의 얼굴 위에 안착할 수 있을까.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 쪽에 남는다. 거리의 누군가가 나를 찍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쾌감은, 작은 불빛 하나로 정말 가실까. 카메라를 얹은 안경이 흔해질수록 촬영을 둘러싼 규제와 예의는 어디까지 따라올까. 오랫동안 안경은 우리가 시대를 보기 위한 도구였다. 이제 안경은 우리를 대신해 시대를 보고, 기록하는 도구가 되려 한다. 그 시선을 우리가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에, 이 물건의 운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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