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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으로 하루 종일’…카페업계, 초대용량 음료 경쟁 본격화

배달·오피스 소비 늘자 1L 넘는 ‘벌크업 커피’ 확산…가성비 넘어 ‘가용비’ 시대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이 세계 평균의 2배를 상회하는 연간 400여 잔에 육박하면서, 카페 산업은 이제 단순히 ‘어디서 마시는가’를 넘어 ‘얼마나 충분히 즐길 수 있는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과거 일부 저가 브랜드의 실험적 시도로 여겨졌던 대용량 음료는 이제 기성 프랜차이즈부터 프리미엄 지향 브랜드까지 관통하는 리테일 업계의 생존 문법이 됐다. 특히 고물가 기조 속에서 배달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단 한 번의 주문으로 업무 시간 내내 혹은 온 가족이 함께 소비할 수 있는 ‘초대형 규격’이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안착하는 모양새다.

대한민국의 커피 시장은 성숙기를 넘어 포화 상태에 진입했지만, 개별 소비자의 음용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업무 중 각성을 위해 장시간에 걸쳐 커피를 마시는 이른바 ‘수액형 소비’가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고착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배달과 포장 중심의 소비 구조가 확산됨에 따라 음료를 한 번에 넉넉하게 구매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는 아이스 음료를 얼음이 녹기 전까지 장시간 즐기려는 고객 니즈가 커지며, 이는 리테일 기업들이 1L 이상의 제품군을 필수적으로 운영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디야커피 1L 대용량 보틀 음료(제공 이디야커피)

유통사 입장에서도 대용량 전략은 실리적이다. 동일한 배달 동선 내에서 건당 결제 금액(ATV)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제조 오퍼레이션을 단순화하여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즉, 한국인의 높은 커피 의존도와 배달 지배적인 유통 환경이 만나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를 산업의 상수로 만든 것이다.

최근의 대용량 경쟁은 단순히 양을 늘리는 1차원적 접근을 넘어 타겟 고객층에 따른 정교한 전략을 수반한다. 주요 타겟은 평소 커피와 티를 자주 즐기는 헤비 유저(Heavy User)는 물론, 사무실이나 캠핑 등 야외활동 현장에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음료를 소비하려는 ‘단체 수요’까지 포괄한다.

단일 고객이 하루 종일 마시는 ‘지속형 소비’와 단체 고객이 나눠 마시는 ‘공유형 소비’를 동시에 겨냥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리테일 브랜드들은 단순 컵이 아닌, 재사용 가능한 보틀이나 휴대용 손잡이가 달린 버킷 형태의 용기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가격 대비 용량인 ‘가용비’를 넘어, 심리적 만족감과 이동의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리테일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던킨, 1.4리터 ‘자이언트 버킷’ 한정 출시(제공 던킨)

1L 넘어 1.5L까지…브랜드별 ‘초대형 전략’ 경쟁
이디야커피는 여름 시즌을 겨냥해 1L 대용량 보틀 음료 9종을 출시하며 배달 및 포장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아메리카노 외에도 티(Tea)와 아이스티 등 논커피(Non-Coffee) 메뉴까지 대용량 라인업을 확장한 것은 특정 시간대에 얽매이지 않고 장시간 음용하려는 고객의 변화된 패턴을 정확히 파고든 결과다. 특히 결착형 뚜껑을 적용해 배달 중 누수 사고를 방지한 점은 리테일 테크 관점에서도 유의미한 운영 전략이다.

던킨은 미국에서 화제가 된 1.4L ‘자이언트 버킷’을 도입하며 글로벌 트렌드의 국내 이식을 주도하고 있다. 2024년 1L 용량의 ‘엑스트라 킹’으로 이미 140만 잔의 판매고를 올리며 대용량 수요를 확인한 던킨은, 이번 버킷 출시를 통해 ‘압도적 사이즈’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선점하려 한다. 특히 청담, 강남 등 핵심 상권 선출시와 플랫폼 연계 프로모션은 디지털 유통 채널에서의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한다.

지난 4월 1일 블루빈컴퍼니의 라떼 전문점 라떼킹이 ‘양동이커피’를 출시했다.(제공 블루빈컴퍼니)

라떼킹의 행보는 더욱 파격적이다. 1.5L ‘양동이커피’를 3,900원이라는 파괴적인 가격에 선보이며 성수동 등 트렌드 민감 지역의 젊은 층을 공략했다. 이는 저가 커피 시장의 포화 속에서 단순히 ‘싼 커피’가 아닌 ‘공유하고 싶은 특별한 커피’라는 프레임을 씌워 브랜드 정체성을 재확립한 사례다. 가격 경쟁력과 비주얼 요소를 결합해 불황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대용량 제품의 확산은 리테일 공급망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용량 주문은 매장 입장에서는 피크 타임 제조 병목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준다. 여러 잔을 따로 제조하고 포장하는 것보다 한 개의 대형 용기에 담는 것이 운영 리소스를 대폭 줄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들은 대용량 전용 물류 및 패키징 시스템을 구축하여 단위당 원가를 절감하고 있으며, 이는 소형 개인 카페가 진입하기 힘든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카페 업계의 용량 경쟁은 한국적 커피 소비 문화와 배달 리테일 기술이 결합된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향후 시장은 단순히 용량을 키우는 단계를 넘어, 대용량 음료의 온도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기능성 패키징’과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에 대응하는 ‘친환경 솔루션’ 경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소비자의 일상에 더 깊이, 더 오래 머물기 위한 기업들의 ‘벌크업’ 전략은 이제 카페 산업의 핵심 포트폴리오로 완벽히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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