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aily NewsChannel‘창고 밀어내기’는 옛말…리테일 기부, ESG 리스크 관리형 모델로 진화

‘창고 밀어내기’는 옛말…리테일 기부, ESG 리스크 관리형 모델로 진화

재고 소각 비용의 자산화와 플랫폼 기반의 선순환 구조 구축으로 ‘지속가능성’ 확보

국내 리테일 업계의 물품 기부가 과거의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CSR)에서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ESG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그동안 패션 및 유통 기업들에게 의류 기부는 지속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기부의 행위보다 ‘구조’에 집중하고 있다. 재고 자산의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리스크를 상쇄하고, 기부 물품이 유통 플랫폼을 통해 다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원 순환형 기부 시스템’이 업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기부의 패러다임 변화: 이미지 제고에서 구조적 최적화로
리테일 기업, 특히 패션 산업에 있어 재고는 수익성을 갉아먹는 고질적 요인이자 환경적 비난의 화살이 되는 양날의 검이다. 과거 기업들이 재고를 기부했던 목적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추상적 가치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탄소 배출권 관리라는 현실적 과제가 기부를 촉발하고 있다.

특히 재고 소각 시 발생하는 막대한 탄소 배출과 폐기 비용은 기업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에 기업들은 재고를 폐기 대상이 아닌, 법인세 감면과 탄소 저감 실적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물량 투하가 아닌, 수혜자의 니즈에 맞춘 MD 기반의 기부가 전개되는 이유다.

(사진=하이라이트브랜즈)

플랫폼 연계와 정교화된 타겟팅: 기업별 상생 전략 분석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기업 사례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라이프스타일 패션 기업 하이라이트브랜즈가 진행한 40억 원 규모의 기부는 기획 단계부터 ‘지원 대상 맞춤형 큐레이션’이 적용됐다. 장애인, 청년, 대학생 등 수혜 계층의 생활 패턴과 계절성을 고려해 의류는 물론 신발, 가방 등 잡화류를 실용성 있게 구성했다. 이는 기부 물품에도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여 사회적 접점을 정교하게 확대하는 D2C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통 플랫폼과 협회가 결합된 시스템 중심의 기부도 활발하다. 한국패션협회는 영원무역그룹,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19개 회원사와 함께 ‘자원순환 & 상생마켓’을 진행했다. 이 모델은 기업이 기부한 재고를 ESG 플랫폼인 기빙플러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재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다시 사회적 가치로 환원하는 다각적 선순환 구조를 지닌다. 이는 재고가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플랫폼화하여 개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담을 낮추고 효율을 극대화한 사례다.

(사진=한국패션협회)

자원 순환형 공급망과 지역사회 거점 확보
리테일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두 가지 측면에서 산업 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자원 순환형 공급망의 확대다. 재고 자산이 기부를 통해 새로운 활용처를 찾으면서 소각 및 폐기에 따른 환경 부담을 줄이고, 기업 입장에서도 재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는 지역사회 기반의 브랜드 접점 강화다. 전국 16개 기관 및 복지시설과 협업한 하이라이트브랜즈 사례처럼, 기업들은 기부 활동을 통해 기존 유통 채널이 닿기 어려운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 사회공헌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브랜드와 유통사들이 재고를 단순 손실 자산으로 보기보다, 사회적 가치와 연결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ESG 플랫폼 및 지역사회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통해 재고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향후 리테일 시장에서는 자원의 활용 가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순환 구조 안에 편입시키느냐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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