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료 및 리테일 시장의 지형도가 흔들리고 있다. 수년간 유통 채널의 성장을 견인했던 카페인 중심의 커피 소비 패턴이 둔화되고, 건강과 웰니스, 개인화된 취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티(Tea) 시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음료 선호도의 변화가 아닌, 리테일 플랫폼과 오프라인 공간의 차별화 전략이 맞물린 구조적 재편으로 풀이된다. 본지에서는 커피의 대안을 넘어 독립적 프리미엄 카테고리로 안착하고 있는 티 시장의 성장 배경과 온·오프라인 리테일 기업들의 구체적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과거 서브 카테고리에 머물렀던 차 시장이 가속화된 배경에는 고카페인 음료에 대한 피로감과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우선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기능성 허브티, 블렌딩 티, 고품질 말차 등 차별화된 향미를 찾아 즐기는 취향 소비가 대중화되었다. 여기에 미식 문화의 확장으로 ‘티 오마카세’나 ‘티 페어링’ 등 고급화된 차 문화 체험 요구가 결합되면서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유통 채널 관점에서도 티 카테고리는 높은 객단가와 충성 고객 확보에 유리한 자산이다. 커피 시장이 극심한 가격 경쟁과 포화 상태에 직면한 반면, 프리미엄 티는 고유의 스토리텔링과 원산지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브랜드 프리미엄을 강화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이에 따라 리테일 플랫폼과 브랜드사들은 단순히 상온 유통 상품을 진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특화 브랜드관 구축 및 B2B 케이터링 서비스 확장 등 유통 및 판로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다.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크게 온라인 e커머스 플랫폼의 독점적 브랜드 큐레이션과 오프라인 로컬 브랜드의 B2B 공간 확장의 두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롯데쇼핑의 e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프리미엄 카테고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1984년부터 인도 국빈 선물로 활용되어 온 글로벌 헤리티지 티 브랜드 ‘압끼빠산드 산차’의 공식 브랜드관을 론칭했다. 인도 델리 노이다의 한국 전용 공장에서 생산된 블렌딩 티와 인퓨저, 틴케이스 등을 포함한 고가 컬렉션을 단독 유통하며 티 카테고리의 스펙트럼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롯데온은 단순 판매를 넘어 구매 금액대별 테이스팅 파티 초청권 지급 등 프리미엄 고객 경험을 연계하여 플랫폼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큐레이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로컬 채널에서는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서비스 다각화 전략이 눈에 띈다. 서귀포의 프리미엄 티하우스 회수다옥은 매장 내 ‘맡김차림(티 코스)’ 성과를 바탕으로 기업 이벤트 및 VIP 리셉션을 겨냥한 이동형 B2B 케이터링 서비스 ‘마중차림’을 선보였다. 제주 맑은 물과 제철 원물 티푸드, 도예 장인의 다구를 결합한 60분 코스 형태의 B2B 맞춤형 서비스로, 한국관광공사 우수웰니스관광지 선정 등 검증된 상품성을 오프라인 외부 현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리테일 산업 전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온라인 플랫폼은 독점 브랜드 유치와 큐레이션을 통해 플랫폼 가치를 상향 평준화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브랜드는 공간 귀속성을 넘어 B2B 출장 케이터링 등 서비스 유통 채널로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즉, 티 카테고리가 단순 상품에서 리테일 공간과 플랫폼의 경험을 정의하는 핵심 커머스 엔진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프리미엄 티 시장은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 중심 옴니채널’ 유통 구조로 한층 진화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더욱 파편화되고 미식 경험에 대한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브랜드와 유통사는 단순 가격 할인이나 소진성 프로모션만으로는 고객 유치가 불가능해졌다.
향후 승패는 독보적인 서사와 체험 요소를 온·오프라인 접점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녹여내느냐에 달려 있다. 유통사와 브랜드사 모두 단순 판매 채널을 뛰어넘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을 시급히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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