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장기화 기조 속에서 국내 신선식품 소비 시장이 극단적인 ‘K자형 양극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불황기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알뜰 상품을 찾는 동시에, 확실한 미각적 만족을 주는 하이엔드 상품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모순적 소비 패턴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저렴한 가격 경쟁력만을 내세우던 전통 대형마트 매대 역시 독점적 품질과 가성비를 동시에 공략하는 이원화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대형마트의 실제 매출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증명된다. 롯데마트의 최근 1개년(2025년 6월~2026년 5월) 신선식품 판매 현황을 살펴보면 고당도 및 AI 선별 프리미엄 과일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한 가운데, 흠집 상품 중심의 ‘상생 과일’ 매출도 동일하게 20% 수준 급증했다.
전체 과일 매출 중 프리미엄 라인의 비중은 4년 전 6%에 불과했으나 최근 20%까지 3배 이상 수직 상승했으며, 유통업계는 오는 11일부터 17일까지 AI 참외와 12브릭스 이상의 ‘당+당한 수박’ 등을 전면에 내세운 기획전을 통해 초기 여름 대목 잡기에 나선다.

이 같은 프리미엄 과일의 대중화를 이끈 핵심 동력은 첨단 선별 기술과 고도화된 공급망 관리전략의 결합이다. 비파괴 당도 선별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과일 내부의 결함까지 걸러내는 정밀 판별 시스템이 소비자 신뢰도를 높였고, 농가 원물을 규격에 상관없이 통째로 사들이는 ‘풀 스펙(Full-Spec) 매입’을 통해 단가를 대폭 낮췄다. 상품 가치가 높은 최상위 원물은 고당도 브랜드로 고가에 처분하고, 규격 외 물량은 상생·조각 과일로 소싱처를 다각화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신선식품의 차별화 시도가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오프라인 채널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보루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송 속도를 무기로 침투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맞서 대형마트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눈으로 확인하는 신선함’과 ‘실패 없는 맛’이라는 직관적인 가치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쟁 대형마트들 역시 산지 직송 시스템을 강화하고 고유의 선별 기준을 정립하는 등 신선식품 품질 상향 평준화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형마트를 단순 가성비 채널로만 바라보던 과거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막을 내렸으며, 프리미엄 과일은 오프라인 매장의 집객력을 유지하는 핵심 앵커 카테고리로 고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장기적으로는 비파괴 선별 기술이 모든 제철 과일 품목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브랜드 간 기술 마케팅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결국 핵심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산지 소싱 비용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면서도, 고도화된 첨단 기술을 활용해 균일한 고품질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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