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Exclusive펠른(PERLEN), 카페와 바의 경계에 자리… 위스키의 정서 담은 커피 전문점

펠른(PERLEN), 카페와 바의 경계에 자리… 위스키의 정서 담은 커피 전문점

바의 감각을 커피로 구현, 삼성·판교·성수 3개 점 운영, 원두 및 커피 생산 로스터리 운영

커피 한 잔이 위스키 한 잔처럼 느껴진다면 어떨까. 투명한 아이스볼이 담긴 묵직한 유리잔, 은은하게 퍼지는 오크 향, 어둡고 절제된 인테리어, 그리고 유니폼을 갖춰 입은 직원이 조용히 음료를 권하는 공간. 이것이 커피 전문점 펠른(PERLEN)이 제안하는 경험의 풍경이다.

펠른은 카페도 아니고 바(BAR)도 아니다. 그 경계 어딘가에 서 있다. 알코올은 없지만 위스키의 풍미가 있고, 칵테일 잔이 아니지만 바의 감각이 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바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이곳에서는 같은 무드를 공유한다. 커피로 빚어낸 바 문화, 그것이 펠른이 지향하는 핵심이다.

펠른의 시그니처 메뉴 ‘위스키 더치커피’

2020년 서울 연남동에서 첫발을 내디딘 펠른은 현재 판교점(현대백화점 판교점 6층 남성 명품관, 2023년), 삼성점(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층 남성 명품관 2025년), 성수점(펠른하우스, 2026년 5월 오픈)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남동에 추가 오픈을 계획 중이며, 마켓컬리·쿠팡 브랜드관·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채널에도 입점해 있다. 법인명은 슈퍼메이드, 대표는 박주원이다.

펠른의 드래프트 커피는 맥주의 질감을 커피로 구현한 메뉴로, 2026년 7월 정식 출시가 예정돼 있다.

◇ 이름부터 철학이다, ‘방울져 떨어지는 진주
’펠른(PERLEN)은 독일어로 ‘방울져서 떨어지는 진주’를 뜻하는 명사다. 커피가 추출될 때 한 방울씩 맺혀 떨어지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천천히 내려지는 더치커피를 두고 ‘천사의 눈물’이라 부르듯, 커피 한 방울에 담긴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브랜드 철학이 이름에 압축돼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공간 곳곳에 구현돼 있다. 음료(커피)를 담는 잔은 위스키 바에서 볼 법한 투명한 유리잔이고, 바 테이블을 따라 배치된 좌석 구조와 절제된 조명, 격식을 갖춰 서비스하는 직원의 태도까지 펠른의 모든 요소는 ‘바의 감각을 커피로 번역’하는 데 집중해 있다. 실제로 펠른의 제품은 홍대 일대 바(BAR)에도 납품된다. 커피 전문점이 술집에 납품하는 독특한 구조는 펠른이 카페와 바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위스키 더치 밀크커피, 위스키 더치 슬링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크림 브륄레 치즈케이크 등 디저트류. 펠른은 술과 안주의 조합처럼 커피와 디저트가 서로의 맛을 극대화하는 페어링 문화를 제안한다.

◇ 위스키처럼 숙성하고, 맥주처럼 따르고, 안주처럼 곁들이다.
펠른의 시그니처는 위스키 더치커피다. 오크통에서 원두를 숙성시키는 공정을 거쳐 위스키 특유의 깊고 무게감 있는 풍미를 커피로 구현했다. 커피 원두의 발효·로스팅·분쇄 과정이 위스키 제조 공정과 닮아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메뉴다. 투명한 아이스볼이 담긴 유리잔에 제공되며, 잔 판매와 보틀 판매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파생 메뉴로는 밀크를 블렌딩한 위스키 더치 밀크 커피, 스파클링을 더해 칵테일에 가까운 청량감을 구현한 위스키 더치 슬링 커피가 있다. 위스키 더치커피에 이은 두 번째 축인 드래프트 커피는 맥주의 질감을 커피로 구현한 메뉴로, 2026년 7월 정식 출시가 예정돼 있다. 드래프트 커피 블랙은 흑맥주, 드래프트 커피 오렌지는 에일 맥주를 모티프로 삼았다. 더치커피의 인기가 높은 만큼 드래프트 커피의 높은 인기도 예상된다.

2026년 5월 오픈한 성수점 ‘펠른하우스’.

커피에 디저트 페어링도 펠른의 핵심 요소다. 위스키 더치커피에는 크림 브륄레를 올린 치즈케이크를, 드래프트 커피에는 별도로 개발한 디저트를 제안한다. 술과 안주처럼 커피와 디저트가 서로의 맛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성수점(펠른 하우스)에서는 직원이 음료의 종류와 마시는 방법, 어울리는 디저트를 직접 안내한다.

‘일반 카페에서는 설명을 하지 않지만 펠른하우스에서는 한다’는 것이 이 공간만의 핵심이다. 과거 연남동 시절 운영했던 예약제 ‘펠른 코스’는 이 철학의 정교한 버전이었다. 약 1시간 30분에 걸쳐 3가지 음료(커피)와 3가지 디시를 제공하며, 매 시즌 차별화된 테마를 선보였다. ‘당신의 감정(Season 1)’을 시작으로 ‘한국의 색(Season 3)’, ‘코리아 투 더 테이블(Season 8)’, ‘펠른 커피 랩(Season 11)’까지 이어졌다.

판교점(현대백화점 판교점 6층 남성 명품관에 2023년 오픈).

◇ 남성 명품관, 로스터리, 그리고 다양성의 부재를 채우는 브랜드
펠른의 확장은 백화점 남성 명품관을 택했다. 삼성점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층, 판교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6층이다. 백화점에서는 주류 판매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펠른에서는 위스키를 마시는 것과 같은 무드를 커피로 경험할수 있다. 알코올 없이 바의 감각을 제공한다는 것이 남성 명품관 입점의 논리다. 실제로 남성 고객 비중이 높으며, ‘멋진 남성들이 마시는 커피’라는 수식어가 브랜드에 따라붙는다.

판교점은 30평 규모에 바와 라운지를 갖추고 3년째 운영 중이며, 위스키 더치커피가 가장 인기 메뉴다. 삼성점은 40평 규모로 한 면은 긴 바 형태, 다른 한 면은 라운지로 구성돼 있다. 펠른은 자체 로스터리를 소유·운영하며 생두 수입부터 로스팅까지 직접 담당한다. 온라인에서는 마켓컬리·쿠팡·네이버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며, 자체 온라인 숍에서는 원두·더치커피·굿즈를 취급한다.

삼성점(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층 남성 명품관에 2025년 오픈).

2024년 디자인계 오스카 상이라 불리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커피 브랜딩·패키징 부문 수상 이력도 있다. 박주원 대표는 에든버러에서 유학한 인물로, 현지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 연구자와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를 거쳐 펠른을 창업했다.

Frieze Film과 청와대 개방 프로젝트 전시를 기획하는 등 대형 전시 경력이 커피 한잔의 경험을 설계하는 데 녹아들었다. 그녀는 “커피 문화의 발전은 다양성”이라며 “우리나라 시장은 크지만 다양성이 부족하고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진단한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바의 분위기를 커피로 즐길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 그것이 펠른의 출발점이자 브랜드가 카페와 바 사이, 중간계에 자리 잡은 이유다.

[BOX INTERVIEW

‘펠른’ 박주원 대표.

“술 못 마시는 사람도 바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박주원 펠른 대표는 술을 마시지 못한다. 그런데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 공부했고, 위스키 제조 공정에 매료됐다.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를 거쳐 커피 브랜드를 창업한 이 독특한 이력의 대표는 자신이 가장 즐기지 못하는 것에서 브랜드 아이디어를 끌어냈다.

“커피 문화의 발전은 다양성입니다. 한국 시장은 크지만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요.” 대형 프랜차이즈와 아메리카노 중심의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 커피의 다양한 가능성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 펠른을 만든 이유다.“술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위스키 바 같은 분위기를 커피로 경험할 수 있는 선택지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카페이지만 바를 지향하고, 커피 브랜드이지만 명품관에 입점한 펠른의 역설은 그녀의 이 한마디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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