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aily NewsLifestyle팬덤이 돈 된다, 제조·리테일 업계 '스포츠 IP 리테일' 총력전

팬덤이 돈 된다, 제조·리테일 업계 ‘스포츠 IP 리테일’ 총력전

KBO 1,200만 관중이 이끄는 고부가가치 D2C 전략과 오프라인 집객 혁신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들이 장기적인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독점적인 팬덤을 보유한 스포츠 지식재산권(IP)이 단순한 기념품 판매를 넘어 제조·리테일 브랜드 업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 경기장 내부의 작은 굿즈숍에 머물렀던 스포츠 IP 비즈니스는 최근 1~2년 사이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의 집객을 책임지는 킬러 콘텐츠로 완벽히 변모했다. 이는 파편화된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격 비교에 지친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직접 견인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으로 ‘스포츠 IP 리테일’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포츠 의류 및 IP 라이선스 시장의 양적 팽창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네스터(Research Nester)에 따르면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5년 2,804억 달러에서 2026년 현재 3,011억 달러 수준까지 가파르게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시장 역시 뜨겁다.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는 2024년 사상 최초로 1,088만 명의 관중을 동원한 데 이어, 2025년에는 1,231만 명이라는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이러한 관중 동원력은 제조·리테일 브랜드 업계의 외형 확장과 직결되는 강력한 기반이 된다.

스파이더는 한화이글스 기반의 리테일 사업 성장에 힘입어 2024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되며 흑자 전환의 발판을 마련했다.(이미지 = 스파이더)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소비의 주류로 자리 잡은 MZ세대의 ‘문화적 몰입’과 고관여 소비 패러다임이 존재한다. 스포츠는 명확한 승패와 팀에 대한 강력한 소속감을 제공하므로, 타 분야가 대체할 수 없는 감정적 자산을 지닌다. 온·오프라인으로 이탈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이 경험 중심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제조·리테일 브랜드 업계의 스포츠 IP 상품은 이들의 결핍을 채워줄 최적의 카드가 된 셈이다.

전략적 관점에서도 단순 제조 구조를 탈피해 콘텐츠 라이선싱과 D2C(소비자 직접 판매)를 융합함으로써 제조·리테일 브랜드사가 구단·선수의 독점 사용권을 바탕으로 자체 기획 상품(PB)이나 한정판 컬래버레이션을 출시, 마진율을 극대화하는 고도화 전략이 전개되고 있다.

스포츠 IP 리테일은 현장에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가?
스포츠 IP를 활용한 제조·리테일 브랜드 업계의 전략은 구단과 브랜드 간의 긴밀한 공식 라이선싱 계약 구조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과거의 단순 후원(스폰서십) 개념을 넘어, 이제는 어센틱 유니폼의 독점 제작·판매권 확보, 구단 공식 온라인몰 위탁 운영, 오프라인 거점 전개라는 복합적인 비즈니스 구조로 확대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포츠 브랜드 ‘스파이더’다. 스파이더는 2024년 1월 한화이글스와 10년 만의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단순히 의류를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내부에 스파이더 전용 오프라인 매장을 입점시키는 한편 ‘스파이더-한화이글스 공식 온라인몰’을 동시에 운영하는 이원화 구조를 구축했다.

형지엘리트는 자체 스포츠 컬처 브랜드 ‘윌비플레이’를 론칭하고 2024시즌부터 롯데자이언츠의 메인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다.
패션종합기업 형지엘리트가 롯데자이언츠의 공식 후원 계약을 2024년에 체결했다.(이미지 = 형지엘리트)

그 결과 홈구장 매장은 팬들이 매주 유니폼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상시 집객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류현진 선수의 친정팀 복귀 발표 직후에는 이커머스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 내 관련 검색량이 2주 만에 직전 동기 대비 3.6배 급증했으며, 어센틱 유니폼이 발매 당일 품절되는 등 선수 IP와 리테일 수요의 강력한 연동 효과를 입증했다.

스파이더는 한화이글스 기반의 리테일 사업 성장에 힘입어 2024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되며 흑자 전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잘 키운 스포츠 IP 하나가 제조·리테일 브랜드 전체의 실적을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기장 안의 ‘굿즈샵’, 어떻게 일상 쇼핑몰로 영토를 확장했나?
또 다른 성공 모델인 ‘형지엘리트’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기존 주력 사업인 교복 시장이 한계에 직면하자, 일찌감치 2020년부터 스포츠 IP 상품화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이들은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의 공식 상품화 사업권자 계약을 시작으로 스포츠 리테일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구단의 흥행과 맞물려 형지엘리트의 스포츠상품화 부문 매출은 2022년 1분기(7~9월) 기준 전년 동기의 90억 원에서 약 3배에 달하는 247억 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인천 SSG랜더스필드 내 ‘랜더스샵 바이 형지’ 전용 매장과 온라인몰의 동시 전개는 구단 IP 기반 리테일의 성공 가능성을 시장에 완벽히 검증시켰다.

SSG랜더스와의 계약 종료 이후에도 형지엘리트는 멈추지 않았다. 자체 스포츠 컬처 브랜드 ‘윌비플레이’를 전격 론칭하고 2024시즌부터 롯데자이언츠의 메인 스폰서로 전환한 것이다. 단순 유니폼 스폰서십으로 출발한 이들은 2025년 3월 상품화 사업권까지 확장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부산 사직야구장 내 ‘자이언츠샵’을 프로페셔널숍, 유니폼숍, 패션숍, 치어숍, 랜덤토이숍, 마킹 스테이션 등 총 6개의 테마형 전문 매장으로 통합 운영하며 압도적인 현장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KBO 리그 10개 구단 전체가 전문 스포츠 브랜드의 후원을 받고 있다. 그 중 기아 타이거즈는 아이앱스튜디오가 후원을 맡고 있다.(이미지 = 아이앱스튜디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오프라인 공간의 확장이다. 형지엘리트는 2026년 4월, 대형 복합쇼핑몰인 잠실 롯데월드몰 3층 스포츠존에 첫 정식 오프라인 매장을 전격 오픈했다. 이는 구단 경기장 내부라는 한정된 시공간을 넘어, 대형 유통 플랫폼이라는 일상적인 소비 공간으로 스포츠 IP 리테일 거점을 본격 확장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스포츠 IP 비즈니스가 경기 당일에만 반짝하는 사업이 아닌, 365일 작동하는 독자적인 리테일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외 스포츠 IP를 선점하기 위한 제조·리테일 브랜드 업계의 생존 전략
현재 KBO 리그 10개 구단 전체가 전문 스포츠 브랜드의 후원을 받는 구조는 2024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정착됐다. 주요 브랜드들은 2~5년의 장기 재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구단별 스폰서십 현황을 살펴보면 아이앱스튜디오(기아), 프로스펙스(LG), 다이나핏(SSG), 윌비플레이(롯데), 뉴발란스(KT), 스파이더(한화), 언더아머(삼성), 아디다스(두산), 나이키(키움), 리복(NC) 등이 각 구단의 리테일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LS네트웍스의 ‘프로스펙스’는 축구의 FC서울, 야구의 LG트윈스, 농구의 LG세이커스 등 국내 복수 리그의 명문 구단들과 동시에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행보를 보인다. 여기에 KBO 올스타전 및 야구 국가대표팀 유니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단일 브랜드가 여러 스포츠 IP를 선점해 팬덤 접점을 다각화하는 ‘멀티 IP 전략’을 전방위로 강화하고 있다.

LS네트웍스의 ‘프로스펙스’는 축구의 FC서울, 야구의 LG트윈스, 농구의 LG세이커스 등 국내 복수 리그의 명문 구단들과 동시에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이미지 = 프로스펙스)

이러한 흐름은 국내 리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명문 축구 IP의 국내 리테일 확장도 거세다.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인 롯데백화점은 국내 토트넘 홋스퍼 공식 라이선스 업체인 에스제이트렌드와 손잡고 강남점 등 주요 점포에서 팝업스토어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단발성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매 시즌마다 반복 개최함으로써 팬덤과의 주기적인 접점을 형성하는 이 방식은 유통 플랫폼과 라이선스 사업자 모두에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 모델로 기능하고 있다.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철수, PSG 서울 사례가 남긴 교훈은?
그러나 스포츠 IP 리테일의 장밋빛 미래 이면에는 명확한 구조적 리스크도 공존한다. 프랑스 명문 축구단 파리 생제르맹(PSG)의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사례는 제조·리테일 브랜드 업계에 묵직한 교훈을 던진다.

PSG는 이강인 선수의 입단 이후 한국이 프랑스 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급부상하자, 2024년 3월 서울 강남 신사동에 3층 규모의 아시아 최초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를 야심 차게 오픈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투자와 관심 속에 문을 연 이 매장은 불과 약 1년 만에 철수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해외 유명 구단 IP가 국내에 독자적인 플래그십 매장을 연 이후, 사업성 악화로 인해 문을 닫은 첫 번째 공식 사례다.

이는 특정 스타 선수의 팀 내 입지 변화나 이적 여부에 따라 구단 전체의 리테일 전략과 매출이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스포츠 비즈니스의 치명적인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팬덤의 충성도가 높은 만큼, 그 변동성 역시 일반 대중 소비재에 비해 극단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케투코리아의 스포츠 브랜드 ‘다이나핏은 지난해 6월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김강민 선수 은퇴식 현장에서 SSG랜더스 퓨처스팀(2군) 선수단에 다이나핏 용품을 후원하는 전달식을 진행했다.
케이투코리아그룹(대표 정영훈)의 다이나핏은 SSG랜더스의 선수단 용품 후원 재계약을 맺고 동행 기간을 늘렸다.(이미지 = 다이나핏)

지속 가능한 리테일 플랫폼으로의 안착을 위한 과제
결론적으로 스포츠 IP 비즈니스는 이제 경기장 안의 기념품 산업이라는 낡은 틀을 깨고, 제조·리테일 브랜드 업계 전반의 핵심 성장 동력이자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핵심 자산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유통 플랫폼과 브랜드들은 최저가 출혈 경쟁이 판치는 온라인 시장을 우회해, 자신들만의 독점적 콘텐츠를 확보하고 프리미엄 D2C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방정식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구단의 성적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는 팬덤의 온도, 특정 스타 선수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장기 계약 기간 내 발생할 수 있는 구단 가치의 변동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리테일 브랜드 업계가 스포츠 IP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영역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유니폼에 로고를 박아 파는 일차원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구단이 가진 고유한 스토리와 팬덤의 심리적 결속력을 완벽히 이해하고, 이를 정교한 상품 기획력(MD)과 오프라인 공간 전략으로 녹여내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단일 스타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헤지하고 구단 자체의 브랜드 자산 가치를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 ARTICLES

Popula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