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대표 대목인 삼복(초복·중복·말복) 시즌을 맞이하는 유통 및 외식업계의 마케팅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장시간 불 앞에서 조리해야 하는 전통 보양식을 가공 식재료로 대체하거나, 배달 치킨과 간편식(HMR)으로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다.
지속되는 고물가로 외식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복날을 계기로 짧은 기간 매출을 몰아치던 단발성 이벤트는 일주일 단위의 장기 프로모션과 플랫폼 전용 기획전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1인 가구 증가와 조리 간소화라는 소비 트렌드가 외식·유통업계의 대목 매출 확보 전략과 맞물리며 고착화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복날 외식 시장은 삼계탕과 장어, 영양탕 전문점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외식 물가가 급등하면서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이 1만 7,000원을 상회하는 등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었다. 이에 따라 집에서 직접 육수를 내고 닭을 삶는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경향과 맞물려, 배달 치킨이나 완제품 형태의 탕류 간편식을 선택하는 대안 소비가 확산했다.

소비 패턴 변화는 실제 판매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종합외식기업 다이닝브랜즈그룹의 치킨 브랜드 bhc가 집계한 2026년 삼복 시즌 판매 실적에 따르면, 초복 당일 주문 건수는 전주 동기 대비 150.1% 급증했다. 중복 기간 역시 전주 동기 대비 75%,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손이 많이 가는 보양식 대신 한 끼 식사이자 간식으로 접근하기 쉬운 치킨이 복날 대표 대체재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한다.
배달 전문점과 온라인 유통 채널의 대응 방식도 한층 치밀해졌다. 단 하루만 진행되던 복날 할인은 주간 단위 프로모션으로 확장되었다. bhc는 복날 당일에만 쿠폰을 발급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초복·중복·말복이 포함된 주간 전체에 3,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당일 1,000원 쿠폰을 추가하는 자사 앱 프로모션을 운용했다. 복날 당일 주문 폭주로 인한 시스템 과부하 및 라이더 수급난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일주일간 자사 앱 방문자 수(MAU)와 결제 건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러한 소비 흐름은 E-커머스 및 유통 플랫폼의 상품 구성에도 반영되고 있다. 롯데온은 말복 시즌을 겨냥해 인기 보양식과 제철 먹거리를 최대 40% 할인하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주목할 점은 생닭 등 기본 신선육 외에도 오골계, 오리 슬라이스, 흑염소전 등 이색 식재료 비중을 늘렸다는 점이다. 기존 삼계탕 일색이던 메뉴 선택지를 넓히는 동시에, 집에서 전자레인지나 냄비 조리로 10분 내 완성할 수 있는 간편식 라인업을 전면에 배치했다.

실제로 롯데온은 ‘바르온 삼계탕’을 비롯해 ‘사미헌’의 아롱사태 곰탕·갈비탕, ‘강강술래’의 한우 우족탕·도가니탕 등 유명 전문점 브랜드와 협업한 간편식을 집중 선보였다. 신선 식재료를 수거하고 손질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려는 가구 구조 변화를 타깃으로
삼은 전략이다. 이와 함께 복숭아, 수박, 활전복 등 연관 제철 먹거리를 한 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해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인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도모했다.
복날 대목을 활용한 마케팅은 단순히 seasonal(계절성) 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신메뉴 유입과 굿즈 마케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bhc는 말복 프로모션 기간에 시즈닝 치킨 신메뉴인 ‘커링클’과 사이드 메뉴 3종(크리스피 번, 콰삭 감자, 가래떡 떡볶이)을 할인 범위에 포함시켰다. 인기 캐릭터인 ‘미니언즈’와 협업한 키링 굿즈를 연계해 단발성 주문을 신규 고객 확보 및 브랜드 충성도 강화로 전환하려는 노림수다.
유통업계 전반에 나타나는 이번 복날 마케팅의 재편은 전통적인 절기 특수가 간편함과 가성비를 기준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식업체와 유통 플랫폼은 고물가 시대에 맞춰 소비자의 조리 노동 절감 수요를 정확히 읽어내고, 이를 배달 서비스 및 HMR 라인업 확대와 결합해 매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향후 여름철 보양식 시장은 전통 매장 중심의 외식 형태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PB) 간편식과 배달 플랫폼 중심의 신속 채널을 거점으로 더욱 다변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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