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테일 시장에서 ESG 경영이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공급망 관리와 지역 상생, 공간 재생 등 사업 전략과 결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친환경 캠페인이나 기부 중심의 활동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협력사 경쟁력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 콘텐츠 기반 공간 개발 등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리테일 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글로벌 공급망 규제 강화와 국내 인구 구조 변화, 지역소멸 문제 등은 기업들이 ESG를 단순한 대외 이미지 제고 수단이 아닌 중장기 경쟁력 확보 전략으로 바라보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유통·F&B·문화 콘텐츠 기업들은 각자의 사업 특성에 맞춰 ESG를 기존 사업 모델과 접목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리테일 기업들이 ESG를 경영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에는 공급망 안정성과 지역 기반 시장의 지속 가능성 확보가 자리하고 있다.
대형 유통사의 경우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상품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ESG 공시와 공급망 관리 기준이 강화되는 가운데 협력사의 ESG 역량을 함께 높이는 것이 플랫폼 경쟁력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외식 및 F&B 업계에서는 인구 감소와 지역 상권 침체가 중장기 성장 기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 62곳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단순한 시설 개선이나 일회성 행사보다 지역의 먹거리와 관광, 상권을 함께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지역 활성화 모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더본코리아·폰드메이커스, ESG와 사업 모델의 접점 확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ESG를 각자의 사업 구조에 맞게 적용하며 상생과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동반성장위원회와 함께 운영하는 협력회사 ESG 지원사업의 대상을 올해 기존 10개사에서 20개사로 확대했다.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교육과 현장 컨설팅, 평가, 우수기업 인증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우수 협력사에는 금융·연구개발(R&D)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되며, 백화점 입점 협력사에는 상품 개발과 마케팅 지원도 이뤄진다.
실제로 지난해 ESG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된 F&B 브랜드 ‘바리에’는 ESG 진단 지표가 개선된 데 이어 신세계백화점의 마케팅 지원과 지역 인플루언서 협업을 통해 두 달 만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7%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협력사의 ESG 역량 강화가 장기적으로 공급망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지역의 음식과 상권, 관광 자원을 연결하는 ‘지역개발 ESG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한 전통시장 정비를 넘어 먹거리 개발과 청년 창업 지원, 유휴공간 활용, 관광 콘텐츠를 결합해 지역 안에서 방문과 체류, 소비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 사례인 충남 예산시장은 기업과 지자체, 지역 상인의 협업을 통해 올해 5월 기준 누적 관광객 1000만 명을 기록했다. 더본코리아는 예산시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충남방적 유휴공간 개발과 삽교시장 특화거리 조성, 경기도 여주시 유휴시설 활용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 활성화 모델을 다양한 사업과 연계해 중장기 성장 기반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도 ESG와 공간 재생을 결합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폰드메이커스는 ESG 플랫폼 기업 리브위드와 함께 오는 8월 독립문 인근 복합문화공간 ‘숲세권 라이브 2호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래동 철강촌의 유휴 산업공간을 공연장으로 재생한 기존 모델을 서울 도심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공연 콘텐츠와 카페, 웰니스, 협업 공간 등을 연결한 복합 문화 플랫폼 형태로 운영된다. 리브위드의 ESG 데이터 관리 시스템과 연계해 공연과 공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가치를 관리하는 모델도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ESG가 사업 전략과 결합하는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망 안정성과 지역 기반 시장의 지속 가능성, 소비자의 가치소비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ESG를 통해 협력사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업들의 ESG 경쟁력은 단순한 친환경 활동보다 공급망 관리와 지역 상생, 공간 활용 등 실제 사업 구조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ESG를 기존 사업과 접목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리테일 산업 전반으로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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