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의 자체 브랜드(PB) 전략이 단순한 가격 할인 수단에서 벗어나 유통사의 수익성과 고객 유집력을 결정짓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프라인 마트와 슈퍼마켓은 원가 상승과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소매가격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PB 상품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소비자의 구매 빈도가 높은 기초 신선식품과 건강 음료 영역에서 1,000원 미만의 가격대를 형성하며 제조사 브랜드(NB) 중심의 유통 시장 구도를 흔들고 있다.
최근 유통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 상품의 급부상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소비자는 브랜드 인지도보다 가성비와 원재료 품질을 우선시하는 실용적 소비 패턴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유통사는 제조사의 마진과 유통 단계를 축소하여 가격을 낮추는 전통적인 방식을 넘어, 상품 기획 단계부터 원가 구조를 재설계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상품 용량을 늘리면서도 단가를 최저 수준으로 맞추는 역발상 전략을 통해 고객 체감 가격을 낮추고 점포 방문 주기를 단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대형마트와 슈퍼의 통합 매입 체계를 활용해 대표 기초 식재료인 두부와 콩나물의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양사는 ‘오늘좋은 더 큰 두부’와 ‘오늘좋은 더 많은 콩나물’을 각각 980원에 선보였다. 기존 300g 상품을 400g으로 33% 증량하면서도 판매가는 기존 1,000원에서 980원으로 낮춰 100g당 단가를 26% 가량 절감했다. 이는 롯데마트와 슈퍼가 사전 통합 매입을 통해 제조 파트너사와 목표 판매가를 미리 설정하고 자체 유통 마진을 낮춘 결과다.
앞서 지난해 4월 선보인 1,000원 PB 두부와 콩나물이 올해 6월까지 누적 판매량 약 240만 개를 기록하며 카테고리 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자, 기존 검증된 베스트셀러의 가성비를 한층 더 강화하는 전략을 실행했다. 단백질과 콩 고형분 함량을 엄격히 검증하고 무성장촉진제 재배 방식을 적용해 초저가 제품임에도 신선식품의 본질적인 품질을 유지했다.
이랜드 킴스클럽 역시 PB ‘오프라이스’를 통해 고물가 속 건강 관리 수요를 겨냥한 두유 2종을 출시했다. ‘고소한 콩하루두유’와 ‘고칼슘 검은콩두유’는 190ml 20입 구성을 개당 400원대의 가격으로 기획해 장바구니 부담을 대폭 낮췄다.

원액 두유 함량을 86%에서 90%까지 확보하고 설탕을 첨가하지 않거나 칼슘 함량을 230mg 이상으로 높이는 등 건강 성분을 보강했다. 이는 기존 NB 두유 상품 대비 낮은 가격대면서도 품질 스펙을 동일 이상으로 유지해 가성비 중심 소비자를 확실히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의 이러한 PB 확장 움직임은 유통 채널과 제조사 간의 권력 지형을 바꾸고 있다. 유통사가 직접 상품 개발과 수급을 주도하면서 유통망 주도권이 제조사에서 리테일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NB 제조사들은 마진 압박과 더불어 매대 점유율 축소라는 과제에 직면했으며, 유통사는 PB를 통한 고객 유입 효과와 함께 마진율 개선이라는 성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앞으로 유통가의 PB 경쟁은 단순히 가격을 깎는 초저가 경쟁을 넘어 기능성, 신선도, 제조 투명성을 결합한 가치 기반 PB로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유통사는 효율적인 소싱 네트워크 구축과 유통 구조 단축을 통해 가격 제어권을 확보해야 하며, 기성 NB 제조사는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PB의 공세를 막기 어려운 만큼 대체 불가능한 프리미엄 기술력과 브랜드 자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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