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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롯데장학재단, 나전칠기 첫 공예품대전…전통·현대 127점 겨뤘다

전통·현대 두 부문 대상에 배광우·윤상희…수상작 17일까지 마루아트센터 전시

롯데장학재단(이사장 장혜선)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 마루아트센터 그랜드관에서 ‘2026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 시상식을 열었다. 올해 처음 마련된 이 대전은 우리 전통 공예인 나전칠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현대적 해석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공모는 전통·현대 두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모두 127점이 접수됐다.

이번 대전은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이름을 내걸고 올해 처음 열렸다. 나전칠기는 자개를 붙이고 옻칠을 수십 번 올리는 등 전 과정을 사람의 손으로 완성하는 전통 공예로, 재단은 이 기술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도록 명맥을 잇는 데 대전의 목적을 뒀다. 서울 롯데호텔 라운지에도 오래전부터 나전 작품이 걸려 있다. 재단에 따르면 신격호 명예회장도 생전 나전칠기에 애정을 뒀다. 롯데호텔 라운지에 자리한 나전 작품이 그런 관심의 흔적으로 꼽힌다.

대상 기념사진 (수상자 윤상희, 롯데장학재단 장혜선 이사장, 수상자 배광우 /제공 롯데장학재단)

심사는 예술성·완성도·전통성·창의성 등을 기준으로 1차 온라인, 2차 실물로 나눠 진행됐다. 그 결과 수상작 14점이 선정됐고, 전체 출품작의 5% 이내에서 입선작 5점이 따로 뽑혔다. 대상은 두 부문에서 1명씩, 상금 1000만 원이 주어졌다. 이어 최우수상 500만 원, 우수상 200만 원, 장려상 100만 원이 수여됐다.

전통 부문 대상은 배광우 작가의 ‘나전칠 국화당초문 팔각합’이 차지했다. 삼베와 옻칠을 여러 겹 쌓아 팔각으로 짓고, 넝쿨무늬를 촘촘히 새긴 뒤 뚜껑과 몸체 모서리에 금속선을 더한 작품이다. 고려 말∼조선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하는 나전합을 재현하되, 크기를 줄이고 색을 눌러 오래된 유물의 질감을 살렸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최우수상 기념사진( 수상자 이용선, 롯데장학재단 장혜선 이사장, 수상자 한미경 /제공 롯데장학재단)

현대 부문 대상은 윤상희 작가의 ‘수리수리 신(神)수리’다. 독수리를 모티브로 전통 나전칠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합으로, 3D 프린팅으로 만든 형상에 삼베를 입혀 옻칠하고 날개 모양 자개로 장식했다. 붉은 독수리가 알을 품은 형상에는 “상처받은 마음을 감싸 안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

최우수상은 전통 부문 한미경 작가의 ‘석류당초문나전옻칠호족반’, 현대 부문 이용선 작가의 ‘결(結): 연결된 내면들’이 받았다.

대상(전통) 수상작 (배광우 작가 /제공 롯데장학재단)

시상식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혜선 이사장은 대전을 연 이유를 밝혔다. 그는 “만드는 과정이 어렵고 예전만큼 수요도 없다 보니, 이 기술을 잇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훌륭한 기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야겠다는 마음에 열었다”고 했다. 이어 수상자들의 작품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 콘텐츠 기획 여부에 대해 “그 길고 고된 과정을 사람들에게 꼭 알리고 싶다”며, 다음 대전에서는 이를 영상 콘텐츠로 담아보기로 했다.

대전을 앞으로도 이어갈 뜻은 분명히 했다. 다만 규모를 더 키우거나 교육으로까지 넓히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장 이사장은 “직접 와서 보고 들으니 앞으로는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재단이 하는 사업이 많다 보니 한 곳에 깊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방법을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대상(현대) 수상작 (윤상희 작가 /제공 롯데장학재단)

작가와의 대화에서 수상자들은 이번 대전을 흔치 않은 자리로 평가했다. 윤상희 작가는 “‘나전칠기’만 내건 공모전은 이례적”이라며 “도자·유리와 달리 반드시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분야를 기업이 끌어안은 것 자체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후년을 목표 삼아 작업할 힘이 생긴다”며 대전이 꾸준히 이어지길 바랐다.

작가들은 나전칠기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이용선 작가는 “주거가 바뀌는데 우리는 거기 맞춰 변하지 못했다”며 전통을 바탕에 두되 현대 생활 공간에 맞게 풀어내야 한다고 봤다. 배울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도 지적됐다. 한미경 작가는 초·중·고 방과후나 특별활동으로 옻칠을 접할 기회가 넓어져야 한다며 “우리 것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통로가 아래로 더 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배와 신진 작가를 향한 조언도 나왔다. 윤상희 작가는 “전통 기술을 제대로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금의 소비자에게 어떻게 풀어낼지 자기만의 세계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대전 수상작은 오는 17일 오후 5시까지 서울 종로 마루아트센터 그랜드관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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