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8월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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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블랙아웃 사태, 온플법 재논의 등 유통업계 파장 이어진다

피해 보상 논란 계속, 온플법 개정 논의까지 고개 들어

10월 15일 15시 30분경,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동시다발적인 장애를 일으켰다. 국민의 일상도 멈췄다. 발단은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에 위치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에서 일어난 화재가 그 시작이다. 이 데이터센터에 바로 국내 굴지의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의 서버가 집중돼 있던 것이다.

이날 화재로 카카오 관련 대부분의 서비스가 일시에 멈췄다. 월간활성사용자 수(MAU) 475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멜론, 카카오웹툰, 카카오게임즈 등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SK C&C 데이터센터.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에 위치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10월 15일 화재가 발생해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플랫폼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돼 큰 혼란이 야기됐다

모든 서비스 앞에 ‘국민’이란 타이틀이 달릴 만큼 사용자 수가 많은 메신저, 은행, 모빌리티, 메일, 이커머스 서비스 전반이 ‘불통’되면서 전국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카카오톡이 작동이 안되면서 약속이 무산되고, 카카오톡을 통해 업무를 주고받는 직장인은 불편을 겪었다. 다음(DAUM) 메일을 이용하는 회사들도 낭패를 봤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T를 통해 호출을 받지 못한 택시기사는 정상 영업을 하지 못했다. 카카오 T바이크 앱을 통해 킥보드를 이용했다는 한 시민은 반납 오류로 요금 폭탄을 맞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갑 없이 카카오페이로만 결제하려다 실패한 사례, 카카오톡으로 받은 이용권을 쓰지 못한 사례 등도 온라인 상에서 공유됐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이용자는 카카오톡 계정을 통한 로그인이 막혀 접속 자체가 안돼 애를 먹었다.

카카오는 월간활성사용자 수(MAU)4750만명에 달하는 국민 소통 플랫폼 ‘카카오톡’을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멜론, 카카오웹툰, 카카오게임즈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금융, 교통, 음악, 게임 등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이 카카오의 불통 사태는 우리 생활 깊숙하게 파고든 플랫폼의 장애가 일상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미치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대 사건이 됐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카카오의 의존은 실생활 깊숙하게 파고 들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 카카오의 블랙아웃 사태를 향한 국민의 성토가 쏟아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국민 삶과 직접적인 접점이 많은 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대응체계가 너무 안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인 것이다. 계속된 계열사 상장과 신사업 진출 등 ‘문어발식 확장’에만 열을 올리고 정작 화재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할 만큼 투자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장애 복구 과정이 더딘 건 더 큰 문제였다. 카카오는 화재 발생 3시간이 지난 뒤에야 “전원 공급 재개 시 2시간 안에 카카오톡을 포함한 전체 서비스가 복구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복구 작업은 지연됐다.

화재로 방생한 카카오의 불통 사태로 인해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전체 카카오 관련 서비스는 물론 다음의 메일 서비스까지 중단됐다.

오류가 6시간 넘게 지속되자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번과 같이 데이터센터 한 곳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이원화 조치를 적용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체의 전원이 끊긴 비상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기에 복구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답변이었다.

카카오가 모든 서비스와 기능의 복구 완료를 알린 건 지난 10월 20일 오후 11시였다. 화재가 발생한 지 5일만에 해소됐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장애 복구가 늦어진 건 이 회사가 판교 데이터센터에 의존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이 기본적인 화재 상황조차 대응체계가 마련하지 않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남궁훈 각자대표 사퇴, 대형 플랫폼부터 소상공인까지 피해 속출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 서비스는 국민 대다수가 쓰기 때문에 공공성을 띠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장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지난달 19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더디게 진행됐지만 복구가 진행되면서 후속 조치도 이뤄졌다. 먼저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장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톡은 국민 대다수가 쓰기 때문에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이지만 그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을 끝까지 책임지고자 비상대책위원회의 ‘재난 대책’ 소위원회를 맡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유료 결제 서비스의 보상안도 함께 발표했다. 앞서 음원 플랫폼 멜론은 1500원 상당의 이용권을 지급한다고 안내했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 페이지는 콘텐츠 이용 기한을 72시간 연장하고, 서비스 장애 기간 만료된 캐시도 재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카카오게임즈도 각 게임별로 게임 내 아이템 및 재화를 보상안으로 제시했다.

무료 서비스의 피해를 두고는 별도의 피해신고접수 채널을 열고 피해 사례 접수를 받기로 했다. 신고 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보상 대상 및 범위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유료 서비스 이용자 뿐 아니라, 이번 장애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와 파트너, 다양한 이해 관계자 분들에 대한 보상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화재로 방생한 카카오의 불통사태는 카카오와 제휴 서비스를 제공 중인 스타벅스, 마켓 컬리, 지그재그 등도 일부 서비스가 중지돼 고객에게 큰 불편을 초래했다.

카카오가 복구를 완료했고, 보상 계획도 밝혔지만 파장은 일파만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유통업계에 피해가 발생해 그에 대한 보상과 대처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됐다. 서비스 장애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기업이 다수 나왔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마켓컬리다. 이 회사는 화재가 발생한 날 홈페이지와 앱에 카카오페이 결제,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일부 서비스 사용이 어렵다고 게시했다.

올리브영도 오늘드림 픽업 서비스 등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인해 일부 기능이 중단된다고 안내했었다.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카카오 선물하기 모바일 상품권을 이용한 결제와 배달 주문, 매장 위치 정보 안내 등의 서비스가 중단됐었다. 이 밖에도 카카오 계정으로 연동돼 로그인하는 수많은 플랫폼에서 각종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카카오톡을 활용해 영업을 하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도 심각했다. 카카오 채널로 예약과 고객 상담 등을 진행하던 소규모 업체들은 카카오 채널을 통한 상담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따르면 주문 제작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플러스 친구로 주문 받은 내역이 조회되지 않아 작업을 못했다”고 한탄했다.

오더메이드 형식의 자체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김현수씨(가명)는 “장애가 벌어졌을 때 카카오톡으로 주문 받은 디자인이 확인이 안 돼서 답답했다”며 “고객에겐 추후 보상하긴 했지만 사실상 하루 장사를 날린 셈”이라고 토로했다. 배달업체의 경우엔 가게 배달 접수를 받을 때 카카오 지도를 통해 배달거리를 계산하고 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스템 먹통으로 기사들이 플랫폼을 이용할 수 없어 큰 불편을 겪었다.

자영업자들의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벌어지자 즉각 피해사레를 접수받았는데, 10월 21일 오후 2시 기준 접수된 사례는 1254건에 이를 정도였다. 서비스 피해 유형(중복응답 포함) 중에선 톡채널 서비스 예약·주문·상담이 45.58%를 두 번째로 많았다, 카카오페이와 기프티콘 결제도 42.06%로 뒤를 이었다. 주문·배송 알림 사례도 31.95%를 차지하면서 카카오톡을 통해 온라인 커머스를 전개하는 중소 사업자의 피해가 상당히 컸다는 걸 알 수 있다.

접수된 사례 중 경기도 수원시의 한 케이크 업체는 톡채널로 주문, 예약, 샘플공유, 주문 디자인 확인 등을 진행해왔는데 이번 장애로 주문이 불가,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행사가 많은 주말이었던만큼 주문 피해가 더 심했다. 이후에도 고객 소통 불가, 환불 및 사과, 톡채널 친구해지 증가 등의 피해가 이어졌다.

카카오의 화재 사태로 인한 국민 불통 사태는 국회에서 온플법 논의가 다시 진행되도록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 플랫폼 자율 규제 정책에 대한 기조 변화 불가피 목소리
경기도 오산시의 떡볶이 업체는 카카오맵 기반 배달대행사를 이용해 왔는데 이번 장애로 배달 주문을 받지 못했다. 이 업체의 평균 매출은 400만원이었는데, 이번 장애로 4분의 1수준인 105만원까지 매출이 급감했다. 대구시 중구의 한 주차장도 카카오모빌리티를 이용했는데, 주차 차단기 서버 다운으로 주말 동안 주자창을 운영하지 못했다. 고객 출차가 지연되고 이에 따른 피해보상 요구도 심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카카오의 설명대로라면 이런 자영업자도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피해가 직접적이고 기간이 명확한 유료 서비스와 달리 무료 서비스 사용자의 간접 피해는 형태와 규모를 특정하기 어려워 보상안이 나와도 많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점쳐지고있다.

유료 서비스는 지연된 기간만큼 무료로 연장하거나, 지연된 시간 동안 발생한 비용을 보상해주면 되지만, 무료 서비스의 간접 피해는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런 경우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앞서 2018년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보상안은 유료 서비스인 유선망을 이용하던 중 결제 장애로 매출에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간접 피해까지 포괄했다. KT는 보상 금액을 피해 기간에 따라 하루 당 평균 20만원으로 잡았다. 일주일 이상 피해를 입은 경우 최대 보상액은 120만원으로 한정했다. 이에 당시 소상공인과 시민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 규모를 정확한 금액으로 환산할 수도 없어, 일부에게 지급된 위로금 외에 추가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카카오 불통 사태의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플랫폼 규제 정책의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논란거리다.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에선 플랫폼 자율 규제에 방점을 찍었다. 문 정부 규제 방안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을 어렵게 했고, 결국 기존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만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정과 상생이 확보되는 플랫폼경제’ 공약에서 ‘상생형 지역유통발전기금’ 도입,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 설립, 플랫폼 내부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내세웠다. 모두 플랫폼 관련 규제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공약들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 출범식을 열었다. 플랫폼 자율기구는 민간 스스로 디지털플랫폼 부작용을 해소하는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크게 갑을 분과, 소비자·이용자 분과, 데이터·인공지능(AI) 분과, ESG분과 등 4개 분과로 운영된다.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분과별 회의체를 가동 중이다. 여기서 배달앱과 오픈마켓의 수수료 및 중소상인·배달종사자 상생, 배달료, 골목상권 침해,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투명성 및 AI 신뢰도, 디지털 포용, 기업지배구조 등을 다룰 계획이다.

온플법이 통과되면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해당하는 네이버 쇼핑, 카카오, 쿠팡,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18개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기존 플랫폼 기업들은 새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산업 육성을 위한 ‘자율 규제’ 기조에 반가움을 내비쳤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내세우는 규제라면 일반 법보단 규제 강도가 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 불통 사태로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무분별한 기업 확장이 문제의 본질로 지적되면서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관련해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수준을 이루고 있을 때는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주무부처 중 하나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온라인 플랫폼 독점화가 카카오 사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모두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들이었다.

이번 사태로 유독 주목을 받고 있는 법이 있다. 바로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문재인 정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을 주도했지만, 정권이 바뀌고 자율규제 기구가 등장하면서 백지화 가능성이 커졌었다. 온플법 대신 자율규제를 추진하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 먹통 사태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법의 입법 제정 의지를 다시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상품 판매부터 배달, 숙박 등 소비 사회 전반에서 플랫폼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플랫폼 자율규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라는 큰 사고가 터졌으니 자율규제 대신 법제화를 추진할 명분도 생긴 것이다.

중소기업계도 이런 여론을 거들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카카오 서비스 마비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 문제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며 “온라인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의 1/5이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광고료, 책임 전가 문제 등 불공정 거래를 경험한 상황이라 온플법이 시급히 제정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온플법은 규제 강도가 높기로 소문난 법이다. ‘중개 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원 이상’인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계약서 교부 및 필수 기재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 플랫폼 규제 강화 법안 ‘온플법’ 논의 다시 뜨거워 지나

온플법이 통과되면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해당하는 네이버 쇼핑, 카카오, 쿠팡,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18개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전망이다.

온플법이 통과되면 네이버 쇼핑, 카카오, 쿠팡,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18개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전망이다. 대형 플랫폼 사업자는 입점 업체와 계약할 때 수수료 부과 기준, 제품 노출 순서 등 필수 기재 사항을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막기 위해 서비스 제한·중지 또는 계약 해지·변경 시 입점 업체에 사전에 통지해야 할 내용을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금지 조항도 담아야 한다.

이 법은 이커머스 업계의 큰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령 쿠팡의 경우 오픈마켓 특성상 그간 수많은 셀러와 일일이 계약할 수 없어 사실상 약관이 계약서 역할을 해왔지만, 앞으론 꼼꼼한 금지 조항이 담긴 ‘계약서’의 효력을 신경 써야 하는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

당장은 ‘거래금액 1조원 이상’인 네이버나 카카오, 쿠팡 등의 이커머스 영역만 적용되지만, 거래금액을 키운 다른 플랫폼 사업자도 언제든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커머스 산업의위축 우려가 커진다는 설명이 뒤 따른다.

마침 카카오 먹통 사태가 터지기 전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의 위험성이 드러나는 자료도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출액 기준 100억원 이상, 중개거래액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 26개사를 대상으로 한 262건의 분쟁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7년 19건에 불과했던 조정 신청 사건은 2019년 48건, 2020년 79건, 2021년에는 91건에 달해 연평균 47.9%씩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대면 거래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 관련 거래가 증가하면서 분쟁 또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분쟁조정 신청사건을 신청 이유에 따라 분류해보면, ‘불공정거래행위상의 거래상 지위남용’ 중 불이익 제공이 177건으로 67.6%에 달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기반으로 거래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거나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유로 분쟁조정을 신청한 사건들이다. 이어 계속적인 거래관계에 있는 특정 사업자에 대해 거래를 중단하거나 거래하는 상품 또는 용역의 수량이나 내용을 제한하는 거래거절 사건이 15.3%(40건)로 뒤를 이었다.

분쟁 대상을 보면, 쿠팡이 116건으로 44.3%에 이르는 압도적 1위였다. 2위 네이버(41건·15.6%)나 3위 이베이코리아(32건·12.2%)에 견줘 분쟁 발생 건수가 3~4배에 달했다.

이번 카카오 사태는 온플법 입법을 막더라도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카카오 사태는 자율규제기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는 올해 안에 구체적으로 규제 가이드라인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연내 규제 발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율규제 기구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법은 규제 용어나 범위가 확실한 반면, 자율규제는 해석 범위가 더 넓은 차원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 보니 오히려 규제 강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시민단체나 학계가 제안하는 규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자칫 자율규제를 어겼다간 “직접 만든 규제마저 왜 지키지 않느냐”는 여론 역풍에 시달릴 수도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범부처가 참여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자율 규제가 오히려 더 촘촘한 감시수단이 될 수도 있어 기업 입장에선 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에 참여한 정부 부처들은 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상당히 많다.

하지만 언제까지 결과를 내놓지 않을 순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터진 가운데 플랫폼 사업자를 향한 대중의 여론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플랫폼 독점을 향한 우려가 커졌다.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는 “플랫폼의 이용자가 많아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만, 시장의 진입장벽은 점점 높아진다”면서 “신규 플랫폼의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되고, 기존 사업자들의 힘만 점점 강화하는 구조는 정부 기조와 관계없이 어떻게든 손을 봐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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