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SS 서울패션위크가 ‘역대급’ 퍼포먼스를 내며 지난달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패션위크는 그간 행사와 비교해 비즈니스에 초점을 둔 만큼 ‘역대급’ 칭호가 아깝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주최 측인 서울시가 전년대비 추가로 예산을 늘리고, 바이어 섭외와 발 빠른 비즈니스 성과를 위해 해외 4대 패션위크가 진행되기 앞서 미리 스케줄을 잡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5일간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서울컬렉션, SC) 브랜드 21곳,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제너레이션 넥스트, GN) 8곳, 기업 브랜드(메트로시티) 1곳이 참여했으며, 총 30번의 컬렉션 무대가 진행됐다. 개막 첫 날인 5일에는 서울 패션위크 공식 포토콜에 ‘서울패션위크 글로벌 홍보대사’ 뉴진스가 등장해 분위기를 달궜다.
김태균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전 세계적인 K-팝 인기가 K-패션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이 우리의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며, “서울패션위크가 K-패션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진출 플랫폼이자, 투자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행사 진행에 앞서 각오를 밝힌 바 있다.

◇ 영국, 프랑스, 일본 등 27개국 127명 바이어 초청
주최 측에 따르면 해외 바이어는 이전 시즌 대비 30% 증가한 27개국 127명 바이어를 초청했다. 초청 바이어를 늘린 이유는 수주 전시회인 트레이드쇼에서 국내 기업들의 비즈니스 상담 매칭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특히 이번 시즌 행사는 영국 리버티, 프랑스 몽마르쉐, 일본 이세탄 등 해외 유명 백화점의 빅바이어들을 초청해 퀄리티를 높였다.
비즈니스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컬렉션 무대에 오르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에 몇몇 뷰티 기업들이 협찬을 지원하는가 하면, 초청한 바이어들과의 95개 브랜드들의 실질적인 수주 상담도 오고 갔다. 일부 바이어들은 현장에서 억 단위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23 FW 서울패션위크 당시 1000여건 이상 수주상담이 진행됐는데, 이번 시즌에는 1134건으로 지난 시즌대비 높은 성과가 이뤄졌다.

수주상담 금액은 전시즌대비 54% 이상 증가한 514만 달러(한화 약 69억원) 규모다. 국가별로는 캐나다, 중국, 일본 순으로 수주 상담이 높은 걸로 확인된다.
서울패션위크 관계자는 “세계 4대 패션위크보다 한 발 앞서 시즌을 준비하고, 해외 큰 손 바이어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개최 시기를 한 달여 정도 앞당긴 것이 주효했다. 특히 해외 바이어들에게서 신예 브랜드들의 글로벌 무대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콜라보레이션으로 다양한 매력 선보여
이번 패션위크의 색다른 모습은 바로 브랜드와 아티스트, 브랜드와 백화점 등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대표적으로 현대백화점과 협업을 통해 ‘패션’과 ‘미술’을 접목한 특별한 런웨이(9개 쇼)를 시도한 것이 돋보인다.
총 9개의 브랜드(△와이쏘시리얼즈 △데무 박춘무 △석운윤 △라이 △피플오브더월드 △디앤티도트 △곽현주 컬레션 △두칸 △시이안 )에서 아트스트와 협업해 작가의 작품을 패턴화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아트슈머(Artsumer)의 취향에 맞춰 패션에 문화 요소를 더해 만족감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5일(화) 첫 날 협업 무대 포문을 연 ‘와이쏘시리얼즈 X 감만지’ 컬렉션은 먹의 농담과 갈필, 판화기법을 활용한 콜라페인팅 기법으로 특유의 위트 있는 아트웍을 선보였다. 다음날 6일(수) ‘석운윤’과 이상원 작가의 협업 컬렉션은 이상원 작가의 작품 ‘Floating people(수영하는 사람들)’에서 착안해 섬세한 터치의 감동을 디테일한 자수를 패브릭에 옮겨냈다.
연기와 춤을 더한 런웨이, 오케스트라 연주 등이 무대에 접목되며 ‘공연 요소를 더한 무대 연출, 미술을 접목한 패션’으로 진화하는 서울패션위크의 위상을 보여줬다. ‘와이쏘시리얼즈’는 런웨이에 연기, 춤사위 등을 접목하였고, 얼킨은 신인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의 라이브 공연을,‘그리디어스’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더하여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순간을 제공했다.
9개 브랜드와 9인의 아티스트 협업 작품들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 ‘서울패션위크 X 아트페어’ 기획전으로 전시 및 판매되기도 했다.
2024 SS 서울패션위크 주목받은 deSiGner Brand 7곳
매 시즌 패션위크 행사마다 국내외 바이어들과 팬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스타 디자이너들이 등장한다. 이번 행사에는 패션위크 컬렉션 본 무대를 처음 밟는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등용문인 GN 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브랜드까지 신예 브랜드들의 행진이 주목받는다.
기존 베테랑 브랜드들의 약진도 괄목할 만하다. 베테랑 브랜드들은 탄탄한 아이덴티티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를 넘어 세계 4대 패션위크에도 도전장을 내밀며 브랜드 가치를 키워가고 있다. 이번 패션위크에서 주목받은 베테랑 브랜드 3곳과 신예 브랜드 4곳을 소개한다.
베테랑 브랜드 _ 01
까이에 / CAHIERS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까이에(CAHIERS, 대표 김아영)’가 지난 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 서울패션위크에서 2024 S/S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번 컬렉션은 ‘미스틱 인디아(Mystic India)’를 테마로, 오랜 기간 다른 문명과의 교류를 통해 풍요롭고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 인도와 신비하고 오묘한 핑크 컬러로 물든 도시 자이푸르에서 영감을 받았다. 매 시즌 인상적인 실루엣과 디테일을 선보이는 까이에 특유의 페미닌한 무드에 인도 전통의상의 분위기와 자이푸르의 컬러를 입혀 색다른 무대를 연출했다.
김아영 디자이너는 “화려한 직물 패턴과 자이푸르의 신비하고 오묘한 컬러, 인도의 전통의상인 사리(Saree)나 도티(Dhoti)의 언밸런스한 드레이프, 레이어드, 매듭 등의 디테일을 재해석했다”며 “신비롭고 이국적인 인도 문화의 아름다움을 가져와 일상에서도 충분히 착용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스타일의 보헤미안 룩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한편 까이에는 지난 2023 FW 시즌부터 뉴욕 패션위크에 참가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시즌 역시 2024 SS 뉴욕패션위크에서 크게 활약했다.
베테랑 브랜드 _ 02
얼킨 / ULKIN
이성동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얼킨’은 서울패션위크 무대에서 어느덧 베테랑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사이클링 패션으로 주목받는 브랜드는 물론 이제는 해외 기업과 협업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 5일 2024 SS 서울패션위크 포문을 여는 오프닝 무대로 ‘얼킨’ 컬렉션 런웨이가 진행됐다. 이번 패션쇼는 얼킨과 글로벌 기업 3M과 협업해 이목을 끌었다. ‘얼킨’은 3M이 개발한 친환경 섬유 소재를 사용한 의상을 무대에서 선보였다. 특히 버려진 페트병에서 추출한 재활용 소재인 ‘EP원단’에서 기존 보온재에 비해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섬유 소재인 신슐레이트를 개발 적용했다.
‘얼킨’은 꾸준히 업사이클링 및 지속가능패션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 8월 ‘얼킨’은 하이트진로의 ‘테라’와 협업한 업사이클링 백 2종을 선보인 바 있다. 미술 대학교에서 버려지는 회화 습작품 등을 활용해 가방을 제작했다.
이성동 디자이너는 “지속가능패션을 추구한지 10년이 넘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러한 메시지들을 전달할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업사이클링, 서스테이너블 브랜드로 ‘얼킨’이 먼저 생각날 수 있도록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브랜드 _ 03
홀리넘버세븐 / HOLYNUMBER7
최경호와 송현희 디자이너의 ‘홀리넘버세븐’은 2024 SS 시즌을 겨냥해 컨텐더(Contender)를 주제로 ‘꿈을 위해 도전하는 아름다움’을 담은 컬렉션 무대를 선보여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컨텐더는 챔피언을 위협할 만큼 충분한 실력을 갖춘 도전자라는 의미의 복싱용어로, 실제 프로복서 경력이 있는 최경호 디자이너의 경험에서 발현되는 유니크한 감각을 디자인에 담아 전개했다. 이번에 선보인 디자인에는 다양한 그래픽을 적용해 데님의 느낌과 울 원단 느낌 등의 질감을 표현해 디자인의 독창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는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 원단에 다이렉트 디지털텍스타일 프린팅 (DTP) 시스템과 승화전사를 채택, 기존 염색 가공 및 워싱 가공을 통한 폐수 발생과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했다. 또한 천연 색소를 사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윤리적 패션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컬렉션 장소에는 대만 배우 왕대륙, 보이그룹DKZ, 방송인 레이디 제인, 모델 이혜정, 방송인 서동주, AFC 챔피언 격투기 선수 김상욱, 홍준영, 김동현(GREE) 등 많은 셀럽과 스타들이 참석했으며, 국내 다수 기업들이 협찬사로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신예 브랜드 _ 01
와이쏘씨리얼즈 / whysocerealz
‘와이쏘씨리얼즈’는 지난 3월 2023 FW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 넥스트로 첫 컬렉션 무대를 열었다. 이번 패션위크는 두 번째 참여로 지난 행사보다 더 노하우가 쌓인 듯한 모습이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의미로 브랜드 네임을 ‘와이쏘씨리얼즈’라고 지었다. 틀에 박히지 않은 디자인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번 패션위크에서도 과감한 디자인으로 참관객과 바이어들을 매료시켰다.
‘와이쏘씨리얼즈’의 2024 SS 컬렉션은 ‘만나’라는 키워드로 기적의 음식 ‘만나’를 통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과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이번 서울패션위크 무대와 지난번 GN무대를 거치며 글로벌 바이어들에게도 가능성을 인정받는 기회가 됐다. 서울패션위크가 성료된 후 뉴욕으로 건너가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올라선 것. 글로벌패션컬렉티브(GFC)를 통해 무대에 올랐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밴쿠버 패션위크를 시작으로 뉴욕 패션위크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글로벌 패션 플랫폼 GFC와 함께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을 받게 되어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신예 브랜드 _ 02
메종니카 / MAISON NICA
모니카 고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브랜드 메종니카(MAISON NICA)가 지난달 6일 ‘디오니소스의 황금재앙’을 컨셉트로 2024 SS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디오니소스의 신화와 그의 상징인 포도와 표범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의상들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메종니카는 현대 사회의 물질적 욕망과 무분별한 소유욕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진정한 가치와 내면적인 풍요를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이번 컬렉션을 기획했다.
풍성한 아웃 라인의 쉐입으로 포도알을 담고 있는 듯한 룩이 특징이다. 고려명 작가의 ‘포도’ 작품을 의상과 결합시켜 예술적인 요소도 추가했다. 황금과 부의 상징을 미다스 왕의 이야기를 반짝이는 원단을 사용하여 표현하였으며, 이러한 원단으로 디오니소스의 황금 재앙을 현대적인 아방가르드 패션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이 브랜드는 박바이어 중 하나인 미국의 3NY 바이어들을 매료시켰다. 컬렉션 라인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인한 이후 커머셜 라인을 살펴보는 미주권 바이어들의 성격에 맞춰 무대 의상에 포인트를 준 것이 주효했다.
신예 브랜드 _ 03
아조바이아조 / AJOBYAJO
김세형 디자이너의 ‘아조바이아조’가 지난달 7일 서울패션위크 3번째 무대에 올랐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웃사이더의 감성으로 아시아의 서브 컬처를 담은 컬렉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번 컬렉션 무대는 눈이 내리는 듯한 배경을 연출하며 이목을 끌었다. 더불어 기존 브랜드들이 선보이던 키가 큰 모델들이 런웨이를 펼치는 컬렉션 무대와는 달리 드랙퀸, 트렌스젠더, 장애인 등 사회에 비주류에 속하는 이들을 모델로 내세우며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편, ‘아조바이아조’는 지난 6월 024 S/S 파리패션위크 공식 수주전시회 트라노이에 참가해 브랜드 이름을 알렸다. ‘아조바이아조’는 지난 패션위크 당시 바이어들이 꼽은 ‘다시 보고 싶은 런웨이 무대 TOP5’로 꼽힌 바 있다.
현지에서 유럽 바이어들의 눈길을 끈 것은 물론 글로벌 온라인 패션 B2B 플랫폼인 르뉴블랙 지원을 통해 온라인 수주 상담도 진행했다.
더불어 동남아시아권에서도 세일즈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지난 패션위크 이후 말레이시아 멜리움 그룹과 수주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예 브랜드 _ 04
억셉턴스레터 스튜디오 / ACCEPTANCELETTER STUDIO
심재경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억셉턴스레터스튜디오’는 말 그대로 ‘합격통지서’를 의미한다. 수락한다는 편지를 받을 때 느낄 수 있는 긍정과 소속감의 메시지를 패션과 액세서리를 통하여 구축해 나가는 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답게 이번 컬렉션도 현재 패션시장에 나뉘어진 남성복과 여성복 카테고리를 뛰어넘어 성별에 경계가 없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유니섹스를 넘어 젠더리스 룩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사이즈 폭도 폭넓게 설정했으며, 컬러도 다양하게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패션위크에 앞서 지난 6월 트라노이에 참여해 처음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는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