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용품 기업 데카트론이 한국 시장에서 구정연 대표의 과감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놀라운 성공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2023년 1월 부임한 구정연 데카트론코리아 대표는 부진한 실적을 이어왔던 한국 전개를 턴어라운드 시키고, 나아가 글로벌 데카트론의 성장률 1위를 견인하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한국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마케팅 전문성을 겸비한 구 대표의 리더십이 데카트론코리아의 성공적인 변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턴어라운드 전문가’, 한국 소비자 이해에서 답 찾다
구정연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한국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에 있다. 글로벌 데카트론의 CEO 대부분이 매장 파트타이머부터 시작해 내부에서 승진하는 구조인 반면, 한국 시장은 소비자의 요구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해 글로벌 본사에서 특별히 마케팅 경험이 있는 한국인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외부에서 영입된 케이스는 구 대표가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특별한 사례로 꼽힌다.

그녀는 외국에서 공부한 적 없이 한국에서만 지내온 토종 한국인으로, 소비재(코스메틱) 분야에서 13년간 마케팅과 브랜드 GM을 담당했던 경험이 한국 소비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능력을 갖추는 역할을 했다.
로레알과 에스티로더 등 외국계 회사 근무 시에 영어를 스스로 익혔고, 다소 짧은 문장만을 구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오히려 한국 시장의 특성을 외국인들에게 설명할 때는 ‘TMI’라 불릴 정도로 배경부터 상세하게 설명해 깊은 이해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구 대표는 한국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글로벌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어려움을 겪었던 데카트론코리아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시해 사업을 재편해 나가고 있다.
“한국이 그냥 잘되는 마켓이었으면 본사에서 프렌치 사장을 계속 썼을 것”이라는 그녀의 말에서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간파한 본사의 판단과 그녀의 역할이 엿보인다. 구 대표는 직전 직장에서 브랜드 매출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하고 적자를 흑자로 바꾸는 등 ‘턴어라운드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높이 평가받아 영입됐다.


그녀는 한국 시장에서는 ‘스텝 바이 스텝’보다는 ‘드라마틱한 점핑’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경영철학을 보여준다. 이처럼 구정연 대표가 가진 능력은 현재 데카트론코리아의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면서 하나하나 결실을 맺고 있다.
한국 시장의 특성을 꿰뚫는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수
구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은 스포츠를 즐기는 빈도수로는 전 세계 후순위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마켓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단순히 숫자로만 볼 수 없는 한국 시장의 독특한 특성 때문으로, 그녀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 번째 한국인들은 장비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스포츠를 시작할 때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싶어 하고, 취미 활동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해 좋은 장비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300m 정도 짧은 코스의 등산일지라도 착용하는 장비만큼은 고가의 배낭, 신발,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그 예다. 이는 한국인들은 비교적 노동 시간이 길어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취미 하나가 너무 소중해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스포츠 용품을 패션과 데일리웨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스포츠 용품을 패션이나 데일리웨어로 활용하는 비율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스포츠 산업이 성숙기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오히려 데카트론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 번째는 유튜브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를 통해 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장비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자연스럽게 인지도가 이미 확립된 브랜드를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네 번째는 시장의 선진화와 세분화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은 독일처럼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준이 굉장히 높고 까다로운 만큼, 스포츠 시장도 종목별 및 레벨별로 세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브랜드와 다이소 같은 가심비 브랜드 사이의 중간 단계 제품이 부족한 시장 상황도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한국 시장과 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구 대표는 데카트론의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어 내고 있다.
구 대표의 현지화 전략으로는 가장 먼저 브랜드 포지셔닝 변경과 유통 채널 집중화에 포커싱했다. 과거 송도점 폐쇄와 함께 온라인 유통 플랫폼 쿠팡, 프랜차이즈, 와디즈, 29cm 등 다양한 채널 시도를 중단하고, 2023년 부임 이후부터 ‘리테일러보다는 브랜드로 먼저 포지셔닝’하는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재는 자사몰(온라인)과 직영 매장이라는 두 가지 채널에만 집중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한국 시장 성장세, 15개 종목에 100평 하이브리드 매장이 주효
다음 전략은 매장 모델과 제품 구성의 최적화이다. 글로벌 데카트론이 60개 스포츠를 다루는 대형 매장을 선호했던 것과 달리, 한국 소비자들이 주로 즐기는 약 15개 스포츠 종목(러닝, 등산, 수영, 워터스포츠, 배드민턴, 키즈 스포츠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서 직접 개발한 100평 규모의 ‘하이브리드’ 매장 모델을 메인 포맷으로 전환하고, 강남역 상권에는 17평 규모의 러닝 특화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구 대표는 매장 내 진열 방식도 한국 시장에 맞춰 변경했다. 다른 나라 매장과 달리 양말, 모자, 가방 등 액세서리류를 스포츠 종목별이 아닌 제품 카테고리별로 한곳에 모아 진열해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이러한 진열 방식은 긍정적인 데이터(장바구니 담는 수량 증가)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참고하는 항목으로 발전했다.
또 구 대표가 추진한 현지화 전략에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마케팅 조직이나 비용을 책정하지 않던 글로벌 데카트론과 달리, 한국에서는 베스트셀러 제품을 육성하고 셀럽이나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빠른 인지도 상승과 특정 제품이 판매를 주도하는 성과를 얻고 있다.
소비자 커뮤니티와 체험 프로그램 운영도 현지화의 일환이다. 구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이 스포츠를 시작할 때 ‘배워야 한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 착안해 스포츠 입문자를 위한 무료 ‘러닝 클래스’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2024년 상반기에만 약 3,500명 이상이 러닝 클래스에 참여하도록 해 고객들의 스포츠 종목 체험에 지속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키즈 스포츠 제품을 위해서는 스쿠터나 인라인을 직접 타 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매장 내에 마련해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방문을 이끌어 내고 있다.
끝으로 현지화의 일환으로 직영 매장 운영과 직원 전문성 강화가 있다. 모든 매장은 직영으로 운영되고 고객 응대는 풀타임 직원이 담당한다. 스포츠 전공자 등 브랜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직원들이 고객에게 제품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스포츠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빛나는 성과와 1조 브랜드 향한 야심찬 비전
이와 같은 구정연 대표에 의해 추진된 전략은 데카트론코리아의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30%였던 매출 성장률은 하반기 +38%로 돌아섰고, 2024년 8월부터는 직전 고점을 돌파해 올해 7월 중순 현재까지 43주 연속 글로벌 성장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달 100%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2025년에는 흑자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장 수도 구 대표 부임 당시 3~4개에서 7월 중순 현재 12개로 늘었고, 올해 연말까지 3개를 추가해 총 매장 수는 15개가 될 전망이다.

구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10년 안에 한국 시장에서 매출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이를 위해 우선 서울 강북이나 지방 등을 포함해 매장 수를 빠르게 10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나아가 스포츠 용품 시장의 선진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데카트론코리아는 러닝 외에도 등산, 워터스포츠, 스키 등 다양한 종목으로 고객의 스포츠 경험을 확장시켜 나가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 나갈 계획이다.
구 대표는 “러닝 붐이 둔화되더라도 하이레벨의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다루는 데카트론의 강점이 또다시 빛을 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처럼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스포츠를 데카트론과 함께 즐기면서 스포츠가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는 문화가 한국에서도 뿌리를 내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