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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한 끼 찾는 소비자 늘자…유통가 델리 경쟁 본격화

외식 부담 커진 소비 환경 속 즉석 조리식품 성장… 대형마트·외식 기업, 델리 강화 나서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식사 선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외식 가격 부담이 커지자 집에서 직접 요리하기보다 대형마트와 외식 기업이 선보이는 델리(즉석 조리식품)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 부담을 낮춘 델리 상품군을 확대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거시경제 지표는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2026년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으며, 생활물가지수는 3.3%, 식품 물가는 2.1%가량 동반 상승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와 고환율 압박이 외식 프랜차이즈와 일반 음식점의 인건비·임대료 부담과 맞물리면서 외식 비용에 대한 소비자 체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식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주목할 점은 생식품을 구매해 직접 조리하는 방식보다 시간과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완제품 형태의 델리 상품군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통업계는 이를 단기적인 유행이라기보다 소비 패턴 변화의 한 흐름으로 보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마트 델리 핫도그 구매 컷(제공 롯데마트)

최근 1~2년간 델리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공급망 효율화도 자리하고 있다. 핵심 원재료의 가공 단계를 단순화하고 유통 단계를 축소하는 한편, 매장 내 조리 공정을 효율적으로 설계해 운영비를 낮추는 방식이다.

리테일 기업들은 델리 상품을 단순한 집객 상품을 넘어 자체 브랜드(PB) 전략과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특정 델리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 뒤 신선식품이나 생활용품 등 다른 상품군까지 함께 구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외식과 내식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는 가운데 델리가 새로운 식사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대형마트·외식 기업, 델리 경쟁 본격화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대형마트와 외식 전문 기업이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2026년 1월 공동 기획으로 1500원짜리 아메리칸 스타일 ‘핫도그’를 출시해 약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중 외식 가격 대비 부담을 낮춘 것은 물론, 빵·소시지·피클·양파 등 주요 원재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상품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롯데마트·슈퍼의 관련 샐러드&샌드위치 상품군 누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이에 그치지 않고 4990원 한마리 통장어구이와 균일가 기반의 ‘요리하다 월드뷔페’ 라인업을 60여 종으로 확대하며 델리 상품군 강화에 나서고 있다.

델리바이애슐리 코너(제공 이랜드)

외식 기업인 이랜드이츠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델리바이애슐리’는 자사 뷔페 브랜드 애슐리퀸즈의 메뉴 개발 역량을 활용해 리테일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샐러드, 파스타, 치킨 등 150여 종의 외식형 메뉴 대부분을 3990원 균일가 중심으로 운영하며 2026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월간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성장했으며 누적 판매량은 1700만 개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3990원 곤약냉모밀, 5990원 한치물회 등 계절 메뉴를 델리 형태로 선보이며 상품군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차별화 카드로 부상
가성비 델리의 강세는 리테일 산업 전반의 매장 운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형 오프라인 매장들은 비식품 공간 일부를 축소하는 대신 델리와 즉석조리 코너를 강화하며 집객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온라인 채널이 대체하기 어려운 즉석성과 신선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외식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소비자들이 외식과 내식 사이에서 새로운 선택지로 델리를 고려하면서 관련 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제조사와 식품업계 역시 델리 전용 원재료와 HMR 생산 역량 확대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델리바이애슐리 매장 사진(제공 이랜드)

물가 상승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성비 델리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에는 품질 표준화와 물류 효율화가 주요 경쟁 요소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점포별 품질 편차를 줄이고 신선도를 유지하면서도 폐기율을 낮출 수 있는 운영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사와 식품 기업들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메뉴 개발 역량과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과 만족도를 동시에 추구하는 만큼, 델리 시장 역시 이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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