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지만 표현 하나하나에 확신이 실려 있었다. 미드플래닝의 왕송희 대표를 처음 마주했을 때 받은 인상은 ‘부드러운 강직함’ 그 자체였다. 급변하는 리테일 트렌드 속에서도 28년이라는 시간 동안 외식 설계 업계의 정점을 지켜온 인물. 왕 대표는 화려한 수식어 대신 ‘본질’과 ‘신뢰’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가 잘나가서가 아닙니다. 성실했고, 차별화에 대한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게 전부예요.”단 두 문장이었지만, 그간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미드플래닝의 뿌리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축 설계사무소에 재직 중이던 왕송희 대표는 ‘썬앳푸드’의 창립 초기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미드 인테리어’의 윤원철 창업주와 인연을 맺으며 외식 공간 설계 시장에 발을 들였다.

“썬앳푸드는 당시 ‘매드포갈릭’, ‘토니로마스’ 같은 고급 외식 브랜드를 막 시작하던 참이었어요. 유명 대형 회사 대신 규모는 작지만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미드 인테리어를 파트너로 택했습니다. 그 선택이 오늘날 미드플래닝의 기반이 되었죠.” 2007년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타워호텔 매각 후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던 남이 본 사장이 합류하며 왕 대표와 동업을 시작한 것이다.
남이 본 사장은 썬앳푸드 남수정 사장의 동생으로, 두 사람의 파트너십은 회사가 외식 설계 전문 기획사로 체계를 갖추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왕 대표는 이때 사명도 과감히 바꿨다. “단순히 시키는 대로 공사하는 업체가 아니라, 외식업의 전 과정을 기획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미드플래닝’으로 바꾸고 방향성을 명확히 했죠.”‘인테리어’에서 ‘플래닝’으로. 단 한 단어의 교체였지만, 회사의 정체성을 근본부터 재정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 일본 ‘뮤 플래닝’의 앞선 운영, 국내 시장에 반영
미드플래닝이 F&B 특화 설계라는 독보적인 노선을 걷게 된 데는 일본과의 인연이 결정적이었다. 썬앳푸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협업한 일본의 외식 설계 전문 기업 ‘뮤 플래닝(MYU Planning)’이 그 계기였다. 당시 한국 인테리어 업계가 아파트, 오피스, 식당을 가리지 않는 문어발식 수주가 일반적이었던 것과 달리, 왕 대표는 그 반대편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일본에는 외식업만 전문으로 하는 설계 회사가 이미 있었어요. 뮤 플래닝은 데이터와 공간을 결합해 운영과 생산까지 아우르는 종합 플래닝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시장에는 그런 모델이 없었고, 여기에 집중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이 판단은 ‘원 콘셉트(One Concept)’ 시스템으로 구체화됐다.
인테리어 업자가 후반부에 투입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초기 기획 단계부터 셰프·마케팅팀·운영팀이 함께 공간을 설계하는 통합 프로세스다. “음식은 클래식한데 디자인만 모던하면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서빙 동선은 물론 그릇의 색상과 테이블 컬러까지 메뉴와 조화를 이루도록 정밀하게 녹여내야 합니다. ”이 철학을 바탕으로 미드플래닝은 ‘매드포갈릭’ 1호점을 시작으로 약 40여 개 매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매드포갈릭은 레드닷 어워드를 안겨준 회사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 ‘타임리스’ 철학과 공간의 밀도와 고객 경험 강조
왕송희 대표가 꼽는 미드플래닝의 공간 철학은 세 가지다. ‘타임리스(Timeless)’, ‘공간의 밀도’, 그리고 ‘고객 경험’. 그중에서도 가장 강조하는 것은 시간을 이기는 공간이다. “인테리어는 한번 투자하면 재투자 기간이 길어야 합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세련된 공간, 시간이 흘러도 낡지 않고 익숙해질수록 편안해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자부심입니다.
”‘공간의 밀도’는 인체공학적 수치까지 고려해 공간의 잠재적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는 작업이다. 최근 론칭된 ‘모던 샤브 하우스’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주방 면적을 17% 줄여 홀 좌석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높였다.
“공간은 운영이 편리해야 오래갈 수 있습니다. 주방의 수세미 위치 하나까지도 설계에 반영해야 클라이언트의 경영 효율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운영 중심 철학은 인건비 문제가 화두인 외식업계와도 맞닿아 있다. ‘셰프 없는 식당’ 모델처럼 효율적인 주방 동선 설계로 구인난과 비용 문제에 함께 대응하는 것이다.

◇ F&B를 넘어, 오피스와 상업 시설 마스터플랜으로 확장
외식 분야의 전문성은 자연스럽게 다른 영역으로 확장됐다. 2016년 ‘네오밸류’ 오피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미드플래닝은 사무 공간에 F&B의 감성을 더하는 ‘소프트 터치’ 오피스를 선보였다.
“사무실도 결국 사람이 머무는 곳입니다. 카페 같은 라운지를 만들고,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동선을 설계했을 때 공간의 활력이 살아납니다.” 최근 완성된 테디(TEDDY)의 ‘더블랙레이블’ 이태원 사옥 역시 이러한 감각이 집약된 결과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제 미드플래닝은 수천 평 규모의 대형 상업 시설 마스터플랜으로 발을 내디뎠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더 플라자 다이닝’, 대지 2500평 규모의 경기 송추 명소 ‘송추가마골’ 리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주차장 부지를 정원으로 바꾸고 찻집을 새로 짓는 작업입니다. 식당 하나가 아니라, 가족이 반나절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거죠.” 여기에 더해 서울 수색에 건립되는 삼표(Sampyo) 본사 신사옥의 저층부 상업 시설 설계도 최근 완료했다.
약 2500평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삼표와의 첫 번째 협력 작업으로, 성수동 삼표 부지(성수 3가)의 두 번째 프로젝트도 예정돼 있다. “개별 매장을 하다가 이제는 상업 시설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설계하는 방식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대형 오피스 빌딩이나 복합 시설 안에서 리테일과 F&B가 조화를 이루는 토털 공간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입니다.” 미드플래닝의 사업 영역이 매장에서 건물로, 건물에서 도시의 한 블록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 다산네트웍스의 인프라를 발판 삼아, 글로벌로 확장 목표
허 대표의 자신감 뒤에는 모회사 다산네트웍스의 탄탄한 지원이 있다. IT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1조 원대 매출을 기록한 다산네트웍스의 남민우 회장은 스타트업 지원과 B2C 사업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허 대표의 경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스타콜라보가 트루릴리전 제품을 대만·일본 등으로 역수출하는 글로벌 행보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향후 계획도 구체적이다. 리복 골프(Reebok Golf), 라우라 비아조티(Laura Biagiotti) 등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세영홀딩스와의 복지몰 사업 시너지를 통해 사업 모델을 더욱 견고히 할 예정이다.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스피드 있는 의사 결정으로 변화하는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겁니다. 스타콜라보를 패션, 뷰티, 리빙, 식품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브랜드 전문 기업으로 키워내겠습니다.” 적자를 딛고 일군 오늘의 성과는, 그가 그리는 더 큰 그림의 시작점에 불과해 보인다.
허연 대표가 이끄는 스타콜라보는 이제 단순한 의류 회사를 넘어, 고객의 삶 전반에 가치를 더하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로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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