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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가세로 커진 뷰티 디바이스, 규제 공백 속 검증 과제 대두

외형 성장에 뒤처진 안전·광고 기준, B2B 리테일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 위협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유통 패러다임이 한 기업 중심의 독주 체제에서 다양한 대기업이 참여하는 다각화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초기 시장 확장을 주도한 에이피알(APR)이 견조한 실적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통 화장품 기업과 가전 유통 기업들이 시장에 잇따라 가세하는 양상이다.

대기업 가세로 커진 뷰티 디바이스
(사진=APR) 에이피알, 메디큐브 에이지알 뷰티 디바이스 이미지

이처럼 후발 주자들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선두 기업의 압도적인 외형 성장은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주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 7,675억 원, 영업이익 1,90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4%, 135% 증가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로써 2026년 상반기 누적 매출은 1조 3,609억 원에 달해 지난해 연간 매출인 1조 5,273억 원에 육박하는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대기업 가세로 커진 뷰티 디바이스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LG 프라엘 멜라빔 토닝’

이러한 성장에 대응해 주요 뷰티 기업들의 사업 구조 재편도 신속하게 전개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6월 LG전자로부터 프라엘 브랜드의 상표권과 사업 운영권을 인수하며 뷰티 디바이스 유통에 직접 나섰다. 초기 10만 원대 갈바닉 부스터를 출시하며 진입 장벽을 낮춘 데 이어 올해는 멜라닌 색소를 겨냥한 LED 미백 기기 멜라빔 토닝을 선보이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2011년부터 빛과 열, 이온, 진동 기술을 결합한 메이크온 브랜드를 통해 시장 내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해당 브랜드는 2025년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163% 증가했으며, 최근 3,770개의 마이크로 LED를 탑재한 마스크형 신제품을 공개했다. 여기에 가전 전문 기업 앳홈이 자체 브랜드로 시장에 참여하면서 뷰티 디바이스 분야는 다자간 경쟁 체제로 진입했다.

대기업 가세로 커진 뷰티 디바이스
(사진=아모레퍼시픽) 메이크온, 온페이스 LED 마스크 공식 출시

공산품 분류 한계와 법적 규제 공백
외형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유통되는 제품의 안전성 및 효능에 대한 검증 기준은 정체되어 있다. 이는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기기의 경우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현행 법적 관리 체계의 한계에서 기인한다. 임상시험이나 엄격한 정기 검증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유통될 수 있는 구조적 공백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연합이 가정용 미용기기에 대한 국제 표준을 제정해 회원국 적용을 의무화한 것과 달리, 국내 시장은 아직 제도적 안전장치를 체계화하지 못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0월 시중 유통 중인 핸디형 피부관리기 10개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주파와 초음파, LED 등 물리적 자극을 전달하는 제품임에도 별도의 통합 안전기준이 부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 전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표면온도인 43℃ 이하를 유지했으나, LG 프라엘 멀티코어(40℃)를 포함한 일부 제품은 정상 체온을 상회하는 온도로 작동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정해진 사용 방법과 권장 사용 시간을 꼼꼼히 확인해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대기업 가세로 커진 뷰티 디바이스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LG 프라엘 멜라빔 토닝’

과대광고 실태와 실사용자 피드백 위험 요인
이처럼 공식적인 안전성 관리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온라인 후기 채널에서는 소비자들의 체감 반응이 다소 엇갈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일부 제품 후기에는 사용 후 피부에 홍반이나 자극을 느껴 병원 진료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종종 올라오며, 기기 사용을 중단한 뒤 증상이 가라앉았다는 후기도 함께 눈에 띈다. 이런 반응이 전체 사용자 대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바 없지만, 피부 타입별 사전 주의사항이나 적정 사용법에 대한 안내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제품의 기능적 안전성뿐 아니라 오인 가능성이 높은 마케팅 표현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법상 의료기기로 허가받지 않은 공산품은 주름 개선, 리프팅, 세포 재생 등 치료적·의학적 효능을 표시하거나 광고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소비자원 조사 대상 10개 제품 중 7개 제품이 의학적 효능으로 오인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적 결함으로 시정 조치가 이뤄진 사례도 있었다. 두 가지 자극 모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허용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주파수가 출력된 사례는 소비자원의 판매 중지 권고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소비자 위해 신고 건수는 2023년 22건에서 2024년 33건, 2025년 8월 기준 35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에 대응해 핸디형 피부관리기를 안전확인대상 생활용품으로 지정하고 세부 안전기준을 신설할 것을 관련 부처에 요청할 방침이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매출 확대 못지않게 객관적인 안전성·효능 검증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병원 수준의 관리 효과를 내세우는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면 브랜드 신뢰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이 시장에서 기업들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선제적인 안전 검증 체계와 명확한 표현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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