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마트가 국내 3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코 앞에 두고 있다. 당초 네이버와 연합 전선을 구축해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독과점 우려로 네이버는 빠진 상태에서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5천억원에 인수하기 위한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다고 지난 6월 24일 공시했다.

4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최초의 예상과는 차이가 있는 금액이다. 따라서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네이버에 이어 2위로 올라서게 됐다.
◇ 네이버, 각종 규제 등 우려로 입찰 빠져

이번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관련해서는 네이버와 연합 전선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반 쿠팡 연대로 거론되는 이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의 큰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지난 3월 16일 신세계와 네이버는 ‘신세계·이마트-네이버 사업제휴합의서 체결식’을 가졌다. 내용은 신세계그룹이 가진 국내 최고 수준의 온·오프라인 유통·물류 역량과 네이버의 플랫폼, AI기술 등을 결합해 고객에게 최고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소 파트너들과 함께 성장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체결식을 통해 2500억원 규모의 지분도 맞교환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자사주 82만4176주(2.96%)를 네이버㈜ 주식 38만9106주(0.24%)와,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48만8998주(6.85%)를 네이버㈜ 주식 25만9404주(0.16%)와 교환했다. 이러한 활동은 빠르게 성장하는 쿠팡에 대응하기 위한 모습으로 풀이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18%로 1위. 쿠팡이 13%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베이코리아가 12%, 롯데쇼핑(023530)의 롯데온이 5%, 이마트(139480)의 SSG닷컴이 3% 등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쿠팡의 지난해 기준 전체 고객은 148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료인 로켓와우 멤버십 가입자도 470만명이 넘는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신세계가 최종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15%의 점유율로 단숨에 쿠팡을 넘어서게 된다. 특히 네이버와 연대해 사업을 진행했을 때는 33%로 거대 전자상거래 연대가 탄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상황은 연출되기 힘들 전망이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손을 뗀 것이다.
네이버는 6월 21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공식적으로 빠졌다. 여러 추측이 거론되고 있지만 주된 이유는 독과점과 관련돼 우려된다는것이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이 이뤄질 경우 심사를 통해 시장에 지배적 사업자가 나와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다. 얼마 전 배달앱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간 기업결합을 불허하고 요기요를 매각할 것을 결정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컨소시엄에서 빠진 주된 이유는 전자상거래 1위 업체 간 인수·합병(M&A)으로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가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번 결합으로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허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건인 시장점유율 50% 이상 또는 1~3위 업체의 시장점유율 75% 이상에는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2009년 이베이코리아가 G마켓을 인수할 당시 옥션과의 점유율 합계는 36.4%였음에도 공정위는 3년 동안 입점 판매자에게 물리는 수수료 인상을 금지하고 등록·광고 수수료 단가를 소비자 물가 인상률 이내로 올리도록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가했다. 만일 이와 유사한 공정위의 조치가 이뤄질 경우 네이버가 가질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다고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대신 CJ대한통운과의 협업에 더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로켓배송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 신세계, 자금력은?
신세계그룹이 단독으로 계약하더라도 업계에서는 인수자금을 조달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주요 시중 은행과 증권사들로부터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대출의향서를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용으로 신세계그룹이 금융권에서 조달 가능한 최대 금액은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500억원의 8배인 1조20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논의 중인 예상 인수금액(3조5000억원)을 고려하면 최소 2조3000
억원의 순자본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신세계의 자산은 약 44조원 규모로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가 부동산 자산 규모이지만이를 기반으로 한 재원 마련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마트는 올해 초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면서 1조5000억원가량의 현금을 마련했다. 지난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7300억원에 이마트 가양점을 매각하면서 추가 자금 6800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하남 스타필드를 담보로 한 대출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추가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서 빠진 롯데 향후 계획은?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 신세계그룹으로 가닥이 잡히고 나서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사내망에 ‘e커머스 M&A 진행결과 공유’라는 글을 통해 “향후 시너지 및 가치평가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수합병(M&A)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특히, M&A 등을 고민하고는 있지만 독자성장에 더 무게를 실었다.
강 부회장은 “롯데쇼핑이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그로서리(신선식품),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에게 명확하게 찾아올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롯데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확실한 성장동력을 얻지 못하면 현재의 상황보다 더 악화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7월에 최종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