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2월 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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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 상권, 전통시장서 ‘K-로컬 시그니처’로 힙스터들이 몰려온다

‘1000원 노점’부터 ‘명품 셀렉숍’ 세대와 국경 허문 ‘발견형 유통’ 지역

2026년 1월 추운 겨울 어느 토요일 오후,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 개찰구를 빠져나오는 순간, 묘한 에너지가 온몸을 감싼다. 코끝을 스치는 시간을 머금은 옷 특유의 냄새, 그리고 “골라 골라, 무조건 오천 원!”을 외치는 상인의 투박한 목소리. 낡은 스피커에서는 지직거리는 트로트 가락이 흘러나오고, 그 옆으론 힙한 와이드 팬츠를 입은 20대 청년이 빼곡히 쌓인 옷 더미 속에 파묻혀 ‘득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옛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공간, 바로 ‘동묘상권’이다. 담벼락 아래 수북이 쌓인 옷 산더미 속에서 매의 눈으로 브랜드 로고를 찾는 대학생 곁으로, 빛 바랜 라디오를 만지작거리는 백발의 노신사가 지나간다. 과거 ‘노인들의 성지’라 불리며 소외됐던 이곳은 이제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찾는 ‘빈티지 아카이브의 정점’이 됐다.

동묘 상권은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을 시작으로 동묘역을 지나 신설동역까지 이어지는 북쪽 도로변 라인과 청계 6가부터 8가까지 이어지는 남쪽 청계천변 라인 사이에 넓게 형성된 지역을 말한다. 1980년대 후반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황학동 시장이 이전하면서 형성된 이 상권은 초기 골동품과 고물, 중고 가전 노점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 공간으로 진화했다.

상권 한가운데 자리한 동관왕묘라는 역사 유적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하며, 지하철 노선과 대중 버스, 그리고 동대문 시장과 청계천에 인접해 자연스러운 유동인구 유입이 이뤄진다. 특히 1호선과 6호선의 교차로 지하철을 통한 외부 방문객의 접근도 용이해 전통 실속파 고객뿐 아니라 SNS 인증을 즐기는 MZ세대를 동시에 끌어들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

동묘역을 중심으로 서울에서 새롭게 핫플레이스 떠오른 동묘상권은 추운 겨울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ᆞ장년층부터, MZ세대까지 몰려들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관광객들까지 찾으면서 또 하나의 글로벌 상권으로 변모하고 있다.

◇ 천 원짜리 토스트와 수백만 원짜리 롤렉스까지… 하나의 상권서 만나
동묘상권이 타 상권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여러 거리와 시장이 합쳐진 복합상권이라는 특성이다. 서쪽 동대문역(청계6가) 방면에는 창신동 인장거리, 문구완구시장거리, 청계천 수족관거리가 형성돼 있고, 동묘역 인근에는 동묘 벼룩시장, 빈티지 시장, 골동품거리가 펼쳐진다. 그리고 신설동역 방면으로 가면 가죽피혁과 풍물시장거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산업 현장이 한 지역에 몰려 각기 다른 거리, 풍경, 공간, 그리고 다양한 시장이 어우러져 형성된 만큼,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몰리면서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이곳만의 독특한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다.

1,000원짜리 토스트로 배를 채우고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빈티지 롤렉스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은 서울에서 오직 이곳뿐이다.

최근 동묘의 진짜 매력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동대문역 가까운 곳에서 문구 완구를 구매하고, 동묘에서 빈티지 옷을 사고, 청계천을 따라 걷다 신설동 풍물시장에서 추억의 생활용품을 만나는 코스는 이제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됐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를 넘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문화를 ‘디깅’하는 발견과 득템이라는 경험 소비의 장이 된 것이다.

동묘 점포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길거리 물건 더미에 구제 의류, LP판, 오래된 가전, 골동품을 펼쳐놓고 흥정하는 ‘클래식 노점’이다. 이들은 동묘 상권의 본질을 상징한다. 1만 원대 저가 속에서 희귀 빈티지 명품을 발견하는 ‘보물찾기’ 경험이 핵심 매력이다.

천 원짜리 소품부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빈티지 롤렉스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 바로 동묘 상권이다.

한 상인은 “여기선 눈썰미가 곧 실력이다. 어제는 직장인이 1970년대 한정판 카메라를 헐값에 가져가서 횡재했다며 웃더라”고 전했다. 40년째 골동품을 팔아온 김 모 씨(70대)는 “요즘은 젊은 친구들이 더 잘 알아보고 물건을 사 간다”며 허허 웃는다. 바로 이 ‘예측 불가능한 재미’가 동묘의 본질이다.

둘째는 최근 등장한 ‘청년 셀렉트숍’이다. 노점과 달리 선별된 고품질 빈티지 의류를 세련된 공간에서 판매한다. 힙스터와 패션 애호가를 타깃으로 하며 가격은 노점보다 높지만, 큐레이션과 희소성이 강점이다. 세련된 인테리어에 80년대 하이엔드 브랜드를 큐레이션해 파는 청년 사장의 쇼룸들이 기존 노점상 옆에 자리 잡으면서, 신구(新舊)의 조화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버무려지고 있다.

셋째는 ‘뉴트로 F&B’다. 붉은 벽돌과 노출 콘크리트를 그대로 살린 빈티지 인테리어 카페와 동묘 쌀국수, 한국 통닭 같은 가성비 식당, 그리고 최근엔 골목 깊숙한 곳에 ‘간판 없는 카페’나 ‘LP 바’들이 스며들며 을지로 못지않은 ‘힙플레이스’로 진화 중이다. 이들은 쇼핑 후 체류 시간을 늘려 상권 순환을 돕는다. 해 질 녘, 동묘의 가판대는 하나둘 천막을 덮지만 골목 안쪽 카페의 조명은 더욱 밝아진다.

◇ 특징 ‘의외성’과 ‘지속 가능한 패션’, ‘희소성’의 조화
동묘 상권의 주력 상품은 빈티지 의류와 골동품이다. 빈티지 의류는 해외 수입과 국내 리사이클과 중고로 나뉘며, 저렴한 가격대에 희귀 아이템을 제공한다. 공급상을 거쳐 노점과 셀렉트숍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각자의 색깔이 입혀진다.

골동품은 시계, 카메라, 만화책, LP판, 50년 된 전축 등 수집가 품목이 다양하다. 노점은 대량 길거리 판매로, 전문점은 품질 중심 큐레이션으로 차별화된다. 희귀한 LP판을 찾는 수집가, 영화 소품을 구하는 연출가, 남들과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패셔니스타들이 이곳의 큰손이다.

동묘의 힘은 바로 이 ‘의외성’에서 나온다. 정찰제와 깔끔한 디스플레이가 기본인 백화점과는 정반대다. 셀렉트숍 매장 안이나 바닥에 흩뿌려진 옷가지 속에서 운 좋게 명품 브랜드의 빈티지 자켓을 단돈 몇천 원에 낚아채는 순간, 이곳은 쇼핑몰이 아닌 ‘보물섬’이 된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도를 얻는 가격 매력과 희귀 아이템 발견 가능성은 중독성 있는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동묘 상권의 고객층은 흥미롭게도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중장년 실속파는 평일 오전 저가 생필품과 골동품 구매를 목적으로 단기 쇼핑하며 지역 밀착형 소비를 이어간다. 오랜 기간 상권을 지켜온 노점상들은 현금 거래와 흥정 문화를 고수하며 전통 시장의 정감을 유지한다.

반대로 MZ세대는 주말 저녁 ‘득템’과 SNS 인증, F&B 체험을 즐기며 바이럴 확산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젊은 상인들은 빈티지 패션 지식으로 신규 고객을 유입시켜 상권을 활성화를 부추긴다. 유명 유튜버와 방송 소개 이후 젊은 층의 방문이 급증하면서 유동인구 패턴이 체류형으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브랜드의 리사이클 의류, 중고 의류 등을 판매하는 빈티지 숍들이 증가하면서 젊은층과 해외 고객들의 유입을 빠르게 증가시키고 있다.

과거엔 생계형 소비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취향형 소비’가 대세다. 유통 전문가들은 동묘 상권의 생명력을 ‘의외성’ 외에 ‘지속 가능한 패션’과 ‘희소성’에서 찾는다. 똑같은 기성품에 질린 소비자들이 세월의 흔적이 깃든 ‘단 하나뿐인 아이템’을 찾아 동묘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동묘는 ‘가장 한국적인 빈티지 마켓’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필수 코스로 떠오른 지 오래다. 사람들이 몰리고,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늘어나면서 독특한 바이브를 뿜어내는 상권이 형성되고, 점차 상권의 영향력이 국경을 넘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 살아있는 박물관 동묘, 미래 그리고 숙제
동묘의 미식 골목도 눈에 띄게 진화했다. 과거 단순 노점 음식에서 벗어나 레트로 콘셉트 식당으로 탈바꿈했으며, 동묘 쌀국수처럼 SNS 화제 메뉴가 젊은 층을 사로잡는다. F&B 점포들은 쇼핑 외 체류를 유도해 상권 전체 활력을 더한다.

이른바 ‘동묘 감성’을 내세운 카페와 와인바들은 인스타그램을 타고 젊은 층을 불러 모으는 기폭제가 됐다. 다만 노점 혼잡과 일부의 청결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뉴트로 트렌드 지속과 문화 체험 가치로 관광객 유입이 기대되는 동묘상권. 저가 가격과 독특한 빈티지 분위기는 성수와 홍대 등 다른 상권이 모방하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최근 빈티지 문화 붐은 동묘의 문화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가파른 성장세만큼 과제도 남았다. 가장 큰 우려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인기 상승으로 외부 자본 유입과 임대료 급등이 발생하면 노점상 퇴출과 프랜차이즈 진입이 상권 정체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한 유통 전문가는 “동묘의 생명력은 투박함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다양성에서 나온다”며 “세련된 상업 시설이 들어서는 것도 좋지만, 동묘만이 가진 ‘날것의 매력’을 보존하는 것이 상권의 수명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활성화 과제는 명확하다. 전통 노점 보존과 청년 셀렉숍의 조화, 그리고 환경 정비다. 저임대 모델이나 문화 이벤트 등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상승해 기존 상인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막아야만, 동묘만의 고유한 매력이 유지될 수 있다.

최근에는 유명 브랜드의 리사이클 의류, 중고 의류 등을 판매하는 빈티지 숍들이 증가하면서 젊은층과 해외 고객들의 유입을 빠르게 증가시키고 있다.

유통업계에 던지는 시사점도 분명하다. 빈티지 셀렉숍과 레트로 F&B가 동묘의 특징적 포맷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는 브랜드들에게 동묘는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동묘는 전통 시장 DNA와 현대 트렌드가 공존하는 상권의 산증인이다.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뒤섞인 이곳, 동묘는 지금 서울에서 가장 역동적인 유통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과 재개발이라는 파고 속에서도 상생 모델을 구축할 때 동묘는 도심 속 지속 가능한 빈티지 허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동묘상권의 풍경은 어쩌면 이질적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질성이 동묘를 서울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살아 움직이는 박물관으로 만든다. 노점상과 청년 셀렉숍 사장이 공존하고, 중장년 실속파와 MZ세대 힙스터가 같은 골목을 걷는 이곳에서, 우리는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특별한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동묘, 서울에서 시간이 가장 오랫동안 머문 곳, 그리고 가장 빠르게 흐르는 곳.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동묘는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래에 동묘를 더욱 힙하고, 세련되고, 감성 넘치는 곳으로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대표적인 핫스폿 ‘존앤마크’, ‘피사체’, ‘다시다개러지’, ‘갗’, ‘아폴로’ 5곳을 소개한다. 이곳은 신지혜 작가의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플레이어들]’에 소개된 공간이기도 하다.

‘다시다 개러지’는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 하고 ‘다시 다 활용하자’라는 의미를 담은 100평 규모의 빈티지 창고다.

◇ 나영규 대표의 ‘다시다 개러지’, 100평 규모의 동묘 대표 ‘빈티지 창고’
동묘 상인들이라면 한 번쯤 거쳐간 ‘다시다개러지(대표 나영규)’가 동묘 방문 필수 코스로 떠오르면서 빈티지 쇼핑 공간의 대표 매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시다개러지의 나영규 대표는 캠핑과 음식점이 결합된 아웃도어키친, 국내 최초의 LSD(픽시)바이크숍 운영, 나아가 동대문에서 패션사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을 하며 트렌드를 선도했고, 청년상생프로젝트이자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이었던 경동시장 ‘상생장’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창년창업지원을 돕기 위해 시작된 청년창업몰 ‘상생장’은 젊은 사장님들의 다채롭고 참신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푸드코트와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 전시 공간까지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래시장에 젊은 활기를 불어넣었다.

다시다 개러지 나영규 대표

이처럼 자신의 창업 경험을 통해 청년들을 적극 지원하고 상권활성화까지 돕던 나영규 대표는 ‘상생장’ 운영 시절에 인테리어와 공간 디렉팅 영감의 원천이자 쇼핑공간이었던 동묘에 터를 옮겨 현재까지도 젊은이들에게 창업 인사이트를 전하고 컨설팅까지 겸하고 있다. 성수동 로우로우 매장, 신당동 다케 슬라이스 피자집, 압구정 아이스페이스 등 나영규 대표만의 감각이 더해진 대표 공간이다.

‘다시다개러지’는 나 대표가 그간 아카이빙했던 가구, 소품, 전자기기 등 빈티지스러움이 묻어나는 물건들을 한데 모아놓은 곳으로 일명 빈티지 창고로 불린다.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하고 ‘다시다 활용하자’라는 의미를 담아 탄생했다.

나영규 대표는 약 100평 규모의 ‘다시다개러지’ 외에도 일산, 하남, 김포 등 총 500평 규모의 창고를 두고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빈티지 물건들을 아카이빙하고 있다.

나 대표는 “특이하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물건만 보면 발동이 걸려요. 물건 중독병에 걸렸다 고 말을 들을 정도니까요. 동묘 상인들 사이에서는 꽤 큰손이었습니다.(웃음)”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이곳 공간에는 가구, 소품, 조명, 철제장, 테이블 등 국내외에서 직접 셀렉하고 수집한 빈티지 물건과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한정된 브랜드 제품들이 즐비해 영상, 뮤직비디오 업체에서 촬영용 오브제를 의뢰하기도 한다.

룩북, 전시 촬영과 브랜드 협업 등 공간 활용도도 높은 다시다개러지는 특유의 불규칙적으로 배치된 빈티지스러운 물건들이 오브제 역할을 해 동묘 상권과 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동묘 일대의 새로운 쇼핑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영규 대표는 “빈티지 물건을 오랫동안 수집하면서 느낀 건, 어떤 물건이던 다 각자 주인이 있다는 거예요. 그만큼 제각각 다른 가치가 있는 물건들을 수집하려면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라며 빈티지가 가진 매력과 애정을 동시에 전했다.

가죽 콘셉트의 카페·바 복합 매장 갗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카페,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바(bar)로 운영하고 있다.

◇ 동묘 가죽거리 콘셉트 입힌 ‘갗(GacH)’, 카페·바 복합 공간으로 주목
가죽 콘셉트의 카페·바 복합 매장 ‘갗(대표 윤정원)’이 동묘 상권 내에서 차별화된 콘셉트로 주목받고 있다. ‘갗’은 가죽의 옛말로, 과거 가죽과 원단으로 명성을 쌓았던 동묘와 신설동 일대의 지역적 색깔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았다.

윤정원 대표는 가죽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20년 이상 동묘를 오가며 상권의 변화를 지켜봤다. 가죽·원단 중심의 거리로 북적였던 동묘 상권이 약화되자 한국 전통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동묘 일대 거리를 다시금 활성화시키겠다는 목적으로 ‘갗(GACH)’을 오픈했다.

윤 대표는 “주변 상인들과 함께 가죽의 가치를 알리고 한국 전통 미학을 알리는 매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라며 “동묘 상권 특성상 평일 낮에는 가죽 디자이너들이, 저녁에는 일반 방문객과 외국인들의 비중이 높아져 각종 주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바 콘셉트를 적용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갗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카페,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바(bar)로 운영하고 있다.

동묘 갗 윤정원 대표

특히 수제 디저트가 강점인 갗은 ‘시그니처 케이크’와 ‘라바삭 조각보’가 주력 메뉴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중 라바삭 조각보는 ‘과일 가죽’이라고 불리는 이란 전통 디저트로 실제 이란에서 사용되는 레시피와 갗만의 해석을 곁들였고, ‘조각보’라는 단어와 결합해 한국 정서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바(bar)로 전환되는 저녁 7시부터는 낮 동안 가려져 있던 위스키 수납장 선반이 개방되고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카페&바의 공간 분리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나아가 갗은 기존 건물 기둥을 바치던 주춧돌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자체 제작한 의자와 벽면에 박혀 있는 징(스터드), 한국의 오방색을 활용하는 등 한국적인 인테리어 요소들이 차별화된 분위기를 자아내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가죽 콘셉트에 걸맞게 천장과 벽면, 메뉴 케이스, 심지어 컵까지 가죽 패턴을 겉면에 새겨 넣어 매장 곳곳에 가죽 콘셉트가 충실한 매장임을 강조한 오브제들로 가득하다. 특히 매장 내부로 들어서는 과정에 가죽의 공정 3단계를 표현해 가죽을 활용한 매장임을 명확히 했다.

갗은 수제 디저트가 강점인 매장으로 ‘시그니처 케이크’와 ‘라바삭 조각보’가 주력 메뉴로 자리한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까끌까끌한 공정 전 가죽의 질감을 벽면을 통해 표현했고, 가죽 공정의 전통적인 방식인 무드통을 배치했다. 카페 내부로 들어서는 중문 겉면에는 부드러운 가죽을 활용해 외부에서 카페 내부로 들어가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가죽 요소를 녹여냈다.

이처럼 동묘와 신설동 지역의 색깔을 담아 가죽과 한국 미학을 전파하는 갗은 더 나아가 신진 작가와 패션 브랜드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갗 매장 입구에는 별도로 작은 전시 공간이 있어 패션 브랜드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고 카페 내부 공간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추후에는 홍익대 섬유미술학과 학생들과 협업해 졸업 작품 전시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윤정원 대표는 “갗이 단순 식음료 매장이 아닌 F&B와 문화가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라고 말하며 “주변 상인들과 상생·협력 사례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아폴로’가 동묘에 다양한 콘셉트로 거점을 넓히고 있다. (사진=동묘 빈티지 숍 오일)

◇ 97년 압구정에서 시작된 빈티지 숍 ‘아폴로’, 동묘 진출해 주목
빈티지 숍이 밀집한 동묘 일대에서 1997년 압구정에서 출발한 빈티지 숍 ‘아폴로(대표 정사장)’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빈티지 시장의 초창기를 함께 지나온 아폴로는 단일 매장을 넘어, 여러 빈티지 숍을 하나의 구조로 집약한 ‘몰(mall)’ 형태의 빈티지 유통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아폴로’는 정사장 대표가 1997년부터 운영해 온 ‘아폴로’, ‘오일’, ‘캠프’ 등 빈티지 의류 매장의 운영 경험과 셀렉션 노하우를 집약해 리뉴얼 론칭한 브랜드다. 현재 동묘에서는 아폴로라는 대형 스토어 안에 ‘오일’, ‘채석장’, 그리고 2월 중순 오픈을 앞둔 ‘빠레트’까지 총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빠레트’는 나무 빠레트를 매장 곳곳에 배치해 빈티지 특유의 거친 질감을 강조하는 동시에, 기존 빈티지 숍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할 예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폴로 정사장 대표

아폴로 빈티지 숍의 핵심 경쟁력은 무신사 유즈드를 기반으로 한 셀렉션과 업사이클링 제품력에 있다. 모든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무신사 유즈드를 거쳐 공급받은 제품이고 리폼과 업사이클링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제품이 주를 이룬다.

특히 칼하트 셔츠에 지퍼를 부착해 블루종 형태로 재구성한 리사이클링 제품은 아폴로를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아디다스와 리바이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아이템을 결합하거나 데님 소재끼리 덧대 새롭게 완성한 업사이클링 제품도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다. 가죽 제품 역시 주요 카테고리 중 하나로, 9만~1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의 가죽 제품을 찾는 해외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아폴로는 약 1만여 종의 빈티지 의류를 취급하고 있고, 모든 제품은 직접 세탁과 수선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된다.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 또한 아폴로가 강조하는 요소다. 무신사와 관련된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28년간 빈티지를 수집하고 업계에 몸담아 온 정사장 대표가 직접 셀렉션에 관여하면서 접하기 어려운 빈티지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 요인이다.

매장 구성은 상권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가져간다. 전국에 약 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폴로는 상권의 특성에 따라 매장 콘셉트를 다르게 가져간다.

그 중 동묘 매장은 거리의 분위기에 맞춰 인테리어를 최소화하고, 오브제 역시 빈티지 요소로 구성해 자연스러운 무드를 강조했다. 압구정 매장은 보다 쾌적한 공간감과 함께 샹들리에와 같은 조명 오브제를 활용해, 제품 구매를 넘어 공간을 경험하는 요소에 집중해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아폴로는 전주와 송도 지역에서도 무인숍 형태의 빈티지 매장을 운영 중이다. 향후에는 보다 대형화된 무인숍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아폴로 정사장 대표는 “개인 브랜드와 백화점 유통, 서핑웨어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지만, 결국 빈티지에 대한 애정이 넘쳐 이쪽 업계에 다시 발을 들였다”며 “사업적인 확장보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아폴로를 운영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의 정취를 간직한 골목 안쪽에 자리한 ‘존앤마크’는 현대적인 감각을 투영한 인테리어로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 전과 막걸리의 힙한 변신, 동묘 퓨전 비스트로 ‘존앤마크(John&Mark)’
문구완구거리 자리 잡은 퓨전 한식 펍 ‘존앤마크(대표 박상현)’가 ‘전(John)과 막걸리(Mark)’라는 의미에 걸맞게 전통 전 요리와 막걸리를 감각적으로 풀어내며 동묘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은 특유의 힙한 분위기를 즐기는 MZ세대는 물론, 가족 단위 방문객과 외국인 관광객까지 아우르는 이색적인 미식 공간으로 주목받는다.

박상현 대표는 “문구거리는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선물하는 특별한 곳”이라며 “거리의 독특한 매력에 이끌려 방문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매장으로 유입돼 상권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앤마크’는 박상현 대표가 동묘 상권에서 쌓아온 운영 노하우와 미식 철학을 집약해 선보인 브랜드다. 쭈꾸미 맛집으로 정평이 난 ‘동묘집’부터 와인을 취향껏 골라 즐기는 셀프 와인 숍 ‘동묘마케트’까지 그간 동묘 일대에서 쌓아온 폭넓은 현장 경험과 성공 방정식이 현재 존앤마크의 독창적인 공간 구성과 메뉴 전략으로 한층 확장돼 완성됐다.

존앤마크 박상현 대표

이러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문을 연 ‘존앤마크’가 독보적인 공간 구성과 세심한 메뉴 전략을 통해 동묘를 대표하는 F&B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매장 내부가 이색적이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테리어와 감각적인 소품들이 어우러져 특유의 무드를 완성한다.

특히 동묘 인근에서 보기 드문 30평 규모의 여유로운 공간에 단체석과 프라이빗 룸을 고루 갖추고 있어, 개인 방문객은 물론 단체 고객까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경쟁력이다. 박 대표는 “이러한 공간적 강점 덕분에 최근 단체 예약과 방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묘역 인근에 위치한 퓨전 한식 주점 ‘존앤마크’의 대표 메뉴로는 바삭한 식감이 일품인 소보로 부추전과 한국적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고사리 링귀니 등이 꼽힌다.

박 대표는 메뉴 개발에 있어 ‘기본의 숙련도’와 ‘익숙함 속의 변주’를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는 “전이란 숙련된 조리 기술이 본질을 결정하는 클래식의 영역”이라며 정통 방식을 고수한다. 반면, 대표 메뉴인 ‘고사리 링귀니 파스타’에는 친숙한 식재료에 이국적 감각을 더해 창의성을 불어넣었다. 고사리를 링귀니 면과 조합해,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독특한 미식 경험을 제안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재료의 조합은 새롭더라도 그 끝맛은 우리 입맛에 닿아있는 접점을 찾는 데 주력한다”라며 “낯선 새로움에 그치지 않고 고객들이 꾸준히 다시 찾을 수 있는 ‘익숙하면서도 특별한 맛’을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별화된 매력 덕분에 힙한 감성을 좇는 MZ세대는 물론, 소셜 미디어(SNS)를 보고 찾아오는 중장년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존앤마크 내부는 박상현 대표의 감각을 투영한 사진과 아트 포스터를 곳곳에 배치했다. 특히 캐주얼한 감성을 극대화한 인테리어 설계로 고객에게 편안한 휴식과 몰입의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주변 상권 또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고 있다. 문구완구거리를 기점으로 감각적인 젊은 상인들이 저마다의 독창적인 콘셉트를 내세운 매장을 열기 시작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박 대표는 “동묘는 ‘문구·완구 골목’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젊은 층의 유입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색채를 더해가고 있다”라며 “존앤마크 역시 새롭게 둥지를 튼 이들과 합심해 이 일대를 감성과 재미가 공존하는 독보적인 명소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동묘 수족관 거리에 위치한 독립 서점 ‘피사체’. 낡은 외관의 건물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모던한인테리어를 자랑한다.

◇ 피사체(PISACHE), ‘사진·예술 중심 큐레이션’ 아트북 스토어
동묘 수족관 거리 방면에 2024년 문을 연 ‘피사체(대표 이강토)’가 사진, 예술, 디자인 등 희소성 있는 서적을 소개하는 아트북 스토어로 동묘 내 2030 남성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시장과 빈티지 상점, 골동품 문화가 혼재된 동묘 일대에서 피사체는 젊은 창작자와 감각적인 소비층을 끌어들이며 새로운 문화적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건물 외관과 대비되는 모던한 내부 인테리어가 동묘의 예스러운 풍경과 절묘한 대조를 이루며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을 확장하고 있다. 서적을 취미로 모아오던 이강토 대표는 유동 인구가 적은 입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운영하던 수족관 자리에 피사체를 열었다.

피사체 이강토 대표

피사체는 국내외 출판사, 갤러리, 유통사와 협업해 엄선된 아트북을 선보인다. 이강토 대표는 “이 공간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예술가의 시선과 창작의 세계로 진입하는 창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오픈 이후 높은 재방문율과 입소문에 힘입어 탄탄한 단골층을 확보했다. 그는 이러한 성공 비결로 ‘밀착형 큐레이션’을 꼽았다.

이 대표는 피사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서적으로 사진가 이한구의 ‘군용(MILITARY USE 1989)’을 소개한다. 1989년부터 촬영한 필름을 비닐에 싸서 땅에 묻어 보관했다가 20여 년 뒤 공개된 이 사진집은, 2015 휴스턴 포토페스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위험해 보일 수 있는 공간 속 새로운 시선’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감각적인 향이 어우러진 ‘피사체’. 이 몰입감 높은 공간에서는 방문객의 취향을 고려한 섬세한 1:1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또 다른 대표 서적으로는 패션 브랜드 플라스틱 프로덕트가 발행한 ‘PLASTIC PRODUCT ZINE : 01 SILVER CAR’가 있다. ‘은색 자동차’를 주제로 일상 오브제를 해체하고 이미지 중심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텍스트를 최소화한 실험적인 구성이 피사체를 ‘이미지 콘텐츠 중심의 독립서점’으로 각인시켰다. 이곳의 주 소비층은 2030 세대와 예술계 종사자들이다. 번화가가 아닌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위치임에도 현업 전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발길이 이어진다.

오래된 상점과 빈티지 문화가 공존하던 동묘 상권은 최근 패션, 예술 기반의 소규모 독립 매장들이 유입되며 변곡점을 맞이했다. 피사체를 찾는 방문객 역시 단순 관광객을 넘어 특정 작가의 마니아, 브랜딩 관계자 등 목적형 소비자가 주를 이룬다. 피사체가 이처럼 밀도 높은 기획 콘텐츠를 통해 방문객의 흐름을 주도하며 동묘 상권의 이미지와 동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끝으로 이강토 대표는 피사체를 “대중적인 포토그래피보다는 국내 작가들의 순수미술에 가까운 작품을 소개하는 진정성 있는 공간으로 남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재들의 놀이터에서 글로벌 힙스터의 성지로… 동묘 상권의 재구성

신지혜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플레이어들] 저자

최근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플레이어들]’를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지혜 작가가 밝힌 동묘 상권은 어떤 곳일까? 저자는 책에서 동묘를 단순한 구제시장이 아닌, 서울 한복판에서 가장 강렬하게 시간의 층위가 겹쳐지는 공간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조차 영감을 얻어가는 ‘글로벌 빈티지 패션의 성지’로 정의한다.

동묘의 상징은 흔히 ‘동묘 아재’로 불리는 중장년 남성들의 거리 패션이다. 신지혜 작가는 이 독특한 스타일이 2018년 세계적인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Kiko Kostadinov)의 방문을 기점으로 글로벌 패션 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키코가 “세계 최고의 거리”라고 극찬한 동묘의 스타일은 이후 그의 컬렉션을 통해 ‘고프코어룩’이라는 트렌드로 재해석됐으며, 이는 동묘가 단순한 중고시장을 넘어 영감의 원천임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 대중문화가 만든 ‘젊은 성지’… ‘뉴 플레이어’의 등장
어르신들의 전유물이었던 동묘를 2030 세대의 놀이터로 바꾼 결정적 계기는 대중문화였다. 2013년 예능 <무한도전>에서 지드래곤과 정형돈이 보여준 빈티지 쇼핑 장면은 동묘에 ‘힙(Hip)함’이라는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 이후 동묘는 전 세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상권으로 진화했다. 1020 세대는 빈티지 탐험을 위해, 3050 세대는 실용적인 쇼핑과 추억을 위해, 6070 세대는 향수를 위해 이곳을 찾으며,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더해진 ‘세대 혼합형 도시 문화시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동묘 상권의 성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950년대 황학동 만물시장에서 시작된 역사적 뿌리는 2000년대 청계천 복원 공사를 거쳐 오늘날의 구제시장으로 완성되었다. 저자는 특히 최근 동묘의 진화에 주목하는데, 이는 상권의 매력을 확장하는 ‘뉴 플레이어’들의 유입 덕분이다.

나영규 대표의 ‘동묘하다(현 다시다개러지)’는 패션 위주의 동묘에 인테리어 빈티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심었다. 또한 ‘동묘가라지’의 최민종 대표와 ‘동묘마케트’, ‘동묘집’, ‘존앤마크’를 연이어 성공시킨 박상현 대표 등은 낡은 건물의 매력을 살려 피자, 수제 맥주, 전통주 다이닝바를 선보여 상권의 체류 시간을 늘렸다. 최근에는 옛 수족관 자리에 들어선 아트북 서점 ‘피사체’처럼 취향 기반의 공간들까지 가세하면서 동묘의 콘텐츠는 더욱 밀도 있게 채워지고 있다.

동묘는 동대문에서 신설동, 청계천에서 황학동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생활문화 벨트의 중심에 있다. 구제 옷 더미 바로 뒤 골목에서 한옥 카페와 전통주 다이닝바를 마주하게 되는 이 ‘이질적인 조화’가 동묘 상권만이 가진 최고의 자산이다.

신지혜 작가는 동묘를 “오랜 시간 쌓아온 전통과 그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풍경이 존재하는 동네”라고 평가한다. 1,000원짜리 옷 한 벌에서 나만의 취향을 찾고, 낡은 골목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소비하는 동묘는 앞으로도 서울에서 가장 역동적인 ‘헤리티지 핫플레이스’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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