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뷰티 업계에서 프래그런스(향기) 브랜드의 등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장악해온 향수 시장에 국산 브랜드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어 소비자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MZ 세대를 중심으로 ‘나만의 향’을 찾으려는 수요가 높아지면서, 개성 있는 콘셉트와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신규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는 조향사와 협업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또 다른 브랜드들은 공간, 예술,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을 더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국내 뷰티 시장에서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프래그런스’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 LG생활건강은 지난달 웰니스 트렌드와 걸맞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신규 향수 컬렉션 ‘아디다스 바이브(VIBES)’ 6종을 선보였다. 또한 푸치코리아의 뷰티 브랜드 ‘바이레도(BYREDO)’는 소용량 프리미엄 향수에 대한 니즈가 급증하고 있다는 트렌드에 발맞춰 ‘바이레도 12ml 향수’ 6종을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공식 출시하면서 ‘나를 위한 스몰 럭셔리’를 찾는 고객들을 만족시켰다.
뷰티 트렌드 분석 플랫폼 ‘트렌디어’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대비 2025년 1분기의 올리브영 향수 카테고리에는 브랜드 수가 6.74% 증가했다.
이러한 종합적인 추세에 따라 국내 프래그런스 브랜드의 연이은 출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국내 뷰티 산업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테넌트뉴스에서는 최근 론칭한 K-프래그런스 브랜드 가운데 국내외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들을 소개한다.

◇ 아름다운 향기를 전하는 작은 우체국, ‘포스테스’
티비엘코퍼레이션(대표 목영교)이 전개하는 니치 향수 브랜드 ‘포스테스(Postes)’가 올해 론칭한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유니크한 콘셉트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고객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어로 우체국을 뜻하는 ‘포스테스’는 ‘아름다운 향기를 전하는 작은 우체국’이라는 아이덴티티 아래, ‘향기’라는 감각적 경험을 따뜻한 매개체인 ‘편지’에 더함으로써 누군가의 잊고 있던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꺼내 보게 해주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올해 5월 론칭한 ‘포스테스’는 브랜드 론칭과 함께 ‘포스테스 성수 부티크’를 오픈하고, 온·오프라인 올리브영에 입점했다. 포스테스는 지난 6월 올리브영몰에서 향수 카테고리에서 랭킹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보이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빠르게 높였다.

현재 포스테스는 8종의 향수와 2종 샤쉐(방향제) 제품으로 구성됐다. 포스테스의 제품은 추억과 연관된 무드들의 세계 도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특히 제품 하나하나 각 도시의 콘셉트를 담아 ‘한 통의 편지’ 같은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예컨대 이탈리아 ‘아말피’의 바다, 일본 ‘오타루’의 유리 공예, 프랑스 ‘생트로페’의 햇살 가득한 파도 등 여러 도시에서 느낀 추억들을 담아 세계 각 도시명을 제품명으로 지었다.
이에 향수 8종에는 오타루, 베른, 생트로페, 맨하튼, 마요르카, 이스탄불, 아말피, 아바나가 있고, 샤쉐는 이스탄불, 오타루 등 2종으로 구성됐다. 향수는 소비자 정상가 77,000원, 샤쉐 22,000원에 책정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더 많은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포스테스 성수 부티크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브랜드 스토리를 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향기를 전하는 우체국’ 콘셉트에 고객들이 공감하고, 향을 통해 고객들이 추억을 떠올리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매장을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장은 실제로 과거에 사람들이 썼던 편지들과 우체국 용품들을 디스플레이해 유럽의 우체국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독특한 매장 인테리어에 이끌려 국내 고객뿐만 아니라 여러 해외 관광객들도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들은 포스테스 향수의 제품명이 자국의 지역명에서 따온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향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스테스 브랜드 담당자는 “포스테스의 향수는 고가의 원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품을 제안하면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고객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또한 ‘향’의 관점에서도 접근하기 쉬운 브랜드로서 넓게는 30대 초반까지 타깃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과 중국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포스테스가 인스타그램과 샤오홍슈 등에서 바이럴돼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글로벌 진출도 추진 중입니다”라고 덧붙였다.

◇ 삶의 작은 순간 속 낭만을 일깨우는 ‘메튜장’
에스에이씨가 전개하는 향수 브랜드 메튜장(matthew chang perfumes, 브랜드 총괄 겸 조향사 장준익)이 국내를 넘어 유럽에도 진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에 시작된 ‘메튜장’은 ‘삶의 작은 순간 속 낭만을 일깨운다’는 슬로건을 통해 ‘향기’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형태의 추억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또한 모든 향수 제품은 ‘오 드 뚜왈렛’으로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특징이며 젠더리스한 이미지를 추구한다.
메튜장은 지난 6월 유럽 최대 한류 뷰티 유통사 ‘미인 코스메틱(miin cosmetics)’과 손을 잡고 스페인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까지 미인 코스메틱 오프라인 매장 총 6곳에 입점했으며, 지역으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2곳, 마드리드 2곳, 발렌시아, 세르비아에서 판매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클린 걸(Clean Girl)’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스페인에서도 깨끗한 이미지와 걸맞는 메튜장의 제품들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순수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코지 하트’와 싱그러운 이미지가 떠오르는 ‘레잇 블룸’ 제품이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메튜장은 퍼퓸 컬렉션을 챕터 방식으로 선보여 눈길을 끈다. 챕터 1에는 ‘레잇 블룸’·‘코지 하트’·‘아날로그’ 제품, 챕터 2에는 ‘에세이스트’·‘에이 허그’·‘비 마이 뮤즈’·‘레브 앙플라메’ 퍼퓸 제품이 구성됐다.
지난 6월 말에는 여름을 맞이해 새롭게 ‘챕터 3’ 컬렉션을 선보였다. ‘챕터 3’ 컬렉션은 ‘라 리모나드’·‘아우어 줄라이’·‘섬머 제스트’ 등 총 3종으로 ‘여름의 낭만’을 향으로 담아냈다.
메튜장은 이번 ‘챕터 3’ 컬렉션을 통해 기존의 젠더리스 콘셉트를 확고히 하면서 레몬, 만다린 오렌지, 자몽 등의 탑노트(Top note)를 통해 여름의 밝은 이미지를 표현해 여름맞이 향수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메튜장은 스페인에서 미인 코스메틱 오프라인 매장에 판매 중인 것 외에도, 영국 K-뷰티 전문 리테일 브랜드 Skin Cupid(스킨 큐피트) 온라인 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조만간 스킨 큐피트 오프라인 매장에도 입점할 예정으로, 더 많은 유럽 고객을 확보할 전망이다.
국내 유통망으로는 메튜장 공식 온라인몰과 성수 부티크, 안국 플래그십 스토어, 신라아이파크 면세점, 온라인 신라면세점, 온라인 신세계 면세점 등이 있다. 조만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디지털 플랫폼 ‘신세계 V’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양다영 메튜장 사업 개발 담당자는 “미국으로도 진출하기 위해 현재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위해 틱톡(TikTok) 채널을 개설했으며, 해당 플랫폼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반응이 오고 있습니다. 또한 이달 11일부터 3일간 진행하는 ‘K-뷰티엑스포코리아’에 참가합니다. 이를 통해 국내외 바이어들과 접촉해 메튜장을 더욱 알리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 산지에서 찾은 식물과 아름다워질 수 있는 향을 연구하는 ‘헤트라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헤트라스(hetras)가 관광명소인 안국, 명동에 이어 최근 서울 성수동에 세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매장은 벌써부터 해외 관광객들의 오픈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22년에 론칭한 헤트라스는 산지에서 찾은 식물과 아름다워질 수 있는 향을 연구하는 드로, 건강하고 깨끗한 성분을 고집한다. 또한 합리적인 가격대에 감각적인 제품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향기를 만나볼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헤트라스 제품군 중에서는 이러한 강점이 드러나는 디퓨저, 퍼퓸, 핸드크림 등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 금액은 디퓨저 3개입 세트 금액이 25,800원으로, 병당 1만 원 이하로 판매되고 있으며, 향수는 50ml 기준 64,000원으로 가격 면에서도 매력적이다. 이외에도 치약, 립 에센스 등 리빙 제품도 고품질로 출시해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에게도 헤트라스는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지드래곤(G-dragon)이 한 프로그램에서 헤트라스의 디퓨저 중 ‘데이지’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장에는 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지 않고 있다.

최근에 오픈한 ‘헤트라스 성수점’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구성된 매장으로, 감각적인 공간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지상 1층부터 3층까지 관통하는 ‘플라워’ 대형 조형물은 브랜드의 시그니처 향인 ‘플라워샵’을 연상케 하는 오브제로, 꽃이 줄기를 타고 성장하는 것을 형상화해 기업명인 ‘쑥쑥컴퍼니’와 연관된다.
헤트라스 성수점은 다양한 오픈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중 매장에서 6만 원 이상 구매 시 원하는 향을 골라 만드는 ‘DIY 고체향수 키링 증정’ 행사의 경우, 준비한 키링이 오픈 2주 만에 소진되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냈다. 키링 증정 행사는 1차 초도 소진 후 다시 운영 중이다.

현재 헤트라스 국내 유통망으로는 브랜드 공식 온라인몰과 안국점, 명동점, 성수점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 또한 올리브영, 쿠팡,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 시코르, 무신사, EQL스토어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도 입점해 판매하고 있다.
헤트라스 관계자는 “헤트라스가 국내를 넘어 해외 고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다양한 제품들을 론칭할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중국, 북미 등 전 세계적으로 헤트라스를 더욱 알릴 예정입니다. 따라서 올해는 지난해 연 매출 대비 2배 성장을 예상합니다”라고 밝혔다.

◇ 향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수집미학’
지난달, 로우클래식(대표 이명신)의 크리에이티브 라인으로 합류해 프래그런스 브랜드로 새출발을 알린 수집미학(sujipmihak)이 감도 높은 브랜딩과 제품 디자인으로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수집미학은 개인의 취향에 기반한 무경계적 디자인을 실험해 온 브랜드로,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단순한 향 판매를 넘어 향이 만들어내는 감각의 여운과 잊혀진 기억, 개인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수집미학의 이번 첫 번째 프래그런스 컬렉션은 3가지 향으로, 자연에서 얻은 특징적인 천연 향료를 과감하게 조합해 독창적으로 해석했다. 각 향은 배합 속에서도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예측할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로 중성적이면서도 직관적인 감각을 제공한다.

프래그런스 컬렉션 중 ‘From Still Life’는 ‘정물화로부터’라는 뜻으로, 서로 다른 세 요소인 ‘네롤리의 맑고 청아한 빛’, ‘베티버의 스모키하면서도 우아한 그을림’, ‘넛맥의 스파이시하면서도 따뜻한 온기’가 한데 어우러져 섬세하면서도 예술적인 깊이를 이룬다.
또한 ‘New Medicine’ 컬렉션은 중세 연금술사의 실험실 속 유리 실린더에 담긴 식물들의 이미지에서 착안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식물을 상상하며 조향했다. 이 향은 맑고 가벼운 그린 만다린과 시소의 싱그러움이 어우러져 투명한 꽃잎 같은 향의 질감을 열어줌과 동시에, 시더우드의 묵직함이 식물의 온기를 고스란히 간직했다. 또한 치료제로도 사용되는 식물들의 에센셜 오일을 사용해 향이 지닌 치유의 역할을 되살렸다. 잔잔히 스치는 온화한 허브의 잔향은 내면의 평온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으로 ‘Gorgeous Nothing’ 컬렉션은 장미가 가진 중성적이고 야생적인 이면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로즈 향이다. 기존 프래그런스 시장이 장미 향에 부여했던 인위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장미에 대한 상상력의 공간을 만들어 줌으로써 장미의 본질에 더 다가가고자 했다. 각각의 향은 바디&핸드 워시와 로션, 핸드크림, 프래그런스 오일, 디스커버리 핸드크림 등의 세트로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과거의 오브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카이브 에디션(The Archive Edition)’의 첫 번째 제품 ‘포터블 퍼퓸(Portable Perfume)’이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조명받고 있다. 아카이브 에디션은 과거의 엄선된 물건들로부터 선별돼 오래도록 사랑받는 디자인과 지속적인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조명하는 에디션으로, 옛날 물건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라인이다.

아카이브 에디션의 ‘포터블 퍼퓸’ 제품 용기는 전쟁 시대에 사용했던 휘슬 모양을 변형해 제작했으며, 내부의 라벨에 기재된 날짜는 제품이 만들어진 일자로, 마치 작품을 소장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박진선 수집미학 디렉터는 “수집미학은 공식 온라인몰, 한남 플래그십스토어와 함께 로우클래식 성수에 숍인숍으로 입점돼 있습니다. 또한 오는 11월 지하철 약수역 인근에 위치한 로우클래식 미래점에 숍인숍으로 입점할 예정입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