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aily NewsF&B당만 줄이던 식품업계, 식이섬유 등 영양소 채워 '하이스펙'으로

당만 줄이던 식품업계, 식이섬유 등 영양소 채워 ‘하이스펙’으로

국내 식품 리테일 시장의 경쟁 축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시장을 지배했던 당과 칼로리 저감 중심의 ‘로우 스펙(Low-Spec)’ 트렌드가 저물고, 이제는 식이섬유, 단백질 등 핵심 영양 성분을 정교하게 채워 넣는 ‘하이 스펙(High-Spec)’ 영양 설계가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소비자 선호의 변화를 넘어 제조사의 원가 구조, 유통 플랫폼의 MD 편성 전략, 그리고 원료 공급망 전반을 재편하는 구조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식품 리테일 시장이 하이 스펙 구조로 진화한 배경에는 소비자 인식의 고도화와 제도적 변화가 맞물려 있다. 초기 저당 시장은 감미료 대체 등을 통해 당류를 물리적으로 줄이는 데 집중했으나, 이는 영양 불균형과 맛의 저하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소비자는 단순히 성분을 제거한 제품보다 고유의 영양 밀도가 높은 제품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확산된 식이섬유 극대화 트렌드인 ‘파이버맥싱(Fiber-Maxing)’의 유입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의 식이섬유 강조 기조는 이러한 흐름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유통 플랫폼 입장에서도 저단가 경쟁이 치열한 일반 저당 상품보다 고기능성 하이 스펙 상품이 객단가(ASP) 향상과 마진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에 신규 카테고리 편성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뉴케어 당플랜 안심차(제공 대상웰라이프)

기업들은 저당 기반 위에 독점적 원료 배합과 고부가가치 성분을 더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며 제조 및 유통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있다. 과거 기호식품군에 머물던 카테고리가 식사 대용식과 건강 관리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고대 곡물이나 식물성 원료의 확보가 유통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제품군 전반의 변화도 뚜렷하다. 켈로그가 출시한 저당 그래놀라는 당류를 기존 대비 약 80% 낮춰 한 그릇 기준 1.5g 수준으로 구현하는 동시에, 이탈리아산 고대 곡물 파로와 통귀리 등 7종의 통곡물을 배합해 바나나 약 1.8개 분량의 식이섬유를 확보하며 식사 대용식의 영양 기준을 끌어올렸다.

대상웰라이프는 혈당 관리 브랜드 뉴케어 당플랜을 통해 여주, 돼지감자, 모링가잎 등 5가지 식물성 원료를 단일 티백에 담은 안심차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당류 제로 설계와 함께 제조 공정에서 국제 기준의 품질 및 환경관리 시스템 인증을 도입하고 100% 생분해성 PLA 소재를 사용해 유통 가치사슬 전반에 친환경 기준을 적용했다. 또한 카사바 원료를 활용해 밀가루를 배제하고 단백질 7g과 식이섬유 2.7g을 충족한 안심 크런치칩으로 간식의 기능성을 영양 보충 영역으로 확장했다.

대형 제조사뿐만 아니라 베이커리와 프랜차이즈 업계도 매대 재편에 나섰다. 파리바게뜨는 건강 베이커리 브랜드 파란라벨을 론칭하고 호두, 귀리, 흑보리 등 원물을 대폭 강화해 저당 및 고식이섬유 구조의 식빵과 사워도우 라인업을 배치했다. 이디야커피 역시 프루츠 스파클링 음료에 식이섬유와 비오틴을 접목하는 등 액상 음료 시장에서도 성분 고도화가 정착되는 양상이다. 풀무원 헬스케어의 저당고단백 통곡물한끼 또한 4가지 통곡물을 사용해 간편식 시장의 영양 밀도를 제고하는 등 전방위적 확산이 증명되고 있다.

켈로그 저당 그래놀라(제공 켈로그)

이러한 하이 스펙 식품의 부상은 리테일러의 매대 운영과 수익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 저당 제품이 가격 비교에 취약한 이커머스 중심의 최저가 경쟁에 노출되었던 반면, 하이 스펙 제품은 성분 설계의 차별성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백화점, 대형마트, 프리미엄 SSM의 핵심 매대를 선점하고 있다.

유통 플랫폼 입장에서는 가동 효율이 높은 하이 스펙 카테고리를 확대함으로써 단위 면적당 매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친환경 생분해 패키징과 국제 표준 인증을 획득한 제품들은 리테일러의 ESG 경영 평가 지표와도 직결되어 입점 및 프로모션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부여받는 구조적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의 식품 리테일 시장은 단순한 브랜드 인지도나 가격경쟁력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성분 증명 능력’이 생존을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다. 당을 줄이는 로우 스펙 기술은 이미 시장의 상향 평준화로 인해 차별화 요소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

브랜드사는 독자적인 원료 소싱처를 확보하고 이를 정교하게 배합하는 기술 투자를 선행해야 하며, 유통사는 단순한 상품 매입을 넘어 PB(자체브랜드) 개발 시 초기 단계부터 하이 스펙 영양 설계를 내재화해야 한다. 프리미엄 건강 지향성 소비가 고착화되는 리테일 환경 속에서, 가치사슬 전반의 성분 고도화를 이뤄내는 기업만이 장기적인 시장 점유율과 마진 구조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 ARTICLES

Popula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