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고물가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곳에만 지갑을 여는 불황형 소비 경향이 주류 시장까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유통 채널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대대적인 가격 정비와 품목 다변화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오는 7월 15일까지 인기 양주 패키지와 독점 수입 리큐르, 초가성비 발포주 등을 아우르는 상반기 결산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고 주도권 잡기에 나선다.
이번 기획전은 최근 급부상한 홈술족의 니즈를 겨냥해 발베니 12년, 맥캘란 12년 등 30여 종의 위스키 라인업을 파격적인 혜택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단독 소싱한 일본 ‘소노만마’ 리큐르를 전면에 내세르는 한편, 지평 평생 막걸리와 발포주 쿼트를 990원이라는 극한의 가성비로 제안하며 다변화된 소비자 입맛을 공략한다. 또한 성장세가 가파른 논알콜 음료 역시 최대 반값 수준으로 낮춰 대중화 흐름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실속과 만족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 행동 변화는 고스란히 유통가의 실적 데이터 변화로 증명됐다. 특히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 문화의 확산으로 전체 주류 시장 내 논알콜·무알콜 제품군의 매출 비중은 2021년 6%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13%까지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관련 매출은 25.4% 급증했으며, 논알콜 맥주의 경우 3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며 확실한 주류 카테고리로 안착했다.

카테고리별 매출 순위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는데, 지난 3년간 굳건했던 ‘국내맥주-와인-양주’의 3강 구도가 깨지고 양주가 와인을 밀어내며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올해 상반기 양주 매출은 전년 대비 2.3% 성장했으며, 세부적으로는 블렌디드 위스키와 일본 위스키가 각각 13.6%, 12.6%씩 증가하며 전체 판도를 흔들었다.
반면 와인은 전체적으로 1.1% 소폭 감소했으나 그 안에서 논알콜 와인 부문은 41.2% 폭등하는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이외에도 가성비를 극대화한 수입맥주(11.2%)와 소주(2.2%) 역시 과실소주(41.7%)의 인기에 힘입어 동반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주류 순위 변동에 대해 고물가 속에서 한 병으로 오랜 기간 나누어 마실 수 있는 위스키의 높은 만족도가 가치 소비 트렌드와 결합한 결과로 풀이한다. 전통적인 와인 강세 국면이 저물고 대중적인 소주나 맥주조차 저도화·과실화되는 등 고정관념을 깨는 매대 재구성이 대형마트의 생존 필수 조건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세분화된 취향을 반영한 큐레이션 역량이 향후 대형 유통업체들의 매장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주류 공간이 얼마나 유연하게 진화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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