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8월 15, 2025
HomeExclusive국내유통주, 쿠팡 상장하면뜬다?,여전히 외국인·기관에 찬밥

국내유통주, 쿠팡 상장하면뜬다?,여전히 외국인·기관에 찬밥

패션 상장사 올해 주가 상승률 높았지만 개미 주도 장세로 변동성 유의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을 알리는 오프닝벨을 울리며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당시 공모가 기준 쿠팡의 기업가치는 630억달러(약 71조 8000억원)에 달했다. 상장 규모는 1억3000만주, 45억5000만 달러(약 5조2000억원)로 지난 2014년 알리바바(250억 달러 공모)에 이어 최대 규모로, 아시아 기업 중에는 4번째로 큰 규모로 꼽혔다.

물론 그로부터 반년 가량 지난 지금, 쿠팡의 주가는 당시의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40달러 후반을 맴돌던 이 회사의 주가는 현재 30달러 초반에 머물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쿠팡은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 630억달러(약 71조8000억원)에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상장했다. 초기 40달러 후반대에서 8월 중순 현재 30달러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쿠팡의 뉴욕증시 입성은 의미가 컸다. 국내에선 만년 적자기업 취급을 받다가 멀고 먼 이국 땅에선 ‘혁신 기업’의 면모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켓배송’과 같은 혁신 서비스, 1500만 명에 육박하는 고객,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 등이 깐깐한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심리를 움직였다.

동시에 국내 유통업계에 대한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거란 기대감도 부풀어 올랐다. 사실 국내 유통주는 꽤 오랜기간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업계 대장주로 꼽히는 신세계, 롯데쇼핑 같은 기업의 시가총액도 100위 밖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만 봐도 ‘찬밥 신세’인 유통주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실 유통주가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유통업계 대부분이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장사를 벌이고 있는데, 최근 한국경제가 침체기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 경쟁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경쟁사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창업한 새로운 사업자들과도 점유율 경쟁을 다퉈야 했다. 유통업이 미래지향 산업이 아니란 점도 문제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룹 성장을 위해 다양한 경영 결정을 내렸지만 정작 신세계의 주가 움직임은 일반적인 흐름 속에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쿠팡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침체된 국내 유통주의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기업의 주가를 좌지우지하는 건 주요 수급주체인 외국인과 기관인데, 이들이 쿠팡을 통해 한국 유통산업을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뉴욕 증시에 입성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시 조명을 받게 됐다”면서 “쿠팡을 포함한 유통기업 대부분이 국내 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만큼 한국 유통주에 눈독을 들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새롭게 생겨날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한국 유통주 다시 뜨나

증시 상황도 좋았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패닉장세가 양성한 ‘동학개미 랠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던 코스피는 지난 1월 6일엔 꿈의 숫자 딸’시대를 열었다. 그동안 박스권이 굳어졌다는 뜻의 ‘박스피(박스권 코스피)’란 오명을 벗어 던졌다.

지난 6월엔 종가기준으로 사상 첫 3300선을 돌파할 만큼 증시가 뜨거웠다. 보복소비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폭발할 거란 전망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줄곧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국내 소비가 올해 1분기 연율로 2.5% 이상 증가하면서 빠르게 회복했다. 지난해 70포인트까지 후퇴했던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올해 3월 100을 넘는 등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숫자로 드러나고 있었다.

올해 2월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개관한 현대백화점도 기관이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주가 상승폭이 제한됐다.

내수소비가 활성화하면 가장 먼저 웃는 게 유통주다. 실적이 좋으면 주가도 자연스럽게 따라 올라가기 마련이니 국내 유통기업들의 주가 차트도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다. 가령 요즘 백화점에 가면 명품 가게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소비 증가로 가장 먼저 웃고 있는 곳이 백화점 업계인 셈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백화점 관련 유통기업들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경우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7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44.7% 증가했다. 신세계는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962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흑자전환한 기록이자 2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9.6% 증가했다. 한화갤러리아 역시 적자를 기록했던 2020년 2분기와 달리 올해 2분기엔 22억원의 흑자를 냈다. 애경백화점을 담당하는 AK홀딩스는 적자를 내긴 했지만 전년 동기와 견줘 마이너스 폭을 줄였다.

그런데 정작 이들 다섯 기업의 주가 움직임은 신통치 않았다. 현대백화점(5.13%)과 신세계(3.14%)만 올해 초와 비교해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큰 폭의 상승은 없었다. 롯데쇼핑(-0.98%) 한화솔루션(-26.73%) AK홀딩스(-3.76%)은 오히려 하락했다. 최근 들어 미국의 테이퍼링 우려 때문에 코스피 지수가 다시 3000대로 밀리긴 했지만 올해 초 지수와 견주면 여전히 3.94% 높은 수치다. 증시 전체가 올랐고, 호실적을 거뒀다는 걸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주가 성적표다.

◇ 호실적 기록했는데도 주식 내다파는 외국인들

 

이는 국내 증시의 큰 손인 외국인과 기관이 이들 기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영향이 크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롯데쇼핑의 주식을 49만3929주 순매도했다. 매수 주식보다 매도 주식이 훨씬 더 많았다는 얘기다. 기관 역시 ‘팔자(48만5141주)’를 외쳤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강해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기관으로부턴 외면을 받았다. 각각 54만2250주, 158만5246주를 순매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 역시 쿠팡이 지배력을 갖춘 이커머스 시장의 노렸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눈에 띌 만큼 민첩한 행보를 보이진 못했다는 얘기”라면서 “팬데믹이 가져온 투자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맞추는 모습을 보여야 주가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넌트뉴스는 유통 대기업뿐만 아니라 주요 패션 상장사 23곳의 올해 주가 변화와 투자자별 매매 동향도 따져봤다. 지난해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역 탓에 오프라인 기반 패션 사업의 한계가 명확해진 이들 기업은 온라인 편집숍을 비롯한 각종 신사업을 적극 전개했고, 올해부턴 그 실적이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덩치 큰 유통기업보단 주가 상황이 좋았다. 23곳 중 주가가 올해 초와 비교해 하락한 곳은 3곳뿐이었다. ‘삼성물산(-11.80%)’, ‘지엔코(-17.16%)’, ‘인디에프(-0.98%)’ 등만 주가가 빠졌다. 나머지 20개 기업은 증시 훈풍에 제대로 올라탔다는 분석이다.

디스커버리 가로수길 매장

이중에선 주가 상승률이 50%를 웃도는 ‘대박 기업’도 적지 않았다. 가장 대표하는 기업 F&F를 비롯해 ‘한세엠케이(109.90%)’, ‘TBH글로벌(50.28%)’, ‘신원(65.14%)’, ‘더네이쳐홀딩스(63.19%)’, ‘코오롱인더(72.67%)’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한세엠케이의 급등의 경우,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기고·서울대 동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테마주가 된 영향이 크다. 신원 역시 대북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올해 들어 F&F는 패션 브랜드 디스커버리 어패럴과 MLB의 큰 폭의 실정 달성, 그리고 MLB 브랜드의 중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의 큰 폭의 매출 성장세로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사진 디스커버리 가로수길 매장)

나머지 기업들은 실적으로 투자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TBH글로벌은 온라인 판매를 강화해 운영 효율을 높여 올해 상반기 36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거뒀다. 지난해 2분기엔 적자였는데, 반전에 성공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대표 브랜드인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을 중심으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엔 주주가치 제고와 주식거래 활성화를 위해 100% 무상증자를 실행하는 통 큰 경영결정을 내놓기도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2분기 영업이익 1036억원을 발표, 900억원대를 내다본 증권사 전망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아웃도어 및 골프 의류 중심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면서 하반기 실적 전망까지 밝은 상황이다.

젝시믹스 부산 광복점

이렇듯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가수익률이 대박난 3개 기업은 투자자별 매매동향에서도 좋은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 모두 ‘사자’를 외친 것이다. 더네이쳐홀딩스(외국인 63만3832주·기관 4만8302주 순매수), 코오롱인더(외국인 173만3030주·기관 54만884주 순매수) TBH글로벌(외국인 55만905주·기관 1만4121주 순매수) 등으로 향후에도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 외국인과 기관은 스포츠웨어 브랜드‘젝시믹스’를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사진 젝시믹스 부산 광복점)

이들을 포함해 주가가 오른 20개 기업 중엔 흥미로운 매매동향을 보인 기업도 있었다. 올해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순매도’를 한 기업 3곳이다. 휠라홀딩스(3.85%), F&F홀딩스(21.56%),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33.01%) 등은 모두 올해 들어 주가가 상승하긴 했다. 이중 F&F홀딩스와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달할 정도로 지표가 좋았다.

지엔코가 전개하는 브랜드 코벳블랑

그런데 외국인도 기관도 모두 이들 기업의 주가를 산 규모보다 판 규모가 많았다. 이들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 원동력이 순전히 개인투자자의 힘이었다는 얘기다.

한 펀드매니저는 “기관과 외인은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에도 잘 안 팔지만 개인이 좋아하는 종목은 주가가 많이 빠지기 마련”이라면서 “개인이 주도하는 종목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LF(16.72%)’, ‘대현(27.10%)’, ‘영원무역(25.40%)’, ‘코웰패션(36.36%)’, ‘한섬(17.67%)’ 등이 올해 주가가 올랐음에도 기관이나 외국인 둘 중 하나의 세력이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올해 주식을 모두 순매도하면서 지엔코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지엔코가 전개하는 브랜드 코벳블랑

 

전체 주가 상승 기업 20개 기업 중 외국인·기관 모두 순매수를 기록한 기업은 9개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직도 국내 유통·패션 기업을 바라보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시선은 냉정하다는 판단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기업의 미래성장 엔진이 뚜렷한가를 주로 살펴보는데, 수세적인 내수 방어를 목표로 삼은 이들 기업으로부터 매력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올해 주가가 오른 상장사가 많고 상승률이 높은 것도 시가총액 규모가 크지 않고 주가의 절대값이 낮아 당장의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 ARTICLE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Popula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