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페어플레이 스포츠 정신 어디 갔나?

아무리 D2C 좋다지만, 유통 파트너 헌신짝처럼 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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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간판을 내건 로드숍 단독 매장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수도권보단 지방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숫자나 통계로는 오픈되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3~4년 전부터 로드숍 감소가 현저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나이키가 펼치고 있는 D2C 등 새로운 전략들이 기존에 나이키 제품을 유통시키는 파트너사들에게 불공정한 결과로 나타나 나이키 본사와 파트너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나이키 서울 강남점 전경.

신발업계 관계자는 “나이키가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을 탈피하고 온라인에 중점을 두는 경영을 펼치고 있다”면서 “서울수도권, 일부 광역시의 핵심 상권의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빼곤 중소상권 매장은 서서히 정리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나이키가 ‘스포츠 안에서 모두 평등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평등‘을 강조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이런 현상은 ‘나이키 다이렉트’란 이 회사의 새 경영 전략과 연관이 깊다. 현재 글로벌 나이키는 D2C(소비자 직거래)사업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2017년 소비자 직판 전략인 ‘Consumer Direct Offense’를 발표하고, 제품 생산 속도와 소비자 직접 연결을 두 배 이상 혁신하겠다는 방향성(Triple Double strategy)을 제시하면서 본격화했다. 쉽게 말해 자사 온라인몰이나 특화된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물건을 판매하고 나머지 유통 매장들은 점차 줄임으로써 효율화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나이키가 지난해 말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한 것도 ‘나이키 다이렉트’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나이키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쇼핑 플랫폼인 아마존에 등을 돌린 이유는 간단했다. 타 온라인 유통회사를 통한 판매로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모조품까지 범람하게 돼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이키닷컴을 통해 직접 판매하는 것이 중간 유통사를 거치는 것보다 이익 측면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새롭게 강화하고 있는 D2C전략의 일환으로 이커머스인 나이키닷컴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나이키글로벌이 운영하는 나이키닷컴의 활성화는 결국 나이키 제품을 사입해 판매하는 유통 파트너사들에겐 때론 경쟁의 대상이 되고 할인 행사를 할 경우에는 원망의 대상까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이키가 새 수장으로 존 도나호 CEO를 낙점했단 소식에서도 나이키의 미래 방향이 읽힌다. 그는 스포츠 패션 브랜드와는 일절 관계가 없는 인물이다. 클라우드 기반 정보 기술(IT) 서비스 업체 서비스나우 CEO이자 세계 최대 전자결제시스템 업체 페이팔홀딩스 의사회 의장이었고,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의 CEO를 맡고 있었다.

업계는 나이키가 존 도나호를 자사 CEO로 영입한 것은 바로 디지털 혁신을 통해 D2C를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이 회사는 지난해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는 전문 기업 ‘셀렉터’를 인수하기도 했다. 온라인을 통한 고객 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과 디지털 마케팅 등을 추진하고 있다.

◇ 나이키글로벌 새 전략,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와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

나이키 전략적 파트너사가 전개하는 660㎡(200평) 규모의 나이키 엔터식스 왕십리점

나이키글로벌의 D2C를 포함한 새 경영 전략을 요약하면 이렇게 풀이가 가능하다. ‘이제 중간 유통사를 최소화하겠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을 강화하겠다.’, ‘글로벌 핵심도시에 대형 플래그십스토어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재편하겠다.’, 이 같은 내용은 곧 직접 판매 비중을 늘여 수익성은 높이고 브랜드와 고객 관리는 직접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의 나이키 오프라인 매장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같은 나이키글로벌의 새로운 전략 때문이다. 나이키의 새로운 전략에 의하면 지방의 중소형 매장은 차츰 없애는 대상으로 분류했다. 바로 나이키글로벌이 정한 전 세계 핵심 도시인 키 시티(KEY CITY)의 핵심 매장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단계별로 줄여 나간다는 것이다.

신규 매장 오픈 시에도 키 시티(KEY CITY)에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만 오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차츰 지방의 중소형 매장은 없앤다는 게 새로운 정책의 핵심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럼 지방의 중소형 매장을 찾던 고객들은 사라져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냐는 반문에 대한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이다. 바로 온라인에서 모두 소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닷컴으로 구매를 유도해 고객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대형 플래그십스토어에서는 직접 의류와 신발을 착용하는 등 경험을 쌓도록 하고, 구매는 평소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도록 한다는 게 핵심 전략이다.

◇ 새 D2C 전략, 국내 나이키 유통 파트너사에게 불안감 조성

레스모아가 한창 승승장구하던 2014년 서울 명동 매장 모습

문제는 나이키의 이런 경영 전략이 한국 신발 생태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슈즈멀티숍 2위 사업자 레스모아가 올해 상반기에 사실상 브랜드 중단으로 보는 결정인 오프라인을 모두 철수한 배경에는 나이키의 새 경영 전략 때문에 희생양이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레스모아는 지난해 나이키로부터 제품 공급계약 중단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나이키의 판매 비중이 상당했는데, 나이키 제품이 매장에서 빠지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오프라인 영업을 접는 결정적 배경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나이키가 행한 정책 변화와 이를 통한 압력으로 지난해(2018년 6월~2019년 6월) 기준 매출 1401억원에 달하는 슈즈멀티숍 2위의 중견기업인 레스모아가 결국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레스모아가 철수한 올해 8월 서울 명동 매장 모습.
슈즈멀티숍 업계 매출 2위를 달리던 레스모아가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오프라인 사업을 중단했다. 그 배경에는 나이키의 일방적인 거래 중단을 알리는 통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키에 대한 의존도가 큰 업계 특성을 볼 때 나이키의 일방적인 제품 공급 중단 결정은 레스모아가 문을 닫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나이키글로벌의 새로운 전략은 나이키를 취급하는 슈즈멀티숍이나 나이키 단독매장을 전개하는 업체 등 나이키 제품을 중간에서 유통하는 파트너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근본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두고 간단한 문제로 넘어갈 게 아니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국 신발 유통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섬뜩한 전망까지 나오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신발 유통 분야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던 잔뼈 굵은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빠른 이해가 가능하다.

나이키 전략적 파트너사가 전개하는 1217㎡(369평) 규모의 나이키 엔터식스 상봉점 나이키는 글로벌 키 시티(KEY CITY)에 대형 매장을 여는 것을 새 유통 전략으로 삼고 있다.
중소상권에 작은 매장은 중단하고, 대형 플래그십스토어 중심으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대형 나이키 단독 매장을 운영해야 하는 유통 파트너사들의 부담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나이키가 한국 신발 시장의 생태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선 나이키를 기반으로 사업을 벌이는 신발 유통회사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ABC마트, JD스포츠, 슈마커, 에스마켓, 풋마트, 폴더 등은 나이키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슈즈멀티숍들이다.

국내 슈즈멀티숍들의 경우 나이키의 판매 비중이 30~50%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 년 전부터 나이키가 D2C라는 새로운 전략을 이유로 이들 슈즈멀티숍들의 신규 매장 오픈 시 상품 공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할 경우, 기존 매장 전체에도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등의 협박 같은 표현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는 나이키의 의존도가 높은 국내 슈즈멀티숍 업계 입장에선 사업을 그만두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들린다. 나이키에 의해 국내 슈즈시장이 결정된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은 이유가 이때문이다.”

이처럼 신발 업계 관계자는 나이키의 정책 변화와 목소리에 예의주시하면서 매일 긴장 속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슈즈멀티숍 업체들의 매장 하나하나에 제품의 공급과 중단을 결정하는 등 타 회사의 사업에 지나치게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을 일고 있다.

이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나이키의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나이키 공급이 중단되면 매출은 현격히 떨어지게 되고 결국 레스모아처럼 문을 닫게 될 게 뻔하다. 결국 슈즈멀티숍 업계는 나이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것이다.

슈즈멀티숍 업계 뿐만 아니다. 나이키 단독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나이키의 컨펌이 떨어진 곳과 나이키가 정해준 곳에만 매장을 열 수 있다. 그리고 요즘 같은 대형 크기인 200~300평 매장에 대한 시설 투자를 이들 업체가 해야 한다.

그리고 큰 매장에서 판매할 물량을 사입방식에 의해 미리 돈을 주고 오더하는 등 선투자가 이뤄져야한다. 이처럼 나이키 단독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이미 매장 운영에 많은 투자와 에너지가 들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나이키의 정책 변화에 바짝 귀를 기울이면서 지시와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다.

최근 나이키는 파트너사들에게 일방적인 제품 공급 중단 통보, 피해를 안겨주는 나이키닷컴 할인행사 등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이 사라진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곧 파트너사들의 외면으로 나타나고, 이어 고객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결국 계속되는 불공정한 행태는 지금까지 쌓은 신뢰와 가치 등의 공든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음을 자 떠올리게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에 나이키의 일방적 운영 정책에 억울함을 느낀 지방의 한 매장 사장은 자살을 하기도 했다. 나이키가 오랜 기간 고생하면서 파트너십을 맺어온 자신에게 매장을 더 이상 못하게 하자 억울하고, 절망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나이키가 이처럼 신발 업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인 이유는 뭘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단 나이키가 사업 파트너와 비즈니스 관계를 맺는 과정부터 살펴봐야 한다.

나이키와 제품 공급 계약을 맺는 사업 파트너는 크게 둘로 나뉜다. 나이키 단독 간판을 내건 파트너와 여러 브랜드의 신발을 모아 판매하는 ‘슈즈멀티숍’ 파트너다. 얼마 전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한 레스모아는 후자에 속한다. 이 시장엔 현재 ABC마트, JD스포츠, 에스마켓, 풋마트, 슈마커, 폴더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여기서 미주지역 최대 슈즈멀티숍 풋락커도 조만간 가세하게 된다.

◇ 수주회, 연간 기본 4회 진행, 나이키 제품 오더와 정보교류 무대

ABC마트
JD스포츠 명동(을지로) 매장
슈마커 강남 매장
풋마트
폴더 신촌매장
에스마켓 명동 매장
나이키 의존도가 높은 국내 슈즈멀티숍 업계는 나이키의 전략 변화에 늘 긴장 속에 사업하고 있다. 조만간 나이키가 국내 슈즈멀티숍 가운데 한두업체에 제품 공급을 중단한다는 소문에 있어 팽팽한 긴장감 마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일부 슈즈멀티숍 가운데 최근에 오픈한 매장에는 나이키 없이 문을 열었다. (사진 풋락커는 2012년 옛 명동 매장 전경, 풋락커는 최근 직진출을 선언하고 한국 시장에 재진입한다. 현재 홍대에 첫 매장을 오픈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즈멀티숍 업계 관계자는 “슈즈멀티숍 브랜드가 경쟁할 수 있는 무기가 바로 나이키 제품”이라면서 “다양한 최신 나이키 제품을 많이 구성하는 게 경쟁 우위의 핵심 키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보유한 유통망 수에 맞게 나이키 제품을 풍부하게 확보할수록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따라서 나이키 파트너에게는 매 분기마다 열리는 ‘나이키 수주회’가 그만큼 중요하다. 본사 수주회에 참여해서 오더하면 제품을 확보할 수 있다. 보통은 시즌에 앞선 제품을 수주회를 통해 샘플을 보고 오더하고, 오더 금액을 나이키가 정한 기한 내에 지불한 뒤 추후 해당 시즌 제품을 공급받아 고객에게 판매한다.

나이키 수주회 참석했던 유통 사업자는 “나이키가 업체와 매장별로 등급을 나누고, 각 등급에 따라 취급 가능한 물량이나 제품을 제한한다. 사업자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기반인 공급원가도 업체별로 제각각인 것으로 안다. 기본적으로 오더금액이 크면 공급원가도 내려 간다. 그리고 결재를 빨리하면 추가 인센티브를 통해 공급원가를 낮춰 주기도 한다”면서 “나이키 수주회는 제품을 오더하고, 정보를 교류하고, 공급원가를 정하고, 나이키의 정책에 대해 듣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슈즈멀티숍 ABC마트, 서울 명동 중앙점

나이키의 시장 지배력은 이 수주회를 통해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수주회를 통해 맺는 제품 오더 계약은 위탁판매가 아닌 ‘사입’ 방식이다. 물건을 도매 가격으로 매입하고 판매 시점에 입고 되면 소비자가로 판매해 이익을 남기는 구조다. 사입은 팔다 남은 재고의 경우 반품이 아닌, 직접 소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사입 계약의 경우 제조사인 나이키는 물건을 팔았으면 그 순간 역할이 모두 끝이 난다. 하지만 나이키의 경우는 다르다.

한 슈즈멀티숍 매장이 2층짜리라고 가정해 보자. 이 멀티숍은 무조건 매장 1층, 그것도 가장 잘 보이는 전면 쪽에 나이키 제품을 위치시키고 판매해야 한다. 나이키가 일일이 매장의 제품 구성과 위치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한 유통 업체 관계자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입했으면 제품에 대한 권한이 넘어왔는데도 나이키는 마치 하청업체를 다루듯 제품의 배치까지 일일이 관여하면서 때론 고압적인 스탠스를 보일 때가 많다”면서 “하지만 나이키에 밉보였다가 불이익을 당하게 될까 봐 나이키의 지시에 따르는 수는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 나이키 매출 비중 높아 의존도 높지만 마진 박해 이익은 별개

나이키의 파트너사들의 입장에서 억울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나이키 제품을 많이 판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마진 체계는 다른 신발 브랜드에 비해 박한 편이다. 레스모아의 경우 지난해 기준 나이키의 원가율은 53%였다. 요즘 인기가 높아 매출이 잘 나오는 휠라의 경우는 원가율이 40%였다.

슈즈멀티숍 업계 관계자는 “나이키가 무려 13%가 높아 나이키 위주로 매출이 발생된다면 임대료, 본사 정비,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이익을 남길 수 없는 구조가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하지만 나이키의 파워가 압도적이고, 나이키가 있어야 고객이 집객되기 때문에 결국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나이키를 집중 구성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A씨는 “나이키 제품을 미끼 상품으로 삼고 고객을 집객시키는 전략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면서 “나이키는 이런 저런 비용을 제하고 나면 마진이 적다. 나이키 외에 다른 제품을 많이 팔아야 수익이 난다. 나이키의 원가를 낮추는 방법은 오더량을 크게 늘리거나, 풍부한 자본으로 선결제를 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현재 나이키를 통해 수익을 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경영 컨설턴트 출신의 한 회계사는 “나이키의 D2C 등 새로운 전략은 기존 핵심 비즈니스에 오랫동안 의존하고 있는 파트너사가 소외되는 리스크가 있다”면서 “이들 파트너와의 관계를 악화하다 보면 새로운 손실을 입게 될지도 모르는만큼, 이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중한 D2C 전략 적용이 요구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이키는 D2C 전략을 쓰면서 기존 파트너와의 관계 정립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는 눈치다. 앞서 언급했던 레스모아의 사례를 다시 보면 알 수 있다.

업계에서 도는 말이 있다. 레스모아가 나이키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게 거래 중단의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심지어 레스모아는 나이키에 상당히 우호적인 파트너였다는 평을 갖고 있던 터였다. 나이키가 여성용 제품 판매에 주력할 때 레스모아가 앞장서 여성용 제품을 적극 도입하고 홍보했다. 이처럼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나이키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실행하던 파트너사가 바로 레스모아였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거래 중단이라는 말이 오갔으니 레스모아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슈즈멀티숍 JD스포츠, 서울 명동1가점 슈즈멀티숍 매장마다 나이키가 1층 앞쪽 가장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나이키는 슈즈멀티숍 매장마다 나이키 제품의 구성 여부와 위치 선정까지 일일이 관여하고 있다. 사입한 제품에 대한 권한은 슈즈멀티숍으로 모두 넘어왔는데도 나이키는 이를 뛰어 넘어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다만 나이키라고 공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끊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적인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신 어떤 파트너사에게는 제품 오더를 부추기거나, 또 다른 파트너사에겐 공급 중단으로 위협을 가하거나 한다는 소문이 적지 않게 돌고 있다. 그것도 문제가 될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별 접촉을 통해 압박하는 등 교묘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중단의 경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번에 하지 않고 작은 규모의 업체부터 시작해 그 다음 규모의 업체로 단계별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나이키 제품 공급 중단은 곧 슈즈멀티숍 사업을 접고 매장을 닫으라는 것과 같다. 이들은 나이키와의 계약이 끊기면 대안을 강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안타깝게도 나이키만큼의 브랜드 파워를 갖춘 브랜드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 나이키가 지원한 업체만 남고, 외면 당한 업체 문 닫아야

나이키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아울렛 매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보통 아울렛 제품을 취급하는 패션 브랜드는 기존 유통채널에서 발생한 반품이나 재고를 활용한다. 그래야 주변 판매점과의 판매 충돌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키의 경우는 파트너사들 대부분이 반품이 허용되지 않는 ‘사입’으로 매입한다. 대형 파트너사인 경우에는 일부 반품이 허용되긴 하지만, 나이키코리아가 전국 곳곳에서 직영으로 대형 크기의 아울렛 매장을 운영하기에는 물량이 턱없이 부족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나이키코리아가 직접 글로벌 본사로부터 아울렛 전용 제품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럴 경우 아울렛 주변의 파트너사 매장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아울렛에 가서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파트너사들이 운영하는 정상 매장에서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일한 제품이 아니라고 해도 가격이 현격히 낮으면 유사 제품을 사는 게 소비자 심리다. 이게 사실이라면 밖으로는 병행 수입을 막으려고 노력한다면서 실제는 반대로 내부에서 대량으로 수입해 아울렛에 유통시키는 셈인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나이키 제품을 판매하는 슈즈멀티숍들이 나이키 회사를 성토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현재 홍대입구 인근에선 슈즈멀티숍 ‘풋락커’가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풋락커는 미국 최대 슈즈멀티숍 브랜드다. 레스모아가 철수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굳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배경엔 나이키가 있는 것으로 본다. 바로 풋락커는 나이키글로벌의 전략적 파트너사로 한국 내에서 입지가 약해도 미주 지역에서 강하기 때문에 나이키가 제품을 적극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2018년 4월 강남에 둥지를 튼 ‘JD스포츠’다. 최근 진출 2년 만에 매장 수를 20여개로 늘리면서 차근차근 시장 파이를 넓혀가고 있는 JD스포츠 역시 글로벌 나이키의 유럽시장 최대 파트너사다. 따라서 유럽 최대 파트너사이기 때문에 국내 JD스포츠에도 나이키 제품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나이키글로벌은 아시아 시장에서는 특히 일본과 한국 내에서 ABC마트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BC마트는 2002년 한국 진출 이후 국내 신발편집숍 시장의 약 6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독점 체제를 굳혔다. 지난해 매출 5458억원, 영업이익 376억원을 거뒀다.

슈즈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에서 큰 시장 파이를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와는 한국 내에서도 앞으로 거래 관계를 유지해 나갈 계획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결국 슈즈멀티숍 시장은 해외 브랜드만 남고, 레스모아를 필두로 토종 브랜드들은 하나ㆍ둘씩 사라져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 매장을 전개하는 나이키 유통 파트너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나이키 단독 매장을 전개하는 업체 가운데 규모가 큰 3개의 상위권 벤더회사가 있다. 이들은 나이키코리아의 전략적 파트너사로 불리며, 나이키와 손잡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나이키코리아가 이들 업체의 성장을 물심양면 지지했다는 소식도 있다. 규모가 작은 매장에 대해 M&A를 유도하면서 이들 3사에게 기회를 집중 제공했다는 것이다. 수년 전엔 500개에 달했던 나이키 매장은 현재는 300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전략적 파트너사인 빅3는 오히려 매장수가 늘어났다. 나이키 매장 수를 줄이면서 일부 매장은 빅3가 M&A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상권의 작은 매장들은 문을 닫거나, M&A 유도로 전략적 파트너사로 합쳐진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나이키가 핸들링 할 수 있는 속된말로 말 잘 듣는 파트너사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나이키가 D2C 전략을 선택적으로 하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슈즈 업계 관계자는 “나이키코리아의 일방적 태도에 반대를 해도 경영 방침일 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만이 돌아 온다”면서 “과거엔 작은 매장과 슈즈멀티숍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했는데 지금의 파워풀한 위치에 올라서니까 이제 와서 정책이 바뀌었고,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절벽으로 모는 건 상도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행태에 최근 들어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가 스포츠 정신, 즉 공정한 경기를 해야 한다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사라진 브랜드라고 평가 절하하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나이키가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은 사례는 또 있다.

◇ 공정한 스포츠 정신 사라진 나이키, 평가 절하 여론 형성

미주지역 최대 슈즈멀티숍 풋락커가 직진출을 통해 국내 사업을 다시 전개한다. 서울 홍대에 1호점을 계약한 풋락커 매장은 현재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나이키 단독 매장과 슈즈멀티숍의 나이키 제품들은 도매 가격으로 사입한 제품으로 할인 없이 판매해야 그만큼 수익이 나는 구조다. 판매가 부진한 극히 일부 제품만 결국 할인하게 된다. 그런데 올해 들어 나이키글로벌은 자사 온라인몰인 나이키닷컴을 통해 여러 번에 걸쳐 가격 할인을 단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누구나 쉽게 쇼핑이 가능한 나이키닷컴에서 할인을 하는 바람에 국내 나이키 파트너사들은 하는 수 없이 마진을 버리고, 마지못해 할인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할인한만큼 이익율이 낮아져 회사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평소처럼 파트너사들은 정상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나이키닷컴이 동일한 제품이나 유사 제품을 할인해 판매한다는 것은 파트너사들을 배려하지 않고 헌신짝처럼 버린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바로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갖춰야 하는 공정한 비즈니스, 페어플레이 정신이 사라진 불공정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할인을 한다라는 정보가 한국 내 모든 파트너사들에게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돼 일부 파트너사들은 매출이 갑자기 떨어진 이유를 모른 채 영업을 계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나이키가 사회 환원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지배구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나이키코리아는 글로벌나이키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법인의 성격이 유한회사다. 유한회사는 최소한 2인 이상의 사원이 그들의 출자액에 한해 책임을 지는 회사를 말한다.

사원이 주주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주식회사와 비슷하지만 매출,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특성이 있다. 매출, 이익은 물론 배당금, 납세액 등을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나이키코리아 역시 국내 사업에서 벌어들인 수백억원의 이익을 매년 해외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 활동을 통해 낸 수익에 맞는 기부나 환원없이 모두 해외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부분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나이키를 옹호하는 논리도 있다. 회사의 경영상 고유한 판단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나이키가 D2C 전략으로 거둔 성과는 뚜렷하다. 나이키글로벌은 올해 8월말 기준 매출 106억 달러(약 12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추정치인 91억4000만 달러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패션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을 때도 나이키만큼은 견뎠다는 얘기다. 메인 스폰서를 맡은 미국프로농구(NBA)의 시즌이 취소되고 각국의 오프라인 매장이 ‘셧다운’ 됐음에도 불구하고 거둔 실적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물류와 유통망이 엉망이 됐고 출하량도 급격히 감소했지만 매출이 전년 대비 고작 1% 감소했다. 외신들은 D2C 판매 채널로 무게를 옮긴 덕분에 빠른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투자자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나이키 주가는 지난 3월 저점 때 주당 62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금은 110달러를 웃돌고 있다.

◇ 선한 나이키 모습 안에 불거지고 있는 불공정한 행태

나이키는 단순히 스포츠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는 기업이 아니다.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됐다. 가정마다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쯤은 소지하고 있을 만큼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길거리에선 청소년뿐만 아니라 중년부터 70~80대 노인들까지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품질도 품질이지만 화려한 마케팅의 영향이 컸다.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을 이용한 스타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란 캐치프레이즈로 어느 세대든 항상 선망하는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스포츠 정신을 담은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와 제품의 신뢰를 착실히 쌓은 덕분에 최근 들어 젊은 세대의 압도적인 지지가 더욱 올라갔다. 소수자 존중 등의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의 가치’를 브랜드에 반영하면서 또한 상승했다.

2018년 ‘저스트 두 잇’ 30주년 광고 속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삼은 게 대표적이다. 캐퍼닉은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이 논란이 된 2016년, 경기 시작 전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기립 대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시작한 인물이다.

불의에 직접 저항한다는 캐퍼닉의 ‘무릎 꿇기’는 당시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와 NFL을 넘어 프로야구, 프로농구로 확산됐다. 백인 선수나, 심지어 구단 관계자들 중에도 시위에 동참하는 이들이 생겼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나이키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팔로마 엘세서를 모델로 기용해 스포츠 브라를 홍보했고, 일부 나이키 매장에는 비만 체형의 마네킹까지 들여놨다.

이처럼 나이키는 상상력, 창의력, 젊음, 꿈, 공정같이 새롭고 좋은 단어는 모두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는 나이키가 신발 업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철옹성 같이 탄탄하게 느껴지는 나이키의 글로벌 인지도도 불공정한 행태를 계속한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파트너사들을 외면하고, 피해를 입히는 경영이 반복된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아닌 오랜 기간 쌓은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선망과 존경의 대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에 ‘상생’이 없다는 걸 안다면 분명 소비자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하나ㆍ둘씩 나이키를 버리고 다른 브랜드로 이동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신발업계 관계자는 “어쩌면 불공정한 이런 모습이 나이키의 본질일 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나이키는 디자인과 마케팅만을 맡고 생산은 대부분 다른 회사에 아웃소싱하는 기업이다. 아웃소싱 비용이 낮은 곳을 찾다 보니 임금이 낮은 또 다른 해외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자주 옮겨 간다. 처음 일본에서 시작해 한국을 거쳐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으로 이동한 것이다. 현재도 나이키 제품은 주로 제3세계에서 생산된다. 최대한 이윤을 챙기기 위해 생산지를 수시로 옮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유통에서도 오랜 기간 맺어온 파트너 관계를 쉽게 저버리는 것은 이익을 쫓아 수시로 생산 거점을 옮겨 가는 나이키의 관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이키의 수많은 광고에선 땀과 노력, 공정한 마인드 등의 스포츠 정신이 강조된다. 하지만 최근 나이키 모습은 함께 뛰는 파트너사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한 경기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현재 나이키가 한국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게 된 것은 크고 작은 단독매장과 슈즈멀티숍들의 노력과 투자, 적극적인 마케팅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 신발 유통업계가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와 매출을 함께 높여온 것이다. 그런데 나이키가 국내 파트너사들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전략을 하나씩 실행하고 있는 모습은 세계적인 브랜드인 나이키에게 치명적 오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