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갑’ 나이키, 토종 슈즈멀티숍 목줄 조인다

글로벌 브랜드 보다 규모 적은 국내 업체 거래 중단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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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가 지닌 우월적 지위가 국내 토종 슈즈멀티숍 업계를 불안감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사진 나이키 강남점)

국내 토종 슈즈멀티숍 브랜드들의 위상이 위태롭다. 슈퍼갑의 위치에 있는 나이키가 제품 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해 긴장감 속에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에 1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토종 슈즈멀티숍 브랜드 ‘레스모아’가 사업 중단을 선언하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여러 슈즈멀티숍 브랜드 틈바구니 속에서 그나마 ‘누구나 들으면 알 정도로’ 이름을 알린 업계 2위 자리를 지켰던 토종 브랜드가 몰락했기 때문이다.

한때 연간 1500억원대 매출, 120여개의 매장을 갖춘 저력 있는 브랜드가 순식간에 문을 닫자 소비자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가까이 있던 토종 브랜드가 사라지자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 형성되고, 신발을 구매하는 데 불편을 느끼게 된 것이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나이키 매장

단순히 레스모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에선 국내 업체들이 전개하는 폴더ㆍ에스마켓ㆍ풋마트ㆍ슈마커 등 토종 슈즈멀티숍이 모두 위기에 빠져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토종 슈즈 멀티숍 브랜드들이 늘 불안감 속에 놓여 있다.”면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나이키의 정책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전략을 세울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슈즈멀티숍들의 부진의 표면적인 이유는 좀처럼 신발이 팔리지 않아서다. 지난해 국내 신발시장 규모는 6조3475억원(산업통상자원부). 2018년(6조4076억원)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전체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얘기다. 올해 실적은 이보다 훨씬 나쁠 게 뻔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내외 오프라인 매장이 타격을 입고,소비가 급감한 게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슈즈멀티숍 시장의 1위 브랜드인 ABC마트는 지난해까지 2002년 회사 설립 이후 17년 연속 매출 성장을 이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6.7% 증가한 545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7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역신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지만 타사에 비해 선전하고 있고, 여전히 회사는 건실하다는 평가다. ABC마트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유통망과 구매력을 기반으로 브랜드 파워가 높다. 더구나 최근엔 업계 2위 레스모아의 이탈에 따른 시장 점유율이 보다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레스모아의 철수, 그 다음 타깃은?

금강그룹에서 운영하던 슈즈멀티숍 레스모아가 나이키 제품 공급이 막히면서 올해 초 브랜드 전개 중단을 단행했다. (올해 상반기 철수한 명동 레스모아 매장(사진 쪽)과 철수 전 매장 모습)

JD스포츠는 2018년 4월 국내 시장에 런칭한 유럽 최대 슈즈멀티숍 브랜드다. 첫 매장 오픈 후 계획대로 매장 확대가 이뤄져 현재 23개점에 연간 매출 9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마찬가지 JD스포츠는 순조로운 진행을 보이다 코로나19 이슈로 주춤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달 12월에는 국내 슈즈멀티숍 시장에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가 가세한다. 미국 최대 슈즈멀티숍 브랜드 ‘풋락커(Foot Locker)’가 홍대입구에 첫 매장 오픈하는 것이다. 홍대뿐만 아니라 신촌과 명동 상권에도 이미 건물 임대차 계약을 맺고 2, 3호점을 연달아 내놓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명동 매장은 예전 포에버21 자리로 1320㎡(40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으로 추진되고 있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위에서 언급한 슈즈멀티숍 3개의 브랜드엔 두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모두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브랜드라는 점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시장을 장악한 톱(TOP) 수준의 브랜드들이다. 여기서 ABC마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슈즈 멀티숍 브랜드에 속한다. 일본 슈즈시장을 장악한 ABC마트는 일본 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한국에 진출해 국내 슈즈시장 또한 선점하고 있다. 국내 슈즈멀티숍 시장의 60%를 ABC마트코리아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국내에서 JD스포츠를 전개하는 JD스포츠패션코리아는 슈마커와 영국 JD스포츠 본사가 50대 50의 비율로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JD스포츠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호주, 스페인 등 유럽 지역에서 125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인 글로벌 슈즈멀티숍 브랜드다.

여기에 국내에 이달(12월) 첫 매장을 오픈하는 풋락커는 이들을 뛰어넘는 더 큰 메가 브랜드에 속한다. 미국에 있는 대형 쇼핑몰에 가보면 풋락커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에 4000여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풋락커는 이번이 국내 진출 두번째다. 전에는 한국의 파트너사가 전개했다면 이번에는 미국 본사가 직접 법인을 설립해 직진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 세 브랜드 모두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각각 아시아(ABC마트)·유럽(JD스포츠)·미주(풋락커) 지역에서 글로벌 나이키 제품을 전략적으로 공급받고 있는 한층 가까운 전략적 파트너사다. 이미 이들 슈즈 멀티숍 브랜드들은 글로벌 톱 브랜드 대열에 올라서 나이키와 협상력이 뛰어나다. 그만큼 나이키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고 볼 수 있다.

슈즈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슈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브랜드가 나이키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국내 슈즈멀티숍 브랜드 가운데 하나는 나이키가 매출의 50%까지 차지할 정도로 나이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면서 “그만큼 슈즈멀티숍 브랜드로선 나이키 제품을 얼마나 원활하게 확보하느냐가 사업을 성장시키는 관건이 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슈즈멀티숍 브랜드들은 나이키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이미 글로벌 바잉파워가 커져 있기 때문에 한국의 토종 슈즈멀티숍보다 협상력이 월등히 뛰어난 상태다. 따라서 글로벌 슈즈멀티숍 브랜드들은 나이키 제품 공급을 받는 것이 크게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신발 판매 시장에서 나이키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 (사진 ABC마트와 내부나이키 신발 코너)

결국 이들 글로벌 슈즈멀티숍 3사가 한국 내에서 사세 확장을 하는 배경엔 나이키가 있다. 반면 토종 브랜드의 상황은 정반대다. 나이키글로벌이 추진하는 정책은 D2C (Directto-Consumer 소비자 직거래)다. D2C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중간 유통은 축소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규모가 작고, 나이키의 기준으로 볼 때 운영 능력이 떨어지는 유통 파트너사들을 우선 없애거나 줄이겠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 일각에서는 나이키가 국내 토종 슈즈멀티숍들이 글로벌 슈즈멀티숍에 비해 규모가 작고, 운영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하고, 점차 국내 토종 슈즈멀티숍들과 거래를 중단하거나, 공급량을 줄여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신발 판매 시장에서 나이키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 (사진 JD스포츠와 내부 나이키 신발 코너)

이처럼 최근 들어 나이키가 토종 슈즈멀티숍 브랜드와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슈즈멀티숍 업계가 바짝 긴장감에 쌓여 있다. 업계 2위 레스모아가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한 배경 역시 나이키의 계약 종료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미 에스마켓, 풋마트 등은 새 매장을 열면서 일부 매장의 경우 나이키 제품을 구성하지 않고 오픈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종 슈즈멀티숍 브랜드 폴더(위)와 슈마커(아래) 또한 나이키코리아의 정책 변화에 예의 주시하며 긴장감 속에 전개되고 있다.

나이키코리아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국내 슈즈멀티숍들의 매장 하나하나에 대해 나이키 제품의 구성 여부를 결정짓기도 하고 또 제품이 놓일 위치까지 간섭하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일부 토종 슈즈멀티숍 브랜드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나이키 제품없이 매장을 열어 보았지만 나이키의 위력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나이키 제품없이 오픈한 매장의 경우, 나이키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매장보다 30%가량 매출이 낮게 나오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나이키는 신발 유통을 홀세일(도매)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슈즈멀티숍들은 사전에 수주회에 참여해 현금을 지불하고 도매 가격으로 구입한 후 각자의 매장에 갖다 놓고 소매가격에 판매한다. 이렇게 슈즈멀티숍들이 이미 지불하고 매입한 나이키 제품에 대한 권한은 슈즈멀티숍이 갖고 있다.

따라서 슈즈멀티숍이 보유하고 있는 나이키 제품에 대해 나이키코리아가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소유권이 이미 넘어온 상태이기 때문에 불공정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과거 유사 사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제한 경우가 있다. 대리점이 이미 사입한 제품에 대해 본사가 간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리점이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 제품은 대리점이 소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슈즈멀티숍들이 신규 매장 오픈 시 나이키 제품을 매장에 구성하고 안하고 하는 결정은 나이키코리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슈즈멀티숍에 있는 것이다.

슈즈멀티숍 관계자는 “나이키는 제품의 구성여부 뿐만 아니라, 슈즈멀티숍 내에 나이키 제품을 위치시킬 자리와 면적에 대해서도 때론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강압적인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인테리어에도 지나치게 간섭하는 등 파트너로써 서로 협의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지나치게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토종 브랜드 넘어, 유통 파트너사 모두의 문제로 대두

국내 토종 슈즈멀티숍 가운데는 나이키의 반대로 나이키 제품을 구성하지 못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에스마켓(위)과 풋마트)

이게 끝이 아니다. 나이키 제품의 구성여부, 위치나 면적에 대한 간섭, 인테리어에 대한 지나친 요구뿐만이 아니라, 나아가 전국 곳곳에서 이미 영업 중인 기존 매장에 아예 나이키 제품 공급이 끊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나이키글로벌의 D2C(직접 판매) 정책에 의해 기존 토종 슈즈멀티숍과 계약 연장이 아닌 ‘계약 종료’ 카드를 일방적으로 꺼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토종 슈즈멀티숍들이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나이키의 요구에 군소리 않고 따를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나이키가 토종 슈즈멀티숍 브랜드에 제품 공급을 꺼려하는 것은 보다 효과적인 브랜드 관리를 위해 필요하고, D2C 정책으로 온라인 판매를 성장시켜 토종 슈즈멀티숍에서 줄어드는 매출 부문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나이키가 직접 판매하는 온라인 유통은 중간 단계가 없어 이익이 더 높게 나온다. 따라서 국내 토종 슈즈 멀티숍과의 거래 중단은 이제 시작일 뿐, 향후에도 지속적인 확대 추진이 예상된다. 결국 언젠가는 나이키의 모든 유통 파트너사에게 결별을 선언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대두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나이키는 일찌감치 온라인 시장의 성장에 대응해 왔다”면서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대형화하는 등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옴니채널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또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옴니채널 전략은 유통 파트너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돼 결국 현재 파트너사들과 하나둘씩 관계를 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나이키의 올해 6~8월 실적을 보면 매출은 105억 9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0.6% 감소했지만, 코로나19를 감안한 시장 예상치를 10억 달러나 웃도는 실적이었다. 순수익은 15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되려 10.9% 증가했다. 이 기간 전 세계가 셧다운 등 봉쇄령과 매장 폐쇄 조치가 잇따랐던 것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실적이다.

나이키 입장에서 D2C의 장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소비자 구매 데이터는 물론, 특성 데이터를 곧바로 확보해 브랜드 관리와 고객 경험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과거 수많은 파트너사(도매상과 소매상)를 거쳐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던 방식과 달리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 구축으로 고객 경험을 토대로 스피드한 판매 전략을 실행해 나갈 수 있다. 이렇듯 실적만 따져보면 나이키의 글로벌 전략은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일부 파트너사들의 입장에서 따져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방적인 정책은 파트너사들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최근엔 상권에 슈즈멀티숍들의 매장 출점 시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멀티숍 중 하나가 지난해 서울 명동 상권에 매장을 열었다. 그런데 나이키코리아가 제품 구성을 허락하지 않자 결국 나이키 제품 없이 매장을 오픈하게 됐다.”면서 “나이키코리아의 이유는 이미 명동 상권에 슈즈멀티숍이 너무 많아 신규 오픈 시 기존 매장 매출이 줄어든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슈즈멀티숍 가운데 하나가 이곳 명동 상권에 신규 매장을 열었는데 나이키 제품이 공급된 것이다. 이처럼 나이키코리아는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불공정한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 국내 신발 시장 생태계 흔들려

미주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슈즈멀티숍 풋락커가 직진출을 선언하고 12월 홍대에 첫 매장 오픈을 추진하고 있다. (풋락커가 추진 중인 풋락커 홍대 매장(위)과 과거 철수한 서울 명동 매장).

이러한 나이키의 불공정한 행태는 서울 명동 뿐만이 아니라, 타 상권에서도 종종 발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슈즈멀티숍 만을 위한 우호적인 영업 정책에 국내 토종 슈즈멀티숍들은 항변 한번하지 못한채 끌려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당장 나이키와의 계약 종료나 제재 위기를 우려하는 토종 슈즈멀티숍 브랜드들이 나이키에 휘둘리는 것과는 달리 글로벌 슈즈멀티숍들은 나이키의 우호적인 지원아래 안정적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앞으로도 나이키 제품이 슈즈멀티숍 경영의 핵심 요소인 상황에서 나이키의 외면이 계속된다면 토종 슈즈멀티숍 브랜드들은 점차 경쟁력이 악화할 게 뻔한 상황이다. 심하게는 나이키 제품이 없는 슈즈멀티숍은 레스모아처럼 폐업이라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결국 이러한 시장 재편은 소비자에게도 좋을 게 없다. 시장 지배력을 지니고 우월한 위치에 있는 브랜드가 자사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자유로운 경쟁에 의한 합리적인 가격 형성이 아닌 판매가 상승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적자생존·승자독식이 시장을 올바르게 흐르게 않게 한다. 보다 많은 브랜드들이 서로 경쟁할 때 가격이 바로 잡히고, 시장이 올바르게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시장이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기 위해선 전문가들은 첫째로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생태계를 이루는 경쟁자들이 공정하고 자유롭게 경쟁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키가 절대 권력을 휘둘러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일부 업체에 힘을 실어준다면 즉, 국내 토종 슈즈멀티숍에게 불리하게 정책을 펼친다면 시장은 신뢰가 사라지고, 고객은 결국 나이키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슈즈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일부 글로벌 슈즈멀티숍이 나이키의 지원아래 승승장구하고 있다지만 나이키의 파워가 10년 뒤, 20년 뒤에도 그럴지는 미지수”라면서 “나이키가 D2C 전략에 대해 강화일변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결국 글로벌 슈즈멀티숍들도 중간 유통 단계에 해당해 어느 순간 토종 슈즈멀티숍처럼 외면당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결국 시간이 문제이지, 언젠가는 나이키의 정책에 휘둘리는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토종 슈즈멀티숍 입장에선 당장 나이키를 대체할 다른 브랜드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나이키의 위상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져 있고, 이와 견줄 만한 슈즈 브랜드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아디다스와 뉴발란스, 휠라 등이 언급되는 정도이고, 새로운 스타 브랜드의 부상은 아직은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위기는 국내 토종 슈즈멀티숍들이 레스모아처럼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이들 회사와 매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직원들의 일터가 한순간에 사라져 생계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또한 나이키 외에 신발을 제조하고 있는 나머지 브랜드들도 타격을 입게 되기 마련이다. 슈즈멀티숍이 사라지면 그만큼 거래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국내 시장에서 처음부터 잘나갔던 게 아니다. 그간 나이키는 토종 슈즈멀티숍과 국내 신발시장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왔다. 국내 소비자가 나이키 제품을 동네 곳곳에서 접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들 토종 슈즈멀티숍이 나이키 제품을 적극 홍보하고 판매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회사 전략으로 인해 그간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파트너사들을 내팽개치다시피 하는 건 세계적인 비즈니스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이다. 지금은 작은 국가와 소수 민족, 소상공인 파트너사들과 함께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것이 올바른 비즈니스 문화다.

나이키의 이 같은 정책은 요즘 세계적인 기업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가령 구글의 경우 최근 2021년 1월 신규 출시 앱부터 적용하려던 ‘인앱결제 강제 및 수수료 30% 인상’ 계획을 9월 말로 연기하기로 했다. 수수료 강제 방침에 국내 여론이 비판적인 데다, 국회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추진하는 등 압박하자 적용 시점을 늦추는 등 한발 물러난 것이다. 이처럼 세계 최고 온라인기업인 구글 역시 ‘글로벌 전략’을 강조했지만 결국엔 국내 IT 생태계를 존중하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이때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고 용기를 건네는 자세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