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작품을 통해 획일화된 사회적 분위기에 메시지를 전달해 주목받고 있는 예술 작가가 있다. 컨템포러리 주얼리 작가 류정(본명 한유정)이다. 류정 작가는 주얼리를 기존 장신구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녀는 지난해 비욘드 매직이란 작품을 선보여 한국귀금속보석디자인협회에서 주관하는 국제 보석 디자인 대회에서 8관왕을, 한국귀금속협회의 국제 주얼리 아트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KGTA Award’를 수상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자신의 작품이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매개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류정 작가를 만나봤다.
이번 작품은 무엇을 풀어내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이번 비욘드 매직(‘Beyond Magic: Revolutionary Unboxism’) 작품은 보편적인 것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개인의 개성을 억누르고, 모두를 획일화된 틀에 가두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과 ‘순응’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주얼리라는 매개체로 풀어낸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사회에 저항할 때 동반되는 ‘자유와 평등에 대한 갈망’, ‘사회에 대한 깊은 고뇌’, ‘변화를 향한 뜨거운 열망’ 등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마치 주인공이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는 하나의 스토리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7년차 주얼리 디자이너,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대학시절 순수미술과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전공은 주얼리와 조금 달랐지만 언젠가는 주얼리는 디자인하겠다는 갈망은 늘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금속으로 디자인한 아트웨어를 접하면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에 미국의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ISD)에서 주얼리 & 메탈 디자인을 전공했고, 그 과정 속에서 주얼리가 기존 장신구의 기능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예술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제 작품이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과 관심사가 있다면
제 작품이 신체와 공간을 확장하는 조형적 요소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얼리와 착용자의 움직임을 결합한 하나의 퍼포먼스 아트처럼 말이죠. 또한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어요.
전통적인 귀금속과 보석 외에도 비정형적인 소재, 3D 프린팅, 영상 매체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죠. 주요 관심사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예술 매체로 기능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입니다.
주로 디자인을 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주로 사회 현상이나 개인적인 경험은 물론 예술작품이나 철학 서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 같아요. 다른 분야의 작품도 자주 접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또한 여러 문화권에서 배울 수 있는 점들이 저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빈티지 주얼리가 그러하죠.
빈티지 주얼리는 각 시대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가치관이나 미의식이 담겨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이처럼 과거의 유산을 통해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여정이 제가 영감을 얻는 방식입니다.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디자이너가 있다면, 또 이유는 무엇인지
저는 알렉산더 맥퀸과 비비안 웨스트우드에게 영향을 받았어요. 그 두 디자이너가 지향하는 반항적인 메시지와 전통을 해체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제게 큰 과 션린의 작품에서 감정적 강렬함과 극적인 서사를 주얼리에 담아내는 방식을 배우며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들의 작품이 가진 압도적인 힘과 섬세한 감정 표현은 주얼리를 통해 더욱 깊은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열망을 제게 심어주었습니다. 저 역시 그들처럼 주얼리를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 시대 정신을 담은 오브제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저는 전통과 현대, 패션과 예술, 사회적 메시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이에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시대의 흐름을 작품에 반영해 착용자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질문을 던지는 주얼리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뉴욕의 티파니’와 ‘Anna hu’에서의 경험을 비롯해
하이주얼리의 매력은 무엇인지 개인적인 관점에서 말한다면
하이 주얼리 디자이너는 단순히 보석을 가공하는 작업을 넘어서 보석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개성과 빛을 최대한 살려내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희소성과 스토리를 갖고 있는 희귀한 보석은 디자이너의 손길을 만나 가치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상징적인 오브제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 하이주얼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로움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느낄 수 있는 예술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이주얼리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경험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살면서 처음으로 책에서만 보던 고가의 보석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느꼈던 그 벅찬 감동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특히 티파니가 2023년 매입한 콜롬비아 무조 광산의 10캐럿이 넘는 에메랄드를 제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투명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자연이 선사한 경이로움 그 자체였죠.
또한, 가수 GD이 착용해 화제 됐던 파라이바 보석을 처음 봤을 때, 당시에는 그 가치를 정확히 알지 못했음에도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한 광채와 신비로운 색감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제가 하이주얼리 디자인을 할 때 파라이바를 자주 활용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보석은 단순한 물질을 넘어, 인간에게 깊은 영감과 감동을 주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향후 미래에 대한 계획에 대해 말한다면
하이 주얼리와 컨템포러리 주얼리를 조화롭게 결합해 감성과 철학을 담은 작품을 창조하고자 합니다. 하이 주얼리의 희귀한 보석과 정교한 기술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점과 컨템포러리 주얼리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을 결합한 작품을 하고자 합니다.
주얼리 디자이너를 꿈꾸는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다면
주얼리 분야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만큼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먼저 탐색해 보는 것을 권유합니다.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 주얼리가 여러분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디자인을 통해 사회와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해 진정한 예술가로 성장해 나가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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